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43) 사라봉일몰

작성일
2021-05-2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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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43) [10일째 : 3월 17일(수)/ 3화]


사라봉(沙羅峰)의 일몰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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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다음에는 한라식물원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어딘가에 벛꽃이 핀 곳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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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9km밖에 안 되는 곳인데 시기적으로 벛꽃만 피어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갔다. 제주시로 방향을 잡은 큰 목적 중에 하나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리고 전날에 검색을 통해서 제주시에도 제주대학교 앞에 벛꽃이 만발했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가는 길에 수목원 구경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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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사라봉에서 일몰과 함께 제주시의 풍경과 제주공항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풍경도 같이 담아볼 요량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넉넉했다. 여행길은 시간과의 끝없는 타협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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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몇 걸음만 옮긴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그안에서 소모되기 마련인 까닭이다. 시간의 굴레를 벗어날 방법은 삼매(三昧)에 들어가서나 가능할지 자연상태에서는 없다. 삼매에서는 시간을 초월해서 순식간에 천리 만리를 다녀올 수도 있고 과거로 흘러가서 전생까지도 훑을 수가 있으니까 그 영역에서야 비로소 시공(時空)을 초월할 수가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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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한라수목원에 관심이 있는 벗님이 있으면 참고가 되시라고 이렇게 조감도를 하나 올려놓는다. 미리 일정을 세울 경우에도 고려할 수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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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삼아서 한바퀴 돌아보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입장료가 없는 것도 편안함이 될랑강 모를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여행객에게는 입장료가 있더라도 볼만한 것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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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식물원의 범위는 넓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는 참 좋아 보였다. 그러나 나그네가 들려서 휴식을 취할 것이 아니라면 이 시기(3월 중순)에 볼만한 것은 마땅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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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만 해도 높이가 좀 있어서인지. 벛꽃은 이제 피기 시작하고 있어서 만개하지는 않은 풍경도 조금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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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난초는 이 시기에도 꽃을 보여주겠구나. 조금 늦은 감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난실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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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다. 여행객에게는 무료가 아니라 볼만한 풍경이지 말이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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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름표가 너무 커도 어색하기는 하겠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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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춘란이 꽃을 피웠다. 특별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그네에게 춘란향을 선물한다. 특별하다는 것은 소심(素心)이거나 색화(色花)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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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엽혜란이라는 뜻인가 보다. 이런 이름의 난도 있었나? 혜란(惠蘭)이야 일경다화(一莖多花)라는 뜻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엽이라고 하기에는 잎의 형태가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대충 붙여놓은 이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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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난이라서 한 자리 차지한 군자란이다. 난실에 네가 왜 있냐?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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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다 둘러 봤다. 그냥 가자.
연지 : 다 돌아아니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겠네.
낭월 : 이제 진짜를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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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목적으로 삼고 가야지 가는 길에 들리면 이렇게 애꿎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가르침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그나마도 30분만 소비했으니 다행이다. 판단은 빨리 할수록 시간장사가 수지맞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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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수목원에서 동쪽으로 9.5km 이동을 했다. 그리고 학교로 진입하는 길에서 비로소 벛꽃을 만났다. 꽃은 연지님의 몫이다. 풍경은 낭월의 몫이고, 먹거리는 호연의 몫이니 어디를 가거나 한 사람은 만족을 하게 되는 셈이기도 하다. 넷 중에 한 사람만 만족해도 좋은데 누구라도 꽃이 싫을 것이며, 맛있는 음식이 싫을 까닭이 없고 멋진 풍경조차도 마찬가지인지라 아무도 불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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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와서 만발한 벛꽃을 처음으로 만난 연지님은 희색이 만면하다. 수목원의 썰렁한 풍경도 허사는 아니었다는 것을 이렇게 해서 또 알게 된다. 기대감을 싹~ 빼고 왔으니 더 반가웠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조금 전의 아쉬움은 다시 넉넉한 기쁨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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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벛꽃에 대해서 검색을 하면 제주대학교의 벛꽃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인지를 이렇게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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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동영상으로 풍경을 담고 있는 연지님은 꽃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구경에 여념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벛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후가 도움을 주는 바람에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개화한 덕을 또 이렇게 보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또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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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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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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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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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하늘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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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하늘도 본다. 구름이라도 짙게 드리웠으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푸른 빛이 배경으로 깔리게 되니까 꽃잔치를 하는 분위기도 만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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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참 예쁘네요~!
낭월 : 같은 30분이라도 수목원과는 다르지?
연지 : 말하면 뭐해. 이런 것이 꽃구경이잖아.
낭월 : 다행이다. 더 볼래?
연지 : 이제 되었어요 실컷 봤으니 가도 돼요.

힐링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눈에 마음에 온통 벛꽃으로 가득 채우고서야 차를 불렀다. 길가에는 차를 대어놓기가 그래서 한가한 곳에서 기다리던 화인에게 그만 가자고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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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사라봉으로 가면 된다. 하늘을 봐서는 저녁의 풍경도 기대가 되는데 제주도의 하늘 사정도 어찌나 변화무쌍하던지 확신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주어진 만큼만 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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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고만고만한 지척이다. 10km 안쪽의 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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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의 풍경을 잘 볼 수가 있는 곳이라기에 출발하기 전부터 일정표에 들어가 있었던 사라봉의 일몰이었고 이제 그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서 도착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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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잘못 든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좀 돌았던 셈이로구나. 뭐 그래도 괜찮다. 시간이 조금 흘러갔지만 아직도 바쁘지는 않다. 다만 여유는 없다고 해야 할 모양이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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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내가 간 길을 따라와도 된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내가 간 길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해 놔야 하겠다. 입구의 ①에서 차를 내렸으면 바로 팔각정으로 올라갔을텐데 주차장을 찾는답시고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②에서 출발하게 되었고, 그래서 계속 걷고 또 걸어서 결국은 두 배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항상 시간에 여유를 둬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초행길에서는 더욱더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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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기에는 좋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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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다고 간 곳은 사라봉의 뒷쪽의 입구가 된 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잠시 쉬면서 땀을 들이기로 하고 앉았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이런 때는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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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제꾀에 제가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려니 한다. 영주십경(瀛州十景)에 포함되어 있는 사봉낙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 제1경 성산일출 (城山日出) - 성산의 해돋이

  • 제2경 사봉낙조 (紗峯落照) - 사라봉의 저녁 노을

  • 제3경 영구춘화 (瀛邱春花) - 영구(속칭 들렁귀)의 봄꽃

  • 제4경 정방하폭 (正房夏瀑) - 정방폭포의 여름

  • 제5경 귤림추색 (橘林秋色) - 귤림의 가을 빛

  • 제6경 녹담만설 (鹿潭晩雪) - 백록담의 늦겨울 눈

  • 제7경 영실기암 (靈室奇巖) -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 제8경 산방굴사 (山房窟寺) - 산방산의 굴 절

  • 제9경 산포조어 (山浦釣魚) -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 제10경 고수목마 (古藪牧馬) - 풀밭에 기르는 말


계절이 맞지 않아서 볼 수가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영구춘화는 어디를 말하는 거지? 찾아보니 거북새미길이라고 한다. 사전에 조사해 보지 않았는데 위치라도 알아두자는 생각으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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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한라수목원과 제주대학교의 사이에 있었잖은가? 이렇게 몰라서 못 둘러보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도 인생이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까닭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지나는 길에 들려서 인증샷이라도 남기는 건데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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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봐야 땀만 흐를 뿐이다. 여행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앞으로만 갈 따름이다. 그렇게 쉬엄쉬엄 걷다가 보면 이내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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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늘이 도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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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봉낙조는 큰 기대를 하지 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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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제법 많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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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만큼만 보는 것도 여행이다. 팔각정에서 자리를 잡고는 제주시내의 풍경에 취한다. 비행기가 연신 뜨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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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봐하니....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기대할 풍경은 아닐 것으로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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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기 서운했을까? 태양의 윤곽이 잠시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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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진 하늘도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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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남쪽을 바라보니 아침에 멋진 풍광을 선물했던 한라산의 자태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묻혀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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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찾아오니 등불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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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랑 놀아볼까? 15초로 찍으니 항공기 불빛의 궤적이 하늘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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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놀이도 하고 싶었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더구나 사라봉에서 어둠이 내린 후에 비행기의 궤적을 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이 딱 그 시간이다. 일몰은 하늘이 도와야 하지만 비행기랑 노는 것은 그것과 무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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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뜨는 비행기의 궤적이다. 주변은 점점 어둠이 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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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30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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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상승하는 궤적이 그대로 허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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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뜨는 비행기와 내리는 비행기의 궤적을 같이 담아볼 요량으로 타이머를 사용했다. 600초로 셔터를 열어놓으면 된다. 10분짜리의 사진을 한 장 얻으려면 뒷처리까지 해서 20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이기도 했다. 이제는 동행들의 눈치가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ㅎㅎ

타임랩스로 찍은 사진에서 6장만 선택해 봤다. 시간적으로 바뀌는 풍경이나 보자는 의미이다. 그래봐야...... 뭐 그렇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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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5분 간격쯤 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사라봉에서의 일정도 잘 마무리 했다. 아쉬운 부분은 또 다음기회에 채우기로 하면 된다. 그래도 사봉낙조를 벛꽃이 만발한 사라봉에서 누릴 수가 있었다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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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저녁을 먹을 곳이 없습니다.
낭월 : 왜? 아직 초저녁인데도 그래?
호연 : 모두 8시까지만 영업을 하네요. 
낭월 : 그래도 한두 군데는 있겠지. (내심 미안미안~ㅋㅋ)
호연 : 다니면서 알아놨던 곳은 모두 영업종료입니다.

그러니까 사라봉에서 타임랩스와 함께 일몰을 즐기는 사이에 호연은 주변에서 맛집을 찾아다녔던 모양인데 7시가 넘어서 30분도 지나고 나니 오늘의 영업은 끝났다는 말만 듣게 되었던  셈이다. 이런 때가 참 미안스럽다. 그리고 이것이 제주도의 특색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평소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코로나로 인해서인지 영업의 종료시간이 단축되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왔다갔다를 몇 차례 한 다음에 비로소 한 곳을 찾았다. 한촌설렁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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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10시까지는 영업을 한다는 흔치않은 식당임을 알아둬도 나쁘지 않을 게다. 만약에 제주시에서 늦어지게 되었다면, 특히 사봉낙조를 즐기다가 늦어졌다면 다른 곳으로 찾아갈 필요가 없이 바로 한촌설렁탕에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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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시장하셨을게다. 오늘 하루 소모한 에너지를 채워야 내일도 무사히 하루를 즐길 것이 아니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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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우짜노, 내 따라 댕기다가 저녁도 쫄쫄 굶을 뻔 했데이~
화인 : 어디 한두 번 있는 일인가요 뭐. 그래도 제주도는 특이해요.
낭월 : 맞다~! 내 잘못은 아이제?
화인 : 하모요~! 싸부님 잘못이 아임니더~ 제주도가 잘못 했죠. 호호호~!
낭월 : 그렇지? 흐흐흐~

뭐, 어쩌겠는가 말이지. 이렇게 해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까지 도 1시간을 달려야만 완전히 끝이 나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낭월의 일정은 여기까지로 마무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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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아침에 지나갔던 길을 어둠이 깊어가면서 되짚어서 돌아왔다. 그야말로 100리길이었구나. 이렇게 해서 제주시의 일정은 잘 마쳤다. 이제 귀가하는길에 배를 타러 올 일만 남았지 싶다. 그 안에 일정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지.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