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67) 가파도

작성일
2021-06-19 11:1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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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67) [18일(추가2일)째 : 5월 26일(수)/ 1화]


파도 땜에 못 갔던 가파도(加波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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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번째 날의 제주도 여정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가파도에 가는 것으로 첫번째 일정을 잡았다. 먼저는 풍랑주의보로 인해서 무산되었던 가파도 계획부터 실행하기로 했고, 오늘은 바다가 고요해서 풍랑과는 무관하다는 예보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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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하우스는 정원이 하도 넓어서 다 둘러보면서 꽃들과 노는데도 1시간이 넘겨 걸렸다. 다만 그것은 이야기에서 빼도 될 것 같아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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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부부는 꽃을 워낙이 좋아한다는 것은 확인을 했다. 꽃을 좋아하는 연지님이 그 집에 머물게 되었으니 기본적으로 만족하는 것은 더 말을 할 나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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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에는 복을 부르는 백상(白象)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인도식당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도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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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화인이 대충 만들어서 해결하고 낭월은 집에서 분쇄해서 가지고 간 원두를 내려서 돌아다니면서 먹을 커피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마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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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병을 만들어서 두 사람씩의 몫이 되도록 했다. 다소 진하게 내린 것은 물을 타서 마시면 하루종일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커피를 한 잔도 사먹지 않은 셈이 되었다. 아마도 여행경비의 원가를 절감시키는데 쪼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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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고 있는 집은 온실을 겸한 식당의 확장이었던 모양이다. 기본 골격이 세워졌으니 이제는 조립식의 유리를 끼우기만 하면 될 모양이다. 머무는 동안에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 싶어서 첫날부터 사진을 찍었다. 마치 꽃이 피어가는 과정을 찍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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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35km, 시간은 44분이 걸린단다. 도중에 새별오름이 있어서 잠시 들렸다가 다시 목적지로 달려서 운진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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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행 10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게 되었다. 가파도를 가보고 싶었던 것은 가파도에서 바라보는제주도의 풍광이 궁금했던 것이 가장 컸다. 계절로 봐서 보리밭은 이미 수확이 끝났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에는 잘 자라고 있었겠지만 5월도 막바지인 시점에서는 누렇게 익은 보리를 만나게 될 것이 거의 틀림없었다. 벼는 익은 들판이 예쁘고, 보리는 덜익은 들판이 예쁜 것은 무슨 까닭일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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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준비되었는데 낭월이 준비가 덜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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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이 준비되니까 화인이 끝났다고 돌아선다. 뭐든 그렇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하고 눈빛도 바라봐야 교환이 되는 것이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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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지님은 끝까지 기다려 준다. 다행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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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활보(活步)를 담아 주다니. 이번 여행길에는 호연의 폰이 열 일을 했다. 부지런히 찍어놓으니까 이렇게 쓸 것이 많아서 좋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다리가 벌어지지 않아서 종종걸음을 걸야아 할 때도 있겠지. 그때가 오기 전에 우야던둥 많이 걸어다녀야 한다. 아무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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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6일 10시가 선명하게 찍혔으니 이것도 여행의 기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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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서 그렇겠거니 싶었지만 사람은 많지 않아서 여유로웠다. 기껏해야 15분 남짓 운항하는 뱃길이니 안에서 앉아있을 겨를은 없다. 밖에서 풍경을 보면서 순간을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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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가장 안 흔들리는 곳이 1층과 2층 중에 어디입니까?
낭월 : 그야 1층이지. 맨 중심의 중간쯤이 낫다고 봐야지.

배가 흔들릴까봐서 미리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구나. 그래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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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이 거울같은 수면위를 미끄러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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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샷 한 장 남겨놓고는 밖으로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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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거리로 4km남짓이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 뱃길인데 먼저는 풍랑주의보로 못 가고, 파도가 무서운 일행으로 인해서 못 갔는데 오늘은 바다가 잔잔해서 다행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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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해안이고, 오른쪽은 망망대해이다. 배가 움직이고 있으니 우선 좌현(左舷)에 붙었다. 산방산이며 한라산이 보이기 때문에 그림이 될 것 같아서였다. 미리 상상하고 현실에서 확인한다. 한라산이 안 보이면 파도랑 놀아도 되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제주도 쪽의 풍경이 훨씬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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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그저 그만이다. 아쉬운 점이야 하늘이 우충충하다는 것인데 모든 것이 다 갖춰진다면 누가 이 땅을 사바세계라고 하겠느냔 말이지. 이렇게 멀리 시계가 좋은 것만으르도 다행으로 여기면 또 이만큼 보여주는 것도 감지덕지일 따름이다. 봐하니 산방산 오른쪼은 한라산, 그리고 그 오른쪽은 군산오름이겠구나. 올말졸망한 오름들이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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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도 뱃전으로 나왔구나. 동영상을 찍을 요량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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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와 마라도가 완전체로  해면에 떠오른다.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같은 감탄사는 없더라도 그냥 평온한 바다의 풍경과 수면에 딱 붙어있는 섬의 풍경도 충분히 볼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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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찍을 수가 있을 적에 많이 찍어둬라. 지나치고 나면 찍고 싶어도 없으면 못 찍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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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을 안달나게 만드는 것이 이런 까닭이다. 지금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놓치면 다시는 담을 수가 없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어서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수가 없음을 잘 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이것은 일종의 병일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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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너무 잔잔하군. 멀미라도 하는 사람은 편하겠지만 사진을 찍는 낭월에게는 좀 싱거울 따름이다. 바다는 뭐니뭐니 해도 파도가 몰아쳐야지 암~! 그래서 기도를 했다. 파도가 일어나서 배가 좌우로 요동을 쳐주기만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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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은 순간에 가파도란다. 10시에 출항했으니 16분이 걸렸구나. 대략 20분 남짓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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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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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다시 돌아가고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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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에서 산방산이 지척으로 보여서 멀리 떨어졌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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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이 할망당에서 소원을 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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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소원은 모두 이뤄지라고 있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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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모여있는 골목길을 잠시 걸으면 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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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와 유인도를 구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물이 있느냐로 판단한다.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파도가 유인도로 남을 수가 있는 것도 이렇게 지하수가 나왔기 때문이니 참으로 중요한 우물이다. 옛날에는 물을 길어다가 먹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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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하니 깊어보이지는 않는다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서 수초들이 덮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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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물지게 좀 져봤다는 연지님과 만남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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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봐서는 남쪽면에 더 많은 집들이 몰려있는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다만 우리의 발길은 바쁘다. 얼른 둘러서 나가면 오후에는 마라도를 건널 수가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하늘의 풍경은 약간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만 뜨면 운진항에 온 김에 가파도와 마라도를 모두 둘러보는 하루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둘러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돌아가는 12시 배라도 탄다면 마라도는 충분히 둘러 봐도 된다는 계산이었고, 이것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계획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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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리밭이 반겨줬다. 보릿고개를 넘었다는 뜻이다. 보릿고개는 보리가 익기 전까지의 두어 달을 말하는 것인데 이제 완전히 익었고 보리를 베어서 방앗간에서 찧으면 굶을 가족이 없다는 이야기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들판이냔 말이지. 그래도 보리밭은 청보리밭이라고? 참내, 누가 그것을 모르나. 어쩌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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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도 좋지 뭘. 저 멀리 제주도의 풍경들 좀 봐라. 아무래도 다음에는 가파도에서 한사날 머물러야 할 모양이다. 가파도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경이 기대이상이어서 말이다. 하늘이 새파랗기를 기대한다면 다시 또 오면 될 일이다. 다만 이번 일정에는 어렵겠군. 다시 오자고 하면.... 아무도 찬성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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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마을은 들리지 않고 바로 전망대로 향했다. 이미 제주도를 조망하는 풍경으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망대로 올라가면 남쪽풍경도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올 것이라는 계산도 빠트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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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주민을 위한 풍력발전기 2기가 돌아가고, 저만치 마라도가 부평초처럼 동동 떠있는 모습도 재미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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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는 오후에 가는 것으로 하고 눈도장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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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전망대가 뭐꼬. 가파도전망대라야 하는 것이잖여? 너무 관광객의 입맛을 따라가면 매력이 떨어지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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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날이라서 우산을 챙겼는데 이것을 소품으로 해서 30년 후의 그들 모습을 연출해 봤다. 30년 후에 두 사람이 눈썹처럼 다시 찾아와서 이 자리에 앉게 된다면 이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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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바람에 소원을 적었음직한 천조각들이 다 닳아서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꼭 이렇게 뭔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은 내일이 허망하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겠다. 그냥 지금 이대로를 만끽한다면 뭣하러 너저분하게 공간을 어지럽히고 다니겠느냔 말이지. 어쩌면 이렇게 두 사람의 이름과 소원을 써서 붙이는 것도 지금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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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까 20여년 전에 남친과 남산에서 잠을쇠를 걸어놓았던 것을 헤어진 여인이 찾아와서 찾아내어 떼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런 것이다. 오늘 좋았다가 내일 싫어질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거늘 그냥 오늘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알량한 기대심으로 환경이나 오염시키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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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할망당에 사람이 없군. 그렇다면 사진으로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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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게 둘러친 돌담도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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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11시 배가 다시 건너오고 있구나. 그렇다면 가파도는 한 시간에 둘러본 셈이네. 아싸~! 오전이 짧으면 오후가 길다고 했으니 잘 되었구나. 더 우물대면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나가는 김에 화장실을 들렸다가 사람들과 함게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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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때 타고 왔던 블루베이 1호군. 한 대가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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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운진항이다. 원래 갈 때는 풍경을 보느라고 바쁘지만 올 때는 할 일이 없다. 같은 풍경을 다시 찍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하늘이라도 벗겨져서 풍경이 달라졌다면 또 모르겠지만 여전히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에 덮혀 있다. 그나저나 얼른 가서 마라도 배표를 사 놓고서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는 것으로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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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운진항에 닿기도 전에 안내방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알려드립니다. 마라도 행 표를 환불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풍랑주의보가 떨어져서 출항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방송이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또 확인한 셈이로군. 참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여정이다. 한 사람의 아쉬움과 세 사람의 다행스러움이 교차되면서 호연에게는 1안이고 낭월에게는 2안이었던 식당을 찾아가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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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눌음」은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군. 호연의 맛집으로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최우선으로 선택하면 되었다. 작년 9월에 한라산 등반후에도 들렸었는데 봄에도 몇 차례 왔으니까 모슬포항에 온다는 것은 이 집을 찾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또 한 집은 보말칼국수를 먹으러 갈 적에 찾는 곳인데 이번 일정에서도 당연히 한 번 쯤은 들리게 될 게다. 처음에는 다른 단골집이 있었는데 뭐가 못마땅한지 짤렸다. 그리고 수눌음도 처음에는 '맛집옆집'으로 들렸었는데 이제 맛집으로 승격을 한 셈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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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오늘 제철음식은 무엇인가요?
주인 : 지금은 당연히 자리회지요.
호연 : 그럼 그것으로 주시고 찌게도 해 주십시오.
주인 : 자리회에는 물회와 구이와 찜도 나와요.
호연 : 갈치찌게도 하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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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아침도 대충 먹었고, 운동도 많이 했으니 배도 많이 고프겠다. 자리회에는 제피잎이 같이 나온다. '자리돔과 제피잎을 알아야 제주도가 보인다'는 말도 있던데 오늘 제대로 맛을 보는군. 맛이 강렬한 제피잎을 쓴다는 것은 자리회가 비릿내를 갖고 있다는 뜻이겠지만 비린내는 이미 어린 시절에 안면도에서 하나와 되었던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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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도 한 접시 주니 더욱 반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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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찜과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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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하나씩인데 크기는 다 다르네. 먼저 먹는 사람이 제일 큰 것으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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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별로 안 좋아하는 화인은 갈치찌게가 반가울 따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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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좋아하는 낭월은 물회가 또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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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먹고는 서비스 커피 한 잔을 들고 모슬포항의 부둣가로 나왔다. 그나저나 마라도 일정이 깨졌으니 이제 또 어디로 간다? 비도 올 것같으니 어딘가 실내로 가야 할 것은 같은데....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