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극책수조수

작성일
2007-09-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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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황극책수조수(皇極策數祖數)》 라는 책은 원저자가 소요부로 되어 있다. 즉 소강절이라는 말이다. 그는 앞의 매화역수의 저자이기도하다. 이렇게 점술에 대한 항목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름이 소강절, 강절소, 소요부 등등의 이름이다. 모두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명심보감》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이렇게 유명한 사람은 자신이 저술한 책도 있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적어놓고서 그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가탁한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유명한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면 자신의 이름보다도 더 권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고 보면 불경도 위작으로 되어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 특히 “불설(佛說)……”이라는 식의 제목을 달고 있는 불경들은 대개가 위작으로 되어 있는 경전이라 생각된다. “불설 동토경”, “불설 명당경”, “불설 안택경” 등등의 이름은 내용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분명히 석가모니의 말로 나온 것은 아니다. 무속인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제목에 불설이라는 이름을 생각없이 집어넣은 것이라고 본다. 그 중에서도 《천지팔양신주경(天地八陽神呪經)》이라는 책은 특히 음양오행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내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봐도 불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은 부처님의 이야기인 것처럼 붙여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위작 경전들이 정작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팔양경>을 읽으면 가내가 화목하고 귀신이 천도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로 이경을 독송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신묘한 힘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과연 어느 것이 중요한 것인가?”하고 혼동을 하게 된다. 불설이 아니라며 실행을 하지 않는 사람과, 아무 설이건 열심히 읽고선 수신제가를 얻어서 가정이 화목한 사람과, 이 둘의 선악을 어떻게 단정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인지를 종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가정이 화목한 것을 최우선으로 둘 적에 어떤 경이든지 읽어서 화목하다면 읽는 것이 나을거라는 생각이다.
 이 이야기는 불타의 비유에서도 등장을 한다. 독화살의 비유가 그것인데, 화살촉에 묻은 독이 온 몸으로 퍼지고 있는데, 이것을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 어느 산의 대나무로 만들었는지를 연구하고 있을거냐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화살을 뽑고서 독이 더 퍼지기 전에 치유를 하는 것이 급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여기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강절 선생이 만들어낸 책이라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서 책을 봤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긴 《장자》도 본인이 지은 내용과 후인이 지은 내용이 섞여 있다고 하는 판단이 나와 있지만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서 그냥 읽으면 즐거워지는 책이니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된다.
 이 《황극책수조수》라는 책은 명문당에서 출판된 것이 있는데 순한문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중국에서 출판된 것을 그대로 영인본(影印本)으로 하고서 머리말만 써넣은 것이라 추측된다. 그렇거나 말거나 활용을 해서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다면 점술책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풍부한 내용이 매우 매력적인데 번역이 되지 않아서 한문 세대가 아니라면 읽는데 상당히 애로를 겪을 것이라는 게 아쉬운 점이다. 하긴 한문 세대라고 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상당히 많다. 주로 《초한지》나 《삼국지》, 그리고 《통감》등에서 인용해서 쓰고 있는 대목들이 문제인데, 그러한 내용은 그 원류에 해당하는 고사의 출처를 알지 못하고서는 좋다는 의미인지 나쁘다는 의미인지 풀기가 용이하지 않다. 그렇지만 대충 짐작으로라도 그 길흉에 대해서는 해석이 가능하므로 그로 인홰서 해석을 못하는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된다. 한동안 그 책에 의지해서 점단을 내려서 찾아봤는데, 실제로 적중률은 90퍼센트 이상이었다. 가끔 의심을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도 황극책수의 적중률을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낭월이가 활용을 하는 방법은 정통적이지 못하다. 그냥 주역으로 괘를 뽑아서 읽어보는 것이니 실은 황극책수가 아니라 주역괘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적중률은 농담이 아니라는 점을 볼 적에 역시 어떻게 뽑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뽑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언제 눈이 밝으신 분이 한글로 한번 풀이를 해본다면 오행의 원리를 모르고서도 생활에 활용을 해볼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