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를 찾아서

작성일
2019-01-2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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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落照)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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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산의 정자에 태양이 겹치는 장면을 찍으면서 재미를 들였다. 그래서 다시 떠오른 장소는 구봉산의 정자였다. 대전을 오가다가 보면 항상 멀리 산의 등성이에 보이는 정자가 떠올랐던 것이다.

노성산이 보이는 곳이야 10분도 걸리지 않지만 대전까지는 그래도 1시간은 가야 한다. 그래서 허탕을 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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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위치를 가늠하고 지도에서 직선을 그은 다음에 구봉산의 정자에서 선을 연결해 본다. 그렇게 하면 어디에서 부터 출발을 하면 될 것인지를 참고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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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봉산의 지도 위에다가 노상산의 각도를 얹어보니 대략 위치가 드러난다. 대전선유초등학교 주변에서 자리를 잡아보면 일몰의 풍경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판단을 한 다음에 네비에다가 학교 이름을 넣고는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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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살펴보니 제대로 된 위치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남쪽으로 더 이동을 하면 각도는 맞출 수가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정자를 정면으로 막고 나설 앞산의 봉우리가 바로 등장을 하게 된다는 것은 지도에서 볼 수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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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돌아보면서 적당한 자리가 있기를 희망했지만 결과는 역시였다. 그래서 그냥 풍경이나 몇 장 찍고 가야 할 모양이다. 공기도 맑은 날에 잠시 나들이 했다고 생각하면 크게 억울할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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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햇빛을 받아서 예쁜 정자는 이렇게 담는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것이 최선이었다.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를 지나서 산 밑으로 접근해보니까 풍경도 좋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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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도 예쁘군. 언제 맘에 내킬 적에 한 번 올라가봐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대전 시내의 풍경이 예쁘게 들어오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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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놀다가 다시 걸음을 돌렸다. 그러다가 문득, 계룡산의 송신탑이라도 태양과 함께 찍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뭐 꿩대신 닭이라잖은가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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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의 송신탑을 찍으려면 계룡대로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각도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 수밖에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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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대는 언제나 계룡대이다. 한국전쟁 참전국의 깃발이 도로의 중앙에서 펄럭이는 풍경은 여기에 오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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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태양과 송신탑의 만남은 동학사 입구의 주차장에서 이뤄졌다. 산을 넘어가면서 아무리 적당한 장소를 찾아도 마땅치 않았는데 동학사 입구로 들어서면서 태양과 탑이 같이 들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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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서서 몇 장을 찍을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꿩대신 닭이 맞다. 외계의 어느 별에서 지구와 소통하는 분위기라고 상상하면서 인터스텔라를 떠올렸다. 그리고 콘텍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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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각은 탑의 위에 태양을 두고 싶었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한 자리가 얼른 보이지 않았고, 해는 시시각각 기울어 가고 있으니 그냥 이것이 오늘의 소득이겠거니....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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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가 계룡산 너머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 봤다. 그냥 헛걸음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그럴싸 한 그림을 얻었으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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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사라진 다음에서야 다시 차에 올랐다. 그만하면 바람쐬면서 카메라의 먼지를 털어 낸 품값은 되었다고 위안하면서.....

연지 : 이제 어디로 가? 집에 가면 돼?
낭월 : 아니, 메콩타이~! 분짜 먹으러 가자~!
연지 : 알았어. 아이들에게 저녁 먹으라고 전화 해 주고.

금강변을 달리면서 문득 공산성이 떠올랐다. 공산성의 정자에 태양이 걸린다면 그것은 꿩대신 닭이 아니라, 밭을 팔아서 논을 사는 격이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꿩보다 공작이라고나 할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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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바라다 보이는 바로 그 곳 공산성을 조만하는 정자인 공산정(公山亭)의 위로 태양이 짜쟌~~!! 하고 떠있다. 문제는 태양의 각도가 자꾸만 정자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려야 한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순간이다. 오늘 하루의 절정을 장식할 수가 있느냐 없느냐의 절체절명... 까지는 아니라도 멈출 수가 없는 순간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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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하는 강변도로에서 태양이 이미 정자 위를 지나치고 있다는 것은 더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구나 지금 차는 신호에 걸려있으니 시간은 계속 흘러가게 된다. 더구나 뒤에는 차도 끊겼다. 바로 지금이 무단횡단을 해야 할 절호의 틈바구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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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했는데 마침 바로 그 시간에 공주에 들어설 수가 있었던 것이다. 동학사에서 넘어갔던 태양은 그냥 그대로 하루를 마치기가 서운했던지, 공산성에서 머뭇거리면서 낭월이 오기를 기다려 줬다. 고맙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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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라니깐~~!!

낭월 : 연지야, 차 세워~! 내린다! 주차장으로 가거라~!
연지 : 여긴 횡단보도도 없단 말이야~ 저쪽에서 유턴해야 돼.
낭월 : 그럼 차는 금강둔치에 대. 난 내린다~!

한가로운 연지님은 절대로 낭월의 바쁜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을 게다. 태양과, 그것도 석양의 태양과 좀 놀아본 사람만이 이 조급한 상황, 화급한 상황을 이해하실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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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오늘은 이렇게 수지맞는 날이었군. 생각도 못했는데 그야말로 망외소득이다. 그래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열 두 번은 되뇌이면서 적당한 타이밍에서 길을 건너 자리를 잡고 사진놀이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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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건 또 무슨 천지신명의 보너스람. 마침 한 무리의 기러기들이 저녁에 편히 쉴 자리를 찾아서 열심히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더욱 고맙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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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그림이 하나 늘었다. 그래서 또 고마웠다. 오늘 놀이는 그래서 더욱 즐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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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제자가 '태양이 정자 위에 있으니 예쁘다'는 말이 떠올라서 그 샷도 하나 남겼다. 열심히 사진놀이에 빠져 있는데 중년의 한 여인이 다가온다. 지나가는 사람인가보다.... 했을 따름이다. 지금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상황도 시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귀는 항상 열려 있다. 무슨 소리든, 싫든 좋든 들어야 한다는 숙명을 타고 난 기관인 까닭이다.

여인 : 뭐가 잡히나요? 뭘 열심히 담으세요?
낭월 : 아, 태양과 정자랑 놀고 있습니다.
여인 : 그럼 저도 찍어 볼까요?
낭월 : 예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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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낏 곁눈으로 보면서 생각했다. 스마트폰이나 디카라도 들고 오셨나보다.... 하고서. 그런데? 엇!! 오두막포가 떡하니 나온다. 허름한 백에서 제대로 된 카메라가 튀어나오다니 눈길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는 해와 놀이를 소홀할 수는 없는 일. 그런가보다 했다. 몇 장을 찍던 여인이 다가와서 카메라를 들여다 본다.

여인 : 어떻게 찍으셨는지 좀 봐도 될까요?
낭월 : 아, 예. 그러세요. 여기~~
여인 : 엄머~! 200이예요? 400? 어쩜 그렇게 잡히죠?
낭월 : 아, 컨버터 달아서 800입니다.
여인 : 어쩐지, 그림이 멋지네요. 100마로 바꾸면 나을까요?
낭월 : 달린 건 뭔데요?
여인 : 24-70이예요.
낭월 : 아, 그럼 얼른 바꾸셔야지요. 빨리 하셔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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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놀이에 빠져드는데, 고맙게도 모델들이 계속해서 정자를 오르내린다. 모델이 없는 정자도 예쁘지만 사람의 실루엣이 추가되면 더욱 역동적인 그림이 나오는 것은 동정론(動靜論)의 음양법일테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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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정자의 지붕에 기대어서 잠시 쉰다. 솔개 한 마리가 저녁 꺼리를 찾아서 배회한다. 사람들은 누각에 올라서 풍경을 즐긴다. 해질녁의 멋진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옛날 언젠가 타이쭝의 대두산에서 본 이후로 모처럼 만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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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태양이 정자에 완전히 걸쳤을 때, 생각보다 그림이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태양과 소나무를 만나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왼쪽으로 몇 걸음만 이동하면 된다. 순간 여인도 낭월을 따라서 이동한다. 같은 생각을 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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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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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괜찮네~!! 태양이 나무랑 놀이에 빠진 사이에 정자도 좀 쉰다. 그렇게 잠시 놀다가 다시 정자로 옮긴다. 왜냐하면 자꾸 봐도 변화가 없으면 지루한 까닭이다. 정자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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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것도 괜찮은데? 태양을 공으로 만들어서 정자를 받치게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여인의 실루엣과 잘 어울린다. 어울리긴 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노는 거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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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누각에는 사람들이 여럿 올라가서 일몰을 즐기고 있고 빛과 기둥의 그림자가 어우러져서 멋진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군. 고맙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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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밝히던 태양이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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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으로 기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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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실루엣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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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을 많이 봤지만 오늘의 공산성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태양의 동참으로 인해서일게다. 태양과 놀이는 앞으로도 쭉욱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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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도 넘어가고...

사람들도 내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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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떠나기 아쉬운 연인들이 추억을 남긴다.

 

문득 같이 사진놀이 하던 여인이 생각나서 돌아다 보니,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해가 넘어간 후의 풍경까지 감상할 시간이 없었던가 보다. 원래 일몰전후 마법의 시간임은 충분히 알지 싶은 연장이었는데 말이다.

그제서야 손이 시려온다. 오늘은 여기까지 노는 것으로 마무리 하자. 그래서 또 행복한 시간이 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