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48) 올레시장

작성일
2021-06-04 08:09
조회
479

제주반달(48) [12일째 : 3월 19일(금)/ 2화]


산방굴사를 거쳐 올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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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선생의 유배지를 짠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점심도 잘 먹었으니 다음 행선지로 향해야지. 이번에는 용머리해안을 목적지로 삼았다. 용머리해안은 암석의 기묘한 형태가 인상적이어서 오랜만에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멀지 않으니 지금이 바로 그  최적의 기회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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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유배지에서의 거리는 5km밖에 안 된다. 산방굴사까지 조금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껌이지. 기왕 용머리해안을 보기 전에 우선 산방굴사나 올라가 보자고 했다.  시간의 안배로 봐서 그렇게 하면 하루가 맞지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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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네 부부는 얼마 전에 다른 일행들과 둘러봤더란다. 그래서 주차장 부근에서 놀기로 하고 연지님과 사부작 사부작 올라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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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에 굴이 있고, 그 굴에 절을 지어서 산방굴사이다. 유료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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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에서 수시로 돌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철망을 겹겹으로 쳐놨구나. 큰 돌이나 작은 돌이나 모두 아래로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안전장치는 아무리 잘 해도 넘치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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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지 말라고 써놔서 불상은 안 찍어도 되었다. 그게 뭐라고 사진을 찍지 말라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마도 기도하는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배려하는 것이려니 하면 또한 이해가 될 따름이다. 다 봤으면 내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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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옆에서 찍었지만 파라솔때문에 불상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는군. 그래도 괜찮다. 인증샷으로는 충분하니까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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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 보는 전망이 또 괜찮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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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뭘 봐도 그림이다. 제주도의 매력이 이런 것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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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하멜기념관으로 내려갔다. 용머리해안을 가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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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구는 봉쇄되었다. 코로나때문인가 싶었는데 풍랑이 위험해서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해상은 용머리해안까지 그 화가 미치는 모양이다. 새벽에 허겁지겁 모여들던 서귀포항의 어선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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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본격적으로 풍랑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 뭘. 안전제일이라잖은가 말이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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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음 기회로 미뤄두면 그만이다. 억지로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시간을 벌었구나.

낭월 : 용머리는 오늘도 허락이 되지 않는구나. 다음에 오자.
화인 : 아직 시간이 좀 이른데 그냥 가실래요?
낭월 : 그게 쪼매~ 애매하구먼.
화인 : 아, 올레시장에 구경가요.
낭월 : 시장에? 시장에 뭐가 볼 것이 있으려나?
화인 : 떡도 사고 천혜향도 사고 그럼 돼죠 뭐.
낭월 :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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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분이 걸리는 거리이니 그 사이에 한숨 자기에 딱 맞겠다. 점심을 먹고 낮잠도 못 잤는데 잘 되었구나. 그런데 잠은 오지 않고 추사 선생이 가시울타리 밖을 내다 보면서 초의 스님이 차를 가져오는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한 인생의 삶이 그렇게 시련과 극복의 나날로 점철되어가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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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시장이란다. 시장 이름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모르겠군. 올레란 말은 제주도 방언이고, 큰길에서 자기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의미하는데 그것을 착안해서 산책길의 의미로 재탄생을 한 것이 올레길이 되었더라는데 시장에도 올레시장이 붙은 것은 참 어울리지 않기는 하다. 이미 '올레'라는 두 글자는 본래의 뜻을 벗어나서 상표가 되었더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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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풍경도 풍경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풍경의 일부이다. 이 또한 자연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무슨 언론사의 기자인가 싶어서 경계하는 것을 알기에 폰으로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참고사항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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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 코로 즐기는 것이 시장구경이다. 귀는 즐거울 것이 없으니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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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답게 귤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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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도 있구나. 사람들의 얼굴이 부담스러웠는데 코로나의 마스크 덕분에 신경이 쓰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저절로 모자이크가 되니 말이지. 그래도 가능하면 사람들의 얼굴을 정면으로는 찍는 것을 피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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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기 떡을 만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떡이라면 낭월도 할 말이 있지. 어머니께서 떡장사를 하셨으니까 말이지. 인절미에 참깨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히고 끝자락에 남는 것을 주시면 그것은 입으로 들어갔고, 떡의 진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들면서 먹는 떡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이라는 것은 그래서 어려서부터 알고 있지. 오메기떡을 만들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추억이 소환된다. 그렇게 만들어다가 제방공사의 인부들에게 먹였는데 나중에 떡값을 받으러 가니까 모두 떠나버리고 빈 숙소만 남았더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그놈들을 찾아내어서 떡값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놔둬라. 배고픈 사람에게 해 먹인 것은 자식들이 찾아 묵을끼다."

맞는 말씀이었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도 억울했는데 이렇게 부처님 품에서 따뜻한 밥을 얻으먹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시절에 어머니께서 쌀과 콩을 사다가 떡을 만들어서 대광주리에 담아 짊어지고 눈밭길을 뒹굴어 가면서 쇠섬의 제방공사장에서 겨울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떡을 한 달이나 해다 먹인 공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 고물을 묻혔던 주현의 공덕도 눈꼽만큼 보탰으려냐. ㅋㅋ

"쭐떡~ 미끄러지면 떡광주리는 떽데구르르~ 굴러서 산 밑에 가있더라."

참 자식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부단히도 애쓰셨던 나날들이 가끔은 아련한 추억 속에서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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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레드향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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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더 사지? 그것만 사고 말아?
연지 : 욕심부리지 말아요. 문만 나서면 모두 귤인데 뭘.
낭월 : 그래도 본 김에 많이 사면 좋잖아.
화인 : 놔두면 썩어요. 또 사 드릴께요. 됐죠?
낭월 :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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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당쵀 여인들을 이길 방법이 없다. 낭월은 단순히 짐꾼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래서 절대로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소심하게 의견을 피력할 따름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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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갈치가 널부러져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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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얼마짜리에요?
할매 : 한 마리에 1만원여. 갈치는 커야 맛있지.
화인 : (신랑을 보면서) 하나 살까?
호연 : (도리도리) 어제 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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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안다. 호연에게 이렇게 좌판에 널린 갈치는 먹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싱싱한 횟감으로 먹을 수가 있는 것만 갈치라는 것이 호연어물사전에 쓰여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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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갈치보다 이런 해조류에 반응을 보인다. 향긋한(이라고 쓰고 비릿한으로 읽는) 바다내음이 무한정 좋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도 편견일 수도 있지 싶기는 하지만, 물김, 파래 등등의 신선한 해초를 보면 추억의 맛이 살아나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자고는 하지 않았다. 보나마나 아무도 살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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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팔뚝만큼이나 큰 홍해삼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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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복매장에는 완도산으로만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는 제주도 답게 자연산 제주도 전복도 있는 것이 이색적이군. 다 팔렸는지 그릇이 비어있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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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메기떡도 아니고 황칠오메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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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떡도 하나 사서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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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떡 저떡 해서 넉넉하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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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안 사면 서운해 할 사람도 있으니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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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강정도 샀다. 그러나 맛은 별로.... 다른 일행이 잘 먹었으면 되었지. 환불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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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놈들은 볶아먹으면 맛있는데... 또한 사자고는 하지 않았다. 그냥 보면서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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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풍경은 비슷비슷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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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와~ 두부다~!
연지 : 두부 사 드려요?
낭월 : 그래 내일 아침에 찜두부 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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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부도 한 모 샀다. 그래서 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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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여 떡과 강정과 막걸리로 저녁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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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아이고 대간혀~!
낭월 : 힘들만도 하겠다. 다리나 주물러 주꾸마.
연지 : 나만 힘든가 뭘.
낭월 : 이제 집에 돌아갈 날도 다가오는 것을 보니 아쉽구나.
연지 : 아니, 그만큼 돌아다녔으면 되었잖아요? 부족해요?
낭월 : 왜 제주도 한달 살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는 구먼.
연지 : 보름이나 한달이나 같잖아요?
낭월 : 어떻게 같어? 벌써 12일째구먼. 이제 사흘 밖에 안 남았잖아.
연지 : 참 대단허슈~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