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② 기다리는 김에

작성일
2022-03-24 08:01
조회
544

가거도② 기다리는 김에 목포근대역사관


(2022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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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게 목포에 접어들었다. 제주도를 가기 위해서 찾았던 곳은 목포국제여객선터미널이다. 퀸제누비아호는 국제여객선에서 승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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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여객선터미널에는 첫걸음이다. 건물이 웅장하구나. 과연 여객선의 도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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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놓고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주차료는 하루에 5,000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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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6분에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 줄을 섰다. 뭐, 줄이라고 할 것도 없기는 하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도 없어서다. 여하튼 늘 그렇듯이 표의 구매 담당은 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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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3월)부터 평일에는 여객운임의 50%를 할인해 준다. 정가는 7만4300원인데 실제 운임은 3만6300원이란다. 터미널이용료는 할인이 안 되는 모양이군. ㅎㅎ

화인 : 가거도행 2시 10분 배로 여섯 사람이 가려고 해요.
직원 : 시간이 2시 10분이 아니고 3시입니다.
화인 : 예? 어제 확인해도 2시 10분이었는데요?
직원 : 어제부터 시간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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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속의 홈피에 나와있는 시간표를 전날까지도 확인했는데 오늘은 의미가 없는 표가 되어버렸구나. 여하튼 어제는 어제일 뿐이다.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 할 뿐. 다만 가거도에서 보낼 시간이 50분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이 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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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겪어야 보이기 마련이다. 그제야 수정된 출항시간표가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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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고 갈 배는 뉴퀸 호로구나. 만재도를 거쳐서 가거도에 도착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상'이라는 두 글자이다. 예고도 없이 불쑥 '결항'이 뜨기도 하는 것이 바다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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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그러면 몇 시에 도착하는 겁니까?
낭월 : 운항시간이 3시간 10분이니까 6시 20분에 도착하겠구나.
호연 : 그래도 일몰은 보실 수 있지 않습니까? 해가 몇 시에 지나요?
낭월 : 일몰은 6시 47분인데 너무 바쁘지? 2시 10분에 배를 탄다면 충분하겠지만.
호연 : 그럼 어떻게 합니까? 오늘 일정은 망했습니다.
낭월 : 그럴리가 있나. 내겐 지금이 중요할 따름이지.
호연 : 출항이 3시까지면 아직도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내심으로 세운 계획은 가거도에 갔다가 나와서 시간이 되면 국도1호선의 시발점을 찾아가 보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실행할 기회라는 것을 생각했고, 시간상으로 봐서도 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가 있겠다는 계산이 바로 나왔다. 그런 계산은 빠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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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주차가 된 곳으로 돌아가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넣었다.

호연 : 어디로 가면 됩니까?
낭월 : 목포시 대의동 2가 1-7번지~!

검색을 하던 호연이 말했다.

호연 : 어? 가깝습니다. 700m만 가면 되겠습니다.
화인 : 그러면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르겠네요. 걸어가요.
낭월 : 드라마 「호텔델루나」를 찍은 곳도 옆에 있다던데?
화인 : 아, 가봤어요. 그곳이 국도1호선 출발점이에요? 몰랐어요.
낭월 : 그야 저마다 필요한 것만 보니까 당연하지. 하하~!


그래서 연지님은 차에서 쉬도록 하고 다섯 사람은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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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에 건물이 보였다. 구 일본영사관이라고 한 모양이다. 날씨도 화창하고 온화해서 걸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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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석비가 보이는구나. 여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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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많으면 낭월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도 있어서 유용하다. 항상 카메라 뒤에만 있는 낭월도 이렇게 앞에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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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어? 기념비라고? 이건 또 무슨 찝찌부리한 문구지? 기점이면 기점이지 기념비라니 그렇다면 이 자리가 출발점이 아니란 말인가? 하긴 국도와 연결된 곳이 없는 지점이기는 하다. 여하튼.....

 

기점표시 앞에 있는 도로원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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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1호선  목포 → 신의주 939km
(판문점까지의 거리 498km)


 안내문이 몇 개 보인다. 살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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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원표 안내문

1963년 2월 5일 강령 1191호 국도 1,2호선 제정원 기점 시발점이 되는 목포에서 처음 설치 되었던 옛 터를 찾아 원점(동경126도 22분 52초, 북위 34도 47분 01초)을 분명히 하여 널리 알림으로서 우리나라 도로의 근본을 알게 하고자 국제 라이온스(협회) 355-B2 지구에서 남북 통일과 동서 화함의 뜻을 기리고자 기념비를 세우게 되었다.

이건 라이온스 협회에서 세운 것이로구나. 위치를 정확하게 알리고자 한 것이 목적이었다는 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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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1,2호선의 시발점을 표시하면서 대한민국과 유라시아를 함께 표시한 것이 지금은 그림의 떡이지만 앞으로 남북교류로 인해서 길이 열린다면 공감이 되는 그림이지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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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1호선은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연결이 되고, 국도 2호선은 목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데 그 거리는 378km구나. 그러니까 국도 2호선의 종점에서 다시 국도 7호선이 이어진다는 것은 예전에 조사해 봤었지.... 신의주에서 계속해서 서향으로 나아가는 그림이 왼쪽에 오석(烏石)에 조각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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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이어지면 런던까지 갈 수가 있겠구나. 상상만 해 볼 따름이다. 말이 달라지고 풍경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면서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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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원표(道路元標)

본 도로원표는 각 도시간 도로거리의 기준이 되는 지점으로서 우리시의 도로원표는 국도1호선이 목포에서 신의주까지이며 국도2호선은 목포에서 부산까지의 도로기점으로 진위치는 이곳으로부터 남동쪽 22m 떨어진 목포시 대의동 구 우체국과 어린이공원 사이의 사거리 도로 중앙에 설치되어 있으며, 진위치 좌표는 동경126도22분52초, 북위34도47분01초 지점입니다.

2000년 9월 18일
목포 시장

남동쪽으로 22m의 지점이 실제의 위치라는 이야기로구나. 도로 가운데 이러한 구조물을 세워둘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살짝 옮겨서 설치한 것에 대해서는 잘 했다고 생각된다. 크게 보면 거의 같은 지점이라고 해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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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1,2호선 기점 변경안내문

국도 1.2호선의 기점이 아래와 같이 변경되었으며, 이곳에 설치된 기점 표지석은 최초 국도 1.2호선 출발지임을 기념하기 위해서 기념비라는 글자를 새겨 넣어 영구 보존하기로 하였다.

○국도1호선 기점 변경(2013.2.28)
   목포시 대의동 2가 11번지 → 목포시 달동(고하도)

○국도2호선 기점변경(2001.8.25)
   목포시 대의동 2가 11번지 → 전남 신안군 장산면

2013.5.1. 목포시장

아하~!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그래서 비석에 「기념비(紀念碑)」가 추가되었다는 사연을 소상히 밝혔네. 목포시장은 부지런한 걸로. 그렇다면 장산면까지는 별도로 배를 타야 하니까 가보기가 번거롭더라도 관심이 있는 1번국도의 기점에 대해서는 고하도라니까 잠시 지나는 길에 들려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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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도1호선의 길이도 늘어났다는 말이겠군.

2012년 6월 29일, 목포대교가 개통이 되어 국도 제1호선 기점이 유달산우체국 부근에서 목포대교 종점인 고하도 ~ 허사도 (신외항)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2012년 기준 국도 제1호선의 총 연장은 943.37km로 이전 939.1km보다 약 4.27km가 연장되었다. 실제 노선 변경은 2013년 2월 28일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4.27km가 길어졌다는 말이로구나. 그 장소에 가면 표식이 있지 않을까? 당연히 있겠지. 그러니까 그곳도 가봐야 한단 말이지. 이렇게 도로에 관심이 많은 낭월이다. 무엇이든 도(道)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다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서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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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 틀림없는 1호선 출발점인 고하도의 사거리에 섰다. 그리고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둘러봐도 표시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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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이상하군..... 비석에 위치를 새겨놓을 정도라면 어딘가에 1번국도의 기점에 대한 표식이 있어야 할텐데.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도에서는 명확한 표시인데 현실적으로는 그냥 썰렁하고 황량한 풍경만 있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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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끝장을 봐야 속이 시원한 일없는 사람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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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에서 나와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면서 둘러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기대했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또 다른 곳에 표시가 되어 있을지는 몰라도 혹시나 싶어서 목포대교 앞에까지 가보고서야 포기를 했다는 뒷 이야기를 여기에 넣는 것이 맞지 싶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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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이 있어야지. 그래서 모아놓고 한 장 찍었다. 아직도 시간은 넉넉하군. 그렇다면 내친 김에 호텔델루나도 둘러봐야지. 아무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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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이 잘 되어 있구나. 확대해서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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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천천히 둘러봐도 좋을 적산가옥들이 있는 지역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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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등록문화재 제718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1897년 목포가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하면서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치한 각국 거류지 지역이다. 조선 시대 군사시설인 목포진(木浦鎭)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주변 해안가를 간척하여 근대 시가지를 형성하였다. 지금도 당시의 바둑판식 도로 구조와 근대건축물이 원형대로 잘 남아 있는 공간이다. 개항 당시 목포 각국 거류지의 총면적은 약 22만평인데, 이 중 핵심에 해당하는 지역을 등록문화재 718호로 등록하였다.

이 공간은 과거 일본인들이 다니던 소학교 일대에서 목포역 방향으로이어진 대표 도로를 중심에 놓고, 유달산. 목포진. 선창을 연결하는 구조이다. 이 일대에는 국가 사적으로 지정한 구일본 영사관을 비롯하여, 경제 수탈의 상징인 구 동양 척식 회사 건물, 일본인들이 다녔던 학교와 교회, 일본식 민가,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 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식민지 수탈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부두 노동 운동. 소작 쟁의. 의병. 항일 운동 등 민족의 저항 역사가 함께 숨 쉬는 곳이다. 또한 해방 이후 항구 도시 목포 사람들의 삶의 중심 터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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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소모형은 내부에 있는 것인데 꽤 정교하게 만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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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에서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는 흔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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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포 일본영사관의 건물이었는데 여러 용도로 활용이 되었다가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쓰이는 건물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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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인천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오느라고 홍박사 내외는 많이 고단했을 법도 한데 즐거운 것은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일 게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동행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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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를 내면 1관과 2관을 같이 둘러볼 수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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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공부는 나중에 제대로 하는 걸로 하고.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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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을 했다는 흔적을 남겨 놨구나. 다시 보면 느낌이 새롭지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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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했더니 사진이 남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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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이 앞에 있으니 그것도 기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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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건물인데 현판이 있어서 들여다 봤다. 「목포일본기독교회(木浦日本基督敎會)」였구나. 철문은 녹이 슬어 있는 채로 닫혀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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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목포 일본 기독 교회라는 설명문이 있구나. 원래는 2층 석조건물이었는데 손상을 입었던 모양이다. 참. 그런데 왜 기독교(基督敎)라고 하는지가 궁금해서 찾아봤던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리스도를 한자로 음차해서 기리사독(基利斯督)이 되었고, 이것도 길다고 생각했는지 축약법을 사용하여 '기독(基督)'이 되었더란다. 한자만 봐서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리스도를 중얼거려보니까 이해가 된다. 마치 낭만(浪漫)처럼 말이지. 낭만은 불어 로망스에서 왔고, 로망스는 로맨티슴(romantisme)를 음역한 것이라고 얼마 전에 알았지. 그러니까 낭만주의라고 하면 될랑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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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들어봤지. 근대사극에서 봤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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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식(拓殖)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식민지를 넓힌다는 뜻이었구나. 참 기가 찬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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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을 근대역사관의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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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니까 딱 그 만큼의 둘러볼 거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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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탈과 저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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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한가롭게 천천히 둘러봐도 의미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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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 몸을 던졌던 영웅들의 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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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이게 동양척식회사의 금고였구나. 그런데 금고가 없네?
호연 : 이 방이 전체가 금고라는 뜻이 아닙니까?
낭월 : 어? 그런가? 그런 모양이구나. 정말 엄청나군. 쯧쯧~!

온 나라에 있는 것들을 긁어다가 여기에 쌓았을 것이고 그것은 다시 일본으로 실어 날랐겠구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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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이건 무슨 뜻입니까? 복원불이라고 쓴 것입니까?
낭월 : 오른쪽에서부터 읽어야 하겠네. 불원복(不遠復)이로군.
호연 : 그럼 어떻게 해석합니까?
낭월 : 아마도 '광복이 멀지 않았다'고 쓴 것이 아닐까 싶군.
호연 : 그렇겠습니다. 너무나 힘드니까 힘내라는 뜻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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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거리를 다 둘려볼 시간은 되지 않았다. 그럭저럭 2시가 되어오는 까닭이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은 다 봤으니까 그만 터미널로 가도 되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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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시간에 뭘 하느냐에 따라서 하루의 계산서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두어 시간을 몸 품 팔아서 한 바퀴 돌았으니 한 시간이 지연된 것에 대한 보상은 받은 것으로 퉁쳐도 되지 싶다. 어차피 쾌속선에서는 밖에 나가 볼 수도 없다. 그러니까 푹 쉬면 되겠구나. 그만 배 타러 가자.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