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34) 광치기해변

작성일
2021-05-09 18:15
조회
602

제주반달(34) [7일째 : 3월 14일(일)/ 4화]


광치기해변에 물이 빠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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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어둠을 뚫고 내달렸던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광치기해변을 낮에 찾는 것은 일출봉의 실루엣이 이닌 피부를 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혼인지를 둘러보고 나와서 점심까지 먹었으니 이제는 오후의 햇살을 받은 광치기에서 그 여유로움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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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지에서 불과 9분 거리에 있는 광치기해변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2월 초이틀이다. 물때는 8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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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틀이니 사리때라서 물이 빠져도 많이 빠지게 될 모양이다. 만조가 오전 10시 11분이었고 간조는 오후 4시 51분이네. 그러니까 지금의 시간은 2시 24분이라서 한참 물이 빠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되겠다. 계속해서 빠질 것이므로 바닥이 많이 드러나겠다는 것도 계산을 하게 된다. 해변은 물이 빠져야 볼 것이 많은 까닭이다. 앞으로 두 시간은 계속해서 썰물이니까 여유롭게 놀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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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화창해서 바다의 물빛이 과연 제주스럽다. 언제나 그렇듯이 욕심은 끝이 없다. 이렇게 해맑은 하늘도 좋기는 하지만 뭉게구름이라도 드문드문 떠있으면 더 좋은 줄이야 왜 모르겠냐만서도 이렇게라도 맑은 것도 감지덕지라고 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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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쫙쫙~ 빠지고 있어서 광치기해변의 속살이 그대로 들어나고 더구나 초록초록한 바위까지 분위기를 돋우니 또다른 풍경이 전개된다. 시커먼 바위도 일주일이나 봤으니 이렇게 초록바위를 보는 것도 다른 별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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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과 10일 새벽에는 일출의 풍경을 보려고 내달렸는데 오늘은 여유롭게 낮의 풍경에 취하는 것이 또 다른 세상에 온듯 하다. 앞에 바위가 뭔가 그림이 될듯 하면 또 요리보고 조리보면서 어떻게 보면 잘 담았다고 소문이 날 것인지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이런 곳에서 즐기는 놀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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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됐다. 일출봉 옆에 월출봉을 하나 만들었다고 우기면 된다. 뭔가 비슷하게 닮은 꼴이니까 이렇게 물이 빠진 해변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노는 즐거움도 사진놀이의 큰 재미 중에 하나가 된다. 서해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가 없는 하맑은 바닷물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제주스러운 풍경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렇게 주어졌을 적에 맘껏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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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석(怪石)이네. 태호석(太湖石)이 괴석으로는 유명하지만 광치기에서도 괴석을 찾으면 된다. 거센 파도에 깎기고 물결의 소용돌이에 패였으니 이것도 괴석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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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에 짊어지고 다니다가 어느 절에서 두고 떠났던 돌이 생각난다. 낭월은 그 돌을 배꼽석이라고 이름 붙였었지. 경봉스님께서 밥 잘 한다고 써주신 글의 족자를 주고 얻은 돌이었는데 그것조차도 때로는 짐스러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또 걸망에 넣기에는 너무 무거운 30kg의 돌이라서 던져버렸는데 이렇게 비슷한 풍경을 보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아마도 그 돌은 가슴 속에 들어있는 모양이다. 간지(干支)를 공부하는 학자가 이러한 돌을 보면 계유(癸酉)라고 할 것이고, 목마른이가 보면 감로샘이라고 하겠지만 바위의 구멍에 담긴 한 줌의 바닷물일 따름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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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석 전시장인듯 싶은 풍경이 펼쳐진다. 물빠진 광치기의 멋진 장관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물때가 사리라서 더욱 넓게 펼쳐지는 풍경이기도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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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그래~ 그대로 우두커니 서 봐라~
화인 : 이렇게요? 
낭월 : 그래 좋다.
화인 : 컨셉이 뭔데요?
낭월 : 망부석~!
화인 : 에궁~!

이렇게 놀면 되지 뭘. 원래 시시껄렁하게 수다를 떨면서 노는 것이 가장 잘 노는 것이다. 바닷가에만 서면 소년으로 돌아가는 낭월이다. 그 시절이 소환되는 까닭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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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 탈마스크찬스로구나. 이렇게도 놀고 저렇게도 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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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조심하세요~ 미끄러지며 큰일이니까요~!
낭월 : 그래 나도 조심한다. 
화인 : 미끄럽지 않으세요?
낭월 : 다행히 비싼 신발의 공덕이 무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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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가만있자.... 연지야 바위에 올라가 봐라.
연지 : 뭐하게? 
낭월 : 뭐하긴, 사진놀이 하는 거지.
연지 : 알았어. 어떻게 할까?
낭월 : 요래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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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이렇게?
낭월 : 그래 쪼매 더 아래로~ 쫌 더~ 쫌 더~! 됐다.
연지 : 이러고 있으면 되는 겨?
낭월 : 그래 움직이지 말고 가마이 있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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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봐라, 어떻노?
연지 : 재미있어요. 일출봉이 쪼맨해졌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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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햇살을 받아서 일출봉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새벽에는 절대로 볼 수가 없는 풍경이다. 새벽에는 실루엣만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는 구나. 그런데..... 저 뻐끔뻐끔한 구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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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어디를 가도 해안에는 구멍이 가득하다. 일본군이 미국과 싸우느라고 사람들을 동원해서 저질러 놓은 만행이다. 이렇게 남겨놓음으로 두고두고 그 상처를 곱씹게 되는 구나. 그런데 그 바위굴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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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뭔가를 잡아서 끓이고 있는 풍경이로구나. 기왕 있는 것이니 이렇게라도 활용하면 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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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도 파 놨다. 바위도 신경이 있다면 얼마나 아팠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온갖 못된 짓은 다 하고서 쫓겨간 그 못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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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암벽 아래에 인공으로 뚫어놓은 굴도 있고, 그 주변에서 물놀이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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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보트를 타고서 고기를 잡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망원렌즈가 있으면 사진놀이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거리에 상관없이 이렇게 밀고 당기면서 풍경과 노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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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 위에도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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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꼭 있어야 할 렌즈가 100-400mm이다. 웬만큼 멀리 있어도 죄다 끌어당여서 앞에다 갖다 놔주기 때문이다 600mm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일단 내 수중에 있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므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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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놀았으면 자리를 옮겨서 신양섭지로 이동을 해야지. 다 같은 광치기이지만 남쪽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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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에서는 일출봉을 동북간으로 놓고 놀았는데. 신양섭지에서는 북향으로 놓고서 놀면 된다. 다만 이미 재미있는 풍경은 다 봤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장노출놀이를 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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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노릇 잘 하자는 비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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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리 설촌의 100주년 기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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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선생이 멋진 시를 한 수 남기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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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자에서 풍경을 즐기면서 쉬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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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가 굳어서 바위가 되었음직한 풍경은 망원으로 당겨서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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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멋진 풍경은 25초의 장노출로 ND필터를 사용해서 이렇게 파도를 잠재워 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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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담는 풍경은 역동적이어서 좋다.

화인 : 언제까지 여기에서 노실 거예요?
낭월 : 응, 다 놀았다. 이제 섭지코지로 가볼까?
화인 : 예. 실컷 놀으셨죠?
낭월 : 더 놀다가 해가 지는 풍경까지 봐도 좋지만. ㅋㅋㅋ
화인 : 그럼 혼자 놀고 계세요. 우린 이동할래요.

가자고 할 때는 미련을 떨치고 얼른 쫓아가는 것도 동행의 맛이다. 그래서 삼각대를 접고 차로 돌아간다.

 

광치기[인터넷자료: 성산일출봉 풍경]


20210509_180859[인터넷자료:성산일출봉]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