제주반달(58) 끝은 시작

작성일
2021-06-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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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58) [16일째 : 3월 23일(화)/ 1화]


끝은 다시 시작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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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일정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오늘 오후 1시 40분 배를 제주항에서 타면 제주도의 여행은 마무리가 되는 까닭이다. 어제 아침에 배들이 모두 빠져나갔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전히 환하게 밝혀진 제1부두의 불빛을 보니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배는 바로 오늘 빠져나가겠다는 희망이고, 어제는 빗줄기로 인해서 제대로 담지 못한 타임랩스의 꿈을 되살릴 수가 있겠다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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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랩스의 촬영을 하려고 카메라를 가동시키면 가장 먼저 폰으로 한 장을 찍어 놓는다. 언제 시작했는지를 참고하기 위해서이다. 일일이 적어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 놨다가 촬영시간에 대해서 정보가 필요하면 사진을 열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점점 기록할 일은 줄어들고 모든 것을 폰에 맡기게 되는 게으름이 걱정이기는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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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늘 시계는 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항상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다. 왜냐면 천문박명과 항해박명의 시간이 궁금한 까닭이다. 일출을 찍을 적에는 천문박명을 놓치면 아쉬운데 오늘은 바다를 찍는 것이 목적이 되기 때문에 항해박명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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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박명이 05시 35분이다. 첫 사진이 05시 45분부터 찍혔으니까 항해박명이 조금 지났다고 해야 할 모양이지만 그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부터라고 봐도 되겠군. 조용하던 서귀포항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고, 점점 활발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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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박명이 지나면서 더욱 분주해진 배들을 보노라니 오늘이 어제가 아닌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원래 14일 일정이었으므로 계획대로라면 어제 배를 타러 가야 했고, 오늘은 주어지지 않았어야 할 일정이었다.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선박회사에서 월요일에는 배를 띄우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부득이 화요일에 출항하는 배를 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이번 여행의 이름도 「제주보름」이 아닌 「제주반달」이 되었던 것이다.

제주에 도착한 것이 3월 7일이고, 떠나는 날은 23일이니 16일이었다. 그러니 2주도 아니고 보름도 아니니까 반달이 된 셈이다. 대략 반달은 꼭 15일이 아니라는 뜻도 되는 까닭이다. 그냥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복잡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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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하늘이 맑아 보이지는 않지만 어선의 불빛으로 인해서 촬영하는데는 별 아쉬움이 없었다. 어제 하루 맑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인 것을.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하늘을 보면서 곧 해가 떠오를 시간임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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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이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변화가 보여서이다. 한낮에는 이러한 변화를 느낄 수가 없지만 이 시간이면 천지자연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보다 즐거운 시간도 없지 싶다. 더구나 아직은 모기도 없으니 그 더욱 반가운 일이지. 여름에는 모기와도 갈등을 겪어야 하는 까닭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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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계속해서 강제로 갇혀있다가 어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에서 활기가 넘쳐난다. 원래는 생기(生氣)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중국어를 배우고 나니까 그것도 맘에 걸린다. 왜냐면 중국어에서 生氣는 '화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기라고 쓰다가 멈칫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슨 글자가 좋을까? 여기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활기(活氣)다. '생기차게 움직이기'는 어색하지만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은 그 느낌에서 사뭇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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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하늘을 뚫고 태양이 솟아오른다. 구름없는 일출은 딱 여기까지만 봐줄만 하다. 구름이 있으면 더 봐주도 되는데 말이다. 오늘의 일출은 여기까지이다. 배나 지켜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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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이 아침 먹자고 데리러 왔다. 그보다는 아침 풍경이 궁금하고, 잘 있는지 궁금해서 올라왔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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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숙소에 있는 것을 들고 올라왔다. 있으면 쓰는 것이지 뭘. 그래서 편히 앉아서 새벽의 풍경을 즐기는데 큰 부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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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장을 찍었구나. 배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라고 7초 간격으로 기본적인 세팅을 했더니 그 정도 찍어놨네. 이제 아쉽지만 슬슬 정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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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숙소를 얻게 되는 바람에 서귀포 앞바다를 옥상에서 맘껏 즐길 수가 있었구나. 서귀포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신신호텔이 좋다는 것으로 기록해 둬도 되겠다. 비로소 완성된 타임랩스를 얻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낭월이 상상했던 그림이지. 만족스러운 영상을 얻었다. 나중에 현피디에게 적당한 곳에 써먹으라고 해도 되겠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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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잖여? 떠나는 날은 이렇게 컵라면으로 때우는 거지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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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푸레이크도 좋고, 볶음밥도 좋다. 뭐가 되었던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고 마음에 점을 찍으면 그만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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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대신으로 남은 밥이 있었던지 아침으로 밥을 먹도록 했구나. 무엇이든 다 털어먹어야 하는데 밥을 버리기가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라면아침을 면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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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잘못 내렸던 모양이구나. 그래서 신신호텔에서도 조식을 먹을 수가 있다는 것을 떠나는 날에서야 알았지만 미리 알았더라도 호텔식을 사먹을 일은 없었지 싶다. 그냥 이렇게 식당도 있다는 정보 하나 추가할 따름이다. 밥 해먹기 싫은 벗님이 본다면 반가울 수도 있을 듯싶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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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의 짐싸는 실력은 항상 인정해 줘야 한다. 어떻게든 다 우겨넣고서야 말기 때문이다. 임인(壬寅)의 인중병화(寅中丙火)도 편재임에는 틀림이 없음을 인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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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엘리베에터에 붙은 주의문을 보니 잊었던 사건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어제 화순항에서 화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숙소를 나오면서 호연이 환기하라고 창문을 열어놨는데 이것이 서귀포에 몰아친 거센 골바람으로 인해서 뒤집혔다는 이야기란다. 바람이 거세긴 했지. 그것은 제주도 바람의 맛을 여행기에 기록하라는 여행신의 뜻이겠거니 싶기도 했다.

고객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배상을 해야 할 것이란다. 이렇게 안내문까지 붙여놨는데 문단속을 소홀하게 했던 책임이 따르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문이 망가졌으니 얼마나 배상하면 되는지를 물었는데 사다리차가 오는 것만으로 75만원이고, 문을 하나 고치는데 30만원이라서 기본이 100만원은 잡아야 한다는 슬픈 소식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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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우리가 떠나면 바로 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문이 닫하지를 않는단다. 그래서 서둘러서 고쳐야 하는데 우선 관리하는 담당자가 강제로 일단 닫기는 했으니까 천천히 들어오셔도 된다는 것까지 통화를 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니까 직접 kcc제주대리점과 통화를 해보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통화를 했다네.

화인 : 안녕하세요. 신신호텔입니다. 창문 때문에 전화 드렸어요.
점장 : 아, 어제 통화를 해서 대략 정황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화인 : 비용이 산출되어야 드리고 가겠어서 부탁드려요.
점장 : 사진으로 확인을 해 봤는데 경첩만 바꾸면 되겠네요.
화인 : 다행입니다. 비용은 얼마나 나오게 될까요?
점장 : 아무래도 출장비를 감안해야 하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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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관리자에게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점장 : 아무리 저렴하게 해 드려도....
화인 : .......... (왤케 뜸을 들이는 겨...)
점장 : 6만원은 받아야 하겠습니다.
화인 : 예? 얼마라고요?
점장 : 아무래도 출장비도 있고 해서요.
화인 : 예, 잘 알겠습니다. 관리자를 바꿔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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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말한 것은 신신호텔의 매니저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한 말이었더란다. 자칫했으면 말도 안 되는 덤터기를 써야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에는 외출시에는 반드시 창문을 닫았는지 확인하고 나서지 싶다. 다행인 것은 100만원이 아니어서였고, 그래서 94만원을 벌었으니 다음에는 긴꼬리를 사먹구로 하면 되겠구나. 모두 긴장했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정도로 해결이 되었으니 다행이잖고. 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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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다 싣고는 다시 뒷줄의 의자를 젖혀놓고 또 끼워넣었다. 그렇게 한 참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낭월이 할 일은 없었다. 구경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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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짐을 모두 때려싣고서야 비로소 출발을 할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는 부지런히 제주항으로 가는 것만이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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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 넘는 거리로구나. 육지에서 생각할 적에는 쪼맨한 제주도니까 어디에서 출발해서 끝까지 간다고 해본들 얼마나 되겠느냐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보름을 살고 나니까 한 시간의 거리는 엄청 먼 거리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게 된다. 이것이 육지정서와 제주정서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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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부지런히 배를 타러 가면 된다. 그리고 집에 가면 열심히 찍은 사진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줄 것인지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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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자마자 사진부터 옮겼는데 얼마나 찍었는지를 확인해 보니까 1.62테라바이트로구나. 영상과 타임랩스를 모두 포함해서 담은 결과물이다. 파일의 숫자는 33,312장이구나. 아쉽군. 18장만 더 찍었더라면 33,333의 절묘한 숫자를 만날 뻔도 했는데 말이지. ㅎㅎ

혹시라도 SD카드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두어 개를 더 샀던 것은 여유롭게 사진놀이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한 달을 나들이 한다면 다시 두어 개만 더 보태면 충분하지 싶다. 처음에는 외장 스토리지를 사야하는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도 해 봤는데 안 사기를 백번 잘 했다. 그것조차도 짐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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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귀로의 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지 싶다. 그것은 다시 제주도로 향해서 짐을 쌌기 때문이다. 이 사진 정보를 보면 대략 알 일이기는 하지만, 5월 24일에 다시 배를 타러 가는 짐을 꾸리고 있는 연지님이다. ㅎㅎ

여행기를 쓰다가 말고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네 사람이 다시 뭉쳐서 이번에는 배로 갔다가 배로 오는 일주일의 일정을 잡았다. 그래서 따로 이야기를 하느니 돌아오는 배편은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충분하지 싶어서 생략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회차는 계속 이어지게 되었더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가되는 일정을 계속 이어가도록 할 요량이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