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63) 용두암

작성일
2021-06-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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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63) [17일째 : 5월 25일(화)/ 4화]


용이 되어도 승천 못한 용두암(龍頭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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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계곡에서 용두암은 지척이다. 그러니까 지나는 길에 들려본 셈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둘러봤다는 생각이 앞서서 다시 가보는 것에 대해서는 큰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처음으로 제주도에 발을 딛게 된 여행자라면 아마도 반드시 둘려봐야 할 관광명소려니 싶기는 하다. 그러니까 여행일정에 용두암의 이야기가 한꼭지 포함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타협을 한 점도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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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가지 않아도 저절로 가게 되는 코스도 있는 셈이다. 용연계곡을 둘러보면서 놀다가  언덕만 올라가면 바로 용두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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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아직도 8시 33분이다. 새벽부터 배에서 놀았으니 여태까지 놀았어도 9시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니 하루의 시간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실감한다. 들리는 말로는 중국여행객들이 용두암에 올라가서 뿔을 잘라갔다는 말도 들렸는데 그정도로 훼손이 되었을까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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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필름카메라를 들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했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20년도 더 된 옛날이었겠구나. 이 정도의 세월이 흘러간 다음에는 한 번쯤 다시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거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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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벌을 받아서 그 자리에 있게 되는 이야기가 가장 많은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용왕과 한라산 산신과 한바탕 붙었던 모양이다. 약초를 캐러 왔든 승천을 하든 결론은 옥구슬을 훔쳤던 것이 문제로구나. 하필이면 화살을 맞았네. 제주도에는 유독 화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삼성인도 터를 잡을 적에 화살을 쏴서 떨어지는 곳에 거주지를 만들었다고 하고, 사냥꾼이 돼지로 알고 한라산 할망의 엉덩이를 쏴써 벌을 받았다고도 하는 것을 보면 이것도 뭔가 정서에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짐짓 해 본다. 벼락이 떨어지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기도 하다. 소박하달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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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이라서 흑룡(黑龍)이 되었구나. 이 안내 판은 2012(壬辰)년에 세웠을 것이고. 다시 60년이 지나면 또 하나 새로 세울 모양인가? 소원을 빌라는 둥 이런 글은 없어도 될텐데 말이다. 왜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거지를 만들려는지 모를 일이다. 다들 그렇게 소원을 이루는데 급급하지 않을텐데도 자꾸 소원을 빌도록 강요하는 것도 같아서 명소를 관리하는  사람의 의식도 이제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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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용두암을 조망하는 계단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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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행기는 계속해서 활주로를 향해서 날아간다. 하늘은 맑지 않아서 푸른 빛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기가 맑아서 시야는 좋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지. 뿌연 해무로 가득하면 그것도 답답한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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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은 바라볼 곳이 딱 정해져 있다. 다만 새로운 화각을 탐한다면 해변으로 내려가서 접근을 해 볼 수는 있겠군. 뭐라도 해 봐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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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잔잔해서 파도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파도가 치면 더욱 생동감이 난다는데 그것도 바다가 도와줄 적에나 가능한 일이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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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 7일에 나들이를 했던 용두암이다. 빛바랜 사진첩에서 찾은 것은 용두암의 용뿔을 중국관광객들이 잘라갔다는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26년 전이니까 비교를 할 수가 있지 싶어서였다. 그나저나 그 당시에는 자동필름 카메라를 사용했을 게다. 셔터도 조리개도 모르고, 그냥 전자동모드로 놓고서 퍽퍽 눌러대면 멋진 사진이 되는 것인줄로만 알았을 것이고, 더구나 초점조차도 조작할 줄을 몰랐으니까 그야말로 믿은 것이라고는.

'누르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카메라가 다 합니다.'

이렇게 광고카피에서 나왔음직한 말만 믿었다고 해도 되지 싶다. 필름통의 100이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여하튼 용두암의 모습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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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를 해 봤으나 달라진 것은 없잖아? 그래서 그 말은 떠도는 말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겠다. 그 당시에는 중국인들이 한국에 올 수가 없었으니까 원형으로 기준을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누군가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서 지어낸 말인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나저나 용두암도 그대로이고, 바다도 그대로이고 바다의 파도조차도 그대로이다. 그런데 사람은 세월 만큼이나 완숙해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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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이 지난 다음에 찾은 용두암에 연지님은 없었다. 전망대에서 구경만 하고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힘들어서가 아니다. 단지 내려다 봐도 꽃이 없기 때문이었을 게다. 꽃이 없으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으로 짐작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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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전망대에서 낭월이 노는 것을 담았다. 어디 숨은 낭월찾기라도 해 보셔도 된다. 다들 자세들이 재미있구나. 그 중에서도 남들은 가지 않는 바위 뒤까지 굳이 가서 사진을 얻겠다고 하는 녀석이 낭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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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내외가 노니는 모습도 담았구나. 너무 멀어서 '여행객1'일 뿐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아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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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만들어 주느라고 제주도로 여행을 오신 스님이 출연해 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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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들고 열심히 사진놀이를 하는 것을 보니 낭월의 아바타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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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만 찍는 것이 아니었다. 비행기가 지나가면 그것도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용두암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두암은 애초에 환상코스이기 때문이다. 용이 있어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를 통해서 자신의 상상력을 꽃피우는 것이다. 보지도 않은 용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뭘까?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왜곡된 학습의 결과물일게다.

교과서에서 제주도를 소개한 곳에 등장하는 딱 한 장의 사진이라고 하면 단연 용두암이었다. 그래서 용두암이 엄청 크게 생긴 줄만 알았었지. 그로 인해서 제주도여행의 첫 코스는 당연히 용두암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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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의 모습을 흉내내는 녀석이 있어서 그림이 되었다. 물론 낭월의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저 앞에 가마우지가 사냥을 하다가 올라와서는 날개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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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은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나중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렌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놀면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가 재미있는 그림도 얻게 되는 까닭이다. 물론 디지털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렇게 놀아도 전혀 부담이 없다. 24판짜리거나 혹은 그 뒤에 나온 36판짜리 필름카메라였으면 이렇게 마구 눌러대다가는 가계부가 거덜나기 십상이다. 이것은 요즘도 같은 구조이다. 필카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현상과 인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각오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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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많이 이용했던 코닥필름 36장짜리로구나. '인물은 코닥, 풍경은 후지'라고 했었지 싶다. 그렇지만 그건 괜히 하는 말이었고 무엇이든 사진은 잘 나왔다. 코닥골드 한 통에 6,600원이구나. 셔터 한 번 누를 때마다 183원이 사라진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였지. 코닥은 현상비도 받았었다. 더구나 인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인화비도 한 장에 200원 정도 하지 않았던가 싶군. 앨범용 사진으로 뽑았을 경우에 말이지. 그래서 디지털 센서가 카메라에 들어가게 되면서 가장 신난 사람은 바로 낭월이었다. 멀리 여행을 갔다 오면 필름만 3~40여 통이 쌓였으니까 그것을 인화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었는데 이렇게 이미지의 천국을 누리게 되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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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용두암은 참 볼 것이 없기는 하다. 기껏 바위 하나 보려고 일부러 온다면 더욱 그럴게다. 이렇게 지나는 길에 바다풍경과 함께 기묘하게 생긴 바위도 보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억울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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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해산물을 파는 좌판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여서 없어졌나 했더니 바위 뒤쪽에서 여전히 소라와 전복을 팔고 있었다. 그것은 화각을 찾느라고 뒤로 넘어가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뒤로 돌아가기는 불편할텐데 누가 와서 먹으라고 자리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광객들과 혼잡하니까 제주시에서 뒤로 보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뒤쪽으로 내려오는 길도 있기는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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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래로 되어 있는 것은 용의 수염인가 했는데 이제 보니 용의 턱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바다를 향해서 절규를 하는 용의 모습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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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면 이런 형태였던 모양이다. 기묘한 것은 역시 구멍이다. 그 자리가 눈이겠다는 상상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이 재미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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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여전하시군. 지낼만 하신겨?
흑룡 : 이미 오랜 세월을 이러고 있는데 뭘.
낭월 : 옛날에는 제물도 많이 얻어드셨다매?
흑룡 : 비가 오지 않을 적에는 툭하면 기우제를 지내러 오더군.
낭월 : 그러면 비를 내려 주는 겨? 
흑룡 : 무슨 소리야. 그게 가능한가. 크크~
낭월 : 소원을 이뤄주는 흑룡이라잖여?
흑룡 :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겠지.
낭월 : 갓바위도 바위지만 소원을 이뤄준다던데?
흑룡 : 그건 모르겠고, 나도 내 일을 못하고 있는데 무슨~
낭월 : 그대의 일이 뭔데?
흑룡 : 승천이지 뭐긴 뭐겠어.
낭월 : 아, 그렇구나. 그대는 용이었지. 바위로만... 
흑룡 : 철학을 한다더니 감정에 가뭄이 들었군.
낭월 : 그나저나 심심하진 않지?
흑룡 : 친구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안 심심혀.
낭월 : 그렇지? 관광객들이 연락부절이니까.
흑룡 : 말고~!
낭월 : 아녀? 그럼?
흑룡 : 용들이랑 놀지.
낭월 :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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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 : 저봐 백룡이네. 예전엔 못 보던 친구인데 새로 태어났나 보군.
낭월 : 아, 비행기가 용으로 보이는 거였어?
흑룡 : 하늘을 나는 것은 용이지. 나도 저렇게 날고 싶단 말이지.
낭월 : 그대에게도 그런 꿈이 있는 줄은.....
흑룡 : 꿈이 없는 돌이나 나무가 있는 줄 아나?
낭월 : 그런 것이었어? 미쳐 생각이 도달하지 못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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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 : 또 한 녀석이 지나가는 구나.
낭월 : 저건 무슨 용이지?
흑룡 : 응, 색동 룡.
낭월 : 그렇구나. 나름 잘 노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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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 : 와~! 청룡이다~!
낭월 : 그렇다면 오룡을 전부 보겠구나.
흑룡 : 그런데 흑룡은 없어. 모두 다른 종인가 같어.
낭월 : 흑룡은 왜 없지? 희귀종이라서 그런가?
흑룡 : 그래도 비슷한 회룡(灰龍)은 있어서 위로가 되지.
낭월 : 회룡이라니?

전투기

흑룡 : 그녀석은 엄청나게 빠르더군. 나도 그렇게 승천하고 싶단 말이지.
낭월 : 이해가 되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네.
흑룡 : 틀렸어. 손오공은 500년을 갖혀 있었다는데...
낭월 : 그대는 언제까지 갖혀 있어야 하는데?
흑룡 : 이미 3만년을 지났는데 앞으로도 그만큼은 더 있어야 할듯...
낭월 :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빌도록 하니 나쁘지 않군.
흑룡 : 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고 싶단 말이네.
낭월 :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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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암을 보면서 감옥도 그런 감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고, 무간지옥(無間地獄)이 바로 이렇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 본다. 식물은 종자를 통해서라도 돌아다니는데 광물은 참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몸을 타고 났으니 어쩔 수가 없겠구나. 너무 나갔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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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위로 올라왔더니 인어상이 있네. 화상은 여전히 비행기랑 노느라고 여색에 대해서는 관심이 1도 없으시군. 낭월이라도 놀아줘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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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사진 많이 찍었어? 볼 것도 없지?
낭월 : 볼 것이 없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걸.
연지 : 인어가 젖만 닳았네.
낭월 : 그래? 그럴리가 있어?
연지 : 봐, 손때가 묻어서 반들반들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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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그런 것도 같고... 안 그런 것도 같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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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바위가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고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구나. 앞에서 보는 것과 뒤에서 보는 것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리고 원래 그렇다. 고양이가 거울 뒤로 돌아가보는 것과 비슷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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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실체는 무덤덤한 것임을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용두암 나들이로구나. 인물이 출중한 사람도 하루 세끼 먹고 성인 군자도 생리현상은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다. 그런데 앞면만 보고서 환상을 갖거나 뒷면만 보고서 실망을 갖거나 모두 스스로 지어서 만들어 낸 환상일 따름임을.

그리고 환상(幻想)을 벗어난 곳에 실상(實相)이 있기는 한 걸까? 화엄경의 말씀으로는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일 따름이라는데 말이지. 어쩌면 그것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에라~ 모르겠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