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35) 섭지코지②

작성일
2021-05-10 09:19
조회
564

제주반달(35) [7일째 : 3월 14일(일)/ 5화]


다시 찾은 섭지코지


14-07 20210510-011

섭지코지를 다시 찾은 것은 화인네가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번에 대충 둘러보고 남겨 놓은 곳도 마저 둘려볼 겸으로 해서 광치기해변에서 가장 가까이에 붙어있는 섭지코지를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잡게 되었다.

접지코지

신양섭지에서 3분 거리다. 짧은 시간에 잠시 둘러보고 마무리를 하기에 적절한 코스라고 생각이 되어서 미리부터 계획던 일정인데 그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여행길은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순조로운 것도 감사하게 되는 까닭이다.

14-07 20210510-001

전에 둘러봤던 곳은 다시 추가로 소개할 필요가 없어서 생략해도 되겠다.

14-07 20210510-003

일요일이라서 피하고 싶었지만 지척에 두고서 다시 오기도 그래서 잠시 들렸는데도 사람들이 꽤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마스크만 잘 챙기면 되는 것으로 여기고 여정을 따라서 훑는다.

14-07 20210510-005

1인당 5천원짜리 승마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줄을 지어 있는 것을 보니 일요일 오후의 대목이 확실한 모양이다.

14-07 20210510-008

저마다 흔적을 남기는 모습들이 자못 진지하다.

14-07 20210510-012

먼저는 가려다가 아침밥을 먹자는 전화를 받고 걸음을 돌렸었는데 아마도 그 시간이면 영업도 하기 전이었지 싶기는 하다. 오늘에서야 특이하게 생긴 구조의 건물을 자세히 보게 되었구나. 이 건물의 이름은 「글라스 하우스」란다. 건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은 작가의 이름을 걸었다는 말이기도 하겠군. 누가 이렇게 기묘한 건물을 만든 건지....





미를 창조하는 시인


안도 다다오는 지금까지 한 점을 응시하면서 일을 계속 해왔다. 일본 각지를 여행할 때 만나게 되는 그의 건축물! 마을의 혼잡 속에서, 때로는 위풍당당하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그의 건축물을 볼 때면 감개가 무량하다.





그의 건축물은 주변에 늘어서 있는 떠들썩한 집들로부터 떨어져 고독하게 안도라는 한 인간의 강한 의지로 발언을 억제한 채 조용히 무엇인가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유도 없이 쉬지 않고 계속 소비만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모퉁이에서, 한 인간은 건축을 통해 조심스럽게 그러한 현상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볼거리를 만들어 건축학적 성과를 높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목이 쉬었지만 탁하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안도, 그만의 방식인 것이다.


그러한 그의 모습은 건축가로서 독특한 경력과 풍모나 매력적인 말투와 함께 전설적인 에피소드를 낳고 일반에 유포된다. 건축주에 대한 강한 설득, 군대식으로 조직된 사무소, 그리고 정밀하고 아름다운 엄청난 양의 도면, 시공자에 대한 엄격한 지시, 젊은 사무소 직원들의 연수를 겸하는 건물의 정기적인 보수 등은 사회적인 생산물로서 새로 만들어지는 건축을 깊게 계속 찾아내게 만든다. 이러한 사실은 사물과 인간을 단절시키지 않고 강인하게 조직·통제해 나가는, 시스템 인간의 측면을 확대하여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강인함의 뒷면을 받치고 있는 것은 극히 섬세한 감수성이며 인간적인 풍부한 교양임을 건축작품은 자연스럽게 말해주고 있다. 안도는 때로 역사적인 건축이 화제가 되었을 때에도 "나는 단지 멍청하게 보고 있을 뿐이니까."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안도만큼 젊었을 때부터 열정을 바쳐 자기의 피와 살로 건축물을 만들어온 건축가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이러한 사회에 대해 태세가 견고한 껍질의 안쪽에 건축에 관해 가장 까다로운 한 사람의 비평가가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강인함'은 건물이 현실의 사회적 규제나 경제, 기술적인 조건과 싸우면서, 의지를 바탕으로 힘차게 지어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며, '섬세함' 또한 건물이 건축되기 위해 불가결한 조건이다.

건축가는 현대에서 특히 모순된 이런 두 성향을 하나의 인격 속에 공존시키고 있다. 즉, 사물과 인간을 끊임없이 통제하는 시스템 인간이고 동시에 마음이 풍요로운 시인이라는 점이다. 현대 건축에서 안도를 가장 주목하는 이유로 시스템 인간과 내면의 시인과의 중간쯤에 하나의 명확한 '건축형식'을 끼워 넣어 그것을 현실에 대한 실험체로서 끊임없이 제시하려고 하는 점을 드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의 이러한 일련의 실험은 지금까지 만든 간소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 하나하나의 가치를 증대시켜서 더욱 깊은 의미를 자아내고 있다. 그는 그런 형식을 믿고 거기에 승부를 걸음으로써 시대의 현실을 표현하려고 했고, 또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인간으로의 감성과 정신이라는 내적인 진실에도 답하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콘크리트마저도 사람의 움직임, 사람의 자취가 느껴지도록 인간으로서의 지혜와 감성을 담으려 하였다. 근대적인 재료인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그것을 마치 종잇장을 대하듯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폭넓은 조형성을 표현했다. 그동안 안도 자신이 끊임없이 추구해왔던 것, 즉 인간의 정신을 일깨우고 자극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렬함을 그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형식이 이제는 안도식이라고 불리는 콘크리트 건축에서 하나의 양식으로 나타났으며, 자연과 건축의 혼화를 통한 침묵의 건축을 만들었다. "삶에 위엄을 주기 위해서는 질서를 필요로 한다."는 안도의 말처럼 절제된 재료의 물성과 기하학적 표현은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가치를 적절히 담아내려고 노력한 안도의 건축물에 잘 드러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를 창조하는 시인 (안도 다다오-건축의 누드 작가, 2004. 9. 30., 임채진)








건축가 안도 다다오라고 하는 구나. 특별히 붙은 별명은 「건축의 누드 작가」였네. 그래서 건물에 콘크리트 외에는 아무런 채색이나 장식이 없던 모양이다. 흡사 집을 짓다가 말았나 싶을 정도였는데 이것이 완성된 건물이었다는 말이로군. 건물이 특이하니 어떤 심성에서 나온 것인지가 궁금해서 괜히 생일을 뒤적여 본다. 삼주(三柱)가 궁금해서이다. 일종의 '직업병적 호기심'이라고나 할까? ㅋㅋㅋ


다다오

안도팔자

1941년생이면 올해(2021)로 81세가 되는구나. 건물만 봐서는 젊은 사람의 감각으로 느껴졌는데 나이를 보니까 마음이 젊은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언제 지은 거지? 그런데 완공시기는 확인이 어렵구나. 그냥 넘어가는 걸로.

갑자(甲子)였구나. 수달이 물에서 놀면서 공상하다가 배가 고프면 물 속으로 들어가서 새조개며 피조개나 해산물들을 가져와서 먹으면서도 궁리하다가 세상에서 자신을 기억해 줄 건축물을 지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정화(丁火)의 상관(傷官發)로 봐도 되겠다. 권투선수며, 온갖 일들을 겪었다고 하니 삶의 전반부는 고생이 많았다고 하겠고, 그것은 일약용인격(日弱用印格)에 일지(日支)의 중년부터 삶이 열리기 시작한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어쩌면, 6자에 재(財)가 없어서 건축물 조차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콘크리트 그 자에로 둘 수밖에 없었겠다는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ㅎㅎ 아마도 누드 건축을 생각한 것도 자신만의 특징을 드러내고 거기에 다른 사람이 무엇인가를 꾸미는 것에 대해서 거부했을 것으로 꿰어 맞춰 보기도 한다. 재성(財星)이 안 보여서 실용적인 면보다는 튀는 면에 관심을 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14-07 20210510-014

처음 보는 삼각형이다. 참 특이하기도 하네. 건축물의 안에서 위를 보니까 이렇게 그림이 나온다.

14-07 20210510-024

좀더 뒤로 물러나면 이렇게 선으로 이어진듯 한 바다풍경이 보이는 창도 있다. 창이 없는 창이라고 해야 할지... 참 작품이라고 할만 한 건축물인 걸로 봐도 되겠군.

14-07 20210510-026

건물에 석양이 쏟아지면 허옇게 보이는구나.

14-07 20210510-025

벽에 구멍을 낸 것은 일출봉을 맞아들이기 위해서였던 모양이고, 여전히 아무런 채색도 장식도 없는 콘크리트 건물의 벽이 제주도의 현무암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4-07 20210510-018

경치 좋은 곳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쉬어가는 것도 여행의 맛이니깐.

14-07 20210510-017

그때는 가격이 이랬다는 정보도 하나 담아 놓고.

14-07 20210510-028

화인은 영상으로도 담아보겠다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유채밭을 훑기도 한다.

14-07 20210510-029

낭월 : 고마 갈까?
화인 : 옙~! 갑니다~!

14-08 20210510-001

귀로의 석양이 붉은 빛을 내뿜는 시간이다.

14-08 20210510-005

왜 서귀포항으로 갔겠느냔 말이지. 그놈의 긴꼬리 뱅에돔땜에. ㅋㅋ

14-08 20210510-007

호연 : 오늘도 긴꼬리는 안 들어 왔습니까?
남자 : 그게 나올 때가 있어놔서 말이우~!
호연 : 언제라도 잡히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꼭요~!
남자 : 그러지요. 허허~!

14-08 20210510-006

어민들끼리 잡아와서 유통하는 곳이다. 새연교의 구조물도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14-08 20210510-008

남자 : 긴꼬리는 없어?
선장 : 요 며칠 긴꼬리가 안 잡히네요.

14-08 20210510-009

호연 : 오늘은 무엇이 좋습니까?
남자 : 잿방어를 드셔봐요. 벤자리돔도 맛있는 어종인데?
호연 : 그럼 오늘은 그것으로 해 주세요.
남자 : 아마 만족하실 거구먼요.

14-08 20210510-011

저마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풍경이 좋다.

14-08 20210510-013

회랑 먹을 소스는 어디에서 구하면 좋으냐는 물음에 플러스마트를 소개해 주셨고, 그래서 알려 준대로 그곳에서 필요한 것을 구입했다.

14-08 20210510-014

긴 하루는 이렇게 적당한 시간에 마무리를 하게 되는 구나. 해가 있어서 귀가하면 뭔가 손해를 본 것 같은데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시간이라서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14-08 20210510-016

오늘 하루도 즐거웠고, 그래서 행복했다. 이렇게 잘 마무리를 하고 또 내일을 꿈꾼다.

14-08 20210510-018

이제 반달살이에서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남은 일정은 더 즐겁고 신나고 알차게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다짐은 아마도 혼자만 하고 있었지 싶다. ㅎㅎ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