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82) 새별오름

작성일
2021-06-29 02:02
조회
547

제주반달(82) [22일(추가6일)째 : 5월 30일(일)/ 1화]


다시 오른 새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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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정을 120%로 초과달성을 하고는 푹 쉬었으니 새벽에 나들이를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은 셈이다. 아침을 천천히 해 먹고 오늘 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여유있는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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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준비해 온 커피도 바닥이 나는 구나. 오늘까지는 눈치보지 않고 퍼넣었는데 내일 한 번 더 먹기 위해서 분량을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커피를 사먹지 않고 만들어 먹고 또 들고 다녔으니 이것도 여비를 절약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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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어제 새벽에 사온 갈치를 소금간 해놨다가 요리용 종이에 싸서 프라이팬에 구워먹잔다. 그러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갈치구이가 되는 셈이다. 찜이라고 해야 하나? 참 애매~하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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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게 있어서 좋구나. 손바닥만큼 큰 갈치도막을 앞에 놓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만찬이로다. ㅋㅋ

호연 : 오늘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낭월 : 우선 차귀도가 주목적이고 가는길에 새별오름.
호연 : 새별오름은 또 가게 됩니까?
낭월 : 호연은 안 올라 가봤잖여?
화인 : 맞아요. 올라가봐야지. 오늘같이 날도 좋은데요.
낭월 : 옳지, 새별오름도 오를만 하거든. 금오름보다는 못해도.
호연 : 정말, 금오름은 참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
낭월 : 원래 좋은 것은 함께 나누는 수밖에 없지.
호연 : 맞습니다. 혼자 다 누릴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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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청쾌청우쾌청(快淸快靑又快晴)하니
쾌활쾌활우쾌활(快活快活又快活)이로다.

별 뜻이 없이 그냥 흥얼거리는 게다. 뜻이 꼭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는 가는 길에 다시 새별오름, 그러니까 새별오름은 올해만도 20번은 봤겠지 싶구먼시나. 오늘은 호연네 부부가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낭월은 진초록의 여름풍경을 담는 것으로 목적을 삼으면 된다.

가을에 단풍이 들 것은 별로 없지 싶고, 겨울의 눈내린 새별오름도 생각해 봐야지 그렇지만 아무래도 새별오름에 눈이 내릴 날이 있을랑강 그건 쉽지 않은 것으로 생각이 되기는 한다만서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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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쨌든 인증 샷~!
'2021년 5월 30일의 새별오름은 이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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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놀이 기념탑이었던 모양이구나. 뭔가 했는데 다가가니 보이네. 그렇다면 위에 있는 것이 들불이란 말인가? 들불이 촛불같잖여? 디자인이 조금 아쉽구나. 들불의 형상을 하려고 했다면 이건 아니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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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충 만들어도 이 정도는 불꽃이 표현되어야 들불이라고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디자이너의 감각이 촛불에 갖혀있었던가 싶기도 하다만 뭐 불은 촛불이 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또 그런가보다 하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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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새별오름의 길은 두 개가 있는데 어디로 갈래?
화인 : 어떤 길과 어떤 길입니까?
낭월 : 오를때 편하고 내려올때 가파른 길
화인 : 또요.
낭월 : 오를때 숨차고 내려올때 편한 길
화인 : 처음 길로 갈래요.
낭월 : 그럼 우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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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스님아니십니까? 어떻게 여기에 계십니까~!"

옷은 평복이고, 알아 볼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는 생각도 없진 않았는데 이렇게 새별오름에서 난데없는 '스님아니십니까.'라니 도대체 누가 낭월을 제대로 알아보고 이렇게 알은체를 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정신을 차려서 바라보니 하얀 승용차에서 반갑게 뛰쳐 나오는 남자를 발견하고서야 지난 시절의 영상테이프를 초고속으로 돌려서 그 얼굴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낭월 : 누구.... 어? 문 선생 아녀?
선생 : 맞습니다. 문기석입니다. 이렇게 뵙다니요~!
낭월 : 명현 선생이 애월 어디에 산다는 것은 알았지만 여기에서 만나는구나.
명현 : 정말 반갑습니다. 이게 얼마 만입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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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 제주도에 관광 오신 겁니까? 
낭월 : 며칠 바람쐬러 나왔지. 명현은?
명현 : 날씨가 하도 좋아서 집사람과 김밥 싸들고 소풍왔습니다.
낭월 : 뭔가 조짐이 동했나 보다.
명현 : 그러게 말입니다. 김밥을 먹으면서 옆에 지나가는 걸음이.
낭월 : 내 걸음걸이가 좀 특이하긴 하지. 
명현 : 혹시나 싶어서 내려서 봤는데 옆에 화인님이 있어서 알았지요.
낭월 : 그러셨구나. 어떻게 지내시고?
명현 : 사주풀이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낭월 : 그랬구나. 다행이네. 지금은 오름에 가야 하니까. 저녁에 보세.
명현 : 어디에 머무르십니까?
낭월 : 전화하셔. 같은 애월이니까. 이따 봐.
명현 : 예, 구경 잘 하시고 이따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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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기 마련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명현을 여기에서 만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옛날 그러니까 1998년도에 감로사에 입산해서 3개월인가 같이 뒹굴면서 공부했던 그야말로 초창기의 제자라고 할 수가 있는데 나름대로 세상공부도 하면서 유람한다는 것은 알았고 언젠가 제주도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바람결에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기도 하니 말이다. 더 반가운 것은 아직도 공부를 버리지 않고 삶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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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름행이다. 호연이 특별히 보고싶지 않은 안내판이 떡 하니 앞에 있었던 모양이다. 깜짝 놀라는 것을 보니.

호연 : 여기에 뱀도 나온다는 말이 아닙니까?
낭월 : 그렇겠지. 
호연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낭월 : 만나면 반갑지는 않겠지만 뭐 어떻노.
호연 : 저는 그림만 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낭월 : 그림은 물지 않아. 뱀이 나오거든 건드리지만 말아.
호연 : 어떻게~~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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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곡선(曲線)이 발길을 부른다. 그래서 무덤도 오름처럼 봉긋하게 만들었나 싶기도 할 정도다. 그러니까 경주의 고분을 보면서 오름을 떠올렸다는 말이기도 하다. 용눈이의 곡선에 반하고, 다랑쉬의 웅장함에 빠져들었던 그 시절도 좋았는데, 벌써 오름에 발을 딛은 세월도 대략 10년이 훌쩍 넘었구나. 그렇게 세월이 흘러 갔는데도 오름의 풍경은 더욱 새롭게 내면을 보여 주는 것만 같다. 이건 또 무슨 매력이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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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멀리 한라산의 정상이 또렷하게 시선을 잡아 준다. 먼저는 구름이 오락가락했지 싶은데 오늘은 구름이 그 뒤쪽에 있어서 잘 보이는 구나. 아마도 서귀포쪽에서는 구름에 잠긴 한라산을 보고 있지 싶다는 생각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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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다니는 여행길은 힘든 줄을 모른다. 새별오름은 딱 그만큼의 힘만 있으면 오를 수가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휠체어에 앉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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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새별오름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풍경이겠거니 싶다. 그리고 욕심이라면 어승생악도 새별오름처럼만 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희망사항을 하나 품어 본다. 그러니까 나그네의 욕심이라는 말이다. 둘러 본 중에는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어제 본 금오름, 그리고 깨끗하게 면도를 한 신사로 보이는 이 새별오름같은 곳이 제대로 잘 관리가 된 오름들이지 싶다. 이러한 것을 보면 오름은 역시 흙과 풀만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구나. 나그네의 욕심은 끝이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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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주차장 쪽을 내려다 보면 자동차들이 성냥갑 만해 보인다. 저 멀리 줄을 지어 있는 건물들은 또 무슨 리조트인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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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의 정상을 인증하고서도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면서 놀았다. 날씨도 좋고 바람은 시원하니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어슬렁거리기 딱 좋은 주변 풍경들이었으니까 올라오느라고 잠시 힘들었던 것은 이미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금오름보다 더 시야가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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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이 누구를 찍었는지 모를 사진이로구나. 낭월을 찍은 것일까? 아니면 아기가 엄마를 찍어주는 그림이 예뻐서 셔터를 눌렀지 싶은 생각이 솔솔 드는 사진이로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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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어린 딸이 함께 여행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오싱」이 떠오르지? 오싱을 보면서 한국이든 일본이든 여성은 참 강하고 열정적이라는 생각을하게 되는 내용이었던가 싶다. 7세의 어린 소녀가 가족을 위해서 기꺼이 현실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는 장면이 애잔해서 문득 떠올랐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저 아기의 오늘에 대해서 축복하는 마음이 생기더라는 말이기도 하다. 축하한다 아가야~!

엄마에게 모녀가 새별오름의 표석의 좌우에 서라고 하고서 사진을 한 장 찍어줄까 했더라면 아마도 무척이나 좋아할 것임을 알면서도 낭월은 절대로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남의 삶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 소극적 대응은 천성이 수줍기도 하지만 사소한 인연을 만들지 말라는 가르침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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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놀았으니 천천히 하산의 길로 접어든다. 저 멀리 이달봉 뒤로 보이는 것은 이미 눈에 익은 풍경이다. 어제 저녁에 놀았던 금오름이니까. 틀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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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주일을 제주도의 서쪽을 위주로 누비고 다니다 보니까 하나 둘 위치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그래봐야 아주 약간일 뿐이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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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보면 넓이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막상 위에서 보면 이렇게 드넓은 초원을 누비는 선남선녀도 만날 수가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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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정말 새별오름은 멋지네요. 올라오길 잘 했어요.
낭월 : 다행이다. 이렇게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화인 : 엄청요~! 다음에도 또 지나는 길에 올라와서 둘러보고 싶어요.
낭월 : 그래, 새별오름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두 말을 할 필요도 없지?
화인 : 맞아요. 금오름보다 전망은 더 좋은 것 같아요.
낭월 : 금오름은 자신이 예쁘고, 새별오름은 주변이 예쁘지.
화인 : 아, 그것도 말이 되는 걸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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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이 길로 올라오는 것인데 오늘은 반대로 걸었을 따름이다. 내려다 보니까 과연 땀나게 올라야 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각도이기는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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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오름에서 페러글라이딩을 하던 장면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구나. 활짝 열린 풍경과 함게 하늘에 자유로운 새들 처럼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은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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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머로는 바닷가의 풍경까지도 보인다. 날이 맑은 줄로만 알았는데 서쪽의 해안은 아무래도 해무가 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지상의 풍경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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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합차가 오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봐서 페러글라이딩을 할 사람들을 싣고 올라온 차량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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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저 풀들은 뭐고?
화인 : 삐비네요.
낭월 : 창원에서는 피끼라고 했지 싶다.
화인 : 피끼요? 무슨 이름이 그렇게 살벌해요?
낭월 : 난들 아나. 어려서 형들이랑 뽑아먹었던 기억이 나네.
화인 : 하긴 삐비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네요.
낭월 : '껌둥산에 피끼뽑자'라고 하면서 머리카락을 쥐어 뜯기도 했지.
화인 : 아이들은 그러고 놀잖아요. 표준어는 뭔지 모르겠어요.
낭월 : 공식적으로는 삘기라고 하는 모양인데 사전적인 이름이네.
화인 : 아, 들어 본 것도 같아요. 이게 그러니까 띠풀인가요?
낭월 : 그렇지, 띠풀의 싹인 거지. 어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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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시간도 제법 흘렀구나. 호연은 또 점심먹을 명당을 찾아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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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아무리 바빠도 이건 찍고 가야 겠네요. 잠깐만요.
낭월 : 그래서 바쁠 것이 뭐 있남. 아직 시간은 많다.
화인 : 한 장 찍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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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는 것은 먼저 왔을 적에 둘러봤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되지 싶어서 화인의 기념사진만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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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돌아와서 한바퀴 돌아서 내려 온 새별오름을 다시 돌아보면서 마음에 담아놓고서야 출발을 했다.

낭월 : 차귀도로 가는 유람선은 몇 시더노?
화인 : 배는 두시 반이에요. 밥 먹고 배 타러 가면 딱 맞겠네요.
낭월 : 아침 먹은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밥이 들어 가겠나?
호연 : 저도 동감입니다. 차귀도 갔다 나와서 먹지요.
화인 : 그래도 되겠어요. 그렇게 해요.
낭월 : 좋아, 그럼 일단 차귀도로 가는 걸로.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