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 오서산(烏棲山)에는 까마귀가 살까?

작성일
2017-10-30 16:47
조회
5621

[722] 오서산(烏棲山)에는 까마귀가 살까?


 

 

뭐든 그렇지만 처음의 생각은 단순발랄합니다.

산 이름이 오서산(烏棲山)이니까 까마귀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냔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지요. 참 오서산이 어디에 붙은 산인지 모를 벗님이 많으시려니 싶습니다. 그래서 지도 하나 첨부합니다.

오서산-01

충남에 있고, 보령과 홍성을 경계로 하고 청양까지 걸쳐있는 산입니다. 그리고 계룡산(845m) 다음으로 높은 산(791m,790m)이기도 합니다. 안면도를 가는 길에 항상 보이는 산이라서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지..... 했는데 이제 갑자기 한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억새가 더 시들어지기 전에 한 번 보자는 생각이 앞서서 바삐 길을 나섰습니다. 가을에 오서산의 억새가 볼만하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억새를 몰라서가 아니라 날도 화창한 가을에 어디론가 바람을 쐬러 갈까를 생각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오서산이 떠올랐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1. 차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등산이 목적이라면 적당히 걸어 갈 거리가 필요하겠습니다만, 낭월은 등산을 목적으로 길을 나선 것이 아니므로 지도를 펼쳐놓고 최대한 정상에 가까이 접근할 길을 찾으면서 궁리를 한 결과, 정암사(淨巖寺)가 광천에서 가까운 지점인 걸로 발견했기 때문에 이 길을 통해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목적지를 오서산의 정암사로 찍고서 출발했습니다.

정암사는 광천에서 들어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가는 날이 광천 장날이었던 모양입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좁은 광천읍은 차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복작였습니다. 광천은 어려서부터 늘 들었던 지명이기도 합니다. '광천쪽다리'라는 이야기는 더욱 익숙한 말 입니다. 안면도에서 살 적에 아지매들은 어린 아이들이 '아기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하면 '광천쪽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광천에는 쪽다리라는 다리가 있고, 그곳에 가면 갓난 아기들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원래 어른들의 말은 잘 믿는 낭월이었거든요. 나중에서야 생각해 보니, 광천은 괜히 끌어다 붙인 지명이었고, 쪽다리는 두 다리 사이의 틈새를 말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했을 적에, 과연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었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만 여하튼 광천은 안면도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다니던 뱃길이기도 했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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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라도 먹고 가자는 마음으로 진입했다가 30여분을 허비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이렇게 짧은 가을의 햇살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우찌우찌 해서 점심도 해결하고, 든든하게 출발 준비는 했습니다.

근데, 사진기행을 왜 한담에 올리느냐고 하실 벗님도 계시지 싶네요. ㅎㅎ

낭월인들 왜 그것을 모르겠습니까만서도, 한담을 기다리시는 벗님들께 죄송하기도 해서 짐짓 오서산 등반을 핑계로 한 꼭지 추가하는 것이니 너무 탓하시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제목도 '오서산 가는 길'이 아니잖아요? 이게 그런 핑계를 대기 위해서 꾸민 계략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하하~!

"오서산에는 까마귀가 살까요?"

이것이 주제입니다. 산 이름에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연유가 있겠습니다만, 막상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아름다운 상징을 머금고 있는 산의 이름도 없진 않지만, 상당히 허망한 이름들로 불리는 것도 허다하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가 있거든요. 잠시 생각해 보면 매우 쉽게 그러한 예를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때론 상징적인 이름, 때론 희망적인 이름, 또 어떤 곳에서는 그냥 동서남북에 따라서 붙은 것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실체가 없는 의미로 장식이 된 허망한 이름들로 불리우고 있는 여러 산의 명칭 중에서 매우 현실적인 이름이잖습니까? '까마귀가 사는 산'이라니요. 그래서 궁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사이에 겨우 광천을 빠져나와서 오서산의 북쪽 입구인 상당주차장에 다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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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이 끝나는 데까지 차로 올라간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주차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정암사 가는 길을 직진을 했습니다. 아, 물론 남들은 걸어가는데 흙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지나가는 것이 어찌 아무렇지도 않기야 하겠습니까만서도, 차로도 갈 수가 있는 길을 일부러 걸어가는 것도 자기들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 말자고 자기주문을 외우고 있는 낭월입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산길을 걸어가려고 나선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일 수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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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적하게 차를 세워놓고 카메라 가방을 짊어 졌습니다. 바로 정암사 입구입니다. 이제부터는 하여튼 걸어야 합니다. 우선 입구에 있는 정암사부터 들러서 참배를 하는 것이 예의겠지요? 그래서 잠시 걸음을 돌려서 절로 향했습니다.

 

2. 오서산 정암사(烏棲山 淨巖寺)


절마다 사연이 하나 쯤은 있을 법도 한데, 이 절은 그렇게 전해지는 흔해빠진 사연도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백제 운운하는 설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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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 편찬된 《여지도서(輿)》의 사찰조에는 ‘정암사는 오서산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원래의 사찰은 폐사되고 1976년에 옛 절터에서 20m 떨어진 지점에 새 사찰을 중창하였답니다. 옛 사찰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규모로, 금당지에는 자연석으로 된 사각형의 초석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고만 기록된 것으로 봐서 그냥 특별할 것이라고는 거의 없는 암자였다고 보면 되지 싶습니다.

그런데 정암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절이 있지요. 강원도 정선에 있는 정암사를 말합니다. 수마노탑으로 유명하고, 한국 5대 적멸보궁으로도 유명한 절이지만 같은 이름 다른 절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래도 절의 풍경이야 담지 않을 수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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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바라 본 풍경은 고색창연합니다. 뭔가 오랜 세월을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분위기는 확실하네요. 비가 오고 나면 작은 폭포라도 생겨나지 싶은 풍경이기도 합니다. 잠시 빙 돌아서 올라가면 입구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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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도 없고, 천왕문도 없는 소박한 입구입니다. 그러니까 겸겸해서 지어진 입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위층에는 종각이네요. 좁은 터에서는 이렇게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여기가 '맑은바위절'입니다. 그런데 바위가 맑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이러한 이름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곤 합니다.

미암사(米巖寺)는 쌀바위의 전설이라도 하나 얹어놓고 있는데, 특별한 이야기도 없는 맑은 바위라니..... 이리 저리 궁리를 해 봐도 왜 그러한 이름이 붙었는지는 요령부득입니다. 이것은 낭월이 둔해서 그렇겠거니.... 할랍니다. 답이 안 보일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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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 요새 급입니다. 광천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터를 잡았네요. 원래의 자리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만,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현재 이 자리에 가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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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입니다. 이 절은 극락전(極樂殿)이 주인장이시네요. 물론 이름이 극락전인 것으로 봐서 극락세계를 의미하는 것이겠고, 극락세계의 주인공은 아미타불(阿彌陀佛)이시니까 당연히 주불은 아미타불이겠습니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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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불보살이 계시네요. 보나마나 가운데 주불은 아미타불이실테고, 오른쪽은 관세음보살, 왼쪽은 지장보살이신가 봅니다. 이분들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할 까닭은 없습니다. 이름만 표기해 놓으면 궁금하신 벗님들은 바로 검색하면 너무도 소상하게 설명이 나오는 까닭이지요. 그래서 통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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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듯한 탑이라고요? 예 맞습니다. 불국사의 다보탑을 본떠서 만들었네요. 담장 너머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참 좋습니다. 감로사도 이렇게 전망이 좋은 자리에 잡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그노무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바람에 지금은 전망이 완전히 차단되어서 볼 것이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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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조촐한 암자입니다. 대웅전과 산신각으로만 되어 있는 구조는 산골 암자의 최소한으로 조촐한 형식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산신각에 계신 분은 뉘실까요? 그야 뭐 당연히 오서산 산신님이시겠네요. 그걸 질문이라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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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님께서 동자 동녀들과 어울려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원래는 산의 주인인데, 불교가 치고 들어와서는 손님처럼 한쪽 켠에다가 오막살이를 만들어드렸습니다만, 그래도 아는 분은 압니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왔던 신의 존재라는 것을 말이지요.

산에 들어가면 산신(山神)이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돌봐주시고,
물에 가면 용신(龍神)께서 용을 데리고 다니면서 돌봐주시고,
하늘에서는 북두칠성(北斗七星) 님이 수명과 건강을 챙겨 주시고,
자손을 빌면, 산신(産神) 할머니께서 예쁜 아기들을 데려다 주시잖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참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무슨 거창한 이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필요에 의해서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된 신들이라고 하면 되지 싶습니다. 심지어는 산이 아닌 도심에서도 산신과 칠성님은 계시니 말이지요. 우리의 정신적인 고향은 이렇게 해서 지켜지고 계승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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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진 수업을 받을 적에 어느 선배가 한 수 알려 주셨습니다.

"절에 가면 전체가 조망되는 뒷산을 찾아봐요."

그래서 배운대로 항상 뒷산을 탐색합니다. 정암사에서도 그러한 자리를 찾아서 올라갔습니다. 돌무더기를 쌓아놨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불상을 세우려고 터를 닦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특별한 것은 없어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정암사에서 산골 냉수 한 모금 마시고는 절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등산로에 대한 안내판이 절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눈여겨서 살펴봅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목적지는 얼마나 되는 거리에 있는지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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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우선 가장 먼저 현재의 위치를 확인해야 그 다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지요. 음... 정암사는 4번이구나.... 4번은 어디쯤에 있나..... 어? 안 보이는데.... 도대체 4번이 어디로  간거지?'

이렇게 혼자서 중얼대고 있는데 옆에서 아저씨가 거들어 줍니다.

남자 : 이쪽에 하얗게 되어버린 곳이 4번의 정암사인가 봅니다.
낭월 : 아니, 왜 표지안내판이 이렇게 망했죠?
남자 : 하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보니까 칠이 벗겨졌나 봅니다.
낭월 : 아하~! 그랬나 보네요.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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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서 살펴보니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안내판이라는 것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가야 할 길은 모두 하얗게 칠이 벗겨진 상태였던 것이지요. 때론 도움이 안 되는 안내판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안내판은 참고용이지 다 믿을 것은 아니라는 매우 소중한 가르침을 하나 깨닫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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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스에서 정암사로 보이는 위치를 돌려 봤습니다. 산의 능선이 그런대로 잘 보이네요. 이렇게 대략 조감도처럼 보면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 아래의 허옇게 보이는 부분이 정암사 마당일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계단 길이 심히 가파르게 생기긴 했네요.

3. 오서산 등산 길


낭월은 이 자리가 출발점입니다. 물론 저 아래의 상당주차장에서부터 출발한 사람에는 잠시 쉬어가는 중간지점이었겠지만 낭월은 여기가 출발점입니다. 저마다 출발점은 다르니까요. 갓 태어난 아기들도 저마다 출발점이 다르잖아요.

고관대작의 집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산간벽촌에서 태어나기도 하니까요. 태어난 것도 목적이 있어서 태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등산은 목적이 있으니 목적에 따라서 출발점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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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1600계단이라고? '

무심코 따라 나섰던 연지님의 기막혀 하는 표정을 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만만치 않구먼..... 그래봐야 뭐 거리는 얼마 되지 않으니까 천천히 가면 되겠거니... 싶은 생각으로 걸음을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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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무릎관절에 이보다 더 큰 부담을 주는 것도 없을 테니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회피를 할 수도 없습니다. 작정을 하고 나섰으니 우짜든둥 가는데까진 가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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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많다 하되 오서산 아래 계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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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면 줄어들고 말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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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많타 타령발고 한 발 한 발 올라가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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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지루한 길은 해찰을 하면서 가야 덜 지루한 거잖아요. 그래서 앞도 찍고 옆도 찍으면서 그렇게 어실멍 어실멍 올라갑니다. 중간중간에 계단을 부여잡고 있는 나무를 만나면 인사도 하면서 그렇게 가고 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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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다가 보면 또 잠시나마 계단이 없는 곳도 나옵니다. 억새의 성수기는 지났는지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대로 심심하지 않을 만큼의 오가는 등산객들도 스쳐지나갔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곳에 다다르면 소리쳤죠.

오호! 과협(過峽)이구나.
용(龍)이 달려오다가 힘을 보탠 곳이로군!
기운(氣運)이 서려서 바위가 된 것좀 봐라!
명산(名山)의 용맥(龍脈)은 과연 다르구나!
이게 금북정맥(錦北正脈)이로구나, 과연~!!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을 테지만 이제는 무관심합니다. 과협은 무신, 그냥 좌우로 낭떠러지가 심하다 보니깐 비바람 눈보라에 깎이고 패여서 바위는 솟아나고 흙은 쓸려 내려 간 거지 뭘..... 풍수 공부를 놨더니 자연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자연에는 아무 것도 붙이지 않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날것이 자연이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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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까지 900m가 남았습니다. 겨우 600m를 올라왔단 말인가...? 싶을 만큼 길은 험하고 계단은 많구먼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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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하나 오르면
정신세계도 한 단계 올라가고
계단 하나 또 오르면
정신세계도 또 한 단계 올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도 중얼거리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연지님에게는 억새를 보여준다고 말하고, 낭월은 내심 까마귀를 보러 가고 있습니다. 그걸 봐서 뭘 하겠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또 그것도 살아가는 나날이겠거니 하는 거죠. 이렇게 상쾌한 가을의 싸~한 기온을 느끼면서 산을 오르는 것은 또 덤으로 주어집니다. 아시죠? 그 시원한 바람에 샤워하는 기분 말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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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계단입니다.

왜 재미없는 계단 사진을 자꾸 올리느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이것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한 단 한 단 올라기면서 숨결도 점점 거칠어지는 느낌을 벗님께서도 공감해 주시길 바라는 것이지요. 결과만 궁금하시다면 마우스를 주욱~ 당기면 됩니다만, 그래도 기왕이면 같이 동행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가 보십니다. 여하튼 끝은 나올테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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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갑자기 전망대가 나타났습니다. 고진감래까진 아니더라도 잠시 숨을 다스리고 땀을 들이라는 휴식의 공간은 필요한 법입니다. 전망이 그저 그만입니다.

사실, 오서산은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그러다보니까 바다의 전망이 또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하겠네요. 오늘 비로소 이 풍경을 보니까 앞으로도 가끔은 오서산에 올라봐도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 봤습니다. 사실 그 순간만큼은 계단을 잊어버렸거든요. 그래서 망각의 존재라고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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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해무인지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저 뿌연 존재들로 인해서 안면도까지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맑은 날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그래서 또 생겨나는 모양입니다. 맞아~! 꿩대신 닭이지~! 나와라~ 구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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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쟌~! 하고 나타났습니다. 오서산을 앞에 놓고 저 멀리 수평선이 나올때까지 각도를 조절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선명하게 안면도도 보이고 천수만도 보입니다. 맑은 날이면 이렇게 볼 수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전망이 좋은 풍경을 보면서 지나온 길을 다 잊어버릴 즈음에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잠시 쉬라는 것을 목적지인 줄 알고 그만 돌아갈까 싶은 생각도 순간 했지 뭡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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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어려운 코스는 거의 빠져나온 모양입니다. 비스듬하게 옆길로 오르는 것은 날로 먹는 기분이네요. 이정표에서는 정상까지 1.8km 라는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길이라면 뭐 얼마든지 가 주겠다는 여유로움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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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에 위로 자라지 못하고 바닥에 드러눕다시피 한 소나무도 만났습니다. 그래서 소나무존심을 살려주기 위해서 광각렌즈를 바짝 아래에 놓고 한 장 찍어 줬습니다. 왠지 하늘을 향해서 뻗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러한 것이 자연과의 대화려니 합니다. 모진 바람에 얼마나 많이 부댓꼈을까.... 싶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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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퉁이 하나를 돌아서자 정상의 풍경이 환하게 열렸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아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도 나름 대견합니다. 항상 바라는 것이 크지 않으면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그 자리를 메꿔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바라는 것이 크면 만족도가 들어갈 자리가 상대적으로 좁아진다는 이야긴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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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 솟은 바위도 멋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억새들의 하얀 그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느낌으로는 절정기는 지났겠다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서두른 바람에 아직은 이 정도의 풍경을 만날 수가 있었다는 것으로 또 위안을 삼습니다. 항상 자신은 자신이 위로해야 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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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연지야, 이렇게 서서 저 앞을 보는 풍경으로 한 장 찍어봐.
연지 : 그래 알았어.

역시 카메라 초보의 티가 팍팍 나는 샷이죠? 그래도 그냥 예쁘게 봐 줘야지 워째요. 예?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 구도를..... ㅎㅎㅎ

한 가운데 떡 하니 낭월을 놓고 찍었네요. 앞으로는 모델을 어디에 위치하고 찍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조금 설명해 줘야 할까 봅니다. 미리 알려주지 않은 낭월의 불찰입니다. 암요. 하하~!

연지님을 모델로 또 한 장 찍었습니다. 누구라도 포토존으로 삼음직한 장소와 바위였으니까요. 그리고 또 이런 자리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샷이 있죠. 흐흐흐~~

낭월 : 연지야, 뛸래?
연지 : 아녀~! 무서워~! 
낭월 :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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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자동입니다. 무섭거나 말거나 뛰라고 하면 자동반사가 일어나는가 봅니다. 그래서 또 재미있는 샷을 하나 얻었습니다. 뭐 바쁠 일도 없는데 이렇게 놀아가면서 올라가면 됩니다. 그러니 혼자서 간다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겠지 싶네요. 다시 또 나그네는 길을 재촉합니다. 시야가 확 열리니까 걸음도 훨씬 가벼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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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도 질펀하게 널려 있습니다. 9부 능선쯤에 올라섰다는 이야기겠네요. 바람을 많이 맞은 억새들은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이미 서리를 맞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리를 맞기 전에 만나는 초목과 서리 맞은 초목의 차이는 극명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상강도 지난 계절에 해발 790m의 오서산에 서리가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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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올라온 거리가 1400m 밖에 안 되었나 보네요. 여하튼 산등성이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난 과정의 숨가빴던 여정은 말끔히 잊어버렸습니다. 등산길은 그런것인가 봅니다. 당장은 숨이 막힐 듯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되돌아 갈까 생각해었던 것도 말끔이 잊어버리는 것이 아마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재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이정표 옆에는 등산안내도가 있었네요. 또 살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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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럴 수가~!

난이도가 가장 높은 길로 왔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줄을 미리 알았더라면 평탄한 길을 택했을텐데 가깝다는 거리만 보고 달려들었던 것이 오판이었습니다. 뭐 인생도 항상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지만을 생각하고 허둥대다가는 다시 되돌아 가야만 하는 과정의 무한반복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억울해서라도 난이도 최하의 쉰질바위 코스를 한 번 거쳐봐야 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난코스를 통과한 사람의 자신감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 앞부분을 보지 않으신 채로 이 부분을 읽으셨다면 마나슬루봉라도 올랐나 싶겠습니다만, 산이라고 해 봐야 일년 내내 한 번 오를까 말까 한 낭월에게는 이것도 엄청 큰 사건임에 틀림 없다고 하겠습니다. 느낌은 주관적이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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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풍경을 만끽합니다.

아직은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산에 오를 수가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상쾌한 풍경을 건강한 몸으로 즐길 수가 있다는 것에도 감사를 하게 됩니다. 주변에서 하나 둘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을 보다가도 문득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눈꼽만큼의 철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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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입니다.

백두산에서 느낀 것은 천지의 장엄함이었지만, 오서산에서의 느낌은 숨가쁘게 올라온 댓가였다는 것이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면 대청봉에 가보겠다고 하고 있는 낭월에게 다시 공사중단 소식은 섭섭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걸어서 즐기는 산행의 맛을 보게 하려는 마음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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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풍경이 잘도 어우러졌습니다.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왼쪽도 보고, 오른쪽도 보면서 그렇게 등성이를 걸어가며 여유만만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몰까지도 여기서 지켜보고 하산을 하고 싶습니다만 등성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대니 머리가 띵하다는 연지님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얼른 둘러보고 내려가자'고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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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입니다.

전망대에서는 목마른 등산객을 상대로 막걸리를 파는 것 같았습니다만, 등산에서 술로 인한 사고가 많이 난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관심을 갖진 않았습니다. 숨차게 올라와서 마시는 시원한 곡차의 싱그러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니라도 마냥 기분이 좋은 까닭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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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네요. 잠시 읽어 봤습니다. 오서정이 있던 자리라서 이정표에서도 괄호치고 (구 오서정)이라고 했었군요. 이렇게 와 보니까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잘 됩니다. 항상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네요.

해발은 790이라고도 하고, 791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히는 790.7이라고도 합니다.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것으로도 서해를 바라보는 우뚝한 늠름함이 과장이 아니라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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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이니 금남정맥이니 하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전문가들 아닌 다음에는 좀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낭월도 잘 모릅니다. 기실 감로사도 계룡산의 금남정맥(錦南正脈) 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서야 알았는 걸요 뭐. 산경표에 나타난 지맥도를 참고하시면 조금은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지 싶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오서악(烏西岳)이라고 했던가 봅니다. 서녁서(西)의 의미는 또 무슨 뜻일까 싶기도 합니다만 까마귀의 서쪽? 여하튼 요령부득입니다. 여하튼 중국의 지리서에서도 소개한다는 대목을 보니 반갑네요.

계룡산은 계람산이라고도 했다니 그것도 처음 보는 이름입니다. 오서산을 오산(烏山)이라고도 했던 모양이네요. 엇, 오산은 경기도에도 있는데.... 여하튼 어느 기록에서도 까마귀 오(烏)는 붙어 다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기록일 뿐이고 오서산에서 까마귀를 보기는 글렀겠지 싶습니다. 삼족오에 대한 언급도 있네요. 삼족오.....

 

4. 기적이 일어났나?


비록 까마귀는 만나지 못했더라도 억새는 만났으니까 본전은 건진 것이고, 시원한 서해바다를 조망했으니 이것은 덤이라고 해도 되지 싶어서 매우 흐뭇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에서 사진 한 장 남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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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을 지나면서 때늦은 가을의 풍경에 젖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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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서산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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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손에 들고 인증 샷~!

성공입니다. 그만하면 만족할만 한 그림이 되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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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하고 돌아가자는 연지님에게 조금만 더 가보자고 하면서 가다가 보니 헬기장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헬기장 아랫쪽에서 뜻밖의 그림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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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산날맹이에서 자동차라니, 옳커니~! 힘들게 계단을 걷지 않아도 되는 산길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그 길을 찾으면 되겠네... 아~싸~~!! 딱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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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까지만 가보고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잘 둘러 봤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서서히 압박을 합니다. 거센 바람에 산발을 한 연지님의 약간 추워진듯한 표정도 그만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요인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렌즈에 검은 물체가 지나가는 것이 언뜻 보였습니다.

어? 뭐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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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것은 바로 까마귀 무리였습니다.

오서산의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도 까마귀 사진은 없었는데...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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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요. 찾아보지도 않고 없다고 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현장에서 무리를 지어서 살고 있는 까마귀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직접 노력해서 확인했더라면 이러한 글을 쓰진 않았을텐데 안방정보란 이런 것이겠거니..... 그러니까 책상머리에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글을 쓰다가 보면 이런 일도 흔히 생긴다는 이야깁니다.

진짜로.

참말로.

오서산에서는 까마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름에 걸맞은 그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우매우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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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늘에서는 선물처럼 까마귀떼의 군무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산신령 님께서 모처럼 나들이를 했으니까 숨겨놨던 보물을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쳤습니다.

야호~~!!!

드디어, 오서산에서 충분히 떼를 이루고 살아가는 까마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선물이었습니다. 마음으로는 감사하고 손으로는 연신 초점을 잡느라고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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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장면을 보면서 낭월의 마음이 어땠을지에 대해서는 벗님의 상상에 맡겨도 되지 싶습니다. 예, 바로 그 마음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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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 찍어주려고 해도 그림이 되지 않아서 아예 포기했던 모델이 까마귀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까마귀가 행복한 모델이 되어 주기도 하네요. 24-240의 렌즈로 담기에도 부족해서 혹시나 하고 짊어지고 간 렌즈를 꺼냈습니다. 150-600입니다. 설마.... 하고, 행여나.... 하면서 가방에 넣었던 렌즈입니다. 그런데 보답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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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날아오르는 까마귀들과 정신없이 놀고 있는 낭월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안 놓치고 폰으로 담아 놓은 연지님이 있어서 이렇게 써먹으니 또 좋구먼요. 그래서 동행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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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는 저마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마련입니다. 움직이는 녀석들을  담으려니 셔터는 빨라야 하겠고, 그늘진 곳에 웅크리고 있는 녀석들이 옷까지 새까맣게 생겼으니 이소(ISO)를 4000까지도 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이 장소에서 이러한 기능이 되는 장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또 행복했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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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셔터를 1/1500까지 올렸습니다. 기회는 딱 한 번 주어지고, 그 기회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느냐는 것은 순전히 나의 기술에 달렸다는 것을 항상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기능을 최대한 써보게 되었습니다. 오서산에가 까마귀를 담는 기회가 다음에도 주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일본의 어느 학자가 연구한 보고서를 보면, 까마귀는 40여 개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위험해(깍깍깍)하면 까마귀들이 도망가고, 안전해(콰~콰~)라고 하면 모여드는 실험을 했는데 그대로 움직였다고 하네요. 먹이가 있어(까~까~까~)라고 하면 까마귀들이 모여드는 것도 확인했다니 참으로 머리가 좋은 조류임에는 틀림이 없나 봅니다.

다만, 흉조(凶鳥)로 보는 한국의 관점이나, 효조(孝鳥)로 보는 중국의 견해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까마귀는 까마귀일 뿐입니다. 그것도 대단히 영리한 조류에 속하는 것으로 실험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보니 재미있습니다. 옛날 교과서에서도 까마귀에 대한 관찰 실험의 대목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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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리를 지어서 날아오르는 장관을 담았습니다. 장사를 하고 돌아가는 차량이 부조를 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차가 움직이는 바람에 날아올랐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서로 도와주는 기회는 기다리다가 보면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근데 처음 알았습니다. 흰 털이 있는 까마귀도 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까치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으로 봐서 별종도 있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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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중심을 잡느라고 애도 썼습니다. 그래서 겨우 건진 사진들입니다. 삼각대를 챙기지도 않았지만 삼각대가 있었다고 한 들 이런 경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역동적인 까마귀들에게는 그냥 손각대로 들이대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 하산 길


목적을 달성한 자의 마음은 새털같이 가벼워졌습니다. 한나절의 오서산 나들이가 멋진 풍경을 얻게 되어서 더욱 풍요로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련은 하나도 없이 기쁨만 가득 안고서 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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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싸이클을 보게 될 줄이야. 여하튼 상식은 항상 무너지는 재미로 만나는 것인가 봅니다. 분명히 그 차가 내려가던 길로 타고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는 반드시 그 길로 올라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로 다음에는 오전에 와야 한다는 시간대의 조건도 하나 추가합니다.

왜냐하면 서해의 멋진 풍경을 오후의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햇살로 인해서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시일에 다시 연지님을 재촉해야 하겠습니다. 우물쭈물 하다가 한 달이라도 후딱 지나가고 나면 눈이라도 내리면 산중의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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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손녀를 데리고 산에 오르는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이내 추워질텐데 14~5세 정도의 손녀를 데리고 등산하시는 열정이 대단하셔서 짐짓 관심을 가져 봤습니다. 아마도 힘들게 왜 올라가느냐고 투덜대는 손녀를 다독이는 것 같은 대화....

할배 : 이 정도는 견뎌야 하는 겨.
손녀 : 그래도 너무 힘들잖아요. 투덜투덜~
할배 : (낭월을 보시더니) 봐라~
손녀 : 뭘요~~
할배 : 저 할아버지도 이렇게 잘 다녀 오시잖느냐~
손녀 : ……

아, 낭월의 마음에 상처가 났습니다. 후시딘~~!! ㅋㅋㅋ

할아버지라뇨~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빙그레 웃으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표정으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스쳐 지나갔습니다. 연지님이 앞서 가다가 까르르~ 웃습니다.

연지 : 할아버지 소리 들으니 어때? 호호~!
낭월 : 너 땜에 그렇다.
연지 : 왜?
낭월 : 너 춥다고 모자를 벗어 줬더니 허연 백발을 보시구서...
연지 : 어? 그랬구나.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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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여 가자. 환갑이 지났으니 환갑노인네라는 말도 있는 것을 뭐. 받아 들일 것은 받아 들이고, 그래도 할아버지 역할을 하는 바람에 손녀에게 힘을 내야 할 동기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감은 충분하다고 봐. 맞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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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지 예산 휴게소에서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들고 출발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오서산을 가서 확인한 결론은.

 

「오서산에는 까마귀가 산다」


입니다. 직접  확인했습니다. 하하~!

 

2017년 10월 30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