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낭월산

작성일
2017-10-08 06:28
조회
2268

빗속의 낭월산(朗月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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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낭월산을 찾아가 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계룡산에서도....

연지님이 가봐야 비만 올텐데 내일 가는 것이 좋지 않게느냐는 건의도....

그냥 못들은 채로 하고 나섰다.

그건 물론 믿는데가 있었다.

일기표시에서 오후에는 장성 쪽에 햇살이 나오는 것으로 되어있어서였다.

뭐든 자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ㅎㅎㅎ

아마도...

벗님도 생소한 산 이름일 것이다. 낭월산? 그게 어디 있는 겨?

맞다. 낭월도 이것을 겨우 엇그제 알게 되었으니까.

나바위 성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망금정(望錦亭)을 보고서

금강이 하도 길다 보니까.

금강의 총 길이는 394.76km이다. 대략 400km로 보면 되겠다.

천리 금강길이다.

그래서 그 중간 어딘가에는 또 하나의 망금정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검색을 하게 되었는데....

전혀 뜻박의 세 글자를 접하게 되었던 것이 단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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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장성의 망금정은 금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단지 하경규 선생이 자신의 고향인 나주 금성(錦城)을 그리워하면서 지은 정자의 이름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또한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을.

 

1. 낭월산을 찾아라


폭풍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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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을 치자, 낭월명리학당이 짜잔~! 하고 나타난다. 물론 이것은 관심이 없고.

여섯 번째로 낭월산이 끼여 있다. 다시 낭월산을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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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장성군 삼계면에 있는 산이란다. 어디 무슨 유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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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반갑네~! 실제로 그런 곳이 있었구나... 그럼 가봐야지....

단지 이름이 낭월의 호와 같다는 이유 만으로도 찾아 가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사실 금강대학교가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것도 따지고 보면, 천태종의 종조인 상월조사(上月祖師)와 같은 이름인 상월면(上月面)이라는 이유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은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곳에서 비롯되어서 걷잡을 수가 없이 커지기도 하는 것이다. 원래 나비의 날갯짓에서 태풍이 만들어지는 것과 이치는 하나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모습이고, 삶의 여정이려니 싶다. 일단 맘을 냈으니 찾아가 봐야지. 그래서 출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2. 낭월산 가는 길


지도를 검색해서 길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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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남으로 가면 된다. 장성에서 빠지는 여정이로군. 155.9km. 두어 시간의 거리 밖에 안 된다. 가다가 보면 날도 들 것이고, 그러면 저녁에 달을 봐야 한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낭월산에 뜬 밝은 달을 봐야만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낭월산(朗月山)에 걸맞는 이름인 까닭이다.

오늘(출발일)은 음력 8월 17일이다. 약간 이지러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8월의 보름달이 비춰줄 것이니 낭랑한 달빛이 낭월산에 흩뿌려 지는 상상을 하려니까 한 달을 더 기다린다는 것이 지루하기만 할 것이기에 일기예보만 믿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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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도 하기 전에 이슬비가 내리더니 계속해서 그 장단이다. 그래도 괜찮다. 낭월산을 가잖는가. 그리고 오후에는 날이 갠다고 했단 말이지. 꿍시렁대는 연지님의 매우 이성적인 말씀은 귀뚜껑을 닫았다. 일단 출발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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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는 길을 계속 달렸다. 그리고 군데군데는 비가 멎고 옅은 구름 사이로 하늘이 살짝 보이기도 했다. 그래 일기예보를 믿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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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 휴게소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 샀다. 상행선의 도로는 차들이 적지 않았다. 여전히 추석의 여파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하행선은 여유로웠다. 휴게소에 차는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로가 정체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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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신나서 흥얼대는 걸 본 연지님은 이미 포기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빗속에서도 열심히 운전하니 또한 얼마나 고맙던지. 정읍을 지나고 있는 것은 이내 장성이라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 오래지 않아서 가산서원에 도착했다. 낭월산 주변을 검색해 보니까 사찰은 없고, 서원이 한 군데 있어서 우선 들려보기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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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가산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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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복 선생이 계시다고 해서 인사나 드리고 가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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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가 되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월장샷으로 현판만 한 장 얻는 수밖에 없었다. 월장(越墻)샷은 첨 들어 본다고? 별것 아니다. 담장 너머로 손을 뻗여서 셔터를 누렀다는 것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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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당을 봤으면 되었다. 어차피 앞 문은 열어둔 곳도 사당은 잠궈놓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쉬울 것도 없고, 또 여기가 목적지도 아니니까 이 정도라도 둘러봤더는 것은 열심히 살았다는 선현에 대한 예의를 다 한 것으로 때우면 되는 것이다.

가자~! 낭월산으로~!

낭월산

네이버지도와 다음지도의 차이점이다. 다음지도에서는 이렇게 낭월산이라는 이름이 떡~! 하니 나오는데, 네이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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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네이버지도는 화살표만 나오고 이름은 없다. 이런 면에서는 좀 쌀쌀맞다고 해야 할까? 말하자면 쪼매~! 서운하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지도를 검색할 적에는 세 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참에 알려 드린다. 네이버지도, 다음지도, 구글지도이다. 그 외에는 아직... 더 필요한 것은 모르겠지만 이 세 지도는 서로 보완하는 용도로 쓸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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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낭월산에서 가장 가까워보이는 저수지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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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는 낭월산의 반영을 담아 볼 요량이었다. 낭월산의 동쪽에 조그만 저수지가 있다는 지도의 표시만 믿고 1차 목적지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그 자리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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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저수지이고,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낭월산이다. 원래 188m의 크지 않은 산이니까 일반인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산이다. 그러니 빼어난 풍경이 있을 것이라고는 1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마음에 의미가 있었을 뿐인 까닭이다.

안개 속에 나름 예쁜(낭월 생각이니깐) 산의 모습이 괜찮았다. 그리고 여기에 겹쳐서 떠오르는 영상은 단풍이 가득한 풍경이 저수지에 반영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앞에 있는 작은 산이 한 몫을 하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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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벼가 익어서 누렇다.  이것은 가을의 풍경을 말해주고 있으니 함께 담아야 한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낭월산과 저수지와 황금의 벼논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고 호들갑을 떤다. 혼자서. 연지님은? 차에서 쉬고 계신단다. 하긴... 둘러봐야 볼 것도 없고.... 장가계나 계림 같으면 몰라도 저딴.... 흔해빠진... 아마도 그러셨을 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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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구글지도의 신세를 지는 것이다. 타임라인에 돌아다닌 흔적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원을 그리고 있다. 낭월산을 한바퀴 돌았다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입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서였다. 어딘가에 '낭월산 가는 길'이라고 써있는 입구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랬던 것인데.... 결국은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최대한 근접한 곳까지 길이 나 있는 곳을 찾는 수밖에. 그래서 홍정사슴주말농장이라는 이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다가 보면 어딘가에 힌트가 있겠지... 싶은 것은 이미 짜드라 돌아다녀 본 경력의 소산이었다. 그리고 더 작은 저수지가 있는 곳까지 가니 차는 더 갈 수가 없었다.

 

두부집

저수지 옆에 장독이 많이 보인다. '손두부'라는 간판을 입구에서 본 것 같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날씨도 쌀랑하니까 순두부도 좋겠다고 합의를 보고는 간판도 없는 허름한 비닐하우스 옆에 차를 댔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여 오란다. 이렇게 해 놓고 영업하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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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김치, 그리고 에너지충전액을 주문하고, 인증샷을 남겼다. 한쪽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또 한쪽에서는 고스톱판이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시로 흘끔흘끔 넘겨다 보는 것은, 이 빗속에 사진기 들고 다니는 놈이 성한 놈인가... 싶었던 모양이다. 잘 보셨다.성한 놈이 이러고 댕기겠느냔 말이지. 주인장에게 빤한 질문을 던졌다.

낭월 : 근데, 이 산은 이름이 뭐라고 합니까?
주인 : 아, 이 산의 이름은 낭월산이라고 하지라우.
낭월 : 낭월산이라고요...?
주인 : 맞지라~! 랑이요 랑.

특별히 콕 짚어서 '낭(朗)'을 잘못 알아 들었을까봐 '랑(朗)'이라고 강조하는 소리가 귓가에 달콤하게 들렸다. 이때 명함이라도 꺼내 놓고 수다를 떨어도 될 것 같았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책이라도 좀 읽었을 것 같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의미있는 인연이 될 것도 같았지만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진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글물의 티가 안 보여서... ㅋㅋㅋ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명함을 전해 본 적이 없는 소심하고 여린 낭월이잖은가. 이런 분위기에서 괜히 마음에도 없는 부산을 피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묵묵히 고단백의 두부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길을 물었다.

낭월 : 그런데...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있을까요?
주인 : 그라제요. 욜로 올라가면 길이 쪼까이 나 있을끼라우.
낭월 : 추석때문에 벌초길이라도 나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주인 : 맞지라우, 근디.... 비가 와서.....
낭월 : 그러게요. 지나는 길에 들려보려고 왔는데 비가 오네요.
주인 : 비가 와도 사진을 찍는다요?
낭월 : 그냥 온 김에 조금 올라가 볼까 하고요. 하하~!
주인 : 그래보시쇼. 길은 나있싱게요. 허허허~!
낭월 : 중간에 낭월산 표시 같은 것도 있을까요?
주인 : 그러지라~! 잔디밭이 있는디도 있꼬... 군에서 해 놨싱게라~!
연지 : 위험하지 않을까요?
낭월 : 위험흔 뭘, 설마 돼지야 나올라고.
연지 : 왜 돼지가 없겠어요?
주인 : 아, 되야지는 엄찌라~!
낭월 : 그봐. 걱정 할 것 없다니깐.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지나고 난 다음에 생각해 보니까. 그 주인장의 표정에서 표시에 대한 신뢰감이 다소 없음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올라가는 내내 낭월산에 대해서는 그만두고,  그 흔한 '○○산악회'의 천 쪼가리도 하나 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산꾼들에게는 전혀 관심꺼리가 되지 못한 낭월산이었던 모양이다.

그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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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보이던 길이...

점....점.... 희미...해 지더니.....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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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길은 그렇다.

처음에는 대로에서, 소로로, 소로에서 오솔길로, 오솔길에서 노루길로, 그리고는... 그나마도 사라져버리는 것이 길이다. 이쯤에서 길을 찾는 사람은 방황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좌로? 우로? 뒤로? 차라리 되돌아 가야 하나.... 이런 생각 열 번 이상 해보지 않은 벗님은 낭월학당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다.

삶의 길은 이렇게 길을 찾아야 하는 여정인 까닭이다. 낭월이 낭월산을 누비면서 이런 얄궂은 생각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혼자 웃었다. 연지님은 앞서 가다가 자꾸만 의심쩍은지 뒤돌아다 본다.

왜 연약한 여인을 앞장세우느냐고 하실 벗님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건 서양에서는 기본 중에 왕기본이잖은가? '레이디포스트' 말이다. 물론 레이디포스트에서는 총잡이들이 앞에 나오는 사람을 향해서 쏴대기 때문에 총알받이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근거없는 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낭월은 그 말은 믿지 않는다. 남자들을 뭘로 보고~!

다만, 낭월이 연지님을 앞에 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뒤에 따라오다가 여우가 물어가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보지 못했는가. 람보를 봐도 딱 숨어 있다가 맨 뒤에 가는 놈부터처치하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항상 외진 곳에서는 앞에 새운다. 넓은 길에서는 옆에 두고 앞이 소란할 적에만 뒤를 따르게 한다. 내 여자는 내가 지켜야지 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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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길에서 토끼길로 바뀌더니 아예 사라져 버렸다. 돼지가 없다는 확인은 받았지만 구름이 잔뜩 낀 낯선 산에서 길을 잃는 것이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연지님도 촌년이라서 웬만한 산길은 끄떡도 안 하시는데..... 자꾸 돌아다 본다. '괜찮겠냐?'는 뜻이겠거니.... 에고, 난들 아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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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은 위치를 보면 그 사진이 찍은 자리를 알려주는 어플이다.

그나저나 등산로가 어디에 보였는데... 다음에서 봤던가.... 다음의 위성지도를 켜봐야 겠구나. 그리고는 폰을 열어서 잠시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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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연지님을 안심시켰다.

낭월 : 어, 조금만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오네. 
연지 : 그래? 산을 보니 그럴 것 같기는 하네.

그렇게 해서 또 힘을 보태어 조금 더 올라가니 노루길이 나타났다. 참고로 노루가 지나가는 것을 봐서 노루길은 아니다. 그냥 길 비시무리하면 노루길이고, 뭔가 길 같기는 한데 미심쩍으면 토끼길이다. 그나마도 없으면 이제 길을 잃은 것이 확실한 셈이다. 그러니 실로(失路)의 방랑자에게 노루길은 희망의 등대불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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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 7분 전에는 길 아래에 있던 빨간 점이 이제 길 위에 놓였다. 아니, 길 위가 아니라 길의 오른쪽에 놓였있다. 이것이 현재 위치이다. 분명히 노루길인데 빨간 점은 그 위치를 벗어나 있다. 그러니까 위성정보도 그냥 위성정보일 뿐이라는 이야기이니 이것만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는 가이드일 뿐. 그것이 정답은 아니란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다 믿지 말란 말이오. 낭월도 가이드일 뿐이란 것을~!"

가끔은 '낭월스님만 믿고 간다'는 사람을 만났을 적에 해 주는 겸손을 가장한 면피용 발언이다. 난들 내가 가는 길이 확실하고 안전한 100%의 길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냔 말이다. 99%는 맞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1%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문을 닫으면 안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자의 마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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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하느라고 길을 냈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은 지도를 눈여겨 봐 뒀던 까닭이다. 정상 부근에 허옇게 보인다는 것은 산소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소가 있다면 당연히 자손이 있을 것이고, 자손이 있으면 추석에 벌초를 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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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은 약간 경사가 있었지만 그 정도였다. 산길이 그럼 그 정도의 경사도 없겠느냔 생각을 할 만큼 대단할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낭월산의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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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시는 라이트룸에서 불러온 GPS정보를 사진에 넣은 결과물이다. 어느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표시하는데 유용해서 이번에도 켜고 돌아다녔더니 이렇게 어디에서 무슨 사진을 몇 장 찍었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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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예상한 대로였다. 예쁘게 단장한 산소 3기가 자리잡고 있어 나그네를 반긴다. 말끔히 단장한 것을 보니 자손의 정성이 아직도 잘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겠다. 비록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산에서 그 정도는 '산행지상사(山行之常事)'일 뿐이다.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상에는 간단한 육각정 정도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조차 안 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과연 관광지가 아닌 낭월산은 이렇게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길이 있고, 산소가 있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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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가 싶어진 산소 뒤쪽을 넘겨다 보니 낭떠러지처럼 가파르다. 필시 그쪽은 북쪽이겠군. 지형만 봐도 웬만해서는 남북 정도는 읽는다. 가파른 쪽은 북이고 완만한 쪽은 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의 99% 통용되는 것이니 참고해도 큰 낭패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낭월산에 올랐노라, 보았노라, 하산하노라의 순서이다.

하산은 반대쪽 길로 계속 가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봤지만 길을 잃은 곳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반대편으로 가면 제대로 된 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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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는 영지가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너무 어려서 먹을 것도 없지 싶어서 다음에 찾는 이를 위해서 양보 했다. 그보다는 조금조금 내려가면서 점점 올라온 길의 각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이 약간 걱정스러운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지님이 앞서 가다가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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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와?
연지 : 이대로 가면 너무 돌잖아?
낭월 : 그렇긴 한데.....
연지 : 왼쪽으로 가야 올라온 곳과 만날 것 같애.
낭월 : 그렇긴 한데.....
연지 : 근데 왜요?
낭월 : 길이 아닌 곳을 헤매다가.... 고생할까봐 그러지.
연지 : 그럼 그냥 자꾸만 가요?
낭월 : 어차피 낭월산은 작으니까 돌아봐야 뭐 얼마나 되겠어...
연지 : 그래도 자꾸만 벗어나고 있어서....
낭월 : 일단 큰길로 나간 다음에 생각하는게 좋겠어.
연지 : 그래요?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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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면서 계속 앞장 서고 있었다. 그래서 그 길로 향해서만 계속 내려 갔다. 이런 장면에서는 흡사 심산유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밖에서 보기보다 다르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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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내려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적에 숲속으로 작은 밭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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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었던 「낭월산 가는 길」이 떡 하니~!

그래서 또 반가웠다. 숲과 비만 만났던 길에 문자를 만난다는 것의 안도감과 고생은 다 했다는 여유로움이 반가움을 만들어 냈나 보다. 자,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차가 있는 그 저수지 위의 두부집을 찾아가야 하는 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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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머리에서 잠시 내려 온 뒤를 돌아다 봤다. 막상 내려오고 나서 보니 산날맹이는 나즈막하게 보일 따름이다. 여하튼....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하고 사진에 기록된 시간을 보니까, 1시 48분에 두부집에서 나왔고, 지금 시간이 2시 46분이면, 딱 1시간 걸었구나. 뭐 얼마 안 걸렸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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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내려오니 단감이 주렁주렁~! 순간 손이 나가려다가 멈칫했다. 옛날에는 하나 따 먹어도 서로 웃고 말지만 지금은 다르다. 잘못하면 절도죄로 파출소로 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산을 무사히 내려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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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으로 표시 된 것이 걸어 온 여정이다. 두부집이 있는 저수지에서 뽀죡한 것은 정상이었을 게고, 올라가다가 뺑뺑이를 돈 곳은 길을 잃어서 한 바퀴 돌았다는 흔적이겠군 이렇게 다 나온다. 그리고 도착지점의 큰 길에는 '랑월산주유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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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썼군 랑월산주유소가 맞지 그래. ㅎㅎㅎ 그 주인장도 낭월 만큼이나 꼬장꼬장한 양반일 것으로 짐작해 본다. 그러나까 낭월도 두음법칙이 아니면 랑월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랑월, 랑월, 어감이 좋지 않으냔 말이지. 혀끝으로 입천장을 한 번 툭 치고 '랑월'이란 말이지. 근데 두음이 그것을 막아버리고는 그냥 혀끝으로 윗니를 치면서 '낭월'이라고 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어쨌던, 이제부터는 큰 길을 걸어서 차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길은 지도를 봐서 빤한데, 그 빤한 길을 간다는 것이 좀 지루할 따름이다. 지나가는 택시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터벅터벅 걸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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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걸었다. 다시 출발지인 두부집이 있는 곳으로 와서야 산행을 마무리 할 수가 있었으니 시간은 대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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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30분이다. 그러니까 총 두어 시간의 산행이었던 셈이로군. 하루의 운동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해도 되지 싶다. 더구나 이슬비까지 끊임없이 내려 줘서 덥지도 않았으니 이것은 하늘이 도와준 셈이다. 다시 차를 타고 함동저수지로 향했다. 행여라도 저녁에 구름이 벗어지고 달이 뜬다면 낭월산을 배경으로 달을 찍고, 그 달이 다시 호수에 반영으로 나타나는 풍경은 그곳이 딱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지도에는 함동저수지이고, 네이버지도에는 수양저수지이다. 전혀 다른 두 이름을 공유하고 있는 저수지란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름은 아무래도 좋았다. 하긴 낭월산도 산 이름 때문에 찾게 되었으니 또한 이름에 매여서 벌인 하루의 나들이 길이었던 셈이군. 뭐 사는게 다 그렇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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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수지라기에는 규모가 꽤 큰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서 낭월산의 맞은 편으로 갔다. 그리고 안개 속의 낭월산을 바라보니 그 풍경이 오히려 더 편안했다. 왠지 오래 전부터 그렇게 봐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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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가 호수로 보이는 것은 저수지가 크기도 했지만 렌즈의 장난이기도 하다. 여하튼 저 멀리 보이는 아담한 산이 낭월산이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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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mm로 당겨보니 짙푸른 산색이 싱싱하다. 단풍이 들면 또 다른 풍경이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미 오늘 저녁의 달은 포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9월 보름날을 예약하고 있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달에 단풍이 든 낭월산을 한 번 더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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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옆에 갈대가 잔뜩 피어 있었다. 이것을 본 순간. 어느 벗이 화투의 그림을 사진으로 만든다고 일을 벌인 것이 생각났다. 어? 이것이야말로 팔공에 쓰여야 할 갈대숲이 되겠는걸. 팔광의 검은 부분은 산이 아니라 갈대밭이었다는 것을 낭월한담721화에서 이미 알게 된 사연이었다. 그래 재능기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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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세로로 찍어야 하겠군. 화투가 세로로 되어 있으니깐.

 

3. 다시 한 달 후를 기약하고서....


다음 달에 다시 와서 달밤에 달과 함께 찍을 수가 있으면 그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은 이미 한 달 후로 가 있다는 생각에 혼자 열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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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데 수상스키를 타고 노는 사람이 있어서 한 풍경 담았다. 이것이 오늘의 낭월산 나들이의 마지막 샷이다. 그리고는 다시 달이 밝는 날에 오기로 하고 아쉬운 걸음을 돌렸다. 이제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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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자신의 꼴을 내려다 봤다. 그럴싸 하다. 빗속의 산길을 누비고 다닌 꼬라지가 분명하다. 이것도 나중에는 또 재미있는 기억으로 장식이 될 터이다. 그나저나 연지님은 이제 올라갈 길이 걱정이다. 도로의 상황을 내려오는 길에 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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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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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할 수 있는 악조건은 다 갖춰진 호남고속도로였다. 그래도 재롱을 피워야 한다. 트로트 곡으로 연속편을 켜 드리는 겨. 유튜브 뒤져서 광고 없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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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짜리 음악을 켜 드리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짜증나는 도로를 잊으시도록 배려 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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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거나 말거나....

길은 줄면 줄었지 늘어나진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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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꿈지럭거리면서도 차는 움직여서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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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냐? 빗속의 무지개 기둥이라니~!

낭월산 나들이에 수고 했다고?

고맙고 말고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