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56) 군산오름

작성일
2021-06-09 18:13
조회
446

제주반달(56) [15일째 : 3월 22일(월)/ 4화]


다시 찾은 군산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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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백주 한 잔 곁들여서 든든하게 먹고 났더니 다들 가파도 배를 타러 가자고 할까봐 일순 긴장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선수를 쳤다.

낭월 : 자, 다음엔 군산오름이나 가볼까?
화인 : 와~ 찬성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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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군산오름을 선택한 것에는 어제 본 군산오름에서 한라산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부수적인 선택의 목적은 그 사이에 한숨 자겠다는 속샘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50분이 걸리면 낮잠으로 오전에 소모한 에너지를 충전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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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오름으로 올라가는 호젓한 길을 보자 잠이 깨어서 차의 지붕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도 쐬고 싶고 지붕에서 보는 유채꽃이 피어있는 산길도 풍경이 좋지 싶어서였다. 어제는 바람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래도 이 정도의 여유를 부려도 될 정도의 초강풍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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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도 한 장 찍고. 뚜껑이 열리는 차라서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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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는 일몰의 풍경을 만나면 바로 지붕을 열고 일어나서 풍경을 담고 싶은 충동을 받지만 그것은 일행의 만류로 인해서 늘 참는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야 그럴 필요가 없어서인지 아무도 말리지 않아서 시원한 풍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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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군산오름에 올라보니 오전에 숙소 옥상에서 본 풍경이 아니었다. 구름이 그 사이에 많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의 풍경은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구름이 움직이는 풍경은 타임랩스에서 심심하지 않은 영상을 제공하지 싶은기대감을 갖고 잠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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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한라봉이구름 속에 잠겼구나. 그래도 하늘의 구름이 예뻐서 다 용서가 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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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항상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바위덩어리가 흡사 무슨 보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야무지게 감싸고 있는 나무줄기의 모습은 군산오름에서만 볼 수가 있는 풍경일 수도 있지 싶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생존 앞에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이 정도로 악착같이 살아남는 것이 생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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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하늘을 볼 수가 있으면 그것도 행복이다. 풍경놀이를 좋아하는 낭월에게는 이러한 풍경을 놓칠 수가 없을 만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이다. 시야를 논한다면 군산오름보다 더 나은 곳도 없지 싶을 정도로 오름이 아니라 그냥 산봉우리에 오른 것처럼 사방이 탁 틔어서 시원함이 오름 중에 최고였으니 말이다. 더구나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엄청 큰 장점이 될 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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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었어도 시야는 좋아서 다시 찾은 보람이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고 있어서 조심은 해야 하지만 그나마도 어제의 바람만큼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바람은 서귀포에서 더 강하게 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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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관광객들도 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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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오름이 군산(軍山)인 이유가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서인 모양이다. 군대가 막사를 친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오름이기는 하지만 분화구는 느껴지지 않는 군산오름이다. 지도를 보면 말굽형이 아닐까....?

고려시대 1007년에 솟아났다고 하는 기록이 있는 모양이다. 정상에는 쌍선망월형()의 명당이라서 여기에는 누구라도 묘를 쓸 수가 없다는 금장지()로 정했고, 만약에 묘를 쓰면 가뭄이나 장마가 끊이지 않아서 고통을 당한다고 했다는 기록이 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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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선망월형은 산봉우리가 그렇게 보인다는 이야기로구나. 좀 떨어져 있으면 바둑을 둔다고 했을텐데 가까이 붙어있고 중간에 바둑판이라고 할만 한 것이 없어서 달이나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으로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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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쌍선(雙仙)으로 봤나? 바위가 두 개이긴 하니까 말이지. 그렇게 놓고 보면 군산오름보다는 쌍선오름이 더 어울리잖나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군대의 막사로 본다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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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파노라마를 찍는 기능도 이런 곳에서는 사용해보고 싶어진다.

"화인아 움직이지 말고 가마있거래이~!"

이렇게 해서 열심히 영상을 담기여 여념이 없는 화인을 잠시 고정시켜놓고는 한라산을 전경으로 시원한 풍경을 담아봤다. 이러한 사진은 나중에 인화를 해도 괜찮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크게 올렸으니 마우스를 두 번 클릭하면 시원한 풍경을 만나실 수도 있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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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는 또 다른 군산오름과 주변의 풍경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한 번 봤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매일같이 보았던 한라산도 보고 또 봐도 같지 않은 풍경이었기도 했다.  예전에 태국으로 여행을 갔을 적에 김 사장이 두리안을 먹어 보겠느냐고 해서 맛을 봤는데 선뜻 정감이 가는 맛이 아니었다. 그는 지독한 구린내 때문에 절대로 두리안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호텔에서도 문에 두리안은 반입금지라고 표시해 둔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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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독한 냄새로 인해서 고객의 항의가 얼마나 심했으면 이렇게 문에다가 붙여놓았겠느냔 말이지. 물론 나중에는 몰래 들고 들어가서 목욕탕에서 창문을 열어놓고서라도 먹어야만 했던 것이지만. ㅋㅋ

그런데 두리안의 별명은 '과일의 황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단 한 번의 시도로 포기를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것은 삭힌 홍어,고수, 그리고 두리안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적어도 삼세번은 해보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판과 다를 경우에는 다시 시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물론 두리안은 없어서 못먹을 따름이다. 괜히 두리안 생각이 나서 군침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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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놀다가 서서히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이 자꾸만 여운을 남긴다. 이 멋진 풍경을 다음에 또 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내려가야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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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메오름은 군산의 어감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메'는 '뫼'가 될 수도 있지 싶다. '놀뫼'가 논산이 되었듯이 굴메가, 혹은 굴뫼일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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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려가는 길에 뒤를 돌아다 보니까 두 신선이 손을 흔들어 주고 있구나. 신선이라기에는 너무 바닥에 붙어있기는 하다만, 신선이 꼭 서 있거나 앉아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비스듬히 누워서 달을 바라보면 얼마나 편하겠느냐는 생각도 짐짓 해 본다.

화인 : 이제 안 가보신 곳이 어딘가요? 다 보셨지 싶은데요.
낭월 : 한 군데가 남았구나. 화순항.
화인 : 화순은 전라남도에 있는 것이잖아요?
낭월 : 그런데 제주도에도 화순항이 있단 말이지.
화인 : 그럼 산으로 올라가는 건 아니네요? 호호~!
낭월 : 왜? 금오름이라도 올라가자고 할까봐 걱정되나?
화인 : 그럼요. 못 가보신 곳은 기어이 가보려고 하시잖아요.
낭월 : 걱정 말거라. 오늘의 오름은 군산오름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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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는 산방산의 동쪽 해안이었구나.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둘러보지 못한 것을 찾다가 보면 또 눈에 띄게 되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 눈길이 가게 되어서 그렇겠거니 싶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