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⑬ 섬등반도

작성일
2022-03-31 06:4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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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⑬ 섬등반도


(2022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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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깨서 폰을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이 여행객의 일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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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시에 잠이 깨서 배가 올 것인지를 확인하려고 어플을 켰다. 한국산 어플도 당일은 맞는다고 했으니까. ㅋㅋㅋ

바람도 잠자고 파도도 사라졌구나. 오늘은 아무래도 배를 타야 할 모양이다. 아마도 멀미가 겁나서 하루 더 묵겠다고 할 사람은 없지 싶어서다. 그렇다면 섬등반도를 둘러봐야 할 시간이 지금 뿐이다. 밥을 먹고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해상유람을 해야 하니까 서둘러야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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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맑아질 모양이다. 이제 또 출전을 해야 하겠구나. 새벽을 잡으러 가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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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로 봐서는 거의 킬러로군. 그럴싸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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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을 걸려면 삼각대가 필요한 것도 뭔가 닮았다. 다만 사람을 잡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잡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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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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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험하니까 등불을 의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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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잘 터지라고 설치해 놓은 장치들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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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에는 배들의 불빛이 볼만 했는데 오늘은 깜깜하구나. 그래도 혹시나 하고 내려다 봤다. 역시나 아무 것도 없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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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시간에는 30초 짜리의 긴 셔터로 놀아야 하겠군. 가로등의 불빛이 한 부조를 하니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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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날이 밝아야 섬등반도를 탐색하지. 점차로 밝아오는 새벽을 즐긴다. 이 시간에는 풍경도 중요하지만 빛이 마냥 좋아서 기운이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면서 점점 또렷해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재미는 아는 사람만 알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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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완전히 밝았구나. 이제 진격을 해 보자. 오늘은 전망대의 그 너머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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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와 봤으니 후딱 지나가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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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넘었다. 오늘 둘러봐야 할 목적지다. 길이 얼마나 험한지는 모른 채로 일단 나서봐야 한다. 가 보지 않으면 도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마음 같아서는 그 끝에 있을 무슨 여 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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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여구나. 네이버지도에는 성근여지만 카카오지도는 또 다르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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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납덕도라고 되어 있군. 전혀 다른 이름이 같은 곳에 있으니 어느 것이 맞는지는 어떻게 알아보지? 그것 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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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제대로 납덕도가 나오는 구나. 그렇다면 성근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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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뉴시스에서 체면을 세워주는구나. 공식적으로는 납덕도가 맞는 것으로 정리하고 넘어가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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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대와 가방은 여기에 둬야 하겠다. 지형을 봐하니 삼각대를 세우기도 곤란할 뿐더러 그래야 할 정도로 날이 어둡지도 않아서다. 충분히 셔터가 확보된다면 최대한 단출한 차림이 가장 안전하다. 길이 어떨지 모르니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행여라도 실족하여 벼랑 아래로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 나중에 와서 보고서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119에 신고라도 해 줄랑강..... 앞은 알 수가 없으니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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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이것은 위에서 봐야 할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봐야 할 풍경이로구나. 해상유람을 못 한다면 다음에 또 한 번 쯤은 가거도에 올 핑계가 될 수도 있겠다. 남겨 두는 재미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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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다 보는 것도 재미다. 구름이 걷힌 독실산의 바위가 또렷하게 보이는 것도 좋군. 파도는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구나. 섬누리민박의 아래에 있는 항리선착장의 경사가 꽤나 가파르구나. 멀리서 보니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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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없고 풀만 있는 섬등반도에 염소가 다닌 길이 어슴프레하다. 임 선장도 옛날에는 뛰어다녔다고 했으니까 길은 있으리라고 믿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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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을 옮기다가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풍경이다. 이러니까 바람이 심하게 불면 둘러볼 수가 없겠군. 그래도 멋지긴 하다. 문득 애란씨가 말하던 것이 떠오른다.

애란 : 여기가 명승으로 지정이 되면서 앞으로 공원이 될 거예요.
낭월 : 아직은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말씀이잖아요?
애란 : 맞아요. 지금은 이렇게 쓸쓸하지만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낭월 : 그렇게 되면 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보람이 있겠습니다.
애란 : 아마도 그런 기대도 생기기는 해요.
낭월 : 섬등반도에서 굴러 떨어진 사람은 없습니까?
선장 : 아직은 그런 일이 없지라.


그렇지. 1호가 될 수는 없잖아? ㅋㅋㅋ 조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앞으로 항리항이 만들어 진다면 전혀 다른 섬등반도의 풍경이 되지 싶다. 그렇게 되면 오늘 내가 담아 본 풍경들은 또 전설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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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돌을 모아서 탑을 만들었나 보다. 어쩌면 멀리 고기잡이를 떠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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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길은 없다. 더듬더듬 찾을 뿐이다. 가파르기도 하군. 그래도 재미는 오지다. ㅋㅋㅋ 그나저나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구나. 바위벼랑이 길을 끊어버렸다. 부득이 다시 돌아갔다가 옆길을 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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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선 김에 또 풍경 하나 담는다. 앞만 보면 절반이고 앞과 뒤를 번갈아 보면 전체가 되는 것도 같고 말이지. 이쯤 나오니까 숙소에서 바라보면 앞의 언덕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그 너머의 집들도 보이는구나. 여전히 낭떠러지는 천길만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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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혼자 나오길 천만 번 잘 했구나. 화인이나 연지님이 같이 나왔더라면 이러한 장면에서는 절대로 전진을 허락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또 천만다행이다. 무슨 사고가 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신발을 믿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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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길이 없으면 우회하는 길이 있기 마련이다. 풀이 미끄러울 수는 있다.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아무렴. 제 살 궁리는 한다니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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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봉우리 하나를 넘었다. 그에 대한 보상은 또 주어지기 마련이다. 저 끝까지 가봐야 하는데 가능할랑강.... 아직은 모를 일이다. 앞에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같이 보이는 날선 모습이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는 데까지는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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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퍄올량~~!! 쩐퍄오량~~~!!

그런데...... 앞은 난관이로구나. 우짜꼬.....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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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기~ 까지는 어떻게 해 보겠는데.... 일단 가보자. 그 다음에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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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찌우찌 잘 하면 갈 수도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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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누군가 찍어줬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마지막 발자국을 찍은 자리를 이렇게라도 표시해 본다. 저 자리에 서서 10초를 고민했다. 그리고는 침만 삼키고 돌아서기로 했다. 미끄러질 가능성이 20%는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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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잘 모르지만 앞에 가서 보니까 이렇게 보였다. 아무래도 더 전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을 했다. 아직은 덜 미친 모양이다. 납덕도는 다음에 공원으로 개발되어서 계단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에 와서 다시 보는 걸로 하자. 내일도 있으니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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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서서 예쁘게 찍어줬다. 이제 걸음을 돌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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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무섭지. 이건 뭐.... 자칫 하면 쭈울떡~ 할까봐서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느낌이 그랬다. 저 비탈을 걸어왔단 말이지? 왔으면 갈 수도 있는 거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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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전지대다. 무사히 잘 빠져나왔다는 말이다. 10년 만 젊었어도 끝까지 가 보는 건데 내가 원하는 곳에 발이 떨어질 것인지를 못 믿어서 걸음을 돌렸다. 내가 나를 못 믿으면 실행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넘어가면 무모하다고 하는 것이지 뭘. ㅋㅋㅋ

그래서 바위를 펄펄 뛰어다니면 어른들이 '떨어 질라~!'라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발이 원하는 위치에 떨어지지 않으면 삐끗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삐거나 부러질 수가 있다는 것을 경험이 많은 노인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세상을 살아온 날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겠구나. 다행이다. 마음이 욕심을 누를 수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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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재미있다. 그래서 섬등반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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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아는 사람이지 싶군. 반갑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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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걱정이 되어서 나왔으려니 싶다. 도반이란 그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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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끝까지 갔다 온 거야?
낭월 : 남겨 놨다. 다음에 묵을라꼬.
연지 : 잘 하셨네. 어서 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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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만족이다. 그럭저럭 밥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 돌아오면서 왜 이름이 섬등반도인지를 생각해 봤다. 반도(半島)는 한반도도 있고, 태안반도도 있으니 대략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삼면이 바다여서 절반의 섬인 경우를 일러서 하는 말일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앞에 붙은 '섬등'의 두 글자가 문제인데, 섬이 도(島)를 뜻하는 섬일 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한자에서 찾아야 하는데 한자에서 섬은 아무래도 두꺼비가 가장 유력하다. 두꺼비 섬(蟾)이다. 왜냐면 형태가 두꺼비의 등처럼 생겼으니까 두꺼비 등이 어떠냐고 한다면 울퉁불퉁하다고 하겠군. 그래서 섬은 찾았는데 문제는 또 '등'이다. 이것은 아무리 봐도 한글이다. 등과 배의 그 한 글일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물론 '의미가 두꺼비 등'이므로 섬배(蟾背)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고 보면 또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글자는 한자로 蟾이고 한 글자는 한글로 등이 되어서 섬등은 두꺼비 등이 된 것이라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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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전화를 했다. 밥이 다 되었다고 어서 먹으러 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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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 아침에 배가 뜬답니다.
낭월 : 그럼 해상 유람은 가능합니까?
선장 : 파도가 가라앉지 않아서 어렵겠구만이라.
낭월 : 그렇군요. (아쉽아쉽.....)
선장 : 대신 해뜰목 달뜬목을 둘러보실라요?
낭월 : 그것도 좋겠습니다.
선장 : 오늘 배는 특별선이라서 흑산도을 거치지 않고 직행이구만요.
낭월 : 갈 때는 거치겠지요?
선장 : 결항이 된 다음에는 가거도만 왔다 갑니다.
낭월 : 그렇군요.... ( 안 와도 되는데.... ㅋㅋ)

새벽에 운동을 많이 해서인지 시장하던 차에 든든하게 먹었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