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38) 성읍마을

작성일
2021-05-15 17:57
조회
448

제주반달(38) [8일째 : 3월 15일(월)/ 3화]


성읍(城邑)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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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항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늘 해가 다 가기 전에 한 군데를 더 둘러 볼 시간이 될듯 싶어서였다. 다음의 목적지는 성읍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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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m남짓에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한국민속촌이나 외암리민속마을을 둘러 본 기억으로는 가봐야 특별할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섭섭한 그런 느낌으로 인해서 지나는 길에 눈도장이나 찍고 가자는 생각으로 들렸다. 더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니까 시간이 되는대로 둘러보자는 심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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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아, 싸부님 천혜향이 떨어 졌는데요?
낭월 : 그래? 그럼 사야지. 차를 붙여라.

지나가다가 화인이 귤밭을 보더니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래서 또 천혜향을 사는 동안에 옆에 가꿔놓은 귤밭에서 귤과 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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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잘잘한 것을 보니까 금귤인가 싶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큰 귤과 눈깔사탕만씩한 작은 귤의 대비가 재미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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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귤은 여름이 되어야 익는다고 했으니 아직은 먹을 때가 안 되었다는 이야기로구나. 앞으로 2~3개월을 더 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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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마을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성벽과 그 아래로 펼쳐진 유채꽃을 본 화인이 얼른 오즈모를 꺼내서 영상을 찍는다. 성벽 위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구나. 그런데 깃발이 예사롭지 않군.

낭월 : 호연은 저 깃발의 그림이 뭘로 보여?
호연 : 깃발말씀이십니까? 아, 태극기의 한 귀퉁이로 보입니다.
낭월 : 화인이 보기에는 뭐가 보이지?
화인 : 가만, 저것은 팔괘 중에서 리괘(離卦)네요.
낭월 : 옳지, 여기에 리괘의 깃발이 세워졌다는 것은?
화인 : 그건 모르겠는데요. 왜죠?
낭월 : 아마도 성의 남쪽이 아닐까?
화인 : 아, 남쪽은 남방화(南方火)니까요?
낭월 : 맞아. 그렇게 보이는군.
화인 : 그런데 왜 불을 나타내는 괘가 하필 떠날 리(離)에요?
낭월 : 그야 불은 자꾸만 떠나려고 하니까 그렇지.
화인 : 예? 무슨.....?
낭월 : 불은 어디로 타오르지?
화인 : 그야 위로 타오르죠.
낭월 : 생각해봐 '타오른다'는 말은 위로 올라간다는 거잖여?
화인 : 어? 그렇게도 생각을 할 수가 있네요? 엄머~ 신기해라~!
낭월 : 그래서 떠날리가 된 것이 아닐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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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그런데 리괘를 두 개나 겹쳐서 달아 놨어요.
낭월 : 그럼 무슨 괘가 되지?
화인 : 중화리(重火離)잖아요? 그것도 불괘네요?
낭월 : 그래. 확실히 남쪽이라고 알려주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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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피디가 유채밭이 보이거든 가부간에 영상으로 담아보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이 짐이 되는 모양이다. 물론 예쁘기도 한 것은 덤이겠거니. 그래서 유채밭이 보이면 최대한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방향으로 영상을 찍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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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서 구경하라고 안내판이 붙어있어서 회피했다. 미리 살펴본 정보에 의하면 꼭 이집이라는 확증은 없지만, 그냥 무심고 들어갔다가 뭔가를 사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싫었더라는 후일담을 봤기 때문이다. 불편한 것이 싫은 낭월은 그런 곳은 애초에 피해버린다. 그리고 들어가기로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팔아줄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에 들어기기도 한다. 지금은 시간도 없고 그래서 그냥 얼른 스케치만 할 요량이니 들어가서 붙잡히면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얼른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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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하루방이 서 있다. 하루방이 서있는 숫자에 따라서 그 건물의 등급이 달라진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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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도 오래 된 하루방처럼 보인다. 아마도 원형에 가까운 형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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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장은 튼튼하게 쌓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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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城邑)이라는 이름만 봐도 원래부터 성이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그냥 촌(村)이 아닌 것으로 봐서 상당한 규모로 형성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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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동백꽃이 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적한 길을 걸어 본다. 시간이 이미 늦어서인지 관광객은 별로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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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무슨 행사를 할 예정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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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향교(旌義鄕校)에서 공자님 행사를 할 모양이구나. 날짜는  3월 20일이로구나. 가능하면 그 현장에 참석하는 것도 좋겠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인원제한을 할 모양이다. 그러면 와봐야 문전에서 기웃거리다 말테니 그것은 또 다음 기회를 이용하느니만 못하겠다는 생각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오늘은 이렇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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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행사들을 많이 한다고 안내는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중지되었으니 다음에 봐야 할 것같다. 원래는 제주목(濟州牧)에서 제주도민의 모든 것을 관할하다가 동쪽과 서쪽의 백성들이 무슨 일이든 보려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관리가 동쪽에는 정의현(旌義縣)을 설치하고, 서쪽에는 대정현(大靜縣)을 설치해서 백성의 편의를 도왔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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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서 정의현에는 정의향교가 세워지고, 대정현에는 대정향교가 세워지게 되었고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던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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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퇴근을 했는지, 아니면 원래 문을 열어놓지 않는 것인지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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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도회 소속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큼직하게 써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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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에서 합장배례했다.

"공자님 평안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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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만들어 놓은 마을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기대치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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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삼아서 훑터보기에는 충분하다고 할 정도로 상세한 설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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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둘러보면 성읍마을은 가 봤느냐고 누가 물어도 할 말이 있잖느냔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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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지는 않겠구나.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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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새로 해 일었는지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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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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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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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감이 일을 보기에는 너무 소박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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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관청 할망이라니 공식적으로 관청에서 모시는  할망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쳐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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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잠겨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배례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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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사는 오히려 넓고 크게 되어 있었다. 제주도로 구경하러 오는 관리들을 모시느라고 크게 지었으려니 싶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제주도의 풍광은 볼만 하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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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감의 고생이 많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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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방문하는 벼슬아치들을 잘 모셔야 한양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길테니 더욱 열심히 섬겼을 수도 있었겠지 싶다. 그들에게도 제주도의 벼슬살이는 귀양살이와 진배 없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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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둘러 봤다. 고마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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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저녁은 사부님께서 정하시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낭월 : 그래? 그럼 반미로 저녁을 해결할까?
호연 : 반미가 뭡니까?
낭월 : 못 먹어 봤지? 베트남식 샌드위치라고 할까?
호연 : 그럼 빵입니까?
낭월 : 빵이기도 하고 내용물에 따라서 다르지.
호연 :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낭월 : 전에 베트남 여행을 갔을 적에 먹어봤다네.
호연 : 좋습니다~! 하노이 맥주도 있겠지요?
낭월 : 아마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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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서귀포 초등학교 앞에 있는 베트남식당을 찾았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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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 자구리가 상호이다. 상호는 베트남스럽지 않긴 하다. 아마도 주인장이 몬스테라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식물이름이기도 해서 해 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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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게 상을 닦는 모습에서 청결한 느낌이 든다. 권하는 자리에 앉아서 메뉴에 있는 음식들을 주문했다. 모두 맛을 봐야 하겠다는 호연의 의견대로 골고루 시켰다. 이것은 음식여행이다. 비록 베트남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수수하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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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왜 찍었는지 모르겠군. 아마도 변기가 두 개 나란히 있는 것이 인상적이어서였던가 싶기도 하다. 중간에 칸이 있든지 하나는 소변기든지 한 것이 상식인데 이것은 상식적이지 않아서 눈길을 끌었다. 킬라가 놓인 것은 모기가 달려들 것을 대비한 것으로 봐도 되겠고, 화초가 자라고 있는 것도 일을 보는 곳이 아니라 휴식을 겸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 별 것이 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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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도 찍어놔야 다음에 또 먹으러 오게 되면 참고하지. 젓가락도 참 재미있게 생겼다. 젊은 부부가 주인인 모양인데 수더분해서 맘에 들었던 것도 있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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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병을 보면 찍어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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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시켰다. 호연이 맛을 봐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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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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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면 잊어버리지만 사진이 있으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넴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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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를 가져 오면서 주인이 물었다.

주인 : 고수는 어떻게 할까요?
화인 : 듬뿍 넣어 주세요.
주인 : 아, 고수를 잘 드시나 봐요?
화인 : 넵!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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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고수라서인지 감로사 고수보다 무척 컸다. 온실에서 키웠나 싶기도 했다. 향이 많이 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수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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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메뉴는 해물 볶음밥과 분보싸오란다. 그것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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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 줄 감로수를 마시면서 저녁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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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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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보싸오이다. 이것저것 내다 주는 대로 든든하게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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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커피도 한 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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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은 초토화 되었더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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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게 먹었다는 증명사진을 찍는데 주인이 다가와서 찍어주겠단다. 고맙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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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게 잘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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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니 튤립 다섯 송이가 기다리다가 한 송이는 잎이 다 떨어졌구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우리의 여정도 자꾸만 줄어들고 있음이다. ㅠㅠ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