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제34장. 인연처(因緣處)/ 29.동평객잔(東平客棧)

작성일
2022-11-2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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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제34장. 인연처(因緣處) 


29. 동평객잔(東平客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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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깨친 지혜로 눈치라면 한 눈치 하는 진명은 우창과 주인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임을 바로 알아챘기 때문에 웬만하면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였다. 주인도 진명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우창에게 말했다.

“도사님, 우선 궁금한 것은 제가 재혼을 하는 것이 좋을지 그냥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를 잘 모르겠어요. 남들은 남정네가 없으면 외롭다고 하는데 저는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냥 나이가 들어서 몸이라도 성치 못하면 의지할 곳이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 정도니까요.”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습니다. 혼자 지내는 것이 구태여 불편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도 좋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우창이 문득 진명을 보면서 말했다.

“아, 마침 진명이 왔으니 잘 되었군. 어디 진명에게 물어볼까? 주인장의 운명에 남편인연이 어떻게 보이는지 후광이 보이거든 말을 해 줘봐.”

실은 진명이 이미 여인의 고민에 대해서 간파(看破)했으나 우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에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우창이 바로 말해보라고 하니 거절하는 것도 애매해서 머뭇거렸다. 실로 여주인은 진명에게 물어본 것이 아니라 우창에게 답을 듣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선뜻 나선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그러자 여인이 얼른 말했다.

“아하~! 보아하니 낭자께서도 보통의 실력이 아니신가 보네요. 몰라뵈었어요. 어서 보이시는 대로 말씀해 주시면 가슴에 생기도록 하겠어요. 조금도 망설이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호호~!”

주인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진명도 더 사양만 해서 될 일이 아님을 알고는 물었다.

“궁금하신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

“실은 재혼하는 것이 좋을는지 궁금해서 그러죠. 호호~!”

“재혼하면 얻는 것은 3이고, 잃는 것은 7이네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3이 7보다 소중할 수도 있는데 어떤 마음인지 들어봐야 하겠네요.”

“그래요? 그렇다면 그냥 혼자 사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이잖아요?”

여인은 약간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진명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진명이 다시 여인의 물음에 답을 했다.

“그런데, 고슴도치의 사랑을 하신다면 10을 다 얻을 수가 있는데 그 방법은 생각해 보지 않으시려는지요?”

진명의 말에 여인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는 기대에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잉꼬나 원앙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인연이 되지 못한다는 말씀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생긴 것도 징그러운 고슴도치라니요?”

“그렇긴 하죠? 호호호~!”

“그러지 말고 미련한 사람도 알아들을 수가 있도록 쉽게 설명을 좀 부탁드려요. 정말 무슨 뜻인가 궁금해요.”

“제 말은 ‘불가근(不可近)이요 불가원(不可遠)이라’는 뜻이에요. 호호호~!”

“예? 그것은 재혼은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기만 하라는 뜻인가요?”

“맞아요. 가까이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멀어지면 서로 잊히게 되고 말죠.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런데 재혼은 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마음만으로 의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쉽지는 않아요. 호호호~!”

“아니에요. 듣고 보니까 매우 의미심장한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러한 답이 나왔는지도 여쭤보면 안 될까요?”

여인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은 우창을 바라봤다. 더 이상 설명하기에는 자신의 표현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큰 맥은 짚어줬으나 마무리는 우창이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도 진명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여인에게 말했다.

“그 물음은 제가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생월생시를 좀 물어봐야 하겠네요. 어떻게 되시는지 알고 계시면 말씀해 보시지요.”

우창의 말에 여인은 무슨 뜻인지 얼른 알아채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종이 한 장을 갖고 나왔다. 그곳에는 생일과 사주가 적혀 있었다. 진명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배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인이 들고 와서 펼쳐놓은 사주를 봤으나 과연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는 것만 알았을 따름이었다. 앞으로 천천히 공부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창의 설명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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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주인이 내어놓은 사주를 일견(一見)하니 매우 강해서 누구의 말을 듣고 그대로 고분고분 따르게 될 팔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진명이 말한 ‘고슴도치의 사랑’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살펴보게 되었는데 여인이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우창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마냥 생각만 하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말을 꺼냈다.

“지금이야말로 극락세계에 나들이 오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여인은 우창의 말이 얼떨떨한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올해 나이가 마흔둘이십니까? 이제부터 자신의 마음대로 해도 되는 멋진 시절이 도래했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객잔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일을 선택한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아, 그건 맞아요. 온갖 사연이 다 많았으나 지금 객잔을 운영하면서 참으로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사주에 나오는 것인가요?”

여인이 이렇게 묻자 진명도 그렇게 해석이 되는 이치가 궁금했다. 비록 자세한 것은 모르더라도 대략적으로나마 이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창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려는 마음으로 말했다.

“사주(四柱)는 기둥이 넷이라네. 그것은 진명도 알겠지?”

“그건 알아요. 사주는 네 기둥이고, 팔자(八字)는 기둥마다 두 글자가 있어서라는 정도지만요. 다만 아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것이죠. 호호~!”

“만약에 사람의 일생을 네 단계로 나눈다고 생각해 볼까? 어떻게 나눌 수가 있을까?”

“네 단계라고 한다면, 유아(乳兒), 소년(少年), 청년(靑年), 중년(中年), 노년(老年)? 어, 이렇게 하고 보니까 다섯 단계나 되네요. 유아를 소년에다가 포함하면 어떨까요?”

“물론이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진명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연주(年柱)는 소년(少年)으로 보고, 월주(月柱)를 청년(靑年)으로 본다면, 일주(日柱)는 중년(中年)으로 하고, 시주(時柱)를 노년(老年)으로 하면 될까요?”

“잘 대입하는걸. 하하하~!”

진명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을 하자 생각했던 대로 총명한 진명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 잘 이해했다. 더구나 여인도 그 정도의 말은 알아들을 수가 있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주인이 태어난 날이 경금(庚金)이니 금(金)이라는 말이고, 자연의 사물에서는 보석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옥(玉)도 금이고, 금은(金銀)도 금이니 말이네.”

“맞아요. 태어난 날의 오행으로 기준을 정한단 말씀이죠?”

“그렇다네. 다시 연주(年柱)의 소년 시절을 보면, 기축(己丑)이지 않은가? 기토(己土)와 축토(丑土)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라네.”

그러자 진명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토(土)는 흙이잖아요? 그렇다면 보석이 흙을 만났다고 해야 할까요?”

“옳지, 잘 이해하셨네. 하하하~!”

“아니, 보석은 빛을 받아야 반짝이는데 흙에 묻혀 있으면 누가 그 귀함을 알아줄까요?”

“오호~! 진명도 오행 공부의 소질이 보이는걸. 하하하~!”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인이 말했다.

“낭자와 도사님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네요. 그러니까 보석이 흙에 묻히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니 힘든 시기라고 해석을 하면 되는 걸까요?”

여인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진명이 말했다.

“아니, 주인께서도 생각이 빠르시네요. 그러니까 어린 시절에는 삶이 고단했다고 봐야 하겠네요. 남들이 나의 재능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과도 같으니 말이에요.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요?”

“아무렴~! 하하하~!”

우창이 웃으면서 말하자 여인이 말을 받았다.

“실제로 말씀하신 것이 틀림없어요. 어려서 빈한(貧寒)한 부모를 만나서 겨우 끼니를 이을 정도였다가 그나마도 어려워져서 이웃의 부잣집에 애보개로 들어가서야 겨우 의식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참으로 신기하네요. 호호~!”

주인의 말에 놀란 것은 오히려 진명이었다. 이렇게나 쉽게 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낼 수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한 까닭이었다.

“스승님, 오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명학(命學)이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평생을 바쳐서 연구해야 하는 것처럼 말씀하셨어요? 스승님께서 아무래도 과장해서 말씀하신 건가요? 이렇게나 쉽다면 며칠만 공부해도 사주풀이를 할 수가 있겠잖아요?”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었다.

“아하하하하~!”

“아니, 왜 웃으세요?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진명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제야 우창이 웃음을 멈추고는 조곤조곤 설명했다.

“물론이네. 며칠을 공부해도 딱 이만큼만 볼 수가 있겠지? 하하하~!”

그제야 진명이 우창이 왜 웃었는지를 깨달았다.

“말씀을 듣고 보니까 제자가 알고 있는 만큼만 설명하셨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단한 설명만으로 이렇게 깊은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네요. 더구나 음양오행의 이치를 모르고 있는 제자도 알아들을 만큼의 초년(初年)에 대한 풀이가 너무나 신기해요. 점점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또 그만큼의 깊은 통찰을 할 수가 있는 것이란 말씀이죠?”

“맞아~!”

비로소 이해된 진명이 월주(月柱)를 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월주의 무진(戊辰)은 오행이 뭐죠?”

“그것은 무토(戊土)와 진토(辰土)의 조합으로 이뤄진 간지(干支)라네.”

우창의 말에 여주인이 더 놀라서 말했다.

“예? 그것도 모두 흙이란 말씀인가요? 그렇다면 계속해서 힘들었다는 말이네요? 아무리 노력해도 먹고 살아가는 나날이 고단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나 보네요.”

“아마도 그랬나 봅니다.”

우창이 이렇게 받아주자, 여인이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에 삶의 나날이 하도 힘들어서 용하다는 주역 선생에게 찾아가서 백미(白米) 두 말에 해당하는 복채를 내고 점을 봤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점괘를 본 선생이 말했어요. ‘하루가 지나더라도 마흔이 넘어야 삶이 편안해질 테니까 공덕을 많이 쌓으라’고요. 그때는 거금의 복채가 아까웠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까 그 선생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어요. 과연 운명은 정해진 것인가 봐요?”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가 없지 싶습니다. 환경(環境)이나 노력(努力)에 따라서 다소 변화(變化)의 여지는 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인 의미는 살펴볼 만하다고 해도 되겠지요.”

“삶에 무관한 것이 무슨 말씀이에요?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걸요. 이미 제 삶을 살펴봐도 그대로 살아왔다고 봐야 할 테니까 말이에요.”

주인이 감탄하면서 말하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다만 지나간 것을 말하니 그렇게 생각이 될 따름이지요. 앞으로의 삶을 생각한다면 팔자대로만 산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여하튼 지금의 상황은 만족스럽다는 말씀이지요?”

“아, 맞아요~! 그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가 있을까요?”

진명도 우창의 설명이 궁금했다. 그래서 먼저 일주(日柱)를 보면서 말했다.

“일주는 경인(庚寅)이네요. 경(庚)은 금이라고 하셨는데 인(寅)은 뭐가 되나요?”

“인은 목(木)이 된다네.”

우창이 간단하게 말하자, 진명이 다시 곰곰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흙 속에 묻혀 있던 보석이 비로소 탁자 위에 올려져서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과 같다는 말이잖아요?”

“그렇게 봐도 되겠지. 적절한 비유라고 하겠는걸.”

그러자 주인이 다시 말했다.

“정말 놀라워요. 2~3년 전부터 겨우 의식주(衣食住)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거든요. 실은 남편이 병으로 죽으면서 남긴 재산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이 객잔을 사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큰돈은 벌지 못해도 밥은 먹고 살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정말 신기하네요.”

여인의 말을 듣고서 진명이 다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스승님, 인(寅)이 목(木)이라는 것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떤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할까요?”

“그것은 재물(財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

“아하~! 그래서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해석이 되네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노년을 보려면 시주(時柱)를 보면 되겠군. 어디 살펴보시려나?”

진명이 다시 시주를 봤다. 정해(丁亥)였다.

“설명해 주세요. 정해(丁亥)는 어떤 오행인가요?”

“정화(丁火)와 해수(亥水)가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위는 불이요 아래는 물이 되는 노년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걸.”

“물과 불이 같이 들어오면 뭔가 어려운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요?”

진명이 다시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설명했다.

“정화(丁火)가 경금(庚金)의 옆에 있으니, 마치 보석에 불을 켜서 빛을 발하는 것과 같으니 나쁘다고 할 수가 있을까?”

“그건 오히려 영화(榮華)를 누린다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해수(亥水)가 재물에 해당하는 목을 키워주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가 있을까?”

“아닌걸요. 오히려 재물이 점점 늘어나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으로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게 맞는 해석인가요?”

“잘 풀이했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주인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어머~! 정말인가요? 괜히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은 아니시지요?”

너무 좋아서 확인이나 다짐이라도 받고 싶었던지 그렇게 말하면서 우창에게 확인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설명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요, 명진사해(名振四海)라고 하겠습니다.”

“에구~!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딱 이만큼만 지키면서 늙어갔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호호호~!”

우창의 말을 듣자 진명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니, 스승님의 풀이를 들어보니까 제자도 사주풀이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하룻강아지의 생각이겠지요? 호호~!”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네. 10세 아이에게도 보이는 세상이 있기 마련이고, 60세 노인에게도 보이는 세상이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하하하~!”

“아,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인즉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유치(幼稚)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래도 제자는 너무 기뻐요. 호호~!”

“아닐세, 그래가면서 저마다의 눈으로 자연이나 이치를 깨달아 가는 것이니 자꾸만 새롭게 보일 테니 미리 축하하네. 하하하~!”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좀 쉬었는지 염재와 현지가 나오고 있었다. 우창을 본 현지가 말했다.

“스승님은 쉬지도 않으셨나 봐요. 현지는 고단했던지 좀 쉬었어요. 아, 진명도 함께 있었구나.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재미있게 하시는가 싶었는데 주인장과 담소하고 있으셨네.”

두 사람을 본 주인이 말했다.

“좀 쉬셨어요? 저는 도사님으로부터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고서 감탄하던 중이었어요. 함께 이야기 나눠요. 호호~!”

두 사람이 합석하자 주인이 차를 가지러 가고 염재는 먹이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탁자에 놓인 주인의 사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주인이 돌아와서 차를 따라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자 염재가 말했다.

“이것은 누구의 명식인지요?”

염재가 관심을 보이자 주인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듣게될가 궁금하다는 듯이 얼른 말했다.

“아, 제 팔자에요. 그렇지 않아도 도사님께서 재미있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젊은 제자님께서는 또 어떻게 풀이해 주실지 궁금해요.”

주인의 말에 염재가 다시 사주를 들여다보면서 우창에게 말했다.

“초년의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하라고 했는데 그만한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네. 부부의 인연을 좀 봐주려나?”

“혼인이라니요? 부군이 없으신가 봅니다.”

“맞아요. 남편 복이나 좀 타고났는지 봐주세요.”

염재가 다시 골똘하게 생각에 빠져들었다. 경인(庚寅)이라는 구조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특히 병갑(丙甲)의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올바를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아서였다. 우선 편관(偏官)과 편재(偏財)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스승님, 갑목(甲木)의 편재는 살펴보기에 편한데 병화(丙火)의 편관이 같이 있으니 이런 경우에 부부의 인연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갑자기 춘매 사저가 그립습니다. 하하하~!”

“어? 춘매는 왜?”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무슨 말이라도 끌어내어서 그럴싸하게 말씀을 하실 테니까 말이지요.”

“그렇긴 하지? 말이 안 되더라도 뭔가 듣다가 보면 묘한 흡입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하하~!”

“부족하지만 제자의 눈에 그냥 보이는 대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편재를 본다면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7할이라면 아무래도 주인의 주장대로 주도적인 말을 하지 싶습니다.”

“맞아. 그래서 초혼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봐도 되겠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전남편은 제가 하자는 대로 순순히 잘 따라줬으니까요. 그래서 여왕이라도 된 양으로 생각하고 살았는걸요.”

주인의 말에 염재가 우창을 바라봤다.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묻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우창이 말했다.

“그렇다면 행복한 날을 보낸 것이라고 봐야지요. 사주의 암시보다 좋은 부군을 만나셨으니 말입니다. 사람이 팔자대로만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염재에게 말했다.

“인목(寅木)이 용신인데 어찌 부군과의 관계가 힘들다고만 할 수가 있겠나? 용신은 내가 마음대로 부리는 신령(神靈)이나 머슴과도 같으니 말이네.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주인이 다시 놀라면서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반발하려고 하다가도 뒷감당이 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간 것도 많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어요. 무엇이라도 제가 원하는 것은 가능하면 들어주려고 늘 노력을 했거든요.”

염재가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물었다.

“스승님 팔자의 암시대로라면 인중병화(寅中丙火)의 작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적당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주인과 진명도 우창의 설명이 궁금해서 바라봤다. 우창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주인도 이해가 될 만큼의 설명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답변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