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매화원①

작성일
2019-02-22 17:01
조회
1216

영주(榮州)  매화원(梅花園)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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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생멸하는 것이다.

실낱같은 인연이 거대한 동앗줄이 되기도 하고,

고래힘줄같은 줄만 알았던 인연도 하루아침 안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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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가을에 책이 한 권 날아 왔다. 매화만필이다. 글쓴이는 매촌 안형재 선생.

이 책이 날아온 것에는 또 다른 씨앗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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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에 있는 박수량의 묘 앞에 세워진 백비 사진이 발단이었다.

누군가 메일을 보내서 이 사진이 필요한데 사용하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시라고 했다.

이것이 발단이다. 장성에 있는 백비의 사진이 낭월의 사진첩에 있게 된 것은 생략한다.

실은 삼국지를 보다가 백비가 나와서 검색하게 되었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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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짐을 꾸렸다. 문득 매화가 보고 싶어서였다.

며칠 전에 신원사에 갔다가 매화가 망울망울 맺힌 것을 봤던 것이 발단이다.

새벽에 문득 매화만필을 펼쳤더니 한꼭지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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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라고? 그렇다면 오늘은 영주로 매화구경을 가볼까? 싶어서 검색을 했더니 이미 매화잔치가 한참 진행되었다는 블로그가 나타난다. 어쩌면 늦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서둘러야 겠다는 조바심으로 짐을 꾸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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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차를 마시러 나온  연지님에게 미끼를 던졌다.

낭월 : 매화꽃 보러 갈까?
연지 : 좋지~!
낭월 : 그럼 서둘러라. 9시에 출발이다.
연지 : 어디로 가는데?
낭월 : 영주. 금방이다.
연지 : 그래 알았어.

아마도 배를 타러 가자고 했으면, 춥다느니, 다음에 가자느니 했을 게다. 그런데 언제나 꽃을 보라 가자고 하는 것에는 100% 찬성이다. 싫다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99%는 있어도 100%는 없는 법인데, 유일하게 꽃구경에 대해서 연지님의 동의는 항상 100%이다. 그것도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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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는 이 순간이 좋다. 설렘.... 심장의 떨림이 들린다. 오늘은 또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이란 생동감이다. 혹시 몰라서 선물받았던 책도 배낭 구석에 끼워넣었다. 인연이 되면 옛날 이야기 한자락 나누면서 싸인이라도 받는 재미는 덤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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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 국도에 올라서니 안개가 자욱하다. 아마도 미세먼지가 좀 있을 모양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길은 줄어든다. 벌써 15km나 달렸기 때문이다. 영주 까이꺼 금방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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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9km.... 300에서 1이 빠지는 군. 충주로 가라고....? 왠지 그 쪽으로 가면 돌아가는 것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가라는 곳으로 안가고 속리산을 거쳐서 상주로 가는길을 택했다. 이것은 그냥 습관의 기억에 의한 선택이다. 과학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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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260km군. 충주로 가는 길에 비해서 30km가 더 멀군. 그래도 기분은 50km가 더 가까운 것같으니 되었지 뭐. 기름값이야. 들건 말건. 충주를 떠올리면 왠지 멀다는 생각이 기억 속에 들어있어서 결과적으로는 30km를 더 달렸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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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솔직히 말하면 조금 헷갈린 점도 없진 않다. 실은 영주와 상주가 혼동을 가져온 셈이다. 늘 영주, 상주, 성주가 꼬인다. 붙여서 말하면 영주부석사, 상주곳감, 성주참외, 전혀 혼란이 없다. 그런데 지명만 딱 보게 되면 그놈이 그놈같아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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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길을 바꿨을 적에 네비가 유턴하라고 했다면 다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앞으로만 가란다. 그래서 그대로 진행했다. 물론 충주를 경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미 바닥에 깔려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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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화서휴게소이다.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자고 차를 세웠다. 근데 요놈이 좀 비싼 건가? 4,100원이라네. 맛은 괜찮았다. 이것을 놓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차의 아지매가 웃는다. 뭐하는 짓인가 싶었을랑강...?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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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이 고로쇠 물을 한 병 사오란다. 이미 고로쇠 물이 나왔다고 했더니만 그걸 먹고 싶단다. 그래서 거금 7,000원을 지불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물맛은 좋았다. 실은 물을 타도 그만인데 크게 장난을 친 것같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그리고 이 물은 귀가를 하면서도 계속 효자노릇을 했다. 살짝 달큰한 것이 맛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비싸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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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대구로 가는 길로 연결이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의외로 차량들이 줄을 선다. 속도를 줄일 정도는 아니지만 과속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정도의 상황이었다. 30번 고속도로의 풍경이다. 30번은 당진에서 영덕까지인 음로(陰路)이다. 왜 음로냐고? 그야 짝수니깐, 그리고 가로도로니깐. 음양학자는 사소한 것에서도 음양을 찾는다. 양로(陽路)는? 당연히 세로도로지. 조수석에 앉아서 뭐 할 일이 있느냔 말이지. 이런 이야기도 하면서 재롱을 떨어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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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쪼매.... 맘에 안 든다. 이쯤이면 안개라고만 할 수는 없는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미세먼지가 좀 심할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차를 돌릴 것은 아니지만 마스크도 안 챙기고 돌아다닌다고 금휘에게 늘 혼나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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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이게 뭐냐? 고속도로 상황판이 모두 초록색이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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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동분기점을 지나서 이번에는 북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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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풍기에 도착했다. 2시간 반이 걸렸군. 원래 3시간 잡았으니까 어지간히 순행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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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하면 6년근이지. 인삼말이다. 강화인삼과 풍기인삼은 6년근이고, 금산인삼은 4년근이라고 보통 말들을 하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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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목적한 매화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미리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여연 선생을 만나서 반갑게 안부를 했다.

여연 : 스승님 매화가 하나도 엄써요!
낭월 : 그럴리가? 분명히 있는 걸 보고 왔는데.
여연 : 두 번이나 올라갔다 왔는데 휑~해요. 암껐도 엄써요!
낭월 : 아,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온실에 있을껴.
여연 : 그리고 주인을 뵈었는데 나가셨어요.
낭월 : 그래? 그럼 구경을 못하는 겨?
여연 : 그래서, '스승님께서 멀리서 오시는데 문을 잠그면 우째요?'캤지요.
낭월 : 캤띠이?
여연 : 1시까지 오라카데요. 
낭월 : 아, 점심들 먹으러 나가셨던 모양이군.
여연 : 그런갑제요? 우리도 밥묵고 옵시더!
낭월 : 그래 아무데나 가보자. 앞장 서거라.
여연 : 고기집은 쪼매 멀고요. 묵밥은 가즉어요. 어들로 가까요?
낭월 : 가즉언데로 가자. 묵밥이 좋지.
여연 : 그라마 뒤따라 오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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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밥집이 바뀌었군. 아무렴 워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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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정식을 영주에서 먹게 될 줄이야. 또 몰랐다. 그래서 당해봐야 아는 거지. 보나마나 점심값은 여연 선생이 낼 모양이고, 점심 값이라도 해야 하겠다 싶어서 보따리를 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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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우야다가 묵밥이 꼬막이 되어뿌맀네~!
여연 : 아, 예전에 여기 와본 것이 생각났어요. 연지님도 좋아하시지요?
낭월 : 묵밥이 꼬막으로 변했구먼. 그 이바구 아나?
여연 : 뭔데요? (초롱초롱~)
낭월 : 국수가 수제비로 변한 이야기를 내가 해 줬나?
여연 : 은지요! 몬들었지요. 그기 뭔데요?

아마, 들었더라도 잊어버렸거나, 또 기억이 날똥말똥해도 다시 듣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야기인즉 이랬다.

옛날에 스승과 제자가 길을 가던 중에 날이 저물어서 주막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때는 저녁을 먹을 시간인지라 주모가 얼른 저녁을 지어 올리겠다고 하고 나간 다음에 심심해진 사제(師弟)는 멀뚱멀뚱 쉬고 있는데 바지런한 제자가 점괘를 뽑았다. 뱀괘가 나왔다. 문득 스승을 시험하고 싶어졌다.

제자 : 스승님, 오늘 저녁에는 국수를 먹게 될 것 같습니다.
스승 : 허허허! 그러냐? 난 수제비를 먹게 될 것 같구마는...
제자 : 그렇습니까?(아싸~!!) 그럼 내기 할까요?
스승 : 그러려므나. 허허허~!

이윽고, 주모가 들고 온 밥상에는 수제비가 두 그릇 놓여있었고, 제자는 그만 찔끔하고 할 말이 없어져서 묵묵히 수제비만 퍼먹었다. 그리고는 다 먹은 상을 들고 부엌으로 향한 제자가 물었다.

제자 : 아지매요, 왜 국수를 안 주시고 수제비를 주셨능교?
주모 : 아따~ 도사님들이시구만요~ 그걸 워째 아셨씨고잉~!
제자 : 도사나 마나 아지매 때매 내가 망했다 아잉교~! 참내!
주모 : 실은, 국수를 할라고 반죽을 하는디 괭이가 물그릇을 쏟아서...
제자 : 예? 그래서 국수를 못하고 수제비를 했단 말잉교?
주모 : 그나저나 방에 앉아서도 그걸 우째 아셨당가요! 참말로 놀라부러~!
제자 : (꿍시렁 꿍시렁...) 스승님이 또 뭘 내게 안 갈차주고 숨캈씨까...

밥상을 내다주고 온 제자가 스승님께 물었다.

제자 : 스승님께서는 아즉도 제자를 못 믿으시는 기지예?
스승 : 이놈이 뭐라는 것이냐?
제자 : 제자에게는 뱀괘면 국수라고 가르쳐주시고, 스승님은 수제비를 아시고...
스승 : 엉? 뭐라고? 허허허~! 녀석하고는. 
제자 : 그렇게 웃어넝구지 마시고 제대로 전수를 해 주시소!
스승 : 이놈아, 핵심을 알려주면 응용은 스스로 깨달아야지. 녀석도 참.
제자 : 예? 언제 뱀괘가 수제비가 된다고 갈차 주셨습니껴? 없는데요?
스승 : 신시(申時)의 뱀괘는 국수요, 유시(酉時)의 뱀괘는 수제비니라.
제자 : 그게 우째 그리 됩니껴?
스승 : 생각해 보거라. 허허허~!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니까 듣고 있는 여연 선생이 재미있단다. 오행을 배우고 음양을 익혔으니 그 정도는 알아 듣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또 즐거운 점심만찬이 되었다. 그렇게 배를 든든하게 채운 다음에 커피까지 한잔 얹어서 마무리를 하고는 다시 매화원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어쩌다보니까 이야기가 길어지는 구먼. 여기에서 끊고 본격적인 매화원 이야기는 따로 해야 하는 것이 좋지 싶어서 번호표를 붙인다. 인터넷이 느린 시절부터 적응을 해서 그런지 이야기가 길어지면 자꾸만 스크롤 압박이 다가와서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