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항과 고래불

작성일
2019-04-03 05:44
조회
1111

축산항 (丑山港)과 고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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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 자매들이 3월이 다 가기 전에 한 번 모이자는 작당을 한 결과로 길을 나선 것은 울진의 후포항()이 목적지였다. 인원은 6×2=12이다. 여섯 쌍이 모여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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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눠먹을 꺼리도 열심히 챙긴다. 화인네 부부의 일정에 맞춰서 출발해야 하는 까닭에 위쪽 자매들은 이미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는데 우리는 이제서야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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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어데가노?
연지 : 놀러 가요!
낭월 : 어덜로?
연지 : 동해안~!

뭐, 그걸로 충분하다. 어디로 가는지도 구체적으로 모르고 그냥 나서는 여행길이니 즐겁지 않을 수가 있나 싶다. 힘이 있을 적에 길을 떠났다가 힘이 빠지면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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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면서 이런 사진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천지에 의미가 없는 사진은 없다. 실수로 생각없이 찍은 것은 제외한다. 야외테이블에 물이 고여서 계룡산이 마실왔다는 것은 새벽에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이다. 그렇게 퍼붓던 비가 말끔히 그쳤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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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에서 유일한 진달래(korean rosebay)가 제철을 맞았다. 올해의 진달래는 유독 더 곱디 곱구나. 놀러 가려고 짐을 꾸렸으니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혹 한자로도 표기가 되나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지식백과에서는 이렇게 영문으로 보여 준다. 이게 뭔말인가 했더니 한국인 협죽도((夾竹桃))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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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죽도((夾竹桃))라면  '대나무 사이의 복숭아'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대밭에 있는 진달래를 보고서 붙인 이름인가 싶기도 하다. 한자로는 진달래 음을 그대로 따서 금달래화(金達莱花)라고도 표기한다. 금(金)은 중국어로 찐(jin)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자로는 두견화(杜鹃花)로 부른다. 그래서 진달래 꽃으로 술을 담그면 두견주가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어서 가야 하는데 진댈래가 발목을 잡는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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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옆의 명자나무의 꽃눈은 부풀어 오르다가 딱 멈췄다. 꽃샘추위에 바짝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이다. 차라리 그게 낫지 싶다. 피었다가 얼어붙는 것보다는 훨씬 그림이 좋을테니까... 아직은 더 있다가 피어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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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 가서 화인네 부부를 싣고 기름도 가득 채우고서야 고속도로를 탔다. 도로의 사정이 무난하다면 지나는 길에 축산항을 들러 보기로 혼자만의 일정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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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완전히 동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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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00km에 3시간 반을 가야 한다는 이정표를 살펴본다. 12시에 출발하면 오후 3시 반쯤이면 도착을 한다는 이야기로군. 물론 중간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가 봐야 아는 것이고, 일단 그렇게 예정한다는 것만 확실하고 그 나머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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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반에 의성휴게소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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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은 명물이 두 가지이다. 마늘과 컬링. 마늘은 항상 그렇게 자라겠지만 컬링팀에 얽힌 이야기들은 분노와 슬픔을 함께 머금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게 인생이려니 싶으면서도 홍길동이 되어서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싶은 망상이 문득문득 생기는 것은 아직도 외경(外境)에 흔들리는 중생심을 버리지 못한 까닭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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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도 사진꺼리는 무궁무진하다. 제목을 「의성휴게소」라고 붙이고 이야기를 한꼭지 쓴다고 해도 전혀 아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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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근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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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고장이라고 책과 붓을 들고 있는 학자의 모습이 멋져서 어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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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역시 도산서원이군. 그렇다면 이 인물은 퇴계선생일 수도 있겠군. 책은 과거이고 붓은 현재이며 미래이다. 책은 텍스트 문서가 되고, 붓은 키보드가 되었지만 여전히 이 시스템은 달라진 것이 없다. 책과 붓은 그렇게 아득한 7천년 전부터 오늘에 이어지고 있는 인류문화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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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古人)의 지혜는 책으로 담겨서 전하고, 금인(今人)의 경험은 다시 붓으로 기록이 된다. 이렇게 끄적이는 여행의 흔적조차도 세월이 흐르면 지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믿는 것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그냥 본 것을 적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것도 세월이 흘러가서 나이를 먹으면 역사가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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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보다 지혜로운 것은 없다. 카메라를 들고 스케치하는데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 아장거리던 아기가 낭월을 보고 알은채 한다. 아마도 전생에 어느 여행지에서 만났었던 모양이다. 연암 선생을 따라서 연경에 갈 적에 동행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역사의 한페이지에 포함시켰다. 십년 후에 우연히 이 아기가 자라서 이야기를 읽다가 자기가 나온 사진을 본다면....? 참 신기할 일일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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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종점인 영덕을 빠져나가면 머지 않아서 동해안이 펼쳐질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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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28분에 바닷가에 차를 세웠다. 긴 시간 운전했으니 잠시 쉬어간들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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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경정쯤... 되지 않았겠나... 싶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어서 위치가 정확하지 않군. 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바다로 가자는 화인의 한 마디에 차는 주도로를 벗어났고 그래서 바다의 풍경을 조금 이르게 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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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참 맑기도 하다. 물은 맑아야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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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 보면 신명이 나는 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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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쉬었으면 다시 출발해야지. 첫 목적지를 축산항으로 잡은 낭월의 암중계산에는 여기에서 꿈지럭댈 시간이 별로 없는 까닭이다.  축산항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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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다. 축산항(丑山港)이다.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의 축산항이다.

축산항인데 축산은 없다. 죽도산이 있을 뿐이다. 축산의 축(丑)자가 이색적이다. 그래서 조사에 들어간다. 축산(丑山)은 우산(牛山)의 변형이란다. 12지지로 축(丑)은 소이기 때문이다. 왜 우산이나면 산세가 동해바다를 향해서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와우산(臥牛山)이었던 것이 그렇게 되었단다. 진짜 소를 닮았나?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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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어딧더라.....???? 안 보이네. 고인의 눈이 워낙 좋았던지 아니면 뻥~!이었을 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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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산이라면 대나무 섬이라는 뜻이었을게다. 처음에 막연이 생각하기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죽산이었다가 무슨 연유가 껴들어서 축산이 되었을 것일까 싶었는데 전혀 상관없었군. 그래서 가끔 헛다리를 짚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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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섬이 맞네. 모래가 쌓여서 육지로 이어진 섬이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지형이 그렇기도 하다. 지도에서도 그 정도는 파악을 할 수가 있으니까. 왕대가 아니고 시누대이다. 원래 바닷가에는 시누대가 잘 자라는 조건인 모양이다. 시누대? 이건 맞는 말인가? 안면도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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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대는 표준말로 쓰이는구나. 한자로는 산죽(山竹)이라고도 하고, 청죽(靑竹)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어렸을 적에는 시누대를 갖고 딱총을 만들어서 놀았던 기억과, 쪼개고 깎아서 연살을 만들었던 기억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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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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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놓은 안쪽은 군사시설이란다. 그래서 애써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경고문이 거슬리기도 하고, 군사시설은 별로 매력이 없는 탓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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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1-22코스에 해당하는 곳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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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궁금한 것은 '현위치'이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어디쯤일까? 나는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는가? 내가 서 있는 곳은? 나는? 나? 그렇게 자꾸만 궁금한 것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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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로드란다. 그래서 다 올라왔나... 했다. 그러나 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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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계단을 오르니까 정작 전망대는 다시 저 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오호~ 산도화(山桃花)가 만발했네. 산도화가 뭐냐고? 그냥 복숭아꽃이 폈단 말인데 산에서 자라고 있으니까 그렇게 붙여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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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날 이렇게 행복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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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하게 높아보여도 걱정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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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가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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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80m에 새워진 등대였는데 전망대가 된 것은 8년 전이었다는 이야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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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망대에서 보면 육지와 연결된 흔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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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도 바라보고.... 더 위로 올라가면 후포항이 나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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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도 바라본다. 독도가 보이냐고? 후포항에서는 울릉도까지 2시간 20분에 데려다 주는 쾌속선이 있다. 포항에서 가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 '어디어디~!'라고 호연이 열심히 들여다 보는 것은 화인이 '잘 보면 독도도 보일껴'라고 한 말을 믿어서일 게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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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받아서 유리에 빛이 반사되는 바람에 선명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하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사진은 라이트룸에서 빛이 나고, 찍스에서 완성이 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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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형상이 보인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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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가면.... 강구가 나온다. 그렇게 한 바퀴를 다 돌아봤으면 그만 가던 길을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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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전면으로 한다. 계단이 많아서 오르기는 어렵고 내려가긴 쉬운 구조이다. 나중에 죽도산 전망대를 가실 의향이 있다면 참고하시라고 얹어놓는 조언이다.

"와~!"

그녀는 참으로 꽃을 좋아한다. 꽃이면 순간에 삼매에 몰입하는 것같다. 이 시절에 복사꽃이 만발한 죽도산에 있음이 행복한 모양이다. 아니, 꽃만 있다면 죽도산이든 염라산이든 뭐가 대수랴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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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좋으냐?
연지 : 그~으~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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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행복하면 되었다 인생 뭐 없다. 오늘 이 순간 뿐이다. 그러니까 즐길 수가 있을 적에 즐기고, 행복할 수가 있을 적에 행복해라. 그것으로 삶은 만끽(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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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셀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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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길로 올라서 앞길로 내려온 셈이다. 그냥 흐름따라서 생각없이 올랐다가 내려왔는데 결과는 이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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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竹島)는 강원도 양양에도 하나 있다. 크기로 봐서 대략 비슷하지 싶기도 하다. 그 곳에서는 1년여를 살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이름이 더 정겨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울릉도에서도 죽도를 만났었지... 알고 보면 전국에는 죽도가 여덟개란다. 그렇다면 낭월은 여덟 죽도 중에 세개를 봤네. 두개는 오르고 울릉도의 죽도는 바라보기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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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로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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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산과 죽도산을 이어주는 다리란다. 설명서가 있는데도 이렇게 글자로 써야 하는 것은 검색을 했을 경우에 행여 검색이 되어서 정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음을 벗님은 아실랑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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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교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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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 갈매기를 찍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저 녀석들의 비상샷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사진복이 많은 낭월임을 알기에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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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 신장님이 그 마음을 아시고는 길 가는 바쁜 사람을 그 자리로 보내서 갈매기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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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심심하지 않은 그림을 하나 얻을 수가 있으니 또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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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산의 도화를 배경으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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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기운이 넘치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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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경사진 한 장. 그리고는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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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가 멋진 송림과 해안과 정자를 만나면 차를 세우는 것이 여행자의 예의이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그럼에도 축산항을 빠져나오면서 절명비(絶命碑)가 있다는 안내판을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쉽다. 잠시 세웠어야 하는데 그 틈을 놓쳐버렸다. 차를 돌리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러가 버렸다.... 그래도 차를 돌렸어야 하는데....

 

20190404_210924[자료출처] https://blog.naver.com/chwoo7179/220820868650


자료를 찾아보니 도해단이었구나. 그러니깐.... 다음에 지나는 길이 있으면 꼭 들려서 그 정신을 기려보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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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숙소에 도착한 안산,인천팀들의 독촉 전화도 걸음을 바쁘게 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는 하다. 그래서 또 다음에 가야 할 곳이 하나 생겼다. 사실 다음은 존재하지 않음을 잘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뒷날을 기약함으로 해서 아쉬움을 달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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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송정이란다. 초당 선생의 글씨로군. 소나무를 받든다? 소나무가 받드는 정자? 의미가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대략 소나무숲과 어울린다는 뜻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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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과 함께 누각에 올랐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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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고래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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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도 함께 였음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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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도착한 고래불. 도착은 아니고 지나가다가 차를 멈춘 고래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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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보니 또 태양놀이를 해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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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랑 노는 여인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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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련사라고 할까? 고래불이니까 고래가 있는갑다.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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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돕고, 하늘이 돕고, 카메라가 도우니 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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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야 고래야 해를 잡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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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야 고래야 해를 물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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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야 고래야 해를 삼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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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차 안에서 꼼짝도 않는다. 어서 가자는 무언의 행동인게다. 그래서 다섯 시가 다 되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놀이를 마쳤다. 여기까지가 축산항과 고래불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