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울릉도② 도동항

작성일
2018-06-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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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울릉도② 도동항(道洞港)


 

썬플라워호_배경_jwhan0422

드디어~!

배는 울릉도를 향해서 출항했다. 이 사진은 선박회사에서 제공한 것을 가져왔다. 절대로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쾌속선이었기 때문이다. 물에 떠 있는 썬플라워호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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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플라워호에 승선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의자를 보니 비닐커버이다. 그냥 배는 다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귀로에서 썬라이즈호를 타고 나서야 비로소 썬플라워호가 왜 구형인지를 이해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시간 일찍 출발하는 썬라이즈호를 탔을 텐데 몰라서 큰 배면 좋을 줄 알고 썬플라워호를 탔는데, 이것도 경험이 없는 까닭이다. 다음에 또 타게 된다면 모를 일이지만 여하튼 여행기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을 보지 못했으니 여기에서라도 적어 둔다.

사실, 낭월의 여행기는 '멋진 풍경을 이렇게 잘 찍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가면서 보고 들으면서 생각한 흔적들을 담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멋진 이미지로 논한다면 이미 전문가들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넘쳐나고 있음이다.

그러한 사진의 무리에 오죽잖은 사진 몇 장을 더 보탠 들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진도 사진이지만, 낭월이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 둠으로 해서 현장감이나, 다음에 누군가에게 그 경험들(잘 된 것이든 실패한 것이든 간에)은 약간의 방향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겪은 그대로를 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2018년 6월의 며칠 간에 겪은 울릉도를 오가면서 얻은 경험들이라는 점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야말로 '나만의 이야기'인 셈이다. 잘 한 것은 잘 한 대로 가치가 있을 것이고, 못한 것은 못한 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썬플라워호운임

처음에 금휘가 예약을 하면서, 8시 50분 배가 있고, 9시 50분 배가 있다고 해서 그냥 생각없이 큰 배를 타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썬플라워호였던 것이다.

썬라이즈호 운임

그리고 돌아오는 배는 일찍 오는 걸로 하랬더니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썬라이즈호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두 가지의 배를 다 타본 것은 다행인데, 미리 알았더라면 썬라이즈호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비용도 별반 차이가 없다.

썬플라워호-일반석 : 70,800원(토요일 할증요금 적용)
썬플라워호-우등석 : 77,650원(토요일 할증요금 적용)
썬라이즈호-일반석 : 64,500원(화요일 정상운임 적용)

그리고, 썬라이즈호는 우등석이 따로 없다는 것도. 요금이 오히려 썬라이즈호가 더 저렴한 것은 아마도 출발은 토요일에 했고, 귀로는 화요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 된다.

그러므로, 포항에서 울릉도 배를 타려는 벗님은 이러한 점도 참고하시면 되겠다. 다만 울릉도의 배턱은 썬플라워호는 도동항으로 들어가고, 썬라이즈호는 저동항으로 간다는 것만 참고하면 되는데, 도동항과 저동항의 거리는 버스로 1,000원이면 되므로 그리 부담이 있는 거리가 아니다.

내친 김에, 다른 출발점에서 울릉도 가는 것도 참고삼아 찾아본다.

후포에서 울릉도(씨플라워호) : 2시간 14분. 
묵호에서 울릉도(씨스타7호) : 2시간 30분. 
강릉에서 울릉도(씨스타5호) : 3시간 정도.

이것만 봐서는 후포에서 가는 것이 멀미하는 사람에게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배편은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이름으로 운항하는 것은 틀림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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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항구를 빠져나가는 한 동안은 화면으로 전면의 풍경을 보여줬다. 이것은 꽤 괜찮은 서비스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안에서 앞을 보러 나갈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렇게라도 바깥의 풍경을 보는 것이 훨씬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도동항

길찾기로 해 봤더니 출발과 도착만 보이고 길이 없다고 안내 문구가 뜬다. 왜 지도에서는 해로(海路)를 표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별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말이다. 아마도 항로가 흐름에 따라서 일정하지 않기 때문일 수는 있겠다.

도동행-01

배는 천천히 영일만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네이버 지도를 통해서 이해 할 수가 있었다. 길을 나서면 무엇보다도 큰 친구는 지도이다. 그것도 인공지능형의 위치표시를 해 주는 지도이다. 그래서 종이 지도책은 여행의 짐에서 사라진 지도 오래 된 셈이다. 이것이 대세이다.

'장강(長江)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덮친다'고 했는데, 문화의 흐름은 이렇게 항상 새로운 파도가 나타나면 과거의 파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박물관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 그나마 존재감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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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을 빠져나온 배는 계속해서 북동향으로 나아간다. 다만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3시간 반이나 걸린다는 긴 여정에서 갑갑한 낭월은 스마트폰의 어플과 놀면서 심심한 것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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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알림의 어플도 들여다 본다. 배랑 같이 가고 있구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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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적에는 잠시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배에서이지만 중심을 잡으면서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위로가 된다. 저마다 자기의 방식대로 항해를 하고 있는 모습들도 또한 볼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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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배열이 비행기와도 다르다. 영화관의 모습과 가깝다고 해도 되지 싶다. 그런데 여행자들의 연령대가 대략 눈에 들어온다. 50~60대 정도의 중년들이 많아 보여서이다.

물론 낭월도 이제 60대가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행이라고 해도 되겠는데, 왜 울릉도 가는 배에는 이렇게 늙수구레~한 초로(初老)의 연령대가 많은지를 생각해 본다.

젊은 여행자들은 울릉도를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월부터도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많이 여행을 다니면서도 막상 울릉도를 가고 싶다는 생각은 미쳐 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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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울릉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들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다수가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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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다니다 보니까 출입이 제한되는 곳도 있었다. 바로 우등실이었다. 요금표를 봤지만, 그래도 막상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를 보니까 우등실로 표를 사라고 할 것을 그랬다는 생각도 잠시 들기는 했다.

금휘가 예매하면서 우등실과 일반실이 있다고 묻기에, 배에서 뭐 별 차이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비닐로 된 좌석을 보면서 잠시 그 차이점을 생각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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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습도 낯설다. 자리를 깔고 누운 것은 멀미를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되는 모양이다. 혹 멀미가 너무 극심한 벗님이라면 이러한 것도 참고하고 바닥에 깔 자리를 하나 준비하는 것도 좋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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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옆에는 엄마랑 아가의 편안한 자리도 보였다. 저마다 나름대로의 환경에 대한 적응을 하려고 온갖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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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1시간 반을 달렸지만 지도상으로는 절반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3시간 반이 걸린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소요시간을 그렇게 적어 놓을 일이지. 표시는 3시간이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3시간 반이 걸린다는 것은.... 날씨에 따라서 다르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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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울릉도 날씨도 궁금하다. 하늘도 흐렸는데, 울릉도의 풍경도 구름이 가득한 모양이다. 강수확률까지 20%란다. 시원하겠군. 덥지 않으면 그것도 좋지. 그런데 비가 오는 건 아무래도 거동에 불편함이 있지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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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뒷문으로 나가봤다. 말하지면 고물쪽이 되는 셈이다. 참고로 뱃머리는 이물이라고 부르는데 사용할 기회는 별로 없지 싶기는 하다.

고물로 나가봐야 쇠막대기 문에 가로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틈 사이로 생생한 파도의 풍경은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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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제대로 받으면 햐얀 물보라가 일어나기도 한다. 배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물보라도 거세게 일어난다. 속도로는 얼마나 될까? 보통 배의 속도는 노트로 표시하는 모양이다. 이 단위는 km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도 궁금하다.


1노트는 1.852km이다. 간단히 1노트는 2키로미터에 가깝다고 알아둬도 되긴 하겠다.  노트는 해리(海里)를 말하는 모양이다. 즉, 1시간에 1해리를 달릴 수 있는 속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썬플라워호는 1시간에 40노트로 항해를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보다.

여하튼 숫자만 나오면 십만팔천리로 도망가는 낭월이니 더 이상은 생각하지 말고 간단히 말하면, 시속 65km의 속도로 달린다고 안내하는 선장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폰에다가 열심히 메모해 뒀다.

그러니까 40노트로 달리는 썬플라워호인데, 승객들이 알아먹기 좋으라고 아예 km로 환산을 해서 알려주는 것은 친절하게 느껴 졌다.

그러니까 쾌속선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만큼의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3시간 반이면 울릉도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로만 생각하면 되지 싶다. 다만 보이는 것이 없이 망망대해이니 속도감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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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를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도 배가 물에 잠기게 된다면, 어떻게든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망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보니까 문득 구명조끼가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의자 아래에 있다고? 그럼 어디 직접 확인해 봐야지. 또 혹시 모르잖아.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채로 진행되기도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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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밑의 뚜껑을 얼였더니 주황색 구명조끼가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든든했다. 그렇다면, 이 조끼를 입고 밖으로 나가면 된단 말이지? 그렇다면 유리창을 깨야 잖아? 그러려면 망치가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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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망치도 발견했다. 유리창 옆에 당당하게 매달려 있는 유리창 깨는 망치가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배는 뒤집어 져도 어떻게 해 볼 방법은 얻을 수가 있지 싶다.

참 못말리는 낭월이다. 진정으로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냥 심심해서 가만히 멍때리는 것보다 이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뒤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3시간 반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던 셈이다.

멀미? 그러니깐 말이다. 멀미를 모른다. 그래서 여기 저기에서 약에 취해서 잠에 빠져있는 여행객들과 달리 배만 어지간히 날뛰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이 돌아다녔을텐데 요동이 너무 심해서 그래도 참는다고 참은 것이 요 정도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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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서는 미국의 야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멀미하는데 그것이라도 보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야구는 별로 흥미가 없는 부분인지라, 잠시 눈길을 주다가는 또 폰을 들여다 본다. 야구가 폰의 지도 보는 것보다 못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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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오후 1시 4분이다. 그리고 배의 위치 표시는 울릉도 근처까지 다가갔다. 참 반가운 그림이다.

무슨 여행기가 이러냐고 하실 벗님도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깐 말이다. 멋지고 신나는 풍경으로만 채우는 것도 여행기이지만, 이러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 것도 여행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낭월이다. 이 소중한 시간을 아무런 흔적도 없이 여행에서 날려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아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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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예정시간도 그럭저럭 15분이 남았다. 그리고 야구장은 다시 바깥 풍경으로 전환되었다. 저만치 보이는 것이 여행의 목적지인 울릉도로구나. 온통 바위천지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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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원래가 화산폭발로 생겨난 섬이니까 바위인 것은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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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울릉도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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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배의 움직임이 멈춰졌다. 그리고는 하선(下船)을 준비하느라고 승객들도 바쁘고, 밖의 부두에서는 발판을 연결시키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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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멈추기도 전에 짐을 짊어지고 나서는 여행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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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25분에 도착했나 보다. 9시 50분에 출발해서 대략 3시간 반을 달려서 울릉도에 도착했으니 다행이다. 물론 도중에 아무런 일도 없이 무사히 배를 내리게 되었다는 것도 포함해서 용왕님께 감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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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따라서 울릉도에 발을 딛게 되었다. 여기가 울릉도 로구나. 싶었다. 항상 그렇듯이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 대한 불안감, 기대감, 설렘이 교차되는 복잡미묘한 것이 바로 여행객의 마음이려니 싶다.

낭월 : 배 고프지?
연지 : 멀미가 좀 있었는데, 내려서 다행이네.
낭월 : 아직 밥 생각은 없어?
연지 : 밥도 먹어야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지에 도착한 소감을 나누면서 빠져나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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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 단체 여행 오셨능교?
낭월 : 자유 여행입니다.
할매 : 그럼 숙소는 예약 하셨습니껴?
낭월 :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할매 : 그럼 가즉고(가깝고) 조용한 민박에 가보실랍니껴?
낭월 : 그러지요.

연지님이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여행지의 바가지를 만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을 것으로 짐작을 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려니 하고 그냥 따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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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 며칠 기실겁니껴?
낭월 : 3박을 할 예정입니다.
할매 : 잘 되셨네예. 민박하시면 좋을 낍니더.
낭월 : 얼마입니까?
할매 : 5만원예~!

그러니까 하룻 밤에 5만원이라는 말이군. 생각보다 비싸진 않네. 아직은 비수기라서인가? 여하튼 따라가면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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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이래야 차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넉넉하지 않은 길이었지만 조금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갔다. 할매는 자꾸 돌아다 보면서 앞장을 섰다. 혹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나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잘 하면 3일이나 묵을 호구를 잡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나꿔채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하면서 뒤를 따랐다. 우선 방을 확보해 놔야,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가 있기 때문에 일단 따라나서긴 했는데 결과에 대해서는 약간 불안감이 없지도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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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집을 보니까 그것조차도 낯이 설어서 한 장 담았다. 그리고 이내 숙소였다. 방은 아담하고, 침대방과 온돌방을 놓고 선택하라고 하는데 연지님은 밝은 온돌방을 선택했다. 그래서 3일치 방세를 지불하고는 카메라 가방과 옷 가방을 내려놓고 간단하게 카메라에 렌즈 하나만 조끼 주머니에 넣고 점심부터 해결하려고 나섰다.

연지 : 아니, 3일씩이나 여기서 묵을라고?
낭월 : 그럼. 깨끗하잖아?
연지 : 그래도 다른 곳에서도 자야지 여기에서만.....?
낭월 : 가봐야 도동이고, 와봐야 도동이야. 갈 곳도 없어. 하하~!
연지 : 다른 곳에서도.....
낭월 :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닐 생각을 하지 말고 편하게 다니자고.
연지 :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속 편한 낭월이 삐끼 할매한데 당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남편이 다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포기하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어깨를 토닥여 줬다. 신경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처음으로 울릉도를 나들이 하려고 마음 먹은 벗님이라면 약간의 참고로 삼으실 수도 있지 싶다. 먹을 곳이야 많지만, 머물 곳도 많지만, 그래도 왠지 조심스럽고, 그래서 여행 중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한 까닭이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물론 멋진 풍경과 새로운 경험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자리이다. 잠을 잘 자면, 하루의 여행이 즐겁고 행복하지만, 잠을 망치게 된다면 아무리 멋진 풍경을 봐도 짜증만 날 수도 있는 것이니깐.

그 잠자리를 향해서 주사위를 던졌다. 이제 잠은 자 봐야 알겠지만 일단 큰 길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선거운동원들의 확성기 소리로부터는 좀 자유롭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술집이 있으면 밤새 떠드느라고 그 소리에 소중한 여행을 망칠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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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여기는 도동(道洞)이잖아.
연지 : 그래? 
낭월 : 도인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야. ㅋㅋㅋ
연지 : 이름은 좋네.
낭월 : 이제 점심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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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연지님은 금휘랑 통화 중이다. 엄마랑 딸은 0.5촌인가 싶기도 하다.

낭월은 따개비밥이 궁금했고, 연지는 홍합밥을 말했는데, 주인 아지매는 여자의 편이었던지 홍합밥을 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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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래도 좋았다. 낮에 홍합밥을 먹고 저녁에 따개비밥을 먹으면 되지 뭘. 그래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다만 특별히 맛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식후 소감을 들어보니까, 말린 홍합을 쓴 것 같아서 마른 홍합의 그 특유한 냄새가 났단다.

즉 비호감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행여 식신들의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벗님은 드셔봐도 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해야 나중에라도 원망을 면하지 싶다. ㅋㅋㅋ

 

이것이 울릉도에서 처음 겪게 된 이야기이어서 「도동항」이라는 이름으로 바다를 건너서 울릉도까지 오는 과정을 담아 봤다. 부디 지루하지 않으셨기만 바라면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