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78) 어승생악②
제주반달(78) [21일(추가5일)째 : 5월 29일(토)/ 3화]
다시 찾은 어승생악(御乘生嶽)
관음사를 둘러보고는 오늘의 가장 큰 이벤트인 어승생악으로 향했다. 관음사에서는 지척이다.
관음사에서 어리목주차장까지는 16분 거리로구나.
그저께는 안개 속에서 본 이정표를 오늘은 빛 속에서 보니 반갑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절에서 얻어온 떡으로 간식을 즐긴다.
든든하게 먹어도 좋을 시간이다. 12시 24분이나 되었으니.
떡도 맛있게 했구나.
이 떡을 시주한 인연들께 감사를 하면서.
귤로 입가심을 하고는 다시 출발이다.
호연 : 사부님, 오늘은 정상의 영상을 보고 가요.
낭월 : 안 봐도 알겠지만 그러던가.
호연 : (문을 밀어보고는) 문이 잠겼습니다.
낭월 : 점심먹으러 간 모양이다.
아제 : 무슨 볼일이 있으십니까?
호연 : 정상의 화면을 보려고 했는데요.
아제 : 아, 그건 폰에서 보면 됩니다.
호연 : 폰에서요? 어떻게 봅니까?
아제 : 한라산국립공원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호연 : 고맙습니다.
정보를 얻었으면 바로 확인해야지. 그래서 한편 걸으면서 한편 폰을 검색한다. 길이 평탄해서 눈팔이를 해도 큰 사고가 날 정도는 아니어서이다.
위쪽에서는 어디를 보라는 건지 몰라서 버벅버벅하다가 아래쪽으로 내리니까 비로소 정보가 보인다.
이것은 폰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에서 모니터로 보려고 확인해 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실시간CCTV보기」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다음 화면에서 다섯 곳의 시시티비가 표시된다. 어승생악을 선택해봤다.
이 화면은 사진이야기를 쓰는 오늘(2021-06-27)의 장면이다. 언제라도 확인할 수가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써비스로군. 물론 현재의 상황은 대략 10초 전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하면 되지 싶다. 확인도 했으니 계속 길을 가야지. ㅎㅎ
두번째로 가는 길은 길게 소개하지 않아도 되지 싶으니 간단히 생략하기로 하고.
이틀 전의 어승생악과 오늘의 어승생악은 같은 곳이지만 다른 느낌이로구나. 사방이 모두 잘 보이는 풍경이 있어야 제대로지 그래. 흡족한 풍경이 기대된다.
긴 말이 필요없다. 화인의 표정에서 이 풍경이 어떠한지를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싶군. 이틀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어서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백록담이다. 청량한 여름의 짙푸른 빛이 온 천지를 가득 채우고 있구나. 이 시절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는 풍경이구나. 좋다.
시선을 반대쪽으로돌리는 의미는 간단하다. 어승생악의 분화구가 궁금해서이고, 실로 두 번이나 찾아온 것도 분화구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을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분화구가 없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무성한 것이었구나. 다랑쉬의 분화구를 상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가 버렸구나.
분화구의 관리가 안 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이것이 자연스러운것이기는하지. 그래도 그렇지
어승생악 오른뜻은
분화구를 보잤더니
분화구는 어디가고
나무들만 무성쿠나
그래도 자세히 보면 분화구의 흔적은 보인다.
'내 여깃소~!'
오름을 오른 뜻이야 어떻든지 간에 이것이 어승생악이란 말이지. 어떤 오름은 분화구를 보여주고, 또 어떤 오름은 말굽형을 보여주지만 이렇게 숲이 우거진 분화구도 있는 것이 정상이지 뭘 그래. 아무렴. 그래서 아쉬운 것은 사진이.... ㅠㅠ
분화구는 서운했지만 주변의 절경이 그것을 보상해주고도 남는 풍경이다. 한라산의 정상이 이렇게 손에 쥐일 듯이 바라보이는 것도 멋지니 말이다.
차를 대어 놓은 주차장이 저만치 내려다 보인다.
겨우 30여 분을 올랐을 뿐인데 이렇게 전망이 좋은 자리를 만날 수가 있었구나.
정상쪽의 안내문을 보면서 하니씩 눈도장을 찍어본다.
다른 산에서는 느낄 수가 없는 동글동글한 화산만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선(線)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없는 제주도의 산 만이 갖고 있는 이 곡선미(曲線美) 라니....
백록담의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은 윗새오름이거나 만세동산이겠구나. 둘이 서로 붙어있어서 식별하기는 어렵군.
여하튼 나무가 없는 언덕이 윗세오름인 것으로 할란다. 그래도 상관없잖여? 왼쪽으로도 나무가 없는 언덕이 있네. 이것은 큰두레왓인가? 막상 올라와서는 다시 낯선 이름을 대면하게 되는구나.
와이(Y) 계곡에 대해서는 그저께 안내하시는 할배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원래는 아(丫)자 계곡이라고 불렀더란다. 그런데 사람들이 한자의 두갈래길 아(丫)는 모르고 대신에 그 글자를 영어의 와이(Y)로 부르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예 와이계곡이라고 하게 되었더라는 이야기였는데 듣고 보니 이름도 세월따라 변화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맑은 날에 다시 보니까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ㅎㅎ
역시~! 어승생악은 맑은 날에 올라야 할 이유가 백 가지도 넘는구나. 제주도 북쪽이 이렇게 시원하게 조망이 되니 말이다. 여기가 아니고서는 얻을 수가 없는 풍경임이 분명하다.
제주시 방향으로도 오름이 여섯개나 되는 구나. 도두봉과 사라봉은 이미 올라본 곳이어서 바로 그 곳의 풍경이 소상하게 떠오르지만 가보지 못한 오름들은 어렴풋한 실루엣만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그래서 많이 보고, 많이 겪고, 많이 생각해야 하는 법임을 다시 생각케 한다.
제주도의 집들은 붉은 지붕이 많구나. 화산암을 닮아서 그런가? 색깔이 영판 같아서 말이지. 그냥 혼자 해 보는 생각이다. 그런데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섬은 또 뭐지?
제주항 앞바다에 섬이라고 할만 한 것은 추자도 밖에 없는데? 여서도는 각도가 맞지 않으니까 제외하고 말이지. 이렇게 보니 추자도가 참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겠구나. 바다가 맑으니 이러한 덤도 있구나. 다시 찾은 선물이려니 싶기도 하다. 어승생악에서 거리가 꽤 될텐데.....?
엉? 64km? 과연 오늘 같은 날이 한 달에 며칠이나 있을까 싶구나. 해무가 전혀 없을 때만 가능한 풍경일 것으로 생각하니 그저께와 오늘의 가치는 오늘이 100이라면 그저께는 20? 그 정도라고 보면 되지 싶다. 그런데 섬의 위치가.... 아무래도 찜찜하군.... 다시 바다위를 조사해 봐야 겠다.
제구공항 앞쪽으로 집중해서 살펴보고... 또 살펴 본 결과.... 드디어 찾았다. 추자도를 본 것은 맞고, 저건 여서도가 맞구나.
그래, 아무리 그래도 64km쯤 되려면 이것이 맞지 그래. 이럴 줄 알았으면 망원으로 삼각대에 얹어서 잘 찍었으면 추자도를 선명하게 볼 수가 있을 뻔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삼세번이 또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가을에 다시 와서 맑은 하늘을 만나거든 추자도를 다시 보는 것으로 숙제 하나 남겨 놓아도 되지 싶다. 그때의 한라산도 단풍이 들면 또 다른 풍경을 줄테니 말이다. 야호~!
혹시라도
'어데어데? 추자도가 어딧다고 호들갑이고?'
라고 하실 벗님을 위해서 이렇게 친절한 낭월의 정성을 다한다. ㅋㅋㅋ
다음은 시선을 동쪽으로 돌려서 살펴보니 북동쪽으로도 보이는 것이 많다. 다랑쉬도 보이네. 정말 전망 하나는 기가 막히구나.
낭월 : 화인아, 다랑쉬가 어딧는지 찾아봐라.
화인 : 여기에서 다랑쉬가 보인다고요?
낭월 : 그러게, 나는 보인다만.... 찾아보렴.
화인 : 음.... 저~것인가요?
낭월 : 그래 알아 보는 구나. 재미있지?
화인 : 기대 이상으로요~!
동쪽지방의 오름들이 올망졸망 늘어서 있는 풍경까지 보여 주는 오늘의 일진은 대박임이 분명하구나.
아무리 봐도 다랑쉬오름의 실루엣이 분명해 보였다. 오름을 더 많이 돌아다녔더라면 그 박의 오름들도 모두 알아볼 수가 있었을텐데. 숨은 보물 찾기라도하는 것처럼 오름찾기에 푹 빠져들었다.
북서쪽은 또 어떤 풍경들일지... 참으로 오름의 곡선이란.... 김영갑 선생이 왜 제주도에 온 후로 떠나지를 못하고 삼각대와 카메라를 둘러메고 중산간을 누비고 다니셨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으니 건강만 따라 줬더라면 이렇게 제주도에 와서 같이 차라도 마시면서 오름에 대해서 귀한 말씀을 들을 수도 있었으련만 명이 짧아서 이승을 하직하셨으니 또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참 사진공부를 한답시고 책들을 사 나를 적에 인연이 된 김영갑 선생의 사진집이자 에세이이다. 책 이름이 얼마나 슬픈지....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자기의 삶을 기록하면서 과거완료형의 제목을 달았다. 자신이 이 땅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쓴 글이겠지만 왠지 슬픔이 잔잔히 배어나는 이름이기에....
선생 덕분에 용눈이오름을 알았고, 그로 인해서 다시 오름과 제주도를 알게 되었으니 제주도 안내자인 셈이라고 해도 되겠다.
서쪽방향에도 오름들이 주렁주렁 열렸구나. 그렇지만 일일이 이름을 붙일 수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지도를 보면 나오기는 하지만 실물에서 이름을 찾아야 찐이지 그래. ㅋㅋㅋ
엇? 저건 뭐냐? 혹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일수도....
아, 또 그놈의 진지였구나. 에구~ 징글징글하다~!
호연에게 내려가 보라고 했더니 무서운 곳이 아니냐고 하면서도 주춤주춤 다가간다.
참 튼튼하게도 만들어 놨구나.
공격받을 것도 대비해서곡선으로 파 놓은 용의주도함이라니....
안에서 밖을 내다보도록 만든 총구까지 준비되어 있구나. 그렇겠지...
바짝 대고 내다보니 제주도 전경이 다 들어온다. 여기까지 끌려와서 굴을 팠을 식민지 시대의 국민이라니....
이렇게 놀고 있을 때에 전화가 왔다.
다섯째 처제였다. 어승생악에 갔다기에 시시티비를 보고 있는데 식구들이 보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캡쳐를 보내왔다. 반갑더라지. ㅎㅎㅎ 인연이란.
이렇게 어승생악에서 놀았다는 것을 온 천하에 공개하고서야 걸음을 돌렸다.
인증샷도 남겨야지. 아무렴.
그래도 그냥 내려가기가 아쉬워서 다시 한 번 둘러보고.
크게 만족하고 하산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보니 비로소 어승생악의 정상이 보인다. 모두 겪고 난 다음에 보이는 것이 이치인 모양이다.
다음 걸음은 단풍이 드는 가을인 걸로 예약해 두고 가자.
맑은 날에 다시 보는 한라산 석비.
여기의 해발은 970m로구나.
입산을 확인하는 문이 있고.
어리목 탐방로 입구임을 알려 준다.
윗세오름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구나. 4.7km에 걸리는 시간도 꽤 여유롭게 잡아야 하겠구나.
오르는 시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은 행여라도 사고가 나면 안 되는 때문이려니 싶다.
안내판을 자세히 보면 다 보인다.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는 2시간이로구나. 남벽까지 가려면 다시 1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여기에 천천히 이동한다고 보면 4시간은 잡아야 할테니 하루의 나들이로 보면 되지 싶다. 그것은 다음 기회에 실행하는 것으로 자기와의 약속을 하기로 하자. ㅎㅎ
차에 오르기 전에 다시 한 번 멋진 풍경을 보여 준 어승생악에 감사한다. 어승생악에 대한 한민족대백과의 자료를 첨부해 두자.
어승생오름은 한라산 북쪽 산록 표고 950m 지점의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등산로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산정 표고 1,169m의 어승생오름은 비고 350m, 둘레 5,842m, 기저직경 1,968m, 면적 2.54㎢의 단성화산(單成火山: 일회의 분화활동으로 만들어진 소형 화산)으로서, 스트롬볼리식 분화에 의해 형성된 분석구(噴石丘) 또는 스코리아콘(scoria cone)이다.
제주도의 오름 가운데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소재하는 군산 다음으로 규모가 큰 원추형 화산체이다. 어승생오름은 스코리아 퇴적층의 높은 투수성에도 불구하고 오름 정상에 둘레 250m의 산정 화구호가 발달한다. 그러나 수심이 깊지 않고 함양유역도 크지 않으므로 갈수기에는 바닥이 드러난다.
오름 사면에는 15개의 골짜기가 발달하며, 일부 골짜기에서는 무강수기에도 지속적으로 지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낙엽활엽수와 침엽수가 혼재하는 삼림지대이나 서어나무와 졸참나무로 대표되는 낙엽활엽수가 탁월하다. 하층은 한라산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제주조릿대가 우점하고 있다.
어승생오름 정상에서는 제주 시가지뿐만 아니라 제주도 서부와 북동부 지역까지 조망할 수 있다. 전략적 요충지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던 어승생오름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구축한 2개의 벙커와 3개의 동굴진지가 남아 있는데, 진지동굴의 길이는 460m에 달한다. 어리목광장에서 어승생오름 정상까지 편도 1.3㎞, 소요시간 30분 정도 되는 탐방로를 조성하여 체류시간이 짧은 한라산 탐방객을 위한 대체 등산로로 활용하고 있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