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⑪ 항리의 풍경

작성일
2022-03-3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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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⑪ 항리(項里)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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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비를 맞으며 가거도항을 돌아다니느라고 나름 힘들었던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와인까지 마시면서 담소하다가 한숨 푹 자고 났더니 다행히 몸이 거뜬하다. 고맙구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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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내다보니 파도가 많이 잠잠해졌다. 다희네 민박 마당에서 저만치 보이는 것은 소국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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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지도지만 낭월에게도 유용한 정보이다. 가거도의 북단에는 국흘도(國屹島)와 소국흘도가 있는데 전면에 보이는 것은 소극흘도이고 영해기점표가 있는 곳은 누에머리구나. 산 우뚝할 흘(屹)인데 앞에 붙은 나라 국(國)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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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야 하겠지만 파도가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 두고 봐야 한다. 아직은 희망이 있으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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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머리라고 할 만도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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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는 네이버지도가 더 친절하구나. 그래서 두 지도를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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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카카오지도를 참고하지만 이렇게 때로는 표시기 부실한 것도 있어서 말이다. 알아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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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나무의 모양이 기묘하게도 꼬였구나. 보는 사람에게는 희한하지만 당하는 나무는 바람에 시달리면서 사느라고 무척이나 고단하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감정이입을 해 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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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람을 맞아서 붉게 타버린 해송의 모습을 보니 초목의 삶은 뭐랄까.....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고 했던가? 물론 옛날 이야기지만, 뒤웅박처럼 어느 남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호강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뜻이겠거니. 나무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자신이 품고 있는 천성과는 무관하게 어디에 떨어졌느냐에 따라서 1천 년을 꿋꿋하게 자라서 거목이 되고 신목이 되기도 하고, 또 이렇게 벼랑의 날맹이에 태어나 바닥에 붙어서 크지도 못하면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 삶을 부댓껴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근데 뒤웅박이 어떻게 생겼지? 조롱박은 아닌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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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생겼구나. 본 적이 없는 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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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뒷산에 올라서 쎌카를 찍어 본다. 가장 만족스러운 자화상이다. 그래 축하한다. 오늘의 그대가 이 자리에 있음에 대해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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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으면 궁금해서 가보고 싶어진다. 송년우체통 너머로 가파른 경사가 있는데 그곳으로 통해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있음을 어제 지나가면서 봐뒀는데 지금이 바로 그 길을 탐사할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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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부분이다. 흐릿하게 보이는 길을 가파르게 내려가면 아래에 바다가 있으니까 그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졌던 것이다. 길이 있으면 가 봐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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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 보면 잘 안 보여서 아래에서 올려다 본다. 이렇게 생긴 곳에 계단을 만들어 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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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는 배를 댈 수가 있도록 부두도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항리선착장은 앞쪽이지만 파도가 심하면 오히려 이곳을 이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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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길은 끊겨있었다.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길이라는 뜻이겠구나. 아마도 2011년도의 그 무시무시했을 것으로 짐작만 되는 무이파의 영향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1박2일을 촬영했을 때가 2007년이었으니까 그 당시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지 싶어서 영상을 보고 화면을 캡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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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당시에는 길이 살아있었구나. 승기와 MC몽이 고기를 잡겠다고 내려가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죽어버린 길이로구나. 아무리 봐도 내려갈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실은 그래서 이번 꼭지의 제목이 「항리의 추억」이지 않느냔 말이지. 지나간 추억에 잠겨버린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는, 그러니까 겪어보지 않은 것을 상상만으로 해 보는 추억? 이게 추억이라는 말이 어울리기는 한지 모르겠다만서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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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붙잡아 매는 쇠말뚝만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길이 없으면 안 가면 된다. 만들어서라도 가야 할 길이라면 만들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도는 아니어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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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네이버지도에는 다희네민박에 이름을 붙여줬네? 가거도에서는 네이버지도가 1승이로구나. 더구나 저 아래의 이름도 있다. 협곡몽돌해변이란다. 친절해서 고맙구나. 이름이 있으면 조금은 더 친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협곡몽돌해변....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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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앞을 보니 오가면서 내려다 보면 항상 보이던 작은 여(礖)가 있는데 그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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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간여로구나. 여는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많은 모양이다. 5짜를 잡았다는 둥 간여를 거론하는 곳은 모두 낚시에 대한 이야기들로 꽃이 피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낭월이 보기에는 낚시포인트가 아니라 항리항이 만들어 지게 되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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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은 어느 방파제에 빨간 등대가 서게 될 것인지를 알지 싶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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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여 앞에도 작은 암초에 위태롭게 영해기점 표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까 바라보기만 했지만 영해기점의 표석을 세 개는 봤구나. 임 선장은 네 개라고 했는데 또 하나는 어디에 있는지 못 봤는데 유람선을 타야만 볼 수가 있는 위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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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바라보기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구나. 이렇게 찬찬히 둘러보고 나서야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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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이 파릇파릇하니 염소도 뜯어먹을 것이 있겠구나. 어미와 새끼들이 어우러져서 해풍을 맞으면서 잘 살아가고 있는 풍경도 가거도 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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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낭떠러지를 너무 좋아하지 말거라. 위험하니까~~!!"

아이들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호기심이 많은 모양이다. 언덕 아래의 협곡몽돌해변을 내려다 보면서 뛰어볼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은 더 커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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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만 남은 곳에 동상이 두 개 자리하고 있다. 어제 임 선장에게 물어봤다.

낭월 : 뒤의 넓은 공터에 석상이 있던데 학교였나요?
선장 : 맞아요. 항리분교였지라.
낭월 : 그러면 예전에는 마을이 꽤 컸었군요.
선장 : 그랬지라.
낭월 : 그럼 한창 많을 적에 학생은 몇 명이나 있었습니까?
선장 : 대략 100여 명은 되었을 거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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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리초등학교의 옛날 추억을 찾아서 자료를 검색했더니 여행돌이 님의 블로그에 자료가 나온다. 자료를 잘 만들어 두셔서 링크로 붙이는 것이 좋겠다.

 

【여행돌이 님의 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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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2011년도로구나. 불과 10 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그러니 또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여행돌이 님도 다희네민박에서 머무르셨구나. 이렇게 이유를 만들어서 유대감을 찾는 것도 동물의 본능일게다. ㅋㅋㅋ

한창 베이비붐이 일어났을 소흑산 국민학교 항리분교로 1960년 4월 1일에 분교했다가 학생이 없어져서 1998년 2월 28일자로 폐교했다는 소상한 정보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분은 섬등반도의 끝을 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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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보다 암컷이 더 오래 산다는 공식은 동상에서도 통하는 걸까? 이승복의 상은 다 망가져서 형체도 못 알아볼 지경인데 독서하는 소녀는 말짱하니 말이다. 아니면, 책을 읽으면 오래 살게 된다는? 그건 맘에 드는 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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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화면이다. 2007년은 물론이고, 2011년까지도 건물은 남아있었구나. 그 시절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교실에 모여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낭월의 그 시절을 추억해 본다. 건물은 사라지고 돌담만 남은 황량한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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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낯설구나. 어디에 있는지도 알 바가 없군. 바글바글 모여서 공부하던 안면도 창기국민학교 시절이로구나. 10여 리를 걸어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온갖 이유로 시달리면서 아침만 되면 가지 못할 이유를 열가지씩 만들었던 나날이었지. 그래서 사리 때가 좋았고, 그 시간에 장벌에 물이 가득해서 산으로 가야 할 상황이면 여지없이 학교를 못 간다고 버티던 추억도 난다. 나중에 뒷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것도 효험이 떨어졌지만. ㅎㅎㅎ

힌트라면, 짝눈을 찾으면 가능할 수도? 별명이 엽총이었거든요. ㅎㅎㅎ

그래선지 학교보다는 갯바닥이 더 좋았기에 가끔 아침이면 아프던 배도 바구니를 들고서 썰물을 기다려서 긴개울로 달려갈 적에는 말끔했었지. 긴개울에 사리때가 되면 물이 빠져서 무릎까지만 걷으면 개건너 함바위까지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었는데 어물어물하다가 밀물이 시작되면 급물살에 떠내려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가끔은 꽃게도 돌아다니고 운이 좋으면 돌틈에 붙어있던 낚지도 주웠고, 박하지는 항상 잡아왔지만 먹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부모님께서 된장을 끓이면서 같이 두들겨서 넣으면 맛있다고 좋아하셔서 어부가 될까 싶은 생각도 했었지.....

그래도 학교에 등교한 날이 빠진 날보다는 많았지 싶다. 아직 폐교는 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나가기는 했으면서도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지. 그야말로 무정했던 학교의 인연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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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함께 돌아다니는 사이에 애란씨가 저녁을 챙겨주러 왔구나. 밥 시간이 반가운 것인지 애란씨가 반가운 것인지 모르겠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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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에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가득할 테지. 다만 뱀이 무서울 뿐이지만 지금은 녀석들이 돌아다닐 때가 아니라고 믿고서 거침없이 숲길을 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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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닿는 곳은 여지없이 그 흔적을 드러내는구나. 이런 것도 항리의 오늘 풍경이려니 하고 담아 놓는다. 낮에 점심을 먹으면서 호연이 선장에게 물었다.

호연 : 삭힌 홍어는 없을 거고요?
선장 : 없지라. 흑산도 할머니가 제대로 삭히는디 냥중에 주문하시요.
호연 : 생물이 먹고 싶은데 지금은 어렵겠지요?
선장 : 아, 홍어는 없고, 홍어 사촌은 있는디.
호연 : 홍어 사촌이 뭡니까?
선장 : 물홍어라고도 합디여~
호연 : 먹어보고 싶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선장 : 그럼 저녁에 해 드릴테니 드셔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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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은 맛 탐색에 대해서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 저녁 밥상에 푸짐하게 자리잡은 물홍어 회를 보면서 또 행복해 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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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름으로 뭐라고 했는데 적어놓지 않아서 잊어버렸다. 맛은 홍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낭월의 미각은 거의 디폴트값이다. 그 맛이 그 맛이라는 의미이다. 그냥 주린 배만 채워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런데, 그 미세한 맛의 차이로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분하는 호연을 볼때마다 늘 감탄만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차이를 알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ㅋㅋㅋ

낭월 : 내일 아침에는 파도가 잠잠하지 싶은데 배가 오겠습니까?
선장 : 아마 어려울 껴요. 편히 쉬시는 걸로 하지요.
낭월 : 예보에서는 가능성도 보이던데 현실은 또 다른가 봅니다?
선장 : 한국산 앱은 당일만 잘 맞지라. ㅎㅎ
낭월 : 그럼 선장님은 뭘 보십니까?
선장 : 미국산도 보고 일본산도 봅니다. 그게 잘 맞응게요.
낭월 : 역시~!

그러니까 지금 잠시 수그러진 풍랑은 내일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내일은 회룡산을 둘러봐야 하겠구나. 나름대로 일정표를 만들고 있는 낭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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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있는 사진첩에서 다희를 발견했다. 1박2일의 기념사진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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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는 고향이 그러워서 자주 왔다 간단다. 호연이 자료를 찾으면서 알아뒀던 모양이다. 그래서 낭월은 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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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포대를 보니까 문득 선장이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정년퇴직을 한 교사가 가거도에서 살고 있는데 무척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신안군에서 매월 백미를 20kg씩 준단다. 그래서 별로 돈 쓸 일이 없으니 소일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란다. 그래서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그것도 괜찮은 말년의 풍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하면 낚시도 드리워보고 인터넷이 되니 생각이 오가는 대로 글도 쓰면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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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선장 내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객만 남아서 노래방을 열었다. 낭월은 노래에는 취미가 없고 듣는 것만 좋아해서 관객으로 머물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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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날씨 핑계 대고 푹 쉬었는지 저녁을 잘 먹어서인지 기운이 펄펄해서는 잘 들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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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달이 고개를 내밀 때쯤 숙소로 돌아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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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감상을 한다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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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이것도 잘 몰라서 방송이나 보면서 쉴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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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늘 하루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날씨로 봐서는 내일 아침에 배가 뜰지도 모르겠다. 다만 선장의 말로 봐서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하는 것이 맞겠지. 내일 일은 또 내일 생각해 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 푹 자는 것이 최선일 따름이다.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