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97) 따라비오름

작성일
2021-11-24 07:16
조회
539

제주한달(97) [28일(추가4일)째 : 2021년 11월 12일]


한란전시관 거쳐서 따라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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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든든하게 먹고는 다시 움직였다. 눈이 하얗게 덮인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도착한 곳은 한란전시관이다. 그냥 지나치기가 서운해서 헛일삼아서 지나는 길에 들려서 마음에 점을 찍으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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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 전시회를 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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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로 꽃이 핀 한란이 아니라 수묵으로 피어난 한란이라잖여. 그림을 전시한다는 말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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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 어떡해요. 전시회는 끝났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낭월 : 알고 왔습니다. 온실이나 둘러보고 가려고요.
관리 : 아마 몇 포기는 피어있을 거에요. 전시회는 안 보셔도 되겠어요?
낭월 : 아 예, 일정이 바빠서 한란이 핀 것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관리 : 그럼 이쪽으로 가세요. 길은 아시겠네요?
낭월 : 예, 전에 가 봐서 알고 있습니다.
관리 : 그럼 둘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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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매우 친절한 관리인의 안내로 방문자 명부를 작성하고는 바로 온실로 직행했다. 수묵전은 보지 않아도 되지 싶어서였다. 아무도 원하지 않기도 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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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한란이 피어있을 것이라는 관리인의 말대로 난향을 맡을 수가 있으면 되었지 많이 본다고 해서 더 특별할 것도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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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딱 그만큼 보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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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난향이 온실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잠시 향에 취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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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의 약속을 지킨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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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의 향과 잠시 노닐다가 문을 닫고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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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렸다가 출발하자는 말에 낭월은 귤림추색(橘林秋色)을 만나려고 입구로 걸었다. 한란전시관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귤밭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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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팔경(瀛州八景)의 하나인 가을의 귤밭은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볼 수가 없는 풍경인지라 사진으로 담아놔야 나중에 아쉬움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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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멀지 않아서 수확을 하지 싶다. 색을 봐하니 완숙의 단계로 보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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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은 몰라도 상관없지 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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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옆의 어느 집 정원에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가을이면 뭔 상관이냔 말이지. 그냥 피고 싶어서 피었을 것이고, 마침 눈에 보이니 꽃을 보면서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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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이 아닌 것으로 봐서 개량종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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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이 돌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연지님은 꽃을 좋아한다. 잠시 꽃과 즐거움을 나눌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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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충분히 꽃과 놀이를 한 것으로 확인한 다음에야 출발했다. 다음 목적지는 따라비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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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좀 있어서 40여 분이 소요될 예정이란다. 이런 시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생체리듬을 위해서 효과적이다. 그렇게 졸다가 보니 목적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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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


소재지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2번지 일대
현황 : 표고342m 비고107m 둘레 면적 직경은 관심없고... ㅎㅎ

말굽 형태로 터진 3개의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좌, 우 2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3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폭발시 용암의 흔적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내어 가을이 되면 억새와 더불어 제주 오름 368개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 으로 불리운다.
북쪽에 새끼오름, 동쪽에 모지오름과 장자오름이 위치하고 있어 가장격이라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는데서 유래하여 "땅하래비" 즉 지조악(地祖岳)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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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보는 풍경이 장관이라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 그냥 지나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었다. 출발을 할 적에는 고려하지 않았는데 새벽에 잠이 깨어서 정보를 찾다가 알게 된 곳이었다. 듣지 못했던 따라비오름을 이렇게 해서 찾아오게 되었다. 이것도 인연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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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1 : 새별오름에서 억새도 못 봤는데 따라비오름이 있어서 다행이지?
여인2 : 그러게 말이야. 여기에서라도 억새를 보면 되지 뭐.

새별오름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지나다가 가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었고, 아마도 패키지로 여행을 와서 일정이 맞지 않았나 보다는 생각만 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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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해발표고보다는 상대표고, 그러니까 비고 높이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부터 걸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107m라니 조금만 걸으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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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어제 윗세오름에 올랐던 내공이 쌓였기 때문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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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휘 : 이건 문인가요? 뭐에요?
낭월 : 이건 말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거야.
금휘 : 왜요?
낭월 : 입구에 있는 것은 말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지.
금휘 : 그럼 이건요?
낭월 : 이건 오름으로 못 올라가게 한 것이지 싶네.
금휘 :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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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는 길이 아니라는 표시를 귀엽게 해 놨구나. 이렇게만 해도 그길로 갈 사람은 없지 싶다. 혹 화장실이 급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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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길에 대한 안내판이 세월을 머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서 있다. 다만 지금 따라비오름으로 가는 길과는 무관한 것이 여기 있다는 것은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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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말끔하게 목제 계단으로 만들어 놔서 걷기에 편했다. 오를만 한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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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가파를 적에는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그렇게 걸으라고 붙은 이름이 도로(道路)가 아니냔 말이지. 도(道)에 있는 쉬엄쉬엄 갈 착(辶)을 보면 알 일이지. 그러니까 길은 절대로 땀을 흘리면서 뛰어가서는 안 되는 법이지 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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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름에서는 바쁘면 힘든다. 항상 일정 부분까지는 급경사로 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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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걷던 화인이 영상을 찍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배우가 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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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와우~! 따라비오름이 참 예쁘네요.
낭월 :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화인 : 억새가 바람에 출렁이는 것이 바다의 파도와 같아요.
낭월 : 제대로 때를 잘 맞췄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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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억새에 빠져서 영상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시야가 툭 터진 풍경을 약간의 수고로 올라왔으니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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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보고 있는 곳을 조금 확대해 봤다. 하늘의 구름도 멋있고, 저 멀리 보일듯 말듯 가려진 한라산도 매력적이다. 수십 개의 오름과 풍력발전기도 진풍경이다. 무엇보다도 넘실대는 억새의 꽃이 일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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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에 오르는 뜻은 오름을 보자는 것과 오름에서 밖을 보자는 것이 겹쳐있다. 안도 보고 밖도 보는 재미가 두 배인 까닭이다. 더구나 화산이 폭발해서 불기둥이 치솟던 장면까지 상상하면서 둘러본다면 완전히 쥐라기 공원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아니 더 오래 전이겠구나. 쥐라기는 2억여 년전이라면, 화산이 활동하던 시절은 25억년 전일테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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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끔은 화산이 폭발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용암을 보고 싶어서 말이지. 물론 허락을 받을 방법은 아직 없지만서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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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를 가보고 싶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실은 가능하면 화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다. 수마트라에 가면 활화산이 있다는 정보를 잊지 않고 있음이다. 지하에서 용암이 끓어오르는 풍경을 보면서 제주도를 떠올리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는데 모를 일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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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하늘에 먹구름이 흘러간다. 다행히 비를 뿌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풍경이 작품이름이라도 하나 붙여주고 싶다.

「방황하는 사람들」

의자가 있음에도 앉지 못하고 먹구름을 보면서 서성이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느냔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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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봉우리 중의 하나에 올라서 분화구를 내려다 보니 과연 따라비오름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세 개의 분화구라더니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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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도 또 와야 하겠다는 화인의 '매우 만족'을 들으니 안내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데 이렇게 멋진 풍경으로 기억창고를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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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렇게 지켜봐도 좋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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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오후의 햇살이 제대로 쏟아져서 온통 황금물결을 만들어 주니 금상첨화로구나. 과연 가을의 억세가 멋있어서 오름의 여왕이라고 한다는 말에 대해서 딴지를 걸지 못하겠다. 이러한 풍경을 선사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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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의 정상을 향해서 난 길을 걸으면서도 시선은 온통 억새의 물결에 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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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이 딱 들어맞으니 이러한 풍경을 누릴 수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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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억새의 그늘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는 것도 앙증맞다. 아, 노랑꽃도 있었구나. 그래 모두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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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오늘 저녁에는 다금바리로 할거야.
화인 : 맘대로 해요.
호연 : (뭐라고 쑥덕쑥덕).....
화인 : (또 뭐라고 쑥덕쑥덕)....

호연은 벌써 다음 일정에 대해서 궁리하고 있었다. 저녁을 어디에서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 것인지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건 호연의 소관이므로 전혀 간여하지 않을 따름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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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이 안내판 노릇을 잘 못하기도 한다. 가끔은 새롭게 만들어 놓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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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름이 많기는 하다.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워도 거문오름이나 백약이오름은 알만 하고, 다랑쉬는 그 너머에 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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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분화구를 바라보니 또 느낌이 다르구나. 아, 분화구는 굼부리라고 한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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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펼쳐진 들판과 멀리 보이는 바다의 풍경도 시원하다. 시야가 더 좋은 날에 또 와도 되겠다. 오늘도 이만하면 만족스럽지만 한라산까지 다 보이는 풍경이어도 좋겠다는 욕심이 뭉클뭉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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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에 방문자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구나. 머지 않아서 여기도 용눈이오름처럼 휴식년에 들어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살며시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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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사방팔방이 모두 예뻐요~!
낭월 :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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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마련된 평상에서 잠시 쉬면서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로움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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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폰에다 보이는 만큼 꽉꽉 눌러서 담는다. 아이폰의 화각이 꾀 넓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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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철쭉이다~!"

연지님의 감탄이다. 아니, 억새꽃과 철쭉꽃을 같이 보다니, 과연 제주도만이 보여 줄 수가 있는 풍경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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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진에는 시간정보가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히 2021년 11월 12일임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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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같아서는 일몰도 보고 싶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도 되지 싶었다. 더구나 오늘의 하늘 풍경으로 봐서는 일몰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기에 미련없이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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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면서 저물어가는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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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한 장 담아야지. 아무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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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봉 아래로 간다더니 어디 골목골목을 찾아가는 호연에게 길을 맡긴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걸려서야 어둠이 내려앉을 시간에 도착한 곳은 도두횟집이란다. 호연이 찾고 또 찾아서 결정한 곳이라니까 기대해도 좋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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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명한 집은 골목 안쪽에 있다던가? 이 집이 딱 그짝이었다. 연예인들의 싸인으로 벽을 가득 채운 풍경이 나름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겠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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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금바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수족관을 구경하다가 자리가 마련되어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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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큰 처형 생신도 모래이니 우리가 쏘겠습니다.
연지 : 고마워~! 과용하는 거 아냐?
호연 : 괜찮습니다. 오늘은 제가 계산하고 싶습니다.
연지 : 그럼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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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사실 카니카지, 다금바리나 도미나 놀래미나 그게 그 것 같아서 구별을 하지 못한다. 다른 것은 잘 구분하는데 사람의 얼굴과 음식의 맛은 구분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미각과 시각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금휘는 미각이 예민해서 그 차이를 용케도 알아내는 것을 보면 그것도 신기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최고급 어종에서 다금바리를 만나게 해 줬으니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지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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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사람이 배를 채울 만큼 넉넉한 인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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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만족하니 낭월도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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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에 보리밥으로 마무리를 하고서야 천천히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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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에 어디론가 두어 바퀴를 도는가 싶더니 아이스크림을 사먹잔다. 저녁을 잘 먹고 나니까 그것이 당겼던 모양이로군. 그렇게 즐거운 대화와 더불어서 오늘 보고 느꼈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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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기억을 담느라고 고생했던 카메라도 비로소 쉴 곳을 찾았구나. 오늘도 별탈 없이 잘 작동해 줘서 고맙웠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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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지나다가 귤가게에서 하우스귤을 사와서 널어 벌여놓으니 귤잔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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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벌써 4일째의 날이 저물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그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리 오늘을 최대한으로 즐긴다고 해도 또 아쉬움은 남기 마련인 까닭이다. 미련이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