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49) 돈내코

작성일
2021-06-04 23:19
조회
601

제주반달(49) [13일째 : 3월 20일(토)/ 1화]


돈내코(豚川口)와 한란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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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옥상을 올라간 것은 어제 피항했던 선박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보다도 더 일찍 잠이 깨서 오늘의 예보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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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52분에 잠이 깬 것을 보면 어제 고단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대략 다섯 시간 정도를 숙면하면 잠이 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보가 발효되고 있다는 안내창이 반짝인다. 풍랑랑주의보가 경보로 바뀐 모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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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레이더를 봐야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이라도 하지 싶어서 기상특보를 살펴본다. 풍랑이 제주도 앞바다에 몰아치고 있었구나. 새벽 3시부터 발효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로군. 오늘은 바닷가로 가면 멋진 파도를 보게 될텐데 토요일이 걸린다.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하는 화인네 부부가 분명히 걸고 넘어질테니까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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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기를 기다려서 서귀포항을 내려다 보니 역시 예상대로 배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불만 대낮처럼 밝혀놓고 뭘 하는지 분주하다. 아마도 어망을 손질하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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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파이프는 변기의 가스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벽마다 옥상에 올라오면 꾸리~한 냄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바람을 잘 타면 냄새를 피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못견딜 정도는 아니다. 사진 하나 얻는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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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그렇고 해서 느긋하게 움직였다. 12시쯤 돈내코에 차를 대고 원앙폭포를 향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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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오늘은 토요일 인건 아시죠?
낭월 : 그래 안다. 
화인 : 다행이에요. 어디로 가실 건가요?
낭월 : 폭포투어~!

늘 오가면서 이정표에서만 만났던 돈내코였다.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기억은 했지만 막상 가보고 싶은 생각은 일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곳까지 생각이 미쳤던 모양이다. 샌프란시스코도 아니고 돈내코라니... 돈을 내고 와야 한다는 말인가.... 이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만 했지 찾아 볼 맘은 일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 이름의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계기(契機)가 아니고 무엇이랴. 만사는 계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새삼 떠올린다.

한자로는 돈천구(豚川口)로 표기되었구나. 돈내코를 나타내려니까 돈은 돼지로 두고 내는 천(川)이 되고 코는 구(口)가 되었던 모양이다. 섭지코지의 코와는 무관한 모양이군. 코지는 곶(串)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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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폭포가 있다는 것도 여기 와서야 알게 되었다. 폭포가 원앙이면 아마도 물줄기가 두 줄기로 흐른다는 뜻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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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는 무슨.... 그래도 이름이 폭포라잖은가. 그러니까 폭포가 맞지. 아무렴. 예상대로 두 줄기의 물이 흐른다. 아마도 폭우가 내리면 멋진 폭포가 되겠거니 싶은 상상으로 아쉬운 부분은 때우면 되었다. 나름 폭포가 있으면 장노출로 해보려고 필터도 챙겼는데 현장의 분위기로 봐서는 아무렇게 찍어도 별스러운그림이 나올 것같지는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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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쩐 일인지 장노출로 찍은 사진이 안 보인다. 사진이 사라지면서 원앙폭포에서 찍은 것도 같이 없어졌나 싶다. 크게 미련이 남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써서 준비한 것이 막상 필요할 적에 보이지 않으니 약간 아쉽기야 하지 아무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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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심사와 무관하게 화인은 신난단다. 바위도 좋고 물도 좋고 축축한 공기도 좋단다. 좋으면 되었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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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찍었다는 증명만 있고, 찍은 결과물이 없을 수도 있지. 그것도 인생이잖은가 말이지. 열심히 뛰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막상 한 것도 없이 빈털털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말이지. 그래도 그 순간은 즐거웠으니 이미 충분하지 않느냐는 말이 위로가 되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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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액정화면은 박살이 나서 늙은이 얼굴의 주름처럼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붙여놓은 화면보호필름 덕분에 사진을 찍고 통화하고 회원 카페에 정보를 전하는 용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능조차 되지 않았다면 얼른 새것으로 바꿨을텐데 이것은 불행중다행일까? 다행중불행일까? 때론 분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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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한무리의 사람 소리가 들리자 화인이 낭월을 바라 본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그만 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무언의 독촉임을 왜 모르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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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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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만치 올라간 일행을 앞세우고 꿈지럭거리는 것은 챙길 것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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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가 안개와 더불어 가득하니 조심해야 한다. 미끄러져서 발목이라도 삐면 여행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심 또 조심이다. 두 발이 데려다 주는 공덕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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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벼랑에 누가 들어갈 것이라고 이렇게도 삼엄한 경계망을 쳐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것이 있겠거니 했다. 그냥 밧줄도 아니고 저 정도라면 자칫 잘못 들어갔다가는 총이라도 맞을지 모를 일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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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 인증샷 찍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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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를 올라가는길에서 '한란전시관'인가 하는 것을 본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향했다. 지금 계절이면 춘난도 다 시들었을텐데 한란이 피어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토요일에 한가롭게 둘러볼 수도 있고, 원래 난향(蘭香)의 그윽함이란 뿌리칠 수가 없는 매혹적인 힘이 있으니까 일단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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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라면 또 한참은 빠져있었던 추억도 있다. 옛날  서울의 어느 절에서 학원을 다닌답시고 머물던 시절에 서너달 다니던 학원 공부가 재미없어서 남대문에 어정거리던 것이 인연이었다.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난초는 가격도 비쌌던 호황을 누렸었지 싶다. 요즘은 난의 가격이 많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배양의 기술이 나날이 향상되어서 그렇겠거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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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 난 가게의 사장님이 자꾸 찾아가니까 난을 한 포기 선물로 주셨는데 이름은 '아리산춘란'이었다. 대만의 난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대만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난들이 많았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대만에 가서 아리산을 지나게 되었을 적에 흡사 그 향이 풍기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청아한 향이 거의 한 달은 작은 방을 채워줬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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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춘란(春蘭)은 일경일화() 이다. 줄기 하나에 한 송이의 꽃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하란(夏蘭)이나 추란(秋蘭)에 해당하는 한란(寒蘭)은 일경다화(莖多)이다. 그리고 다화 중에서도 제대로 잘 배양이 되면 일경구화(莖九)까지도 핀다. 그래서 이렇게 많이 피는 종류를 특별히 일경구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분류는 춘란이지만 다화의 형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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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전문적이지 않은 낭월의 난향에 대한 생각으로는 춘란은 유향(幽香)이라고 하면 어울리지 싶고, 추란(秋蘭)은 청향(淸香)이라고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날씨와 교감해서 그렇겠거니 싶다.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는 기분에서 느끼는 향과 서늘한 가을을 보내면서 느끼는 차이겠거니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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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상효동 일대가 한란이 자생하는 지역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도 삼엄한 울타리를 쳐놓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돈내코의 계곡 일원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이러한 것은 지키고 보호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모두 황폐해지고 말 것은 명약관화이다.

예전에 아리산(阿里山)춘란의 향에 취해서 알아보다가 색이 들어있는 춘란이나 소심을 한 포기 찾으면 그것은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말에 두말도 하지 않고 바로 남부터미널에서 안면도행 버스를 탔던 기억도 함께 얽혀있다. 안면도의 창기리 일대에는 어디에 난초가 많은지를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시기가 2월이나 3월에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서 마침 계절도 맞았던지라 산자락을 누비면서 아가다리를 찾아서 맺힌 봉오리를 모두 까고 다녔던 못된 기억도 묻어오른다. 그렇게 이틀인가를 헤매고 다니다가 포기하고 말았는데 하물며 제주도 한란이라니 더 말을 할 나위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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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부터 들어갔더니 관리하는 여성이 방문명부를 들이민다. 모든 일에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이 이름을 적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원을 적어놓고서야 비로소 둘러볼 자격을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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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춘란이나 한란은 사지 못하고 비교적 저렴한 건란(建蘭)을 한 화분 사다 놓고서 꽃을 봤던 기억도 난다. 건란은 잎도 웅장하고 향도 괜찮았던 하란(夏蘭)계통이었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 종류라는 뜻이다. 물론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재주는 애초에 없었던지 그것조차도 꽃이 지고 시들시들하기에 바로 갖다가 돌려줬다. 그대로 두면 결국은 불쏘시개 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그래도 몇 안 되는 잘한 일 중에 그것도 포함해야 하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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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전시관 답게 한란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보여줘서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 올 여름에는 한란을 한 화분 구입해서 키워볼까 싶기도 하다. 어디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도 알아보자. 이제는 죽이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지님이 있으니까 그것을 믿고 하는 말이지 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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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격세지감이란 이런 때에 쓰는 말인가보다. 한 촉도 아니고 한 화분에 3만원이란다. 그렇다면 필구(必購)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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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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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에 대한 정보가 자세해서 잘 읽어보면 상식에도 보탬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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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한란은 언제 전시하는지요?
관리 :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1월 초에 해요.
낭월 : 지금은 볼 수가 없겠네요.
관리 : 아무래도 시기가 좀 그렇죠?
낭월 : 그래도 생각지도 않고 왔다가 좋은 정보를 접해서 좋습니다.
관리 : 온실에 가보시면 혹 꽃을 볼 수도 있을거에요.
낭월 : 봄에도 꽃이 있기도 하단 말인가요?
관리 : 가끔은 가을에 개나리도 피니까요. 호호~!
낭월 : 아, 그렇군요. 늑장부리는 녀석이 있기를 바래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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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숲에는 지금 가봐야 아무 것도 볼 수가 없겠네요?
관리 : 오늘은 조용하니까 문을 열어 드릴께 둘러보세요.
낭월 :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관리 : 그래도 볼 것은 없어요. 11월에 꽃이 피면 오세요.
낭월 : 아마도 그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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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전시관 박물관에 가봐도 도처에 촬영금지가 붙어 있어서 불편했는데 이제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기껏해야 조명과 삼각대를 사용하지 말라는 정도의 안내문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마음놓고 정보를 공유할 수가 있어서 또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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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외돌개를 가는 길가에서도 난초를 봤었구나. 제주도는 어디에서도 난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한란은 돈내코 계곡을 중심으로 자라기 좋은 환경이어서 자생하고 있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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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원앙폭포의 축축한 습기가 떠올랐다. 난초는 물은 싫어하고 습은 좋아하는 천성을 이렇게도 느끼게 되는 구나. 그러니 건조한 집에서 난을 키운다는 것은 난이나 사람이나 서로에게 고생이라는 것을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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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보니까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왜놈들이 한국의 산야를 뒤지면서 난초를 모조리 캐가서 지금은 명품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뿌리가 지하로 깊이 내려가기 때문에 조금만 여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을 내밀곤 하지요. 그런데 그 지독한 놈들은 그것조차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명품을 찾게 되면 그것을 캐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답니다. 그 아래에 들어있는 싹까지도 모조리 말려버릴 작정이었던 거지요. 참 지독한 놈들입니다."

그 난초 가게 사장의 분개한 말이었다. 이제 표본을 보니 과연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공감이 된다. 뿌리가 이렇게나 깊게 뻗어가는 것이었음을 몰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러한 본성을 작은 화분에 담아놓고 꽃만 피우라고 보채니 난초도 참 고생이 많겠구나. 이렇게 자연에서 안개와 함께 살아가도록 보살펴 주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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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난초 이야기에 추사가 빠지면 섭하지. 읽기가 좀 불편하구나. 너무 멋있게 만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불이선란

추사의 불이선란(不二禪蘭)이다. 난보다 글이 더 많은데 글의 내용을 읽이가 쉽지 않군.

 

부작란화이십년(不作蘭畵二十年)
우연사출성중천(偶然寫出性中天)
폐문멱멱심심처(閉門覓覓尋尋處)
차시유마불이선(此是維摩不二禪)


20여년 난초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가
우연히 그렸는데 그 속에 본성이 있었잖아
문이 닫힌 곳에서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았더니만
이제야 알겠네 유마의 선과 둘이 아님을

대략 풀어보니 이렇게 봐도 되지 싶다. 일부러 그랬을까? 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려쓰는 것이 일반적인 서법일텐데 그것을 뼛속깊이 알고 있을 추사 선생이 왼쪽부터 내려쓴 것도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유마불이선을 의미하느라고 파격(破格)을 택했을 수도 있지 싶다. '글은 반드시 오른쪽에서 써야만 하는 것이냐?'는 반발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고정관념에 기름을 붓고 싶었을 수도 있었지 싶다. 자잘한 글씨들은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보시라고 짐짓 미뤄놓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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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진짜는 11월에 보기로 하자. 문자와 그림으로 아무리 묘사를 한들 난향이 나올 리는 없으니 말이다. 난향이 없는 난은 난이 아닌 게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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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참 예쁩니다.
낭월 : 그러냐?
화인 : 사부님은 안 예쁩니까?
낭월 : 왜 안 예쁘겠느냐. 
화인 : 그런데 그리도 무표정이십니까?
낭월 : 한란이 아무리 예쁜들 순란만이야 하겠느냐.
화인 : 순란은 또 어떻게 생겼는데요? 첨 들어봐요.
낭월 : (화인 얼굴을 가리키며) 요래~!
화인 : 뭐에요. 호호호~!


화인의 이름이 홍순란(洪順蘭)이다. 그래서 이럴 때나 농담을 던지는 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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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 밖으로 나가서 돌아가시면 온실이 있어요.
낭월 : 고맙습니다. 둘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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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감로사에도 온살 하나 조그만하게 지어야 할까보다. 연지님을 위한 선물로 그 정도는 해 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온실을 둘러보면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면 겨울에도 꽃을 가꾸면서 행복해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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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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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문을 여는 순간 청향이 풍겨나와서 꽃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함초롬히 피어서 나그네에게 귀한 향공양(香供養)을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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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고 고맙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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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것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은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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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아서 더욱 고마운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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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봐야 무슨 꽃이 있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적토마인가 보다. 제주한란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이름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사유하고 노력할 이유를 이런 장면에서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전시관만 휘익 둘러보고 떠났으면 껍데기만 보고 만 셈이니 말이다. 이렇게 온실에서 반겨주는 난향과 상봉하니 기쁨의 미소가 가슴 저 속에서부터 스믈스믈 피어오른다. 그러니까 내 가슴에도 난화가 피어나는 모양이다. 난향은 전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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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는 저마다의 가슴에 난꽃 하나씩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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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씨방도 있었구나. 역시 기술적으로 배양하는 곳이라서 이렇게도 탐스러운 씨방이 익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저 안에는 난씨가 30만개는 들어있겠구나. 씨방이 큰 것으로 봐서 더 많이 있을 수도 있겠다. 손톱만한 씨방에는 난초의 씨앗이 보통 30만개가 들어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지같은 씨앗이 바람에 날려서 어딘가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긴 삶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식물의 종자는 작을 수록 진화한 것이란다. 동물의 종자도 마찬가지긴 하겠구나.

지식이 쌓일수록 말이 줄어들고
종자가 진화할수록 씨앗이 작아지고
배가 부를수록 음식 생각이 줄어들고
깨달음이 많을수록 생각이 줄어든다.

그냥 즉석에서 읊어보는 낭월의 넋두리다. 이름은 「사수록」.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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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을 둘러보고 나오기를 관리하는 여성이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어 줬다. 참으로 고마운 인연이랄 밖에.

관리 : 볼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둘러보세요.
낭월 : 고맙습니다. 얼른 둘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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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에 따라서 표시를 해 둔 것도 보였다. 노랑팻말과 파랑팻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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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기회가 있기를 빌었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