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50) 천제연폭포

작성일
2021-06-0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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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제주반달(50) [13일째 : 3월 20일(토)/ 2화]


엉또폭포와 천제연(天帝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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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이번엔 어디로 가나요?
낭월 : 엉또폭포로 간다.
화인 : 예? 무슨 폭포라고요?
낭월 : 엉, 또, 폭포 말이다.
화인 : 이름이 참 희한하네요.
낭월 : 난들 아나 이름이 그렇게 생겼네.
화인 : 그나저나 진짜로 오늘은 폭포만 가시나요?
낭월 : 토요일이니 워쨔~!
화인 : 그런데 폭포도 재미있어요.
낭월 : 다행이로군. 가보자.

엉또폭포

거리는 14km이다. 잠시 후에 도착하고 보니 주차장은 넓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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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또는 '엉'의 입구라는 뜻이란다. 엉은 '작은 굴'이라는 뜻이라고? 얼른 와 닿지는 않지만 이름이 그렇다면 굴이 있다는 뜻인 모양인데 폭포의 이름이 이와 같다면 폭포 뒤로 동굴이라도 자그만하게 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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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따라가면서 여기저기에 소(沼)가 있는 모양이다. 내려가면서 올리소, 엉커리물, 항구리소, 장이소, 심방소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다만 우리는 엉또폭포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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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70mm이상의 비가 오면 폭포가 된다고? 아니, 이런 사기가 어딧어~! 무슨 폭포가 그렇게 생겼느냔 말이지. 뭔가 속았다는 불길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어제 폭우가 내리지 않은 것을 탓해야 하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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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고? 한술 더 뜨는군. 나이아가라와 맞먹는 높이에 물이 안 내려오는 폭포라서 세계 4대라니 뻥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엉또산장의 쥔장의 글이니까 유머로 봐주면 되지 싶기는 하다. 이런 일에 정색하면 사람이 또 우스워보이기도 하니깐. 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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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지는 몰라도 상록수의 숲이 정글이로구나. 피톤치드 샤워는 오늘 넘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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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하니 저 앞의 절벽 어디쯤이 엉또폭포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비가 조금도 아니고 70mm가 내리면 볼 수가 있는 폭포란 말이지?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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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이 오기를 기다리는 화인네 부부에게 사진사 노릇부터 하고 엉또절벽을 감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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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은 웅장하구나. 그렇다면폭포는 상상으로 보면 된다.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에게만 있는 상상의 힘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누군가 폭포를 봤던 사람도 있을테니까 이미지자료라도 찾아봐야 하겠군.

 

20210606_062743[인터넷자료: 엉또폭포]


아하~! 이것이 엉또폭포였구나. 엉또절벽은 취소다. 그리고 다음에 엄청난 폭우가 내린 다음날에 제주도에 있게 되면 꼭 찾아와야 할 곳으로 적어놓는다. 굉음을 내리며 쏟아지는 엉또폭포는 때에 따라서 볼 수가 있는 것이지만 멋진 폭포인 것으로 인정해야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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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누구에게나, 모든 것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인연이 닿으면 보고, 또 닿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여행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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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 왕실의 보물을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많다고 또 설레발을 치는 구나. 이런 것을 보면 또 노다지꾼들이 달려들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이야기로 남겨두면 된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뻥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하면 그런대로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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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엉또산장의 내부도 한바퀴 둘러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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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에는 노지의 귤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머지 않아서 수확하지 싶은 빛깔이구나. 우리는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한다.

천제연폭포

천제연까지는 9.4km구나. 처음에 제주도로 여행을 나서게 되면 혼란스럽게 생각되는 폭포 이름이 있다. 천지연(天池淵)과 천제연(天帝淵)이다. 한글이 비슷한데다가 폭포이다 보니까 혼란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다. 그나저나 천지연은 수차례 들렸는데 천제연은 초행길이다. 중문을 뻔질나게 들락거렸어도 천제연을 가볼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지 그것도 신기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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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또 어떤 폭포를 만나게 될지 궁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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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유료관람이로구나. 내라면 내야지. 낭월은 당연히 복지카드가 있으니 무로입장이지만 말이지. 좋은 나라에 태어나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에 카메라를 사러 갔다가 장애인이라고 했더니 그 여주인의 말이 떠오른다.

주인 : 차는 어디에 대셨어요?
낭월 : 장애인 자리가 비어있어서 잘 댔습니다.
주인 : 장애인요? 누가요?
낭월 : 내가요.
주인 : 하여튼 대한민국은 문제가 많아요.

낭월 : 그건 무슨 말인교?
주인 : 아니, 그렇잖아요.
낭월 : 뭐가요?
주인 : 사지육신 멀쩡한 장애인이라니요.
낭월 : 그런가? 겉으로는 그래도 또 알 수 없잖아요?
주인 : 스님은 부처님 빽이신 거죠?
낭월 : 아니, 조상님 빽이지요.
주인 : 장군의 아들이신가요?
낭월 : 장군의 아들만 갖고 되나.
주인 : 그럼요?
낭월 : 군대 면제, 예비군 면제, 민방위 면제면 뭐지?
주인 : 그럼 신의 아들이시네요. 
낭월 : 그래서 조상님 덕을 본다잖아요. 하하~!

이렇게 수다를 떨었었지. 그녀의 정부탓은 타고 난 모양이었다. 장사하는 사람이 정부에 고맙다고 하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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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연에는 폭포가 셋이 있다는 것도 이렇게 와서 보고서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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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설명문이 많은 것으로 봐서..... 별로 볼 것이 없을 수도 있겠군. 그러니까 기대는 하지 말고 한바퀴 돌면 되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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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가 사기성이 농후하기는 하지. 천제(天帝)면 옥황상제잖여. 보통 선녀폭포 정도면 그렇겠거니 하겠는데 옥황상제폭포라니 뻥도 이런 뻥이 어딧느냔 말이지. 왜 천제연인지 연유라도 적어놨나 싶어서 기웃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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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다. 칠선녀가 목욕하러 와서 멱을 감으면 칠선녀폭포가 맞지 그게 어떻게 천제폭포가 되느냔 말이지. 애초에 뻥인 줄은 알았지만 사연이 더욱 황당하군. 그렇지만 봐준다. 물없는 폭포도 있는 마당에 까이꺼 물만 있으면 다 용서해도 되니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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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칠선녀도 그렇지. 선녀가 8선녀지 어떻게 7선녀냔 말이지. 8선녀, 12선녀는 들어봤봤어도 7선녀는 또 첨 보는 군. 한 선녀는 알바생이었나? 그래도 전설비까지 있었구나. 그건 못 봤으니 찾아서 채워야 하겠다.

 

20210606_070702[인터넷자료: 칠선녀전설비]


아, 이것이었구나. 칠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지나쳤거나 그 자리에 가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결론은 간단하다. 뭐든 만들어놓는 것은 실물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만 보여줄 따름이지 뭘. 미인은 가꾸지 않아도 미인이고, 명언은 세월이 흘러가도 명언인 것을 알고 있다면 말이지. 공거대성(空車大聲). ㅋㅋ

하긴, 소천지에서부터 알아봤지. 그걸 소천지라고 한다면 여기는 천제연이고 말고지. 아무렴. 그래서 또 재미있기는 하다. 때론 현실적인 것을 벗어나서 꿈과 환상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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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1폭포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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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다. 이번에는 70mm도 아니고 많은 비가 내리면 폭포가 된단다. 엉또에 이어서 두 번째로 당하는 모양이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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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데 암벽은 멋지잖여?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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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 위로 반영이 예쁘구나. 그만하면 용서가 된다. 제일폭포는 반영이 예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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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들어왔으면 더 예쁠 것을 상상해도 되었다. 금수금수(金水錦繡)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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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1폭포는 폭포가 있으면 있는대로 폭포를 보면 되고, 폭포가 없으면 이렇게 반영을 보면 되니까 한 번 걸음을 해볼 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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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2폭포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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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폭포는 여기에 있었구나. 오늘 본 폭포 중에는그래도 가장 폭포다운 풍경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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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도 오즈모를 켜서 영상으로 담아 보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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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뒤의 짙은 이끼들을 같이 보니까 밀림에서 보는 폭포인듯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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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연은 물로 쏟아지는데 천제연은 바위로 떨어지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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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폭포의 증명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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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교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어떨까 싶어서 올라가 봤지만 보이는 것은 별 것이 없구나. 하늘의 풍경은 그래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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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사부님, 제3폭포도 가보실 건가요?
낭월 : 안 가봐도 되지 싶다.
화인 : 그러면 저녁을 먹으러 가도 될까요?
낭월 : 시간도 그럭저럭 많이 흘렀구나.
호연 : 오늘은 몬스테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낭월 :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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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꽤 불었지만 폭포만 다니다 보니 그것도 별로 느끼지 못했고, 목이 컬컬했을 일행들은 사이공 맥주 한 잔으로 또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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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맥주잔을 들고 있다는 것은 차가 없다는 이야기이고, 차는 숙소에 두고 가볍게 걸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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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쌀국수가 땡기니까. 왜냐면 새하얀 쌀국수를 젓가락으로 들고 보면 영락없는 폭포거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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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요리라고 하면 단연 쌀국수지 그래. 그것도 숙주나물을 듬뿍 넣은 양지고기 쌀국수가 제격이란 말이고. 여기에 고수를 듬뿍 얹어서 볼이 터지게 밀어넣고 우물거리면서 먹으면 지상최고의 맛이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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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심으로는 반미 한 조각씩 먹으니 금상첨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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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오늘의 폭포투어는 성황리에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이제 더 봐야 할 폭포는 없지 싶구나. 원앙, 엉또, 제1, 제2까지 훑었으니까 그만하면 실컷 봤다. 다만 물이 약했지만 부족한 부분은 상상으로 채우면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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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군. 내일은 또 어떤 제주도를 만나게 되려나 벌써 내일이 궁금해진다. 제주도에서 말도 봤고, 돌도 많이 봤으니 이제 바람만 보면 삼다도의 소식은 모두 접하게 되는 것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서귀포항에 들어온 배들이 떠나는 장면도 봐야 하는데 그것은 내일 새벽은 어렵겠고, 여하튼 날이 새면 옥상으로 올라가 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또 푹 쉬어야지.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