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왜가리 마을

작성일
2019-03-20 18:55
조회
940

공주 왜가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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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아래 상수리나무에 앉은 딱새를 보는 순간, 봄바람이 살랑인다. 숫딱새가 암컷을 찾아 다니다가 피곤해진 날개를 잠시 쉬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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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 : 뭐하신대유? 왜가리 둥지 안 가보시남유?
낭월 : 어, 맞어. 가봐야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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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을 요량이다. 그냥 계룡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만 언급해도 되지 싶어서이다. 행여나 누군가 톱을 들고 달려올까봐서 염려하는 마음도 1%는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물론 혼자만 두고 보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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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친구들이다. 작년에도 재미있게 놀았는데 잊지 않고 찾아 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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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에 정신이 팔려서 바삐 걸음을 옮기는데 이 녀석들이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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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 우리도 새랑게요~!
낭월 : 어, 그렇구나. 귀엽다.
참새 : 우린 터줏대감이잖아요. 쟈들은 떠돌이구요.
낭월 : 그것도 맞네. 너희들이 주인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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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그들만의 수다가 이어지고... 그래서 낭월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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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늦가을에 둥지를 지었던 나뭇가지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 못내 궁금했는데 다시 그 자리에 집을 짓느라고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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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왜가리들 사이로 백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백로는 후발주자로 도착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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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새와 자유로운 새의 모습이 겹친다. 어제 서울대공원에서 봤던 호랑이며 수달들이 떠올라서이다. 다만 그 중에 누가 더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단언하지 않을 요량이다. 저마다 뜻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녀석들은 새장에 갇히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확실하지 싶다는 짐작만 해 본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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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흉내를 낼 수 없는 풍모가 있기는 하다.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느라고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지난 겨울은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물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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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녀석들은 바쁘기만 하다. 둥지를 다시 꾸미느라고 여념이 없다. 지난 가을에 말끔히 사라졌던 둥지는 스스로 처리하고 갔을까? 주민들이 그것을 치우러 나무에 올라갔을 것같진 않아서 말이다. 누군가 만나면 물어봐야 하겠는데.... 집만 있고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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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찾았구나. 느긋하게 바라보는 눈길에 사랑이 한가득이다. 아니, 그렇게 보인다. 지금 이 상쾌한 봄날의 아침에 그렇지 않기도 어렵지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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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유로움에 취해서 정신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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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으면 아직 짝을 못 찾아서 둥지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으로 봐도 될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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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왜가리를 보면서 자기와 인연이 맞는지를 셈하고 있을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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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짝을 찾은 자웅(雌雄)은 사랑노래를 부르면서 둥지를 만들기여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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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저마다 다른 모습의 풍경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는 관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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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재료를 물고 날아오는 녀석은 아마도 수컷일게다... 그냥 그렇게 짐작해 본다. 원래 수컷은 그런 것을 잘 하는 고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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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한 녀석이 제대로 렌즈에 잡혔다. 나뭇가지를 물고 암컷이 기다리는 곳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봐서 틀림없이 한 쌍일 것이라고 봐도 되지 싶었다.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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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오홋~~!! 순간 숨이 멋는 것같다. 수컷이 물고 온 가지를 부리로 받는 모습이라니.... 그들만의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

수컷 : 여보! 또 하나 가져왔어. 가지도 있어서 알이 잘 자랄꺼야. 그치?
암컷 : 뭘하다가 이제 와! 남들은 다 되어가는데 이러다가 언제 아이들 키우냐고!
수컷 : 걱정하지 말아. 열심히 물어다 나를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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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 이리 줘요. 집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거야.
수컷 : 그려 자 받아서 잘 만들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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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 놔도 돼. 잘 물었다니깐.
수컷 : 그래, 조심혀. 하나 물어오기도 쉽지 않단 말이야.
암컷 : 원, 걱정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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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 둥지를 한두해 짓남? 작년에도 다 했잖여.
수컷 : 맞어. 역시 당신은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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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가리는 한 번 정한 짝으로 일생을 가는 건가? 아니면 매년 맘에 드는 인연을 만나서 한해살이로 부부생활을 하는 건가? 대략 검색을 해봐도 여기에 대한 명쾌한 답이 없네.... 두루미는 일생을 함께 한다니까 그에 준해서 좋게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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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 옳지! 여기에 놓으면 되겠다.
수컷 : 조심해. 내가 거들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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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하나를 놓는 것도 지켜보니 이야기가 한 바가지이다. 그래서 혼자서 각본없는 자연의 드라마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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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그들의 순간들을 살펴보는 것도 흐뭇하다. 이제 머지 않아서 둥지는 완성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알을 품어서 새끼가 깨어날 것이고....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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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다시 자리를 고르고.... 수컷은 흐뭇하게 주변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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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또 일하러 간다. 부지런하다. 얼른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잠시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소중한 시간을 1초라도 허투로 관리하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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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 어? 올해도 오셨네? 잘 기시다 오셨쓔~?
왜가리 : 그럼요. 여전하시네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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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 바깥양반은 워디 가셨대유?
왜가리 : 둥지 만들라고 재료 구하러 갔나 봐요.
비둘기 : 해마다 집을 지으려면 힘드시겄네유~!
왜가리 : 재료 구한다고 간지가 한참 되었는데 막걸리라도 푸나...

비둘기 : 원래 수컷은 다 그려유~ 지둘러 보셔봐유.

왜가리 : 비씨는 고정으로 살고 있으니 행복하시겠네요.
비둘기 : 그렇긴 허지유? 뭐하러 멀리 댕긴대유?
왜가리 : 그야 모르죠. 조상님이 그렇게 하셨으니깐요.
비둘기 : 그러시구나. 조상님의 실수였구먼... 난 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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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본 비둘기는 얼른 자리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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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서 자리를 옮겨본다. 작년에 놀았던 자리이다. 오늘 찾은 자리는 하늘과 같이 담을 수가 있으니까 새끼들 태어나는 과정도 지켜보는데 그림이 좋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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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는 이미 둥지들이 상당히 많이 완성되었나 보다. 일찍 와서 가운데의 좋은 자리들을 잡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중에 한 곳에서 갑자기 활기찬 움직임이 보인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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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방이구나. 둥지가 만들어지기를 참으면서 열심히 집을 지었으니 이제 수정란을 만들어야 할 순서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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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작은 특이해서 바로 눈에 띄기 마련이다. 올해의 농사가 이렇게 시작이 되는 모양이다. 자연의 뜻에 따라서 묵묵히 따르는 자연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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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30초?) 격정적인 환락이 진행되었다. 이런 장면을 보여준 것도 고마울 따름이다. 어려서 집에서 키우던 암닭의 등에 올라가서 괴롭히던 수닭을 보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낭월 : 엄마, 장닭은 참 못됐다. 그치?
엄마 : 왜?
낭월 : 암닭을  못살게 굴잖여. 그것도 매일말이야.
엄마 : 호호호, 그런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라 알을 주는 거야.
낭월 : 알을 준다고?
엄마 : 그래야 암닭이 계란을 낳는거야. 
낭월 :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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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춤이다. 비록 나뭇가지에 가려서 잘 보이진 않지만 그 느낌은 대략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알을 낳기 시작하는 준비가 완성된 안도감과 함께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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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의 암수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교대로 알을 품기 위해서란다. 그러니까 서로 털이 다른 것은 암컷만 알을 품는다는 이야기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 만난 왜가리들의 모습은 일부일처로 서로에게 충실한 봉사를 하는 모습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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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놀이가 끝난 다음에 서로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앞으로 태어날 새끼들을 생각하면서 달콤한 속삭임을 나누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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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또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햇살이 화사한 날에 또 나들이 해야지. 오늘은 혼통 흐려서 새들의 깃털이 빛나지 않았으니 그점이 못내 아쉬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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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는 또 무슨 고민이 있길래.... 잔뜩 웅크리고 있는 걸까? 벌써 권태기가 왔나? 이혼 문제를 상의하나? 바람피우다 들켰나? 묘한 자태를 보면서 이런 상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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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무에 둥지를 틀었어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꿈은 다를 게다. 이렇게 오늘은 잠시 왜가리들과 함께 나눈 시간이 즐거웠다. 다시 백로들이 도착하면 또 놀러 와야지. 그리고 새끼들이 부화하고 나걸랑 또 놀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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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행복한 순간들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