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순례⑦ 창덕궁 대조전

작성일
2019-04-30 17:0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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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순례⑦ 창덕궁 대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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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규모는 경복궁의 5분의1도 안 되지 싶은 면적과 건물이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심 놀랍기도 했다. 이건.... 역시 경복궁은 복(福)이고, 창덕궁은 덕(德)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복은 찾아 먹는 것이고 덕은 쌓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지은 것처럼 보이는 이름에서도 나름 조짐이 읽혀지기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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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을 지나서 선정전을 둘러 본 다음에는 대조전이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저쪽에 낙선재가 있긴 하지만 따로 떨어진 느낌이 들어서이다. 낙선재까지 모두 합한다고 해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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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전 앞에는 희정당(熙政堂)이 있다. 화재로 소실이 된 것을 복구하는데 경복궁의 강녕전을 뜯어다 옮겼다니 나라의 세력이 점점 허약해지는 형국이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지은 궁궐이 더 커저야 하는데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니 왠지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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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당은 일정기간을 정해서 공개하는 모양이다. 앞에 안내문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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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의 입장시간이 다가온다고 재촉하는 연지님을 달래면서 부지런히 돌았다. 아직 35분이나 남았구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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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이라고 해야 할지.... 멋드러지게 지었구나. 승용차에서 바로 내리도록 했다니까 조선의 말기에 지은 건물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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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李花)가 정면에 박혀 있다. 왕실임을 인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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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을 올려다 보니 문양이 화려하다. 경회루의 천정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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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루를 건너서 저쪽 건물인 희정당이 마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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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왼쪽에는 책장인지 신발장인지.... 아마도 신발장으로 보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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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들이 힘들어서 쉬고 있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아기들이 매달려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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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전은 해방 후까지도 사용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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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로 봐서 대조전 뒤의 경훈각은 비공개였던가 싶다. 현판을 찍은 사진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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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당 뒤에 바싹 붙듯이 대조전이 있다. 터도 참 좁아보인다. 점점 왜소해가는 국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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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전으로 들어가는 문은 선평문(宣平門)이다. 주인의 자세가 점점 낮아지는 분위기이다. 평화를 말한다는 것은 힘이 약한 사람이 하는 소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강령전 앞의 문이 향오문(嚮五門)이었던 것을 떠올려 보니 더욱 쪼그라든다. 당당하게 오복이 쏟아지라는 패기만만한 자세는 어디로 사라지고, '우리는 평화를 베푸노라.'까지 흘러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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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가 거처하고 왕이 주무시는 대조전이다. 경복궁의 교태전과 대응하는 건물이다. 건축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서 논할 입장이 아니지만 건물을 상징하는 현판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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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8분 남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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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전(大造殿)이다. '큰 것을 만드는 궁궐'이군. 큰 것을 만들다니 이렇게 이야기가 직접적인 뜻이 될수록 그윽한 맛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음은 점점 조급하여 조바심만 남게 되어서 운치는 없는 것일까? 교태(交泰)와 비교해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게다. 교태라고 해도 큰 인물을 만드는 곳이라는 걸 알겠는데, 얼마나 힘이 빠졌으면 나라를 구할 큰 인물이 태어나기를 갈구하고 염원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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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다만 그림자가 선명하지 못한 것은 하늘이 흐려서이다. 오늘 오전엔 하늘에 구름이 많구나. 해시계가 해를 보지 못했으니 그림자도 흐릿할 밖에. 그리고 어쩐지 대조전의 조짐인양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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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봉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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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는 자개를 박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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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아래에도 자두꽃의 문양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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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궁금해서 확대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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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낭월이 특별히 허풍쟁이의 호들갑이 아니라면.... 오늘(2019.5.2)새벽 뉴스에 나온 「프렌즈 둥지 탈출」을 소개하는 화면에서 본 녀석이 눈에 익은 느낌을 이해하실게다. 이 아이의 얼굴은 영락없는 대조전의 얼굴을 떠올려서 캡쳐해 봤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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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략 둘러 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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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남짓 남았으니 슬슬 후원의 입구로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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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바로 앞에 있는 희경당의 풍경은 한 장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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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식이구나. 그야말로 신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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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틀 위는 용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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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아저씨가 나오다가 낭월의 렌즈를 보고는 멋적게 웃는다. 그래서 낭월도 그렇게 웃었다. 그리고는 제 갈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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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왕도 몸이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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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성궁(保護聖躬)인 것을 보면 일반 사람이 아닌 오직 왕을 위한 봄을 보호하는 곳이라고 써붙인 것을 보면 국운이 허약해지면서 왕의 몸도 약해지는지 경복궁에서는 보이지 않던 증거, 왕도 허약해지고 있다는 흔적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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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어약(調和御藥)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몸을 돌보다가 약이 필요하면 왕을 위한 약재를 만드는 곳이라서 조화라는 편액이 붙어있는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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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원을 잘 둘러 보고 다시 대조전을 찾았다. 웬만하면 한 번 지나간 곳은 다시 찾지 않는데 이번에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후원의 입장시간에 쫒기기도 했지만 새벽에 검색에서 찾은 자료가 있었는데 그것을 확인하지 못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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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이웃으로 등록을 해 놓고서 꼼꼼하고 해박하게 쓴 여행기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곳인데, 혹시라도 창덕궁에 대한 좋은 정보가 있을까... 싶어서 검색하다가 만난 한 부분으로 인해서였다. 일부러 찾아보기까지 했다는 노력에 낭월도 궁금해서 반드시 확인을 해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개라면 대조전에서 본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후원을 둘러서 나오는 길에 들렸다. 궁금한 것은 해결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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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후원을 둘러보고 나와서 바로 창경궁으로 향했다. 후원으로 가는 길과 창경궁으로 가는 길이 같이 붙어있어서였다. 그러니까 창경궁까지 둘러보고 나오다가 들른 것이 맞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혹 사진에 표시된 시간을 참고하실 벗님이 계실까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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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정(報春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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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옆으로 해서 대조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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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문을 또 하나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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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춘문(麗春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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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누각의 아래로 난 통로를 이용해서 대조전으로 가다가 다시 빠진 것이 생각나서 희경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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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경당 벽화를 그 블로거께서 알려 줬는데 미쳐 사진을 못 찍어서였다. 이것을 못 찍은 이유는 다른 여성이 이 벽화를 감상하느라고 움직일 줄을 몰라서 차마 비켜달라고 못하고 후원으로 가야 할 시간에 쫒겨서 그냥 지나쳤다. 그러니까 어차피 다시 와야 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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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화는 해강 김규진이 그린 금강산도라고 한다. 이 블로거의 건축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며, 구석구석을 살피는 능력은 낭월이 아무리 쫒아가도 따르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래서 대충 둘러봤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필력도 상당한 것으로 봐서 아마도 작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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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찾아야지~! 이어폰 귓구멍에 꽂는 것처럼 생긴 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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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에게 주어진 미션아닌 미션이다. 상사(相士)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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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의자의 등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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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글자가 새겨진 자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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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있다면 여기 밖에 없으므로 찾아봐야지. 이제 다음 코스인 덕수궁으로 가야 하지만 정문을 나가면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 터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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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드디어~~!! 찾았다. 이어폰 귀에 꽂는 것같이 생긴 모양의 상(相)과 사(士)이다. 반가운거~~~!! 이게 뭐라고 ㅋㅋㅋ 뭐든 간에 찾고자 한 것을 찾았으니 반가워 해야지 안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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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봐도..... 보고 또 봐도.... 그 의미를 알아먹을 방법이 없구나.... 하긴 그 분도 의미를 못 찾았다니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낭월이 궁금했던 것은 상사(相士)에 대해서 사전을 찾아보고, '용한 점쟁이'라는 해석까지 해 놓았잖은가. 물론 용한 점쟁이라고 했지만 그 말대로라면 상(相)은 인상(人相)이나 관상(觀相)의 의미일테니 관상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싶기는 하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 문제가 풀려버렸다. 그것도 아주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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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샅이 뒤진 끝에 또 하나의 이어폰을 찾았기 때문이다. 마차(馬車)라고 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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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글자를 보는 순간. 낭월의 둔한 머리는 쾌속으로 돌아갔다.

'이것은 장기의 말을 새겨 놓은 것이었군~!'

그럼 그렇지~! 왕실의 가구에 관상가의 직업이 박혀있을 까닭이 없지~! 상(相)은 상(象)의 중국식 장기알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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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중국식 장기판이다. 한(漢-빨강)은 대장이 수(帥)이고, 초(楚-검정)의 대장은 장(將)이다. 그러니까 한국 장기말은 서로 같은 글자이고 서체가 초서와 전서인데 비해서 중국 장기는 글자 자체가 서로 다르다. 상(相)과 상(象)이 다르다. 그러니까 중국 장기를 모르면 상(相)과 사(士)의 관계를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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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더 열심히 뒤졌다. 혹 졸(卒)이나 포(炮)가 있을지도 모르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전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뒤져도 더 이상의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상사(相士)에 대한 의문이 풀렸고, 덕분에 자개에 이러한 것도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좋아한다. 바닷가에서 예쁜 돌을 주었다고 좋아하는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