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제24장. 정업(定業)/ 5.사주가 빗나가는 이유(理由)

작성일
2020-10-2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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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제24장. 정업(定業)


5. 사주가 빗나가는 이유(理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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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춘매가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설명했다.

“다시 쉽게 설명해 볼까? 그러니까 정업(定業)에는 두 가지가 있어, 결정업(決定業)과 미정업(未定業)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있지. 그리고 정업은 결정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해도 되겠네. 태어날 적에 갖고 나온 전생의 정업(定業)이나 그로 인해서 전생의 업을 들여다볼 수가 있는 사주팔자도 정업의 일종이라고 해도 되겠지.”

“아하~! 사주도 정업이었구나. 오빠가 그렇게만 설명하면 알아듣지 못할 이유가 없지. 호호~!”

“관상(觀相)도 정업이고, 부모를 만난 것도 정업이라고 하겠네. 그러고 보면 정업은 참 많기도 하지. 대부분은 정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니까.”

“그것을 시간으로 본다면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정업의 영역인 거야?”

“정업이 결정업이라고 하는 것도 변경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봐서 이미 고정불변(固定不變)인 때문이잖아. 이러한 것은 이미 스스로 저지른 것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고, 이것은 바로 직전에 한 행위까지도 모두 정업의 영역에 속하는 거지. 지금 내가 말을 하는 순간까지 말이야. 하하~!”

“우와~! 그렇구나. 정업은 어디 멀리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지. 오빠의 말대로 생각해 본다면 미정업은 지금 이후의 일들에 해당하는 말이잖아? 정말 전생타령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 지금의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결정업이 쌓여가고 있다는 말이니까. 그렇지?”

“맞아. 제대로 잘 이해했네. 지금의 이 순간에 생각한 것은 결정업으로 넘어가는 거야.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매 순간(瞬間)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뼈저리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

“그럼 중요한 것은 결정업이 아니라 미정업에 있는 거잖아?”

“당연하지. 공부하는 이유가 뭘까?”

“공부? 그야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잖아?”

“왜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그야 당연히 어리석게 살면 고통이 따르니까 그렇지.”

“맞아, 그게 바로 미정업을 보다 나은 결정업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정말 쉬우면서도 실행이 가능한 것도 많겠네.”

“물론이야. 뭐든 알고 보면 쉽지.”

“그렇게 되면 팔자도 빗나가게 되는 거잖아?”

“맞아.”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줘봐.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어서 말이야. 사주가 해석에서 빗나간다면 어떻게 풀이할 수가 있는 거지?”

“음.... 어떻게 설명을 해 줘야 누이에게 설명을 잘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까.... 가령, 일간(日干)이 허약하고, 재성(財星)이 왕성하다면 재물로 인한 고통을 당할 수가 있다고 해석하게 되잖아? 왜냐면 재성이 기신(忌神)에 해당할 테니까 말이야.”

“응, 그것은 이해가 되는 말이야. 재다신약(財多身弱)은 부옥빈인(富屋貧人)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항상 마음속에서는 재물을 많이 모으려는 열망이 있어서 그것을 좇아서 인생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오빠가 말했어.”

“그게 일반적인 해석이야. 그런데 부옥빈인의 암시가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재물을 소유할 수도 있다면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럼 사주가 안 맞는 것이잖아?”

“맞아, 그렇게밖에 해석을 할 수가 없어.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어느 고인은 부옥빈인은 겉으로 드러난 재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속에 들어있는 관념(觀念)을 말하는 것이라더군. 빈부(貧富)를 재물의 다과(多寡)로만 판단하게 된다면 명학(命學)을 너무 물질적으로만 해석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거지.”

“그러면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이란 말이야?”

“오히려 정신적인 면에서 관찰한다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지. 말하자면 재다신약의 사주로 태어난 자는 현실적으로 재물이 없거나, 혹은 많거나 관계없이 항상 재물을 모으려고 전전긍긍한다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정신적빈인(精神的貧人)이라는 말인데, 이것은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되어야 부합이 되니까.”

“그야 오빠의 말일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면 누가 수긍을 할까? 수긍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주를 볼 줄도 모르면서 빗나간 것에 대해 변명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야 누이만 수긍하면 되는 거야. 남들에게까지 수긍하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데 누이도 내 말에 대해서 수긍이 안 된다는 거지?”

“응. 솔직하게 말하면 궤변(詭辯)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좀 더 쉽게 설명을 해 줘봐.”

“다시 생각해 보자. 부유함의 기준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그야 다르겠네.”

“맞아, 어떤 곳에서는 쌀이 열 가마니만 있으면 큰 부자라고 하지만, 또 어떤 곳에서는 열흘간 먹을 양식만 있어도 부자라고 하게 되는 것이지. 그로 인해서 저마다 기준이 다른 것을, 사주만 놓고서 공통으로 적용시키고자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합리한 것으로 봐야지 않을까?”

“아,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아, 오빠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기준점(基準點)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리고 그 기준은 각자의 마음 안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잖아?”

“옳지, 가령 아흔아홉 가마의 쌀을 수확한 부자가 이웃의 한 가마의 쌀을 수확한 사람에게 백 가마를 채우게 그것을 빌려달라고 한다는 것으로 비유를 들어 볼 수가 있겠네. 하하~!”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춘매는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수긍을 했다.

“정말 오빠와 같은 사람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시시비비를 가려서 판단하려고 하겠나 싶기도 하네. 정말 대단해. 호호호~!”

춘매는 우창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이다가 나름대로 이해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공감이 되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이 스스로 만족할 줄을 모르면 사주와 상관없이 부옥빈인이고, 재다신약인 것으로 봐도 되다는 이야기야. 물론 사주가 그렇게 생겼다면 마음속에는 매우 가난한 심리가 자리를 잡고 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겠지.”

“그렇구나. 이제 알아 들었어. 오빠가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었던 것인지 이해가 돼. 재물이 많은 사람이 더욱 큰 재물을 갈구한다는 말도 있고 보면, 과연 오빠의 관점이 공감되네. 그런데 어떤 고인이 그렇게 깔끔하고 명료한 판단을 하셨던 거야?”

“응, 하충(何忠)이라는 스승님이 있었어. 그분은 저마다 타고난 팔자가 마음을 읽는 이정표(里程標)라고 본 건데 참으로 마음에 닿는 이야기가 많아.”

우창이 하충을 말하면서 자못 존경어린 표정을 짓자 춘매도 겸허한 마음이 생겨서 새삼스럽게 목소리가 신중해져서는 다시 물었다.

“그렇겠네. 그분께서 이렇게 말한 것은 당연히 정업의 관점으로 설명을 한 것이잖아.? 그렇다면 미정업의 관점으로 변화할 여지가 없는 거야?”

“여지는 항상 있지. 그래서 미정업이잖아.”

“내가 이해를 잘했지? 아무래도 그런 말이 있어야지 싶었어. 어떻게 하면 결정업을 미정업으로 바꿀 수가 있지?”

춘매가 매우 진지하게 묻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야 마음을 바꾸면 되지.”

“뭐야? 그렇게 간단해?”

“물론~!”

“너무 쉬운데? 자세히 말을 해 줘야 알지.”

“참회(懺悔)가 무엇인지 들어봤어?”

“참회는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는 거야?”

“아, 못 들어봤구나. 불가에서 자신의 지난날에 지은 허물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노력하는 것을 말하는 거야.”

“그런데?”

“참회는 정업 중에서 악업(惡業)에 해당하는 부분을 미정업으로 돌려서 선업(善業)의 씨앗을 만드는 묘수가 된다고 보는 거야.”

“그런 법이 있었구나. 어떻게 하는 거야?”

“가령, 남의 수중에 있는 재물이 갖고 싶다면, 이것은 정업의 영역이라고 봐야겠지. 전생의 업습(業習)에 의한 것이라고 하니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까닭이기도 한 거야.”

춘매가 이해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우창이 말을 이었다. 춘매는 바탕이 총명해서 한가지가 해소되면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연결해서 잘 이해했다.

“오빠의 설명을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네. 어떤 사람이 재물을 보고 탐심(貪心)이 생기는 것은 정업이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마음을 돌이키고, 자신의 과거세에 쌓은 업장을 뉘우치고 참회하면서 그러한 마음을 고친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게 바로 악업(惡業)을 참회하고 선업(善業)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봐야지. 그리고 노력하는 자는 변화가 가능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은 정업대로 흘러갈 뿐이라는 것도 알아 둬.”

“이제야 오빠가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겠어. 그렇게 노력을 한 사람은 팔자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잖아?”

“물론이지.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매우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러한 일로 인해서 팔자의 판단이 빗나간다면 또한 축하할 일이기도 한 거야.”

“오빠의 말을 듣다가 생각해 보니까,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는 것조차도 팔자에 들어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어.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춘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우창이 웃음을 터뜨렸다. 춘매는 여전히 이해가 덜 되는 것이 있었던지 다시 말했다.

“오빠, 그렇게 웃을 일만은 아니야. 만약에 팔자가 빗나갔다고 해서 손님이 화를 내면 어쩌나?”

“삶에만 미정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팔자에도 미정업이 있는 거야. 그것을 운(運)이라고 하지. 아마도 세상의 모든 것에는 미정업이 동행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겠지. 그러니까 팔자는 맞아도 운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인가? 하하하~!”

“오빠가 그렇게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하는 것이 난 신기해. 심각하게 말하고 있잖아. 좀 진지하게 답을 해줘봐.”

“오호~! 이제 손님이 자신의 팔자가 맞지 않는다고 항의라도 할까 봐 그게 걱정이었던 거야? 하하하~!”

“그것도 걱정이긴 하잖아. 사주풀이를 애써서 해 줬으면 이야기를 들은 손님도 내가 해 주는 말에 공감이 되어야 하잖아?”

“물론이지. 다만 상담가의 기준이 문제일 뿐이야. 정확하게 맞추려는 마음이라면 이렇게 정업을 바꾸는 노력으로 애쓰는 사람은 매우 꺼려지는 고객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맞아~! 그래서 걱정도 되지 않겠느냔 말이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아니, 왜? 오빠는 손님이 맞는다고 하거나 틀린다고 하거나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팔자가 맞지 않았다고 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까닭이지. 그리고 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런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물으러 찾아올 까닭이 없다는 거야. 하하~!”

“아하~! 그렇게 해서 저절로 걸러지는 것이구나. 호호호~!”

“물론이야. 혹여라도 그러한 사람이 찾아온다고 해도 자신의 삶이 사주풀이에 맞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전혀 그러한 문제가 힘들게 할 까닭이 없는 거야. 얼마 전에 왔었던 검객을 보면 알잖아?”

춘매는 문득 얼굴에 흉터가 있던 낭인(浪人) 무사를 떠올렸다. 과연 과거의 일들에 대해서 질문은 하지 않고 조짐(兆朕)에 대해서만 물었었던 기억이 났다.

“아 그 사람, 당연히 생각나지. 그 사람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强烈)해서 오빠가 말을 하자마자 바로 떠오르네. 호호호~!”

“이렇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서 악업을 선업으로 바뀐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지?”

“응, 전혀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겠네. 그 외에도 사주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많지. 그중에서도 특히 흔한 경우는 생일이 정확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하겠네. 이것은 명학을 연구하는 학자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야.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일이 다르면 해석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데, 방문한 사람은 사주의 해석이 달라지는 원인을 생일의 오류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판단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으니 이런 것은 좀 억울하겠지? 그게 억울하면 면상(面相)을 공부하면 되겠네. 얼굴은 평생을 살아도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정말 맞는 말이야. 자신이 태어난 날도 정확하지 않으니까 그냥 정해놓은 날로 사주를 판단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결과에 대해서는 보장을 할 수가 없겠네. 이것은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잖아?”

“명학에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지. 아마도 상당수의 사주에서 오행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이러한 원인이 클 것이라고 짐작하는 거야. 다만 피차 확인을 할 방법이 없으니 이런 경우는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네.”

“그렇겠구나. 이러한 것을 모두 판단한 다음에 사주의 상황을 풀이한다면 그래도 마음이 훨씬 편하겠다. 그렇지?”

“물론이지. 그리고 자신의 사주풀이가 맞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서 조언을 할 방법을 찾아보고 그것이 여의치 못하다면 상담은 없었던 것으로 해야 하겠지.”

그제서야 춘매의 궁금했던 것이 풀렸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오빠가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니까 비로소 설명해 주려고 한 정업에 대한 의미를 잘 이해가 되었어. 처음에는 업(業)이라는 글자의 무게가 천근이나 되는 듯이 무겁게 짓눌렀는데, 이렇게 분석을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니까 업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가깝게 느껴져서 좋아. 누군가 내게 업에 대해서 묻는다면 글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선업, 악업, 정업, 결정업은 물론이고, 미정업에다가 개선업까지도 모두 설명을 잘 해 줄 수가 있을 만큼 이해했어. 정말 오빠가 아니었으면 이러한 것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방법도 생각지 못했겠네. 고마워. 호호~!”

“근데 개선업은 또 뭐지?”

“아, 악업을 선업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 거야. 호호호~!”

“아무리 그래도 하나가 빠졌네?”

“어? 빠진 것이 있었어? 그게 뭐지?”

“무업(無業)~!”

“아, 맞다. 아무리 챙기고 정리해도 결국은 뭔가 하나는 빠지기 마련이라니까. 참 내~! 이게 춘매지 뭐. 근데 무업에 대해서는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네? 왜 그렇지?”

“그야 손헌 선생님을 만나서 묻기로 했잖아. 하하~!”

“아하~! 어쩐지. 그러니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업이 남았다는 이야기지? 공부란 참으로 끝이 없구나. 호호호~!”

“자, 그러니까 삶은 업의 연속이라고 보면 되겠지?”

우창의 말에 춘매가 손뼉을 치면서 공감하는 듯이 말했다.

“맞아, 업의 연속이라고 해야 하겠어. 업은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어? 시간이라니 그건 무슨 의미이지?”

“시간은 아득한 옛적부터 지금까지도 연속(連續)이고 단절이 없는 거잖아? 그리고 과거와 미래도 모두가 시간의 연속이고, 지금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그 시간을 타고 살아가면서 자신이 한 일들이 시간과 함께 엮어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오호~! 그건 기발한 생각인걸. 업은 시간이라는 생각은 못 해봤는데 누이 때문에 또 하나를 깨달았네.”

“그래? 그럼 나도 내 몫은 한 거네? 다행이다. 호호호~!”

“음, 업은 시간이라.... 그러니까 그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음의 모습이 정해진다는 것은 의미심장(意味深長)하네. 참으로 멋진 말이야.”

“그러네, 오빠가 그렇다고 하니까 나야 그런가 보다 할 따름이지. 그런데, 못된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잘 사는 것도 같은 생각은 착각인가? 욕심이 사납고 심술궂은 부자들은 많고 선량하고 욕심도 없는 부자는 없어 보여서 말이야. 이건 과연 업연의 고리가 유효하다고 봐야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오빠는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어? 악업(惡業)을 지었으면 악과(惡果)를 받아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왜 악업은 선과(善果)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네. 여기에 대해서는 오빠도 답을 할 수가 없을 테니까 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야말로 문답이 아니라 의문(疑問)이니까. 호호~!”

“누이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구나. 그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들어봤지.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해줘야 할 때인가 보네. 하하~!”

“어? 그래? 그런 것도 있었단 말이야. 역시 자꾸만 의문을 갖고 물어야 답을 빨리 얻을 수가 있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궁금한 것이 풀리게 될거야.그 말을 듣고 싶어.”

“그래 잘 들어봐. 내용이 중요해서 나도 언젠가 일삼아 외웠거든.”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이 시를 읊었다.

妖蘖見福 其惡未熟(요얼견복 기악미숙)
至其惡熟 自受罪虐(지기악숙 자수죄학)
楨祥見禍 其善未熟(정상견화 기선미숙)
至其善熟 必受見福(지기선숙 필수견복)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만난다
악의 열매가 익은 후에는 악한 사람은 죄를 받는다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선한 사람도 화를 만난다
선의 열매가 익은 후에는 선한 사람은 복을 만난다

우창이 이렇게 외우고는 그 뜻도 풀이했다. 그 말을 듣고서 춘매는 감동했다. 비로소 자신이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 풀렸기 때문이다.

“오빠, 그런 멋진 말이 있었구나. 그것을 이제야 말해줘서 괜히 궁금했었잖아. 비로소 선악의 결과가 뒤바뀐 것처럼 보였던 것이 왜 그랬는지를 이해할 수게 있겠네. 열매의 이야기였구나.”

춘매가 다소 어려웠을 내용을 잘 이해한 것을 보고 우창도 기뻤다.

“맞아.”

“그러니까 마치 임시방편으로 거짓말을 해서 위기(危機)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이니 결국은 또 시간이 문제로구나. 그렇지?”

“어? 그렇게 되네? 시간이 문제였구나. 정말 오늘 누이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역시 변화하는 사람은 항상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분명해. 하하~!”

우창은 유쾌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지혜롭게 변해가고 사유(思惟)하는 춘매의 모습이 느껴져서이다.

“누이가 이렇게 깨달아 가는 것도 결국은 시간이었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하는 사람은 밝아지고, 물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어두워지는 것도, 처음에는 몰라도, 점차로 진행되면 나중에는 깜깜해져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지경에 도달하는 것과 같군.”

“이게 다 오빠를 만난 덕분이잖아. 정말 작년 가을에 오빠가 파리괘를 얻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어. 이게 모두 선인선과(善人善果)인 것이 분명하지?”

“아마도, 그렇게 봐도 되겠네. 일이 되려면 아무렇게 해도 되는 것이고, 어떤 일이라도 안되려면 무슨 짓을 해도 안 되는 것이니까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도인이라고 하는가 보네. 흐름에 따라서 사는 사람이 도인이 맞는 것 같단 말이지. 나도 머무르고 싶어서 머물렀더니 이렇게 소중한 인연이 되니까 말이야. 이제 또 새로운 염재의 인연도 만났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그것도 기대가 되네. 그래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인게 분명해. 하하~!”

“와우~! 그것참 좋은 말이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거잖아? 나도 그래 날마다 좋은 날이야. 이제 앞으로 한 달은 손님도 받지 않고 공부만 할 거야.”

“잘 되었다. 이제부터 염재를 누이가 가르쳐봐. 가르치면서 공부가 익어가는 것이니까 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왜? 그렇게 떠넘기고서 오빠는 어디로 도망가려고?”

“아니, 도망은 무슨. 왜 도망이라고 갈까 봐 걱정돼?”

“당연하지. 이제 겨우 공부의 맛을 알았는데 그냥 사라지면 안 되잖아. 행여 내가 부족해서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잘 지도해 주고 꼴이 보기 싫다고 달아나진 말았으면 좋겠어.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오빠가 밤사이에 잘 있는지부터 살피게 된단 말이야. 행여 보따리를 짊어지고 떠나버렸으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이 있는 까닭이야.”

우창은 춘매의 진심(眞心)이 가득한 고백에 감동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잘 살았다는 보람이 있어서이다.

“이 더위에 나갔다가 폭염에 볶여 죽을 일 있어?”

“오호~! 그런 거지? 맞아. 이 폭염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안 돼. 이런! 수다를 떨다가 오빠 배고픈 것도 잊었네. 좀 쉬고 있어. 시원한 국수를 삶아 줄게.”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맞장구를 쳤다.

“국수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