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프란을 찾아서

작성일
2019-03-25 07:52
조회
923

사프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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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아이는 또 뭐지?' 했다. 마당가 배롱나무 아래에 함초롬하게 피고있는 보랏빛의  꽃 한 송이. 이름도 성도 모르고 언제 여기에 심었는지도 모르는 꽃 한 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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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락거리면서 계속 주시를 했다.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웠던 탓일까?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어떻게 해 볼수가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다릴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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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절반쯤 벌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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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내 망설이고만 있다.... 애만 태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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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눈길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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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샛노란 꽃술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싸~!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는 꽃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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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이다. 그 다음에는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꽃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 찍어다 놓은 꽃에다가 꽃이름 찾기 어플을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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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만든 꽃이름 찾기 검색이 가장 똑똑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식인에게 묻기 전에 먼저 여기에다가 물어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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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는 없겠지만, 행여 이 어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모르고 계시는 꽃을 좋아하는 벗님이 계실까봐서 화면을 캡쳐해서 보여드린다. 요렇게 해서 사진으로 찍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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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사프란일 확률이 94%입니다.'

오~! 똑똑하군.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꽃찾기 어플이다. 그러니까 이 꽃은 사프란이었구나. 그런데 왜 이름이 착착 입에 감기지? 하고 생각해 보니까 섬유유연제로 팔리는 상품의 이름이 있어서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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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이 있다면 원래 꽃의 이름은 「사프란」인데, 이 상품의 광고영향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꽃의 이름이 샤프란으로 불린다는 것이란다. 재미있군. 기왕 사프란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으니 조금 더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검색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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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가 바로 사프란이다. 최근까지도 무게당 가격이 금과 대등하게 매겨졌다. 한 개의 구근에서 2~3송이의 꽃이 피는데 꽃 속에 있는 1개의 빨간 암술을 따서 말린 것이 사프란이다. 보통 1g의 사프란을 얻으려면 200~500개의 암술을 말려야 하는데 약 160개 구근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모든 작업이 직접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가중되어 금값만큼 비싸다. 말린 사프란은 검은 금빛 오렌지색인데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는 왕실 의상을 황금색으로 염색하는 데 사프란이 쓰였다고 한다.


사프란은 천연 착색제와 향신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의류와 화장품 등 그 쓰임이 다양하다. 하지만 값이 비싸서 주로 고급요리의 향신료로 사용되고 있다. 의학적으로도 지혈, 부인병의 냉증, 월경불순 등에 진정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두를 앓는 환자나 빈사상태의 환자가 사프란 차를 마시면 죽음에서 벗어난다 하여 그 약효를 높이 평가했다. 사프란을 사용한 파에야, 부야베스, 밀라노 스타일 리소토 등은 우아함과 쌉싸래한 맛 그리고 풍부한 금빛을 자랑한다.

 

향신료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사프란은 주로 생선요리에 이용된다. 생선요리에는 흰색계열의 소스가 많이 곁들여지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소스는 백포도주로 만든 소스다. 사프란을 물에 풀면 노란색이 되는데 이 물을 소스에 섞어서 사용한다. 노란색을 내는 천연 색소로 치자가 유명하지만, 치자는 많이 쓰면 쓴맛이 나서 좋지 않다. 반면 사프란은 양에 관계없이 은은한 향을 내며 요리의 맛을 한층 높여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프란 [Saffron] (셰프가 추천하는 54가지 향신료 수첩, 2011. 3. 30., 최수근, 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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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 사프란이 향료의 비싼 원료였었구나. 그렇다면 샤프란도 사프란 향을 넣었단 말인가? 그 비싼 향료를 넣었을 리는 없고 그 비슷한 인공향을 넣었겠거니..... 그런데 꽃의 이야기는 없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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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에서 꽃으로 변한 청년이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 청년 크로코스는 불멸의 존재인 님페 스밀락스를 향한 불행한 사랑으로 고통받다가 그를 불쌍히 여긴 신들에 의해 같은 이름의 꽃으로 변신하였다. 하지만 이 꽃은 크로코스가 헤르메스의 원반에 머리를 맞고 죽은 뒤 변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크로코스 꽃


크로코스는 붓꽃의 일종으로 사프란이라고도 불린다. 이 꽃은 봄에 피는 종과 가을에 피는 종이 있는데, 봄에 피는 종을 크로코스 가을에 피는 종을 사프란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사프란은 또한 크로코스 꽃의 암술을 말려서 만든 향신료를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1kg의 사프란을 얻으려면 무려 16만 가닥의 암술을 손으로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값비싼 향신료에 속한다. 크로코스 꽃은 약재나 염료로도 사용된다.


인간 청년이었던 크로코스가 붓꽃으로 변하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크로코스 꽃

크로코스 꽃




크로코스와 스밀락스


크로코스는 스밀락스를 사랑하였다. 하지만 크로코스는 인간이었고 스밀락스는 불사의 존재인 숲의 님페였기 때문에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신들은 불행한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크로코스를 불쌍히 여겨 같은 이름의 꽃으로 만들어주었다. 붓꽃의 일종인 크로코스는 오늘날 사프란이라고도 불린다.


신들은 크로코스가 사랑한 스밀락스도 함께 꽃으로 변신시켰다. 스밀락스가 변신한 꽃은 청미래덩굴이며 그녀의 이름을 따서 스밀락스라고도 불린다.

헤르메스와 크로코스


다른 전승에 따르면 크로코스는 헤르메스 신의 절친한 벗이었다고 한다. 하루는 둘이서 원반던지기를 하다 헤르메스가 실수로 크로코스의 머리를 맞혔다. 크로코스는 그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고, 헤르메스는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여 그를 꽃으로 변신시켰다.


이 신화는 아폴론과 히아킨토스의 신화와 유사한데, 실제로 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히아킨토스 신화가 후대에 변형된, 잘 알려지지 않은 버전으로 여긴다(→‘히아킨토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크로코스 [Crocus] - 신화 속 인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 성현숙, 박규호, 이민수,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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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사프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 싶다. 어쩌면 지금쯤 어딘가 많이 피어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언젠가 대략 4년 전쯤에 가봤던 아산의 세계꽃식물원을 떠올렸다. 감로사에서는 부로가 1시간 남짓의 거리이니 나서볼만 하겠고, 마침 날씨도 쾌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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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에 있는 식물원은 「세계꽃식물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아마도 세계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는 멋진 식물원을, 그것도 꽃식물원을 만들겠다는 창립자의 마음이 옅보이는 듯하다. 다만 식물이면 당연히 꽃일텐데 여기에 '꽃'이 붙어있는 것은 군더더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냥 「세계식물원」이라도 했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깔끔한 느낌조차 들어서 문득 생각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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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꽤 많이 밀려든다. 날씨는 화창하고, 남녁까지 가기는 너무 먼 경충지역의 여행객들의 발길이 모여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봐도 되지 싶다. 다만 낭월의 희망은 꽃도 좋지만 사프란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한 자락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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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니 주차관리 요원들이 보인다. 4년 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보이는 것이 그 사이에 많이 커졌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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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관람료가 8,000원이다. 결과적으로 그 정도는 받아야 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한다. 애써 가꾼 노력을 본다면 그만큼은 지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일단 절반을 돌아봤다. 연지님이 배가 고프시단다. 그래서 밥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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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꽃비빔밥이다. 예전에 청원의 상수허브랜드에서 먹은 후로 오랜만이지 싶다. 다만 눈만 풍요로울 뿐. 꽃향이나 꽃의 맛은..... 모르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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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식당에 들어오기를 잘 했다는 것은 그 다음에 알게 되었다.

연지 : 메뉴는 하나 뿐이네. 이것도 8,000원이래.
낭월 : 비빕밥에 꽃잎 몇장 넣고 8천원이구나. 좀 비싼가?
연지 : 그렇긴 해도 별미로 먹는 거니깐.
낭월 : 그래 만족하면 되었다. 많이 드셔.
연지 : (바깥 창을 내다 보다가) 어? 사프란이네~!
낭월 : 그게 사프란이었어?
연지 : 많이도 피었네. 밥 먹고 나가봐요.
낭월 : 그래야 겠네. (우걱우걱~~)
연지 : 천천히 드셔. 체할라.
낭월 : 그걸 발견하다니 예뻐~! 서운할 뻔했잖여.
연지 : 그러게, 왜 한쪽 구석에다 심어놨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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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혼자 밥을 먹게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이잖은가 말이다. 그래서 애써 천천히 밥을 다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서야 신속하게 비잉~ 돌아서 창밖에서 본 사프란의 밭으로 다가갔다. 행여라도 관람금지구역이라서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막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우짜나....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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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기도 하지... 사프란이다. 아니, 가을에 피는 것은 사프란이고 봄에 피는 것은  크로코스(혹은 크로커스)라고 한다고도 했으니까 이 아이들은 크로코스라고 해야 할랑강 싶기도 하다. 미리 대충이나마 연유를 읽은 것이 생각에 기름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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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크로코스도 예쁘다. 색깔별로 모두 다 한 자리에서 만나니 갑자기 꽃속의 왕자가 된 기분이다. 뭐 그냥 그렇게 느끼면 되는 거 아닌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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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꽃은 그만 봐도 된다. 오늘 하고 싶은 것을 이렇게 만났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바람은 약간 쌀랑해도 화창한 햇살 속에서 눈이 부시게 피어난 사프란과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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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랑놀이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사랑꾼이 나타났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되었다. 꽃은 낭월을 위해서 피어난 것이 아니라 벌을 위해서 피어난 것임을 왜 모르랴. 그래서 순식간에 꽃왕자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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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의 등장으로 놀이판은 더욱 재미있어졌다. 활기에 넘치는 벌의 움직임은 희망과 열정이 가득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글로 굳이 쓰지 않아도 되지 싶다. 그냥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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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에 피었던 바로 그 보랏빛이구나. 더욱 반갑다. 활짝 피어나서 햇살을 반기고 있으니 그 마음이 있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희망에 부풀어 오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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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과 꽃을 쫓아 다니느라고 셔터의 속도를 고정할 틈도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보정하려고 살펴보니까 꽃은 잘 찍혔는데 바삐 움직이던 벌들의 동작은 아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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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싸다는 사프란 향수와 꽃가루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이러한 풍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행복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같다. 꽃가루와 꿀을 얻으러 온 벌은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만 않으면 사람을 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기에 들이댈 수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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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프란과 꿀벌의 화합놀이에 취해서 함께 노닐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오늘 나들이를 한 가장 기본적인 목적을 이룰 수가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예쁜 자연적인 환경에서 꽃을 만개하도록 가꿔 준 관리자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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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지막으로 꽃들에게 작별을 하고는 조용히 떠났다. 이제 어디에서 만나더라도 사프란에 대해서는 알아볼 수가 있지 싶다. 마당가에 피어난 한 송이의 꽃을 인연하여 이렇게 사프란에 대해서 약간의 공부를 하게 된 것도 고맙다.

사프란을 찾아서 나선 길은 대성공이었다. 야호~!!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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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의 한포기 사프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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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만개하지 못하고 고스라지고 말아야 하는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봐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피어나다가 오므린 것이 최대로 핀 것이 되어버린 셈이니 어렵게 피어나서 벌을 맞이해 보지도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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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또한 자연의 한 모습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