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매화원②

작성일
2019-02-22 22:12
조회
1311

영주(榮州)  매화원(梅花園)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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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는 다시 여연 선생의 차를 뒤따라서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주소는 영주시 단산면 병산리 805-1번지로 되어 있다. 지도에서 위치를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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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에서 마련해준 매화원이다. 원래 영주의 소수서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를 연계해서 선비들이 좋아했던 매화원을 만드는 것으로 구상하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했다. 뭐 딱히 영주시의 사업을 소개할 것은 아니지만 매화를 볼 수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줬다는 것만으로도 소개를 할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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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녀왔다는 블로그에서는 진흙길을 2km나 걸어야 했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 그냥 차가 마당앞까지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물론 마당까지는 가지 않고 길가에 정차를 한 것은 마당이 질척거려서 그러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출입을 통제하는 표식이 있기도 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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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저수지에서 바라본 매화온실의 전경이다. 우선은 이렇게 조촐하지만 앞으로 구체적으로 공사가 잔행되면 점점 그 모습을 갖춰가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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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분위기만 봐서는 언제 이러한 곳을 개척해서 제대로 된 매화동산으로 만드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한 마음이 일어났으면 필시 하루하루 변화해 갈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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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다가 심어좋은 매화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버티고 있는 모습들이 애처롭다. 나름대로 어딘가에서 잘 자라고 있었을텐데 또 무슨 운명의 힘에 의해서 먼 길로 이사를 했을 것으로 짐작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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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온실이 동그마니 자리를 잡았다. 풍경을 보니 문득 처음에 밭뙤기에다가 창고를 뜯은 조립식 판넬로 법당을 지었던 초창기의 감로사 시절이 떠올라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앞으로 또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서 번듯하게 자리를 잡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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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정성에 힘을 입어서 다음 달쯤이면 예쁜 꽃을 피울 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기도 한다. 비록 지금은 조촐하지만 정성으로 가꾸다가 보면 어느 수간에 멋진 풍경으로 변화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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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자라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손길을 많이 받았던 흔적이 나무의 연륜과 함께 배어있음이 느껴진다. 주인이 오지 않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온실의 문을 지그시 밀어보니까 열린다. 잠궈놓지 않고 나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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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기보다 안으로 들어가서 보는 공간은 훨씬 넓었다. 주인장이 공을 들여서 가꿨던 수십 년의 연륜이 알알이 배어있는 매화분재들이다. 생명이라서 끊임없는 사랑으로 보살피지 않으면 죽기도 잘 하는 것이 분재이다. 낭월은 분재는 키우지 못한다. 항심(恒心)이 부족해서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맘이 내키면 일을 벌였다가, 또 그게 싫증나면 순식간에 엎어버리는 것을 손바닥 뒤집든 하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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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명칭은 「영주매화분재원」인가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이름 중에서 '분재'는 빠져나가고 「영주매화원」만 남게 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주인은 없어도, 둘러보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준비한대로 겉옷은 벗어놓고 카메라를 잡고 일단 한바퀴 돌면서 선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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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렌즈는 24-105와 90마크로이다. 분위기는 24-105로 잡고, 꽃의 표정은 90마크로렌즈로 담으면 될 것으로 생각해서이다. 무엇보다도 카메라가 2대인 것은 항상 행복하다. 사진정보에 카메라에 대한 것도 함께 표기가 되므로 관심이 있는 벗님은 살펴보면 알 수가 있으니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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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온실을 관리하는 사람이 먼저 도착했다. 관리자라고 소개하는 친구는 꽃과 함께 살아갈 사람처럼 선해 보였다. 둘러보겠다고 하고는 신경쓰지 않고 일행들에게도 구경하라고 하고는 꽃과의 만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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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도 나름대로 매화를 감상하느라고 바쁘다. 여연 선생은 같은 영주에 사니까 수시로 찾아와서 매화를 감상할 수가 있으니 좋겠구먼. 동행한 최선생도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 전부를 다 살펴볼 수는 없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대부분은 꽃이 완전히 졌고, 그래서 살펴봐야 할 대상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ㅠㅠ

 

★너무 빠르거나 혹은 너무 늦었거나...


뭐든 그렇다. 항상 너무 늦은 다음에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늦었으면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수도 없는 삶의 여정에서 저절로 습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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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는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줬을 꽃잎들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늦었다는 것은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가 없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무득 법정스님의 일화가 떠오른다.

서울나들이를 한 법정스님께서 봉은사로 가려고 배턱에 갔을 적에 다른 사람들도 같이 도착했다. 그런데 나룻배가 이미 출항을 해버려서 탈 수가 없었다.

선객 : 아이구!! 서둘러 왔는데 배가 벌써 가버렸네. 늦었잖어!!
법정 : 처사님, 그 배는 우리가 탈 배가 아닙니다. 우리 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선객 : 그럼 우리 배는 어딧소?
법정 : 저 배가 돌아오면 그게 우리가 탈 배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선객 : 스님이시라서 한가한 말씀만 하고 계시잖아요.
법정 : 만약에 떠나가는 배를 불러서 탈 수만 있다면 저 배가 우리 배입니다.
선객 : 이미 출항을 한 배가 돌아올 리가 만무하잖소?
법정 : 그러니까요. 우리 배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겁니다.
선객 : 그...런....가...요...???

우린 항상 너무 늦거나 너무 빠르다. 만약에 온실의 매화가 모두 시들어서 떨어지고 한 송이도 없었다면 낭월도 그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여연 : 스승님, 너무 늦게 왔나봐요. 꽃이 다 시들어 떨어졌어요.
낭월 : 그래? 여기 이렇게 많이 있는 꽃은 꽃이 아녀?
여연 : 꽃이긴 하지만서도 안 예쁘잖아요... 아까버라...
낭월 : 진짜로 우리가 볼 꽃은 내년에 올껴. 우리가 좀 빨리 왔구먼. 하하~!

실은,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서둘러서 온 것이긴 하다. 너무 늦지만 않으면 그래도 서운치 않을 만큼의 꽃은 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조차 포기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꽃이 완전히 다 사라지고 없다고 해도 전혀 억울할 일도 없다. 온 김에 도산서원도 둘러보고, 안동의 월영교도 둘러볼 참이었으니깐. 그래서 낭월의 일정표에는 항상 1안과 2안은 있어도 너무 늦어서 망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것.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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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시들어 떨어지고서도 아직도 조금은 늦게 찾아온 나그네가 너무 서운치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 매화의 모습을 말이다. 이미 소리소문없이 광고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향(梅香)에 취해서 이 산골까지 향을 따라 찾아온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해 줬고, 이렇게 뒤늦게 찾아온 낭월에게도 또 그만큼의 선물을 안겨 준다. 그리고 내일 찾아올 사람을 위해서 봉오리도 아직 갖고 있음을....

① 노매 5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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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자로는 노매(老梅)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본다. 수형을 봐서 어른매화라고 할만 하지 싶어서 노매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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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감.... 얼마나 많은 세월을 손길에 의지하면서 살아왔을지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자태이다. 매화는 두 종류이다. 선비의 책상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벗이 되어 준 분매(盆梅)와, 자연과 더불어 피고 지는 야매(野梅)다. 항상 수묵화나 채색화의 대상은 분에서 키워진 매화가 대부분인 것을 보면 역사도 참 오래되었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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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꽃만 보는 것이 아님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알았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가꿔준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보니 끈끈한 무엇인가를 느낄 것도 같다. 손길이 바뀌면 매화도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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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관점. 그러니까 음(一)의 관점에서는 야생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게 가만히 두고 꽃이 피면 꽃을 보고, 잎이 피면 잎을 보고 열매가 달리면 그것을 따먹을 일이지 왜 자연에서 살지도 못하게 화분에 심어놓고서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게다. 아마도 장자(莊子)는 그렇게 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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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매화는 도인들의 노리개가 아니고 선비들의 벗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인들은 자연을 음(一)의 관점으로 생각해서, 삼라만상을 생긴대로 바라보는 관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보면 마치 중국에서 여아를 전족시키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게다. 자연방임으로 냅둠으로 해서 제멋대로 자신의 삶을 살다가 인연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十)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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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자들은 달랐다. 공자의 뜻을 이어받은 선비들은 사람의 성품조차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충성도 가르치고 효도도 가르치면서 부부간에도, 군신간에도, 부자간에도, 친구간에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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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위(爲)하니 그래서 늘 뭔가를 배우고 익힌다. 오죽하면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이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이러한 현상은 양(丨)이라고 할만 하지 싶다. 반면에 도사는 무위(無爲)하니 서로간에 뜻이 맞을 까닭이 없었지 싶다. 그래서 또 재미있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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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낭월이 보기에는 둘다 옳다. 양시론(兩是論)이다. 마당에서 바라보면 도인이 옳고, 자연상태로 자라나는 매화나무가 옳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렇게 온실에서 바라보면 선비가 옳다. 자연은 내가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길이가 긴 나뭇가지는 잘라주면 책상에 올려놓을 수가 있고, 땅속깊이 들어간 뿌리도 잘라서 화분에 심으면 옆에 둘 수가 있으니 좋다. 그리고 그 대가로는 늘 가꾸고 챙겨주면 되는 것이다.

 

②분홍수양매 20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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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매는 처음 봤다. 아마도 이름이 수양인 것으로 봐서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졌다는 의미로 붙은 것이려니 싶다. 번호는 영주시에서 일괄로 관리하기 좋으라고 붙여놓은 것으로 짐작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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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타고 난 천성을 잘 살려주면서 가꿔주는 선비의 장점도 생각해 보자. 너무 인위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든 것을 길들여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식을 낳아서 가르치지 않으면 유죄가 된다.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그래야만 장차 아이가 자라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도인들이야 세사(世事)에 무관심하니까 그렇게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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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선비는 만들고 길들여서 함께 누리는 것으로 그 목표를 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꿔놓았기 때문에 꽃을 보러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것은 도인은 제공해 줄 수가 없는 선비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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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자연이든 길을 들여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심지어 자식이 되어서 부모의 허물조차도 3번까지는 말해서 고쳐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물론 세 번을 말했음에도 듣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단서는 붙어 있었지만서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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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어느 쪽인가 하면, 양쪽이다. 잘라주고 물줘서 가꾸라고 하면 못한다. 그렇지만 누군가 공을 들여서 가꿔놓은 것은 감탄한다.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의 본성을 잘 가꿀 수가 있다는 것이 놀랍기조차 하다. 어찌 식물 뿐이랴, 나는 새와 뛰는 짐승조차도 길을 들여서 삶에 유익하도록 한다. 독수리, 비둘기, 매, 개, 말, 소 등등등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 많은 일 중에 일부분이 분재인 것이다.

 

문득, 자연매화와 분재매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사진놀이를 하니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던 것은 덤이다. 꽃을 아무리 자르고 접붙이면서 변화를 줘도 그 본성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 '팔자를 바꿀 수가 있다'고 하면 그냥 미소짓는 생각도 해 본다.

 

③ 희천조 21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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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천조는 한자이름이 있지 싶어서 검색을 해 봐도 난초의 종류만 나오는군. 하긴, 이름이야 아무렴 워뗘. 꽃이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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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나무보다 꽃'이라더니만 과연 보잘것 없어 보이는 나무둥치에서 이리도 어여쁜 꽃이 피어나다니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매화 구경에서 타이틀 꽃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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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매화 꽃이 예쁠 수도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늦게까지 나그네를 맞이해준 것에 대해서도 고맙기만 하다.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10일을 넘길 수는 없는 것인데, 다행히 중간에 피어줘서 자태를 감상할 수가 있었으니 고맙달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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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책상이 상상된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두고서 자신의 마음을 닦듯이 물을 주고, 가꾼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고운 자태의 꽃을 피웠을 적에 그 희열감은 자식을 키워서 성공하게 되는 것 못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희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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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고마운 것은 내일과 모래에 찾아 올 나그네에게도 보여 줄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밖의 매화가 꽃을 피우기 전까지 끈질기게 꽃을 피워서 허탈함을 달래 줄것만 같은 어머니의 자태를 닮았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은 모두 찾아와도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것만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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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천조는 어쩌면 키워 볼 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완전히 반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키우지 못한다. 스스로를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다시 내년에는 좀더 일찍 와서 더 고운 자태를 봐주고 사진으로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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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도 담아봐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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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렇게 찍어봐도 곱디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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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주마. 희천조. 많이많이 고마웠어~~!!

 

④ 녹악수양 19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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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명패를 만들면서 한자로도 표기를 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보러 올런지도 모르는데, 글로벌한 시대에 오직 한글로만 이름을 만들어 놓은 것은 조금 아쉬운 감도 들어서였다. 다음에 아마도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우선은 급한대로 이렇게 만들었지만 보완할 점이 드러나면 다시 만들어가면서 완비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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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은, 그러니까 매촌(梅村) 선생은 수양매를 참 좋아하셨나보다. 축축 늘어진 모습에서 개나리를 어사화 모델로 사용했다는 생각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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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꽃은 시들었지만 그래도 활짝 피었을 적에 그 모습이 어떠했을지는 미뤄서 짐작할 만 했다. 녹악수양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얻은 연유도 궁금하긴 했다. 가지가 완전히 초록색이어서 얻게 된 이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짐짓 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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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짜감치 방문했던 이들에게 더욱 큰 기쁨을 줬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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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 떨어진꽃, 시들고 있는 꽃, 그리고 이제 막 피어난 꽃이 한데 어우러져서 시간의 동시성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가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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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럽다.

 

⑤ 미인매 18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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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미인매 8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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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연구 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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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신단풍후 22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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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수양매 14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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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홍골수양 20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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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닌데 정리하다가 보니까 열 가지가 되었군. 열이면, 십(十)이고 십은 음(一)과 양(丨)의 합일이니 또한 길조이다. 여튼 꿰어 맞추기는 참 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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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연 : 스승님, 너무 예뻐요~!

다행이다. 오랜만에 만난 제자와 함께 꽃 속을 노닐면서 잠시 무릉매원을 누렸으니 이것도 행복이라면 큰 행복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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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소개하느라고 뒤로 미뤘던 사진이다. 꽃에 취해서 꽃과 노는 사이에 일행들과 점심을 들고 오셨는지 열심히 매화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누느라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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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도 사진을 찍으랴, 매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랴, 많이 바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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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촌 선생의 모습에서 매화가 보이는 듯했다. 일생을 매화랑 더불어서 살아온 나날들과 그 경험들은 어떠했을까..... 보이지 않는 오행을 찾아서 온 자연을 누비면서 살아 온 낭월과, 보이는 매화를 가꾸면서 순간을 즐겼을 매촌 선생의 모습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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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연 선생과 최 선생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의 나날들이 결코 순탄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노력한 결실을 이렇게 한가로운 영주의 산기슭에다가 마지막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노학자의 이미지와 잘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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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께 카메라를 넘겼더니 이렇게 기념이 될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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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저마다의 삶을 살아오다가, 이렇게 어느 지점에서 또 서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내일은 모른다. 오늘 일생을 바쳐서 공을 들인 매화원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마음과, 몇 권의 책에 자신의 연구를 담아놓고서 후학들이 오행을 공부하는데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낭월의 마음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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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촌 : 박 선생은 그래 무슨 일을 하십니까?
낭월 : 겉으로는 스님이고, 속으로는 명리학자이고, 말로는 사진여행가입니다. 하하~!
야촌 : 그래요? 참 재미있게 사십니다. 저 일행 중에는 목사님도 계십니다.
낭월 : 목사님이 매화를 좋아하신다면 분명히 멋진 분이 틀림 없겠습니다.
야촌 : 그나저나 꽃이 시들어서 아쉽네요.
낭월 : 그럴리가요. 이미 충분히 꽃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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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촌 : 관리자가 책을 선물받은 분이 왔다고 해서 뉘신가.... 했습니다. 
낭월 : 아, 관리하시는 분께 그렇게 말씀을 드렸더니만.... 
야촌 : 진작에 백비 말씀을 해 주시지 않구서요. 그럼 바로 알아 봤을텐데요.
낭월 : 이렇게 잠시 시간이 되면 말씀드리려고 했었지요. 
야촌 : 저도 장성은 여러 번 갔었는데 하필 백비의 사진이 없어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낭월 : 다니면서 본 것을 담아두다가 보니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네요.
야촌 :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근데 어떻게 알고 찾아 오신 겁니까? 멀리서.
낭월 : 오늘 새벽에 보내주신 책을 보다가 문득 영주가 보여서 나들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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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촌 : 그래도 아직 약간의 꽃이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하하~!
낭월 : 그런데, 안양의 매화원과 여기를 관리하시려면 무척 바쁘시겠네요?

야촌 : 아, 그래서 안양은 정리하고 여기로 이사를 했습니다.
낭월 : 잘하셨습니다. 어서 멋진 매화원으로 다듬어가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야촌 : 고맙습니다. 힘이 자라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
낭월 : 오늘도 귀한 감상을 했습니다. 내년엔 더 일찍 올랍니다. 하하~!
야촌 : 예, 그래 주세요. 
낭월 : 꽃과 함께 하셔서 건강하시네요. 늘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야촌 : 고맙습니다. 편히 잘 가시고 또 뵙시다~!

전혀 아쉽지 않은 마음으로 매화원을 나섰다. 처음에 여연 선생을 만난 곳에서 작별하고 우리는 안동으로 향했다. 온 김에 도산서원과 월령교를 둘러보고 갈 참이다. 매화 이야기의 말미에 이런 고인의 글귀 한 줄 첨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싶다.

★ ★ ★ ★ ★



잠확류서(潛確類書)에 이르기를....


매구사덕(梅具四德)하니, 초생예위원(初生蕊為元)하고, 개화위형(開花為亨)하며, 결자위리(結子為利)하고, 성숙위정(成熟為貞)이니라.


매화에는 네 가지의 덕성이 있으니,
다른 초목에 비해서 가장 먼저 꽃술이 나오고,
꽃이 피면 모두가 바라보기를 기뻐하며,
그 결실의 열매는 인간에게 매우 이롭고,
다 자란 다음에는 정숙하니 주역의 원형이정에 부합한다.

매유사귀(梅有四貴)하니, 귀희불귀번(貴稀不貴繁)하고, 귀로불귀눈(貴老不貴嫩)하며, 귀수불귀비(貴瘦不貴肥)하고, 귀함불귀개(貴含不貴開)니라.


매화에는 네 가지의 귀한 멋이 있으니,
가지가 드문드문 있는 것은 귀하지만 무성한 것은 귀하지 않고,
오래 묵어서 노티가 나는 것은 귀하지만 어려 보이는 것은 귀하지 않고,
가냘프게 말라있어 수척해 보이는 것은 귀하지만 풍만하게 살쪄 보이는 것은 귀하지 않고,
채 피어나지 않은 상태로 살짝 꽃잎을 다물고 있는 것은 귀하지만 활짝 핀 것은 귀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