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55) 한라춘설

작성일
2021-06-09 07:34
조회
485

제주반달(55) [15일째 : 3월 22일(월)/ 3화]


한라산의 춘설(春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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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바닥에서는 앞의 턱이 걸려서 시야가 좋지 않아서 그 위로 올라가니까 원하는 화각이 나왔다. 물론 한라산의 전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은 간밤의 비님이 도움을 준 까닭임을 왜 모르겠느냔 말이지. 새벽에 타임랩스를 찍다가 비로 인해서 철수하면서 아쉬웠던 것을 이렇게 춘삼월의 설경으로 되돌려 받을 줄은 또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제주도는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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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경을 담아두고. 그림이 저절로 되었다. 작품이름이라도 하나 붙여 줄까?

「한라춘설(漢拏春雪」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맑은 한라산을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안개며 해무며 구름으로 인해서 늘 제대로 만족스러운 풍경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마지막 날에서야 비로소 그 풍경을 볼 수가 있으니 한라산에 올라가가 백록담을 만났던 작년 이후로 가장 신나는 한라산을 만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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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지 말라고 운사(雲士)께서 부조로 출연을 해 주시는구나. 그렇다면 더욱 고마울 따름이지. 한라산에 구름이 없으면 심심하지. 다만 딱 요만큼만이다. 더 모여들면 다시 항상 보던 한라산으로 돌아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기쁨충만이다. 그야말로

'날이면 날마다 만나는 한라산이 아녀~!'

이렇게 신나는 순간에는 100-400GM렌즈가 고마울 따름이다. 아무리 멋진 풍경을 보여주더라도 그것을 담을 그릇이 없으면 잠시 눈 앞을 스쳐지나가고 말 장면이니 말이다. 렌즈의 공덕이 무량할 따름이다. 더 좋은 렌즈가 있는 줄이야 안다. 3kg짜리 무지막지한 600mm의 렌즈 말이지. 누가 모르나 자동차의 안전한 성능만 생각하면 탱크를 타고 다녀야지. 자동차도 성능만 생각할 수가 없듯이 몸에 맞춰서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야 욕망과의 싸움에서 항상 우선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을. 낭월에게는 백사금이야말로 딱인 도구이다.

12-24, 24-105, 100-400, 그리고 2배줌 텔레컨버터

언제나 가방을 꾸릴 적에 빠지면 안 되는 필수 연장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12mm부터 800mm까지 모두 다 줏어 담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혹시 몰라서 10mm렌즈도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어쩌다 쓰이는 것이라서 필수는 아니라고 보면 되지.

2배줌과 1.4배줌의 텔레컨버터를 놓고서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2배줌으로 결정하는데 5초를 넘기지 않았다. 선명도를 버리고 정보를 택한 것이다. 어차피 낭월의 사진은 작품이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목적에 맞는 것이 내 연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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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만도 담아야지. 한라산 남벽의 무너진 석벽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점점 무너져 내렸을 것이고, 내년에는 좀더 무너지겠지. 그렇게 언젠가는 모두 가루가 되어서 바닥에 내려앉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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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왼쪽으로도 바위들이 있었구나. 용암이 흘러넘치다가 굳어진 것이겠네. 그 시절의 풍경을 상상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오늘의 한라산을 보면서 그랬겠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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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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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km가 채 안 되는 구나. 거리가 멀면 사진에는 청기(靑氣)가 서린다. 이것은 바다가 깊으면 파랗게 보이는것과 같은 이치이지 싶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푸른 기운이 감돌게 되어 있고 그것이 망원으로 찍은 경우라면 더욱 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은 보정을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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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에 사자나 사슴을 따다가 넣는 것은 원치 않지만, 가급적이면 사진을 찍을 때에 내가 봤던 풍경을 찾으려는 마음은 있고 그것은 해당 사진을 가장 보기 좋게 만드는 것으로 목적을 이룬다. 그러니까 형태는 두고 빛만 조절하면 되는 셈이다. 한라산 정상에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오르는 것이 그럴싸 하다고 생각이 된들 그렇게 해봐야 어색할 따름이다. 그래서 포토샵보다는 라이트룸으로 충분히 만족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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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에 춘설이 살풋이 내려앉은 풍경은 그야말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한라산의 선물이다. 절벽 부분만 확대하는 것은 라이트룸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것도 워낙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알사(R4)에 박혀있는 6,100만 화소의 공덕이 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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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서로 인해서 A9든 A1이든 전혀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A9는 2,410만 화소이고, A1은 5,000만 화소이기 때문이다. 가격의 고하는 막론하고 센서가 작은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이유가 이렇게 사진이미지를 라이트룸에서 맘대로 갖고 놀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에 1억 화소의 카메라가 나온다면? 아 물론 있는 줄도 안다. 소니가 아닌 다른 제품으로 중형카메라이다. 그렇지만 타협도 필요하지 그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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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러한 것은 식신(食神)때문일 게다. 한라산이 한라산이지 크게 보나 작게 보나 뭐가 달라지느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휴대폰으로만 놀아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유익함이 있겠다. 자꾸만 더 들어가 보고 싶고, 더 깊이 파고 싶은 천성으로 인해서 앞에 있는 풍경이 멀어서 잘 안 보이면 찾아가야 하고, 찾아갈 방법이 없으면 이렇게라도 도구의 신세를 져야만 만족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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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잘못 빠지면 천길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안다. 바둑에 빠지면 바둑 책이 수백권 쌓이고, 마작에 빠지면 또 마작에 대한 영상 수백 편이 컴퓨터에 쌓인다. 다만 이러한 것은 혼자서 놀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갖고 놀다가는 던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대략 기본적인 구조만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 놀아야 하는데 상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미 인연이 끊어진 것으로 봐도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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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그 구름 아래에는 또 하나의 산봉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넌 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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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의 흔적이 뚜렷한 오름이로구나. 그렇다면 너의 이름은 웃세오름이겠구나. 1,745m의 높이를 자랑하는 웃세오름은 윗세오름이기도 하다는데, 영실에서 올라가는 코스라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밟아보는 것으로 계획을 하나 추가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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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mm로 당겨서 찍어본다. 벼랑에 굴러다니는 돌도 보이는 구나. 이렇게 되면 또 욕심이 뭉클뭉클 솟아난다. 한라산에 헬기투어가 있으면 꼭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런 염력이 자꾸만 쌓이면 그러한 관광코스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꾸만 허공으로 염력을 보내야 하는 법이다. 혹시나..... 하고 검색창에 이름을 써 넣어나 볼까?

'한라산 헬기투어'

앗~! 있다 있어~! 제주도 헬기투어가 있었구나. 왜 진작에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을 몰랐지? 급관심으로 정독을 해야 겠구나.






디자유투어, '제주도 헬기 투어 3일' 상품 


디자유투어개발(주)(대표 심양보)가 신비로운 제주 하늘 길을 헬기로 투어 하는 이색 체험상품 '제주도 헬기 투어 3일'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도 도착 후 분재예술원(또는 소인국테마파크)과 오설록 녹차 박물관을 관람 후 헬기투어가 진행된다. 조랑말 승마체험, 버섯농장체험, 외돌개, 동양 최대의 절 약천사, 천지연 폭포를 둘러본다. 


헬기투어는 기상상태에 따라 A-C코스로 운영된다. A코스는 한라산/ 백록담 코스로 세계유산의 가치가 있는 명산 '한라산' 곳곳을 보면서 백롬담과 영실 기암, 신비의 계곡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B코스는 마라도/ 산방산 코스로 남태평양 상공을 날아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를 섭렵하고 산방산, 용머리 해안, 송악산 일대를 상공에서 보는 절경이 뛰어난 코스. 


C코스는 비양도/ 오름코스로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유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오름군락을 상공에서 바라보며 푸른 초원 위로 달리는 제주 말들과 아름다운 해안선, 고운 모래 백사장으로 유명한 협재 해수욕장, 비양도를 보는 환상의 코스가 될 전망이다. 세 곳을 한번에 다 선택할 수는 없고 기상 상태에 따라 코스가 정해진다. 탑승시간은 30분 내외. 탑승지는 들불 축제장으로 알려진 샛별오름이다. 


이 외에 신비의 도깨비 도로(또는 성 테마공원인 러브랜드), 민속공예품 전시장과 제주의 풍습이 가장 잘 보존된 성읍 민속마을을 둘러본다. 일출랜드의 미천굴,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재 단장한 섭지코지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김녕 해녀촌과 제주도의 해안도로에서의 낭만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상품은 검증된 안정성의 20인승 대형관광헬기로 제주 여행의 고품격을 선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선착순 3백명에게 무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박3일 일정으로 매주 화, 수, 목, 일요일에 출발하며 요금은 18만9천원부터.





[출처] 제주 헬기투어 선착순 3백명 무료체험 |작성자 트래블러 라이프




와우~! 다른 코스는 필요없고, A코스를 타야 하겠구나. 한라산/백록담 코스란다. 도대체 비용은? 예약은? 가격은 18만 9천원이라고? 그렇다면 부지런히 벌어야 하겠구나.

그런데, 이 글을 작성한 날짜를 보니 2005년 11월 4일이었군. 15년 전의 일이었더란 말이지. 그렇다면 지금은 왜 없어진 거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니면 이용자가 없어서 망했나? 그럼 안 되는데.... 다시 검색~~ 다시 알아본 결과로는 2005년도에 시작했던 헬기투어는 회사의 사정에 의해서 잠정 중단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만 남았구나. 그렇다면 또 언젠가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 한 점 추가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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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구름이 슬슬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여서 또 전경을 본다. 또 청산백운이 떠오른다. 산만 있으면 심심하고 구름만 있으면 볼 것이 없는데 산이 잘 보이고 적당한 구름이 배회하니 더 바랄 것이 없는 풍경이다. 아마도 이 시간이 지나면 또 구름 속에 휩싸여서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열심히 잘 봐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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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 아래로 흘러내리는 능성도 살펴보자. 어두운 것은 태양 가까이에 구름이 피어올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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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능선에 검은 물체는 등산객인가 싶기도 하다. 식별이 안 되면 상상으로 채우면 된다. 시간으로 봐서 지금쯤이면 일찍 출발한 사람들은 백록담에 도착할 시간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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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이미지가 깨어지기 직전까지 당겨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대략 2억화소격은 되지 않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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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본다. 봐도 또 보고 싶기 때문이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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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덩어리가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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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가 지나면 구름은 다시 사라진다. 이보다 더 감동적인 영화는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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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의 눈에는 낭월만 보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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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아직 덜 찍었어요? 자꾸 볼 것이 있나?
낭월 : 이건, 말하자면 널 자꾸 봐도 또 보고 싶은 것과 같지.
연지 : 그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낭월 : 모르긴 뭘 모르노?
연지 : 늘 봐도 같은 산인데 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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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게다. 낭월은 날마다 보는 오행도 볼 때마다 달라 보이니 뭐가 잘못 된 것인지 나도 모를 일이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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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이 활화산이었나? 끓는 라면 냄비처럼 수증기가 솟구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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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름신께 감사한다지. 이럴 것이 아니라 건물이 없는 한라산을 담는 것은 어떨까? 또 벗꽃이랑 한라산의 눈을 같이 담으면 그 그림도 좋지 않을까? 순식간에 또 오만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카메라를 주섬주섬 담아서는 짊어지고 건물을 내려간다. 연지님이 뒷꼭지에 대고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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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어데가노? 점심 때도 다 되었는데.
낭월 : 금방 오꾸마~!
연지 : 태워다 드려?
낭월 : 아녀~ 조금만 나가볼라고.

항상 후회는 늦기 마련이다. 태워다 달랄 것을 말이다. 차로는 금방이지만 신발로는 한참 걸린다는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보다도 도로만 건너면 숲속으로 한라산을 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오류였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서 연신 한라산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야 비로소 그럴싸 한 곳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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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보니 서귀교이다. 그리고 천지연폭포로 물이 흘러가는 연외천줄기이기도 했다. 또 등에 땀이 풋석 나고 서야 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후회했다. '데려 달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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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잠깐이고 재미는 이어진다. 벛꽃과 한라산의 눈이 잘도 어울리는 구나. 그래서 또 행복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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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기에
이런 날에
이런 자리에서
이런 사진을?
이런 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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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되었다. 목적했던 벛꽃과 한라산 춘설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움직일 힘이 없다. 그래서 그대로 가로등을 의지하고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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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상황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전했다. 마침 회인네와 같이 방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럭저럭 시간이 점심을 먹을 때가 되기도 했구나.

화인 : 어디 계세요?
낭월 : 위치를 봐라. 서귀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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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360은 참 유용하다.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어도 찮아내서 알려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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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주현아 뭐하고 있노? 니도 귀경 잘 했제?
주현 : 니 델고 댕기다가 내가 몬살겠따~!
낭월 : 기다려라 또 맛난 것으로 보상해 주꾸마.
주현 : 그래 어디든 좋은데 살살 좀 델고 댕기거라.
낭월 : 그거는 마, 쪼매~ 미안쿠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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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만사성에서 해결하자. 만사성은 서복기념관 건너편에 있고, 먼저 먹어본 경험에 비춰서 맛이 괜찮았다고 인정을 한 호연의 뜻에 따라서 재방문을 했다.

'식당의 성패는 고객의 재방문에 달렸다'고 백종원 선생이 말했었지. 재방문을 하지 않으면 끝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았으니 이 집은 괜찮은 것으로 인정해야 할 모양이다.

호연 : 아침부터 운동을 많이 하셨으니 반주를 드시겠습니까?
낭월 : 아무렴. 오늘은 죽엽청이 어떨까.
호연 : 저야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화인을 돌아다 본다.)
화인 : 드세요. 오늘은 아직 소비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호호~!
호연 : (큰 소리로) 여기 죽엽청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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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도란다. 마실만 하겠구나. 호연의 손길이 바쁘다. 얼른 열어서 향긋한 청향을 맡아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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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여기에 적힌 것은 무슨 뜻입니까?
낭월 : 우선 읽어 보실텐가?
호연 : 권군물..... 뭡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낭월 : 그렇다면 화인이 읽어볼까?
화인 : 글자는 권군물수취 단해기중미인것 같아요. 뜻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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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석이 되든 안 되든 간에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 기특할 따름이다. 지나는길에 읽어보는 노력이 쌓이면 그것조차도 가랑비에 옷이 젖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보는 것이야 말로 문자와 친해지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勸君勿須醉(권군물수취)
但解其中味(단해기중미)

그대에게 권하노니 모름지기 취하진 말게
다만 그 가운데 깊은 맛은 음미하시고.

이렇게 풀이를 해 주니 호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호연 : 마시되 취하진 말란 것입니까? 멋집니다.
낭월 : 취하면 어떻게 되겠나?
호연 : 개귀신이 됩니다. 그러니까 취하면 안 됩니다.
낭월 : 옳커니~!
호연 : 그래도 취하지 않는 술을 왜 마십니까?
낭월 : 취에도 등급이 있지 않겠는가.
호연 : 상등의 취함은 무엇입니까?
낭월 : 기분이 열려서 마음이 화락한 것이네.
호연 : 중등의 취함은 어떤 것입니까?
낭월 : 흥이 겨워서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지.
호연 : 딱 좋은 풍경입니다. 하등은요?
낭월 : 하등은 말을 해야 알겠나? 말하기 싫은데.
호연 : 그것엔 제가 알 것 같습니다.
낭월 : 어디 그렇다면 말해 보려나?
호연 : 술에 빠져서 정신을 잃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낭월 : 오호~! 그럴싸 하군.

빈속에 꽤 강한 술이 한 잔 들어가니 바로 기별이 온다.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그래서 또 행복한 만찬을 즐기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오전의 일은 또 멋진 마무리가 된 셈이다. 이대로 운진항에서 가파도행 여객선을 탔으면 딱 좋겠는데 말이지. 그래서 또 운진항으로 전화를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낭월 : 드디어 2시 배가 출항한단다. 어서 먹고 가면 타겠다.
연지 :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 어떻게 배를 타요~
화인 : 꼭 오늘 가파도를 가셔야 하겠어요?
호연 : 다들 멀미가 무서운가 본데 다음으로 미루시지요?

그렇다. 외부의 적을 물리치고 났더니 이제 내부에 적이 발동을 하는 구나. 음.... 아쉽지만 할 수 없군. 풍랑이 보나마나 만만치 않을테니 멀미하는 화인과 연지님이 썩 달가와하지 않는 것도 장애요소가 되었다. 아마도 풍랑주의보가 오전 내내 풀리지 않는 것을 보면서 배를 탈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가 막상 배가 뜬다니까 멀미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으면서 오늘은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를 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랄 밖에. 오늘은 가파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면 다음기회로 미루자.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깐. ㅎㅎ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