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후포항 풍경

작성일
2019-04-04 16:24
조회
1095

울진 후포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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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 대빵오셨다~!
낭월 : 우리가 제일 늦었구먼요.
처제 : 많이 기다렸잖아요. 
낭월 : 모두 건강하게 한 자리에 모이니 반가워~!
처제 : 먼 길에 고생 많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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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댁의 맏딸과 살면 본의아니게 맏이가 되는 법이다. 두 분은 연상 동서라서 그냥 형님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는 연하이니깐 뭐 대충 하대를 해도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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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시작이지만 낭월은 아직 마무리를 해야 할 일로 바쁘다. 부랴부랴 짐을 퍼서 던져주고는 차를 재촉해서 후포항으로 가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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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바쁜 이유는 내일 새벽의 사진놀이터에 대한 사전답사이고, 둘째로 바쁜 이유는 잘하면 스카이워크를 둘러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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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이는대로 스카이워크로 올라갔다. 그럴싸~하군. 아직은 사람들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들어가볼 수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삐바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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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은 5시 30분까지, 현재 시간은 5시 25분. 다행이다 싶었다. 아직 5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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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강우 통제」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그러니까 조금 전까지도 문이 열려 있었는데 강풍이 불어서 갑자기 입장이 중지되었다는 말인가? 뭔 이런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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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열려 있고, 절반은 닫힌 셈인가 보다. 앞에는 열려 있는데 저쪽 끝에는 닫힌 모양이다. 아마도 진작부터 그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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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하는 만큼만 즐기면 되는 게다. 워낙 바람이 세기도 하다. 몸이 흔들린다. 강풍이 맞다. 그렇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막아야지. 바람에 날려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도착지는 이세상이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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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 다행이다. 그것조차도 다행인 순간도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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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아직은 빛을 뿌려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어깨 너머로라도 볼 것은 다 보인다. 가 보는 것은 내일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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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몸을 돌리면 해질녘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풍경도 괜찮네. 해를 서쪽에 두고 찍을 사진은 오늘만 허용되는 것이다. 내일은 그 반대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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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등기산 스카이워크」였군. 작년에 만들었다는 이야기네. 딱 1년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신삥신삥하군. 그래야 바닥의 유리가 덜 긁혀서 조금이라도 더 바닥이 잘 보이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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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입구의 문도 마저 닫는다. 그나마 몇 걸음 빨리 와서 중간이라도 갔다 왔으니 수지맞았다. 여기서 보는 것과 중간에서 보는 것은 뒷풍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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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한 돌에 시가 한편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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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이 후포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쓴 시인가 보다. 마음에 상채기가 많아서 바람쐬러 왔다가 큰 깨달음을 얻고 간 것이려니.... 싶다. 원래 시인은 상처를 먹고 성장한다. 상처로 피를 토하고 그 피로 글을 쓰는 것이 시인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상처를 치유한다. 이것이 시인의 존재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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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이 만발한 등기산((燈基山))이다. 등대가 서 있어서 등기산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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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등대를 찍어줘야 한다. 이것이 등기산 인증샷이다. 구름과 함께 태양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니 운치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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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만하면 후포항의 아침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지는 충분히 스케치 했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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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동서의 지인이 후포에 있는 관계로 괜찮은 곳에 미리 부탁을 했더란다. 그래서 이것을 빨리 갖고 오라는 그들의 성화가 그 사이에도 빗발치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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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도 비싼 아이들이 하루를 잘 보냈다는 안도감으로 노을을 맞이하고 있다. 킹크랩은 가격이나 맛이나 과연 '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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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못지 않은 대게의 늘씬한 몸매도 멋지다. 다만 오늘은 너와 만날 인연이 아니군. 처제들이 어찌나 알뜰한지 비싸기만 한 대게라도 최면을 걸고는 저렴한 홍게로 저녁상을 차린다고 합의를 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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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옷도 곱다. 다음 생엔 또 어디에서 태어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많이 답답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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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났다. 신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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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다리는 왜 그리 꼭 잡고 있노?
육제 : 도망가면 어떡해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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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알뜰한 저녁 상에서 대화의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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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비싼 비용으로 얻는 것은 아니다. 함께 하는 마음에서 풍요가 넘쳐나는 까닭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웃음으로 꽃을 피우고 배부름으로 행복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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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잠이 깨니 새벽 1시 반이다. 원래 바깥의 경계에 휘둘리면 안 된다. 옆에 폭탄이 터지더라도 그냥 자야 하는 것이 도인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잠이 깨었으니 바깥의 경계에 흔들린 꼴이다. 아직 멀었다. 그나저나..... 후포항의 일기예보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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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클래식 펜션」이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잠을 좀 설쳤다. 함께 해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다. 그 바람에 고맙게도 새벽의 어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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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깨끗해서 소개를 해도 괜찮지 싶다. 혹 후포에서 머물 계획이 있으시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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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음을 다스리고 설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TV가 켜지는 바람에 고맙게도 그나마 한 가닥 잡고 있던 잠의 끝자락을 놔버렸다. 그 사이에 하늘사정은 조금 변했나 보다. 새벽에 잠시라도 태양을 보여주겠다는 자비로움이 일기예보에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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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등기산에 다시 올랐다. 어제 저녁에 왔었으니까 대략적인 지형은 봐뒀으니 그것만으로도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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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산의 등대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볼 수가 있는 것도 행복이다. 어둠의 상대는 밝음이지만, 어둠의 친구는 빛이다. 바다로 향해서 쏟아지는 빛의 도움으로 어선들은 돌아갈 길을 잃지 않을게다. 30초간  쏟아지는 빛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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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센서에 쌓인 먼지도 아름다울 때가 있다. 순식간에 밤하늘의 별이 되어버리는 까닭이다. 사람만 죽어서 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먼지 한 티끌조차도 하늘의 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나마 나무 위에 조금 밝게 빛나는 것은 스무닷샛날의 새벽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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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용 등대도 등대는 등대이다. 등불이 켜져 있으니깐. 때맞춰서 만개한 벚꽃이 꼭두새벽의 풍경을 운치있게 거들어 준다. 등대불과 벚꽃의 이중주이다. 등불은 바이올린 벚꽃은 첼로이다. 은은하게 뒤에서 바이올린의 화려한 연주를 도와주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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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달과 함께구나. 달은 청중이다. 연주회에 초대를 받았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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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등기산의 놀이터에 홀로 자유롭게 뛰노는 낭월은 신이 났다. 커다란 바케스에 가득담긴 레고를 방 가운데 좌르르~ 쏟아놓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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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해상에 샛별이 반짝인다. 어스럼하게 물이 들어간다. 일출 50분전이다. 아직 마법의 시간이 되기에는 20분이나 남았다. 그런데 낭월에겐 이 시간이 마법의 시간인냥 즐거움이 가득한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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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를 30초나 열어 놓으면 새벽하늘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온다. 비로소 동녁의 풍경이 들어온다. 하늘은 맑은데 수평선 위에는 구름이 가득하다는 것을.... 항상 그 반대이길 바라는 마음이건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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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구름이 아니라 봉래산이다. 동해의 신선이 산다는 그 봉래산까지 오늘은 보이는 걸로 해뿔란다. 그래도 붉은 새벽노을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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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점점 밝아지면 카메라의 셔터는 점점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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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사진을 얻을 수가 있다. 위의 사진은 그냥 찍은 것이고, 이 사진은 손전등을 이용해서 앞의 구조물에 빛을 부조한 사진이다. 따로 따로 놓고 보면 그게 그것같아서 두 장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봤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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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의 공덕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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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출시간은 9분이 남았지만 수평선을 가로지르고 있는 봉래산으로 인해서 시간은 조금 늦어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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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정(望槎亭)에서 일출을 기다려도 해가 안 보이면 스스로 해가 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시커먼 태양이다. 망사정은 원래는 정상에 있는 남호정(南湖亭)의 반대쪽에 현판을 하나 더 붙여서 망사정(望槎亭)이라고 했더란다.

그러던 것을 2011년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새로 정자를 짓고 여기에다가 망사정의 현판을 붙였다. 망(望)은 바라보는 것이고, 사(槎)는 뗏목이다. 이 글자는 나무를 벨 차도 된다. 이름이 좀 괴이하여 무슨 연유라도 있는가 싶어서 자료를 찾아본다.




金碧浮空映水陰(금벽부공영수음)
登臨一望灑塵襟(등임일망쇄진금)
雨晴綠樹黃鸝語(우청녹수황리어)
風軟滄波白鳥心(풍연창파백조심)



八月仙槎通上漢(팔월선사통상한)
百年漁店隔前林(백년어점격전림)
峨洋萬古人無眼(아양만고인무안)
祕蓄天慳直待今(비축천간직대금)


푸른 파도 위의 허공에 금빛이 드리우니
누각에 올라 봄에 찌든 때가 말끔히 씻기고
비 개인 푸른 숲엔 꾀꼬리가 조잘대며
잔잔한 바람결에 푸른 파도엔 갈매기가 노닌다.


팔월에 신선이 탄 뗏목은 은하수로 오르는듯
백년세월의 어물전은 숲에 가려 안 보이고
오랜 세월 사람의 그림자 없는 곳서 거문고를 타니
하늘이 깊이 감춰뒀다가 오늘 나를 기다렸나.






시를 지은 사람은  고려시대의 안축(安軸) 선생이란다. 한문을 보면 십만팔천리로 도망가고 싶어질 벗님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어줍잖은 낭월의 졸견(拙見)을 덧붙여 봤다. 아양(峨洋)이 뭔지 모르겠는데 거문고의 일종인 것으로 고산 윤선도의 유물관이 언급되어서 거문고라고 해 봤다. 아쉽게도 망사정은 수리중이어서 올라가 볼 수가 없었다. 과연 바다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거문고 한가락 튕겨 볼만 하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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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끝에 황금빛이 물든다. 이제 뭔가를 보여 줄 때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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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불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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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름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본 다음에는 즉시로 삼각대를 접는다. 이제 스카이워크로 가야 한다는 것을 미리 구상해 놓은 일정표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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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까지 오는 동안에 해가 솟아올랐다. 그 바람에 봉래산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 새벽의 후포항 일출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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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는 순식간에 태양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버렸다. 어제 저녁에 이 장면을 생각했는데 마침 하늘이 도와서 그 생각을 구현할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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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옆에서 불기둥과 스카이워크의 기둥이 만나는 장면도 하나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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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태양이 거의 정면에 자리하는 구나. 이런 샷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기다리가 다 보면 하늘이 선물도 내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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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허전한 하늘에 점을 하나 찍어 주는 갈매기의 등장이 반가운 것은 갈매기와 태양과 다리가 한 줄로 꿰어지기 때문이다. 작은사진에서는 별로 감흥이 없지만, 언젠가 큼직하게 사진을 뽑을 일이 있을 적에는 이 한마리의 갈매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적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반가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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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그림을 얻었으니 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후포항의 여객터미널을 내려다 본다. 등대가 있는 언덕 위에서이다. 후포항에서는 울릉도로 가는 배편이 있다. 최단거리로 가기 때문에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그래서 배를 타는 것이 두려운 여행객은 포항보다 후포를 이용하면 조금이나마 덜 고생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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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렸던 축산항은 영덕군이고, 오늘의 후포항은 울진군이다. 제이에이치페리 대합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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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가려면 여기에서 배를 타면 된다. 지나는 길에 울릉도까지 요금은 얼마나 하나 싶어서 잠시 뒤적뒤적.....

hu-20190404-02일반석은 6만원이구나. 포항에서는 6만4,500원이니까 약간이나마 저렴하기도 하다. 중부 이북에서는 후포항을 이용하고 중부 이남은 포항을 이용하면 편리하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울릉도의 순환도로가 개통되었다는 말을 들었으니 다시 또 가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다시 또 독도에 간다면 800mm의 망원으로 독도에서 만난 백의관음바위를 제대로 찍어야 한다는 목표도 있다. 바다가 돕는다면 말이다. 항상 희망사항이 있어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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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빛을 내뿜던 등대는 태양에게 자신의 역할을 넘겨주고 휴식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술토(戌土)가 되어버린 셈이다. 화고(火庫)가 문득 떠올랐음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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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아침의 향연이다. 꽃은 빛을 만나서 그 아름다움이 상승한다. 미인은 화장품을 만나서 그 미를 더욱 상승시키는 것과 같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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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을 빛냈을 동백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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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적은 다시 귀근(歸根)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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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정(南湖亭)을 뒤로 하고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깨끗하게 단청을 입혀 놔서 예쁜 남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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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로 봐서 여기가 정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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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항의 전경을 아침 햇살과 함께 남겨야 한다. 이제 오늘의 아침 놀이는 서서히 막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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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집 담벼락이 수족관이 되었네. 그림을 하도 잘 그려서 한 장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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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들이 쉬고 있는 후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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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포구는 희망이 보인다. 금빛 햇살에 샤워를 하고 있어서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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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이를 찾아서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의 환호하는 풍경을 끝으로 후포항의 혼자 놀이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