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곤지암(昆池岩)

작성일
2018-05-06 21:10
조회
1476

광주(廣州)의 곤지암(昆池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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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고....

곤지암이 천진암 옆에 있는 암자인가 싶었다. 문득 곤지암을 간다는 일행을 따라 나섰던 것은 2018년 5월 1일, 말하자면 노동절 새벽이었다. 왜 노동절인가? 일하러 다니는 처제들이 마침 시간이 난다면서 이천호국원에 부모님 뵈러 간다는 이유로 모인다는데 가야 한단다.

그래서 동행하게 되었던 것이 곤지암까지 가보는 인연이 되었으니, 출발을 할 적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 된 셈이다. 부모님 뵙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기에 내심, 아무래도 가이드를 해야 한다면, 태백산이나 오대산이나 단양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천만 뜻밖에도 곤지암의 화담숲으로 가기로 했단다. 듣느니 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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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여행아닌 여행길이 된 셈이다. 그래서 문득, 사진기행에 올릴 이야기가 없어서 한 참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번에는 곤지암 이야기나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현충사를 다녀 온지도 벌써 4개월이 되었으니 참 어지간히도 들어박혀 있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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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핀 목단이 시들어갈 무렵에서야 집을 나섰으니 어쩌면 신기록인가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겨울 한 철 들앉아서 있었고, 또 그 사진찍으러 다니던 길도 뜸해 졌고, 특히, 마작놀이에 빠져서 바깥에 나갈 마음이 없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 싶다. 여하튼 이렇게 등떠밀려서 집을 나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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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이라기에 문득 서화담 선생이 떠올랐다. 일테면 수목원인 셈이었던가 싶다. 스키장도 있고, 리조트도 있고, 겸해서 산책길 삼아 만들어 놓은 휴식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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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인터체인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서 교통도 편리한 곳이다. 곤지암은 광주시 도척면이란다. 도척이라면 공자를 애먹였다는 《장자》의 「도척(盜跖」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도척이 떠오르니까 또 도천(盜泉)도 덩달아 떠오른다.

공자가 길을 가다가 목이 말라서 우물물을 떠먹으려고 바가지로 물을 뜨다가 물었더란다.

공자 : 여보시오. 이 우물의 이름이 뭐요?
주민 : 뭐긴, 도천이지라우.
공자 : 도천? 무슨 뜻이오?
주민 : 도둑우물이라는 뜻이지 뭐겠소~!

수명도천(水名盜泉), 공자불음(孔子不飮), 추기성야(醜其聲也)


행위는 말을 할 것도 없고, 이름조차도 불길하면 취하지 않았다는 꼬장꼬장함의 절개가 드러나는 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다. 물론 노자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어쨌을까....?

노자 : 아, 목이 마른데 마침 시원한 물이 있구나. 
주민 : 이 물은 도천이라 공자도 안 마시고 지나갔다던디유?
노자 : 저런~! 멍청한 인간이 있나. 허허허~!
주민 : 절개를 지켜야 타의 모범이 된다는 디요?
노자 : 원 빌어먹을 말라깽이같은 소릴~!
주민 : 공자는 대성인이라던디요?
노자 : 그딴 것은 모르겠고, 벌컥벌컥~ 와~ 시원하구나~!
주민 : 영감은 뉘시우?
노자 : 나는 무명객이올시다. 허허허~~!!

아마도 그랬지 싶다.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노자에게는 도천(盜泉)이든 살천(殺泉)이든, 불효천(不孝泉)이든 모두가 같은 물일 뿐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화담숲에 도착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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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 데려다 주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단다.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하니까 그리 오래지 않아서 버스를 탈 수가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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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 도착하니까 1인에 1만원이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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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작정하고 나왔으니 구경은 잘 해야지. 표를 산다고 간 사람들이 잠시 후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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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열 명이라서 표도 열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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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을 다 한 다음에서야 도움이 되는 안내도이지만, 그래도 입구에서 한 장 찍어 둔다. 처음에는 봐야 무슨 의미인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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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랬구나.

화담이 화담(花潭)이 아니고, 화담(和談)이었던 이유가 숲을 만든 사람의 아호를 따서 그렇게 붙였다는 말이었군. 그려, 낭월이 꽃동산을 만들면 낭월숲이라고 만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름 석자를 남기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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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있었고, 걷기에 부담스러운 관광객에게는 매우 고마운 시설이라고 해도 되지 싶었다. 이것을 타고 한 바퀴 돌면 되겠네. 이제 꾀만 남아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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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무렴 워뗘~~!!

걸어서 돌아도, 화담 숲이고,

모노레일을 타고 돌아도 화담 숲인디. 안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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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녹음도 아직은 보기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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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만들어 놓은 인공폭포도 시원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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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흘러서 모인 곳에는 연못이 하나 있고, 잉어와 원앙의 놀이터가 되어 있는 것도 풍경이 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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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목이 마르던 일행은 잠시 쉬어가자고 번지없는 주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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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옆에는 주막이 하나 있어서 간단히 요기를 할 수가 있는 공간을 마련해 뒀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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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쉬고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미 시간은 1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는 낭월의 목적지로 향한다고 안내를 했다. 모두들 곤지암은 절인가 싶었더란다. 그래서 곤지암에 와서 곤지암을 보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레발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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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은 읍내의 초등학교 옆에 있었다. 명색이 읍의 이름이 곤지암읍이고, 고속도로 출입로도 곤지암이라면 그 바위는 위세가 당당하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상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 정도의 생각은 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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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카메라와 배터리 여분을 챙겨넣고 부리나케 달려 갔다. 이미 시간이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날씨도 흐려서 빛은 부족했지만 아직은 서두르면 사진 몇 장은 담을 수가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줄은 몰랐다. 순간, 속은 기분이 든 것은 낭월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얘게~~~~!!!

이게 곤지암이야? 이게 곤지바위야? 뭐가 잘못 된 거 아녀?

일행들도 생각보다 보잘 것이 없는 풍경 앞에서 헛바람이 나는 모양이었다. 진주의 촉석루 바위까지는 아니라도, 그래 이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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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부러 곤지암을 보러 왔더라면 좀 섭섭할 뻔 했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제1의 목적지가 화담숲이었기 때문에 여기는 부록 정도로 여기면 될 곳이라서 그런대로 위로는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속은 듯한 느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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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설명서는 잘 되어 있었다. 아니, 설명서만 잘 되어 있었다. 주변의 오토바이 집과 올망졸망한 마을의 풍경들은 전혀 곤지암의 이름값을 고려하지 않고 모여서 살아가는 모습들을 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엇? 신립(申砬) 장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다. 임진왜란의 패장이었구나. 쯧쯧~ 장군이 자살을 하다니 이게 무슨 망쪼인고..... 여하튼 이 바위가 쪼개진 이유가 신립장군으로 인해서라고? 그렇다면 신립장군도 뵈러 가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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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뚫고 뿌리를 뻗은 향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바위틈에서 아둥바둥 살아있으니 그나마 바람에 넘어질세라 지지대를 세워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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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상황에 어울리는 오행은?
【답】목극금.

죽은 바위보다 산 나무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는 오행을 공부하는 학인에게 하나의 공부꺼리는 되지 싶다. 그게 전부인 것이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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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도 힘들지만 향나무도 무척이나 고달퍼 보인다.

삶의 여정이 이렇게 힘들구나. 나무의 팔자도 참 안타깝다. 맨땅에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이 버티고 하늘을 향해서 우뚝하니 서 있어야 할 자태이건만, 이렇게 뿌리도 숨기지 못하고 비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이라니....

에라, 더 볼 것도 없으니 그만 신립장군이나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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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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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거기에서 거기이다. 불과 5분 정도? 가까워서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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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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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공 재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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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친절한 안내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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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야생 철쭉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어려서 교육을 받았던 꽃이다. 이건 따먹으면 죽는다고, 참꽃인 줄 알고 잘못해서 따먹으면 죽는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던 꽃이다. 철쭉에는 독소가 있어서 이것으로 진달래 주에 섞어서 담은 술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죽기도 한다지. 참 무서운 꽃이로다.

경상도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했다. 진달래가 참진(眞)이라면 틀린 말은 아닐성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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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달래는 먹어도 철쭉은 절대로 먹지 않았다. 그래서 맛을 모른다. 또 일명 개진달래라고 했지 싶기도 하다. 이건 좀 아리송하다. 연달래라고도 했지 싶다. 진달래보다 색이 연하다고 붙여진 이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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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떡갈잎에 살포시 내려앉은 한 송이가 눈길을 끈다. 언덕길을 오르다가 잠시 멈추고 낙화(落花)에 눈길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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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묘역에 다달으니, 마침 새로 단장한 산소 여러 기가 나그네를 반긴다. 이것은 생각했던 그림이 아니다. 산소를 새로 꾸민 모양인데, 황금빛 잔디를 생각했다가 생뚱맞은 환영식에 얼떨떨~한 느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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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모셔진 산소의 중간에 신립 장군 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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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크게 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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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에는, 생전의 누렸던 관직이 기일게~ 쓰여져 있고, 옆에 부인 전주최씨도 같이 모셨다고 해 놨으니 합장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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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니, 그 뒤에는 아들의 묘이고, 또 그 뒤에는 손자의 묘라고 한다. 이 산소들은 아래에서부터 써올라 간 특이한 경우라고 하네. 이런 말을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는데, 보통은 위에서부터 내려서 쓰지만, 퉁소혈은 구멍을 아래부터 막아야 하므로 그렇게 쓴다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물론 진위여부는 모를 일이다.

곤지암에 써놓은 전설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한 자락 전한다고 한다.

장군의 시신을 건져서 묘를 쓰려고 옮겼는데, 이 자리가 쥐의 혈이더란다. 그래서 그냥 쓸 수가 없는 것은 곤지암이 고양이 형상이라서였단다. 고양이 바위라고도 했다는 것은 곤지암에서 봤으니 연관이 있지 싶다.

그래서 탄식을 하니까 그날 밤에 뇌성벽력이 일어나면서 고양이 바위가 두동강이 나버렸고, 그 여파로 주변이 패여서 큰 웅덩이가 생겼고, 그래서 곤지(昆池)라는 못의 이름이 붙게 되어서 바위 이름도 곤지암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고양이 바위가 두 동강이가 난 다음에서야 비로소 이 자리에 장군을 모실 수가 있었더란다. 주변의 여러 정황을 봤을 적에 그냥 꾸며놓은 이야기라는 것을 담박에 알아 챌 수가 있겠다. 왜냐하면, 앞산이 고양이 산도 아니고, 보이지도 않는 조막만한 바위돌 하나를 무슨..... 그래서 그냥 웃었다.

그런데, 곤지(昆池)는 중국 운남성의 곤명(昆明)에 있는 곤명호수를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천자문(千字文)에 나오는 내용이란다.

곤지갈석(昆池碣石) 거야동정(鉅野洞庭)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것은,
운남의 곤명지와 산해관의 갈석산,
산동의 거야습지, 호남의 동정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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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봐야 할 명승지를 소개한 대목에서 나오는데 이렇게 큰 곤명호의 이름을 여기에 붙여놓다니, 첨 넌센스라고 해야 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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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곤명호이다. 이곳을 천자문에서 곤지(昆池)라고 했는데, 곤지암의 곤지에 이러한 뜻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더 많이 속은 느낌이 또 추가된다. ㅎㅎㅎ

여하튼, 이렇게 해서 곤지암에 대한 뜻은 정확하게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나들이에 대한 품값은 된다고 위로를 하고 귀갓길을 서두른다.

그런데 곤지암에는 도자기 박물관이 유명하다는 일행 중의 한 사람 말을 듣고 잠시 둘러 봤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렸다 간들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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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멋지게 지어 놨다.

안에 들어가니까 표를 구입하라는데, 시간이 1시간도 남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주변만 둘러보는 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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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