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2017⑥ 장백 폭포

작성일
2017-07-0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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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2017⑥ 장백(長白) 폭포(瀑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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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에서 너무나 편안하게 천지를 만나게 되어서 행복한 우리 일행은 천천히 쉬면서 준비 해 간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움직였다. 그 말은 하산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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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흰 구름을 벗삼아서 올랐던 길을 다시 되돌아 오는 여정은 상쾌하기만 했다. 잔뜩 챙겼던 겨울옷은 꺼낼 필요도 없었으니 들고 간 의미가 없었지만, 관리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오늘의 날씨는 아주, 흔하지 않은, 매우 특별한 날이란다. 엇그제만 해도 추웠더란다. 도대체 하늘이 도우려면 이 정도는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우쭐할 만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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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를 탔던 자리에 내려서 숲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장백폭포로 가는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지의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다. 그래서 여정에서 거의 대부분 거쳐가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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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로 가는 차를 타는 곳으로 잠깐 걷는 도중에 사슴을 만났다. 꽃사슴이다. 자작나무 숲에서 만나는 사슴이라서 더욱 이채롭다. 귀때기에 번호표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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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번, 중천건(重天乾)5효
비룡재천(飛龍在天)이다.

대길상(大吉祥)~!!

그게 뭔 씬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그냥 낭월이 혼자서 노는 방법이다. ㅋㅋㅋ

사진을 찍으라고 얼굴을 보여줘서 고마웠다. 더 가까이 왔으면 좋으련만 바닥에 먹을 것이 없으니 그 녀석도 올 턱이 없지 싶었다. 다행히 240mm의 망원이 위력을 발휘해서 그럴싸 하게 담을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꽃사슴이지 않느냔 말이다. 아마도 폰으로 찍은 사진이라면 그야말로 사슴인지 노루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 않을까 싶다.

24-240mm는 여행렌즈로 손색이 없다. 배율이 좋은 데다가 무게도 780g이다. 기능대비 무게가 가벼운 것도 큰 공덕이다. 그로 인한 화질의 손실은 얼마든지 감당을 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기왕이면 300mm까지 당길 수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즐기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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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탑승구는 폭포(瀑布), 소천지(小天池), 녹연담(綠淵潭)으로 가는 코스이다. 여행객이 얼마 없다. 그러고 보면 모든 북파 여행객들이 폭포를 들리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대부분은 그냥 귀가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패키지로 움직인다면 일정표에 따라서 시간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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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소천지나 녹연담은 천지를 보지 못한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천지대신 소천지인 셈이다. 물론 우리 일행은 너무도 멋진 감동에 젖었기 때문에 그러한 곳에서 허비할 시간은 없었다. 대천지를 본 관점으로의 소천지는 초라할 따름인 까닭이다. 그래서 폭포만 보기로 한 것이다. 오호~! 이런 여유로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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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입구까지는 금방이었다. 불과 10여분만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약간 걸으면 된다. 이내 폭포광장에 도착해서 새로운 풍경의 길로 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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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폭포(長白瀑布)는 1000미(米)란다. 미터(m)를 중국에서는 쌀미(米)로 표시한다. 참고로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는 킬로미터(km)는 공리(公里)라고 한다. 그러니까 1000米는 1公里가 되는 셈이다. 그럼 센티미터(cm)는? 그것은 리미(厘米)로 표시한다. 내친 김에 밀리미터(mm)는 호미(毫米)라고 한다.

그래서 온천광장까지는 400미터라는 이야기가 된다. 옆에는 친절하게도 계단이 비교적 많으니 안전에 주의하시라는 표지까지 서 있다. 항상 안전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서 아무리 강요해도 부족하지 않은 문제이다. 놀러 와서 사고를 당한다면 그것보다 억울할 일이 어디 있겠느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전 안전 또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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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 온천이란다. 그려 백두산이 화산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에서도 실감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산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에 온천이 많이 있지만 장백산온천은 제대로 화산지대의 온천인가 보다. 바쁠 일도 없으니 안내문이나 읽어보면서 가자.

장백산 온천의 수온은 83도에 도달한다.
온천수에는 유황 화합물과 수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인체에 필요한 많은 종류의 미량 원소와
광물질이 있으니 예를 들어  리튬(리), 스트론튬(송),
아연(亞鉛-자), 요오드(전), 메타규산(편와산偏酸),
메타붕산(편붕산偏硼酸), 라돈(동
氡) 등이다.


온천수는 발바닥의 혈액순환을 도와서
발의 체온을 높여주고, 신경계통의 흥분성을 개선한다.
또한 발의 경련()을 경감시키므로,
장시간의 등산이나 운동 후에 다리와 발의 근육통을 완화한다.
능히 경락을 활성화시켜줘서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에고~! 후회막급이다. 그냥 지나쳐 버릴 것을. 괜히 풀어보다가 멀미나게 생겼다. 이렇게 어려운 한자들이 튀어나올 줄은 미쳐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부삼아서 살펴보는 것이지만 언제 써먹을 지도 모르는,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이는, 그야말로 알쓸신잡이 아니라 알쓸복잡에 추가해 놓는 셈이 되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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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온천수란 이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옥수수랑 계란을 삶아서 관광객에게 팔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 발을 담글 상황은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그렇지만 발을 담글 곳은 바로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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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이끼가 가득한 저 물이 바로 장백산 온천이란 말이다. 풀이를 한 것이 억울해서라도 발을 담가볼까 싶었는데, 막상 가까이 가 보니까 발을 담그게 생기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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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담그라는 표지판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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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담그는 못이고, 수온은 42도라고 적어놓은 곳에서 감히 발을 담글 강심장은 되지 못하는 낭월이다. 그래서 그냥 손만 담가 보고는 폭포를 향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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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이 여행준비를 하면서 조사한 정보만 봐서는 호텔 근처 어디에 있는 것이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장백폭포로 가는 길에 있을 줄이야. 그래서 인터넷의 정보는 늘 참고용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구체적으로 설명이 안 되어 있으니 미뤄서 짐작하다가 보면 오류가 일어나기 십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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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은 이름하여 취룡천(聚龍泉)이다. '용천수가 모여있는 우물'이라는 뜻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온천수가 솟아오르고 있는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구덩이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안내판을 읽기는 해야 하겠는데... 또 무지막지한 난자(難字)들이 튀어나올까봐 겁부터 난다. ㅋㅋㅋㅋ

취룡천
장백폭포의 북쪽으로 900m되는 곳에 위치하고
이도백하의 상류에 해당하는 하천계곡의 양쪽으로
넓이 1천평방미터 공간에 
47개의 물구멍에서는 하루 종일 쉬임 없이
지하로부터 바위틈사이로 온천수가 솟아나오는데,
크기는 서로 다르고 수온도 같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60도에서 82도 사이이니
온도가 높은 온천에 속한다.
온천수에는 각종의 유익한 원소와 광물질이 수십종 있으니,
온천수의 연구개발에 비교적 높은 가치가 있다.
온천에 목욕하고 계란을 삶아먹는 것도
장백산의 여행 중에 한 가지 특색이 된다.

휴~ 다행이다. 사전을 찾으러 가지 않아도 대충 해결이 되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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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요렇게 돌로 둘레를 만든 곳은 47개의 용출수 중에서도 비교적 큰 곳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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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로 색이 다른 것은 풍겨나오는 성분이 다른 까닭이려니 싶다. 문득 벳부에서 본 온천수가 떠오른다. 어디....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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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있군. 3월 15일에 찍은 사진이었구나. 이것은 취룡천의 온천수보다 농도가 훨씬 심하거나 수량이 많아서 색이 이렇게 보이는 것이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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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의 색으로 이끼가 자라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각종의 성분에 따라서 이끼의 색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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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천을 지나서 올라가다가 보면 공사를 하는 곳이 보인다. 포클레인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길을 닦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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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수년 전에 길이 무너져서 10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더란다. 그래서 그것을 복구하고 있는 모양인데, 주변의 풍경을 봐하니 사태가 날만도 하겠다. 깎아지른 벼랑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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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올라 왔나보다. 폭포는 200미터 남았단다. 그래 힘을 내어서 계속 올라 가보자. 그런데 어느 사이에 혼자가 되었음을 발견했다. 취룡천에 취해서 구경하는 사이에 다른 일행들은 어디로 흩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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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오르니 깔딱계단이 나타난다. 그리고 표지판 같지 않은 안내판이 나타나서 눈길을 줬다.

아름다운 풍경이 바로 앞에 있으니
친구여 힘을 조금만 더 내셔~!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는 것은 불행이다. ㅋㅋ 뭔가 힘든 일이 앞에 있을 적에 보게 되는 구절이기 때문이다. 여지없이 가파른 계단을 앞에 두고 그만 돌아갈까 말까 싶은 여행객에게 기운을 복돋아 주는 격려가 필요했다는 이야기이다. 그 아래에는 주의사항도 있다.

계단이 좀 미끄러우니
안전에 주의하시고~!

낭월학당에 나들이 하시는 벗님들 중에서는 한자에 밝으신 벗님이나, 중국어에 풍부한 지식을 갖고 계신 벗님도 많으신 줄은 알지만 그럼에도 가끔 튀어나오는 낯선 글자들로 인해서 답답하실까봐 약간의 서비스를 하는 낭월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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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쯤 올라가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화인 : 싸부님, 사진 찍어 줘요~!
낭월 : 어? 벌써 다녀 오는 겨?
화인 : 넵, 언니만 두고 와서 얼른 둘러보고 왔어요.
낭월 : 그랬구나. 착하기도 하지. 
호연 : 염려 마시고 천천히 다녀 오십시오.
낭월 : 그려, 그럼 먼저 들 가~

그렇게 사진도 찍어 주면서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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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앞이 화들짝~ 열리면서 장백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주라기 공원의 장면이 떠오른다. 멋지다. 천지에 가득한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다. 그리고 이 물은 이도백하로 흘러들어서 송화강을 이룬 다음에 결국은 두만강으로 흘러서 동해로 가는 것이다.

두만강(豆滿江)하면 떠오르는 강은? 그렇다 압록강(鴨綠江)이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동으로 흐르면 두만강이 되고, 서로 흐르면 압록강이 되는 까닭이다. 두만강의 발원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낭월의 생각에는 단연 천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백폭포를 보는 순간, 바로 그 두만강 푸른물이 떠올랐다. 산은 그 곳에 머무르고, 물은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른다. 이것이 산수(山水)이다. 하나는 정(靜)하고, 하나는 동(動)하니, 이것이 자연의 음양이다.

하늘은 정하고 땅은 동한다. 아니, 옛날에는 땅은 정하고 하늘이 동했지. 그것도 맞는 말이다. 내 기준으로는 상대가 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은 정하고 물은 동한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두만강이 떠오르고, 노젓는 뱃사공이 떠오르고, 동해바다가 떠오르고, 강릉의 경포대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모두는 하나로 꿰어지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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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폭포
천지의 물이 북쪽 편에서 넘쳐나온 다음에
계곡을 이루고 뿜어져 나오니
1250m를 쏟아져 내리는 그 아래에
낙차 68m의 폭포를 형성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유명한 장백폭포이며,
송화강의 원류이며, 동북의 최대 폭포이다.
폭포의 입구에는 거대한 바위가 있으니,
이름하여 견우가 건너는 것이니,
이로 인해서 폭포의 물이 두갈래로 갈라진다.
그래서 멀리에서 바라보면 두 가닥의 옥 허리띠가
위로부터 쏟아져 내려서 깊은 골짜기로 떨어진다.
그 물이 떨어지는 곳은 우뢰와 같은 소리가 진동을 하고
몇 장의 높이로 물보라를 일으키니 물방울이 흩어지는 것은
흡사 안개 같고, 구름 같고, 연기와 같은 기세이다.
사람들의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해주고
용기가 솟구치게 해 준다.
겨울이 되면, 장백폭포는 거대한 얼음절벽을 허공에 만들고,
뿜어대는 물방울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눈꽃을 만드니
과연 장관이라고 할만 하다.
청의 유건봉이 시를 지어 찬탄했다.

엇, 싯귀는 왜 풀이하지 않느냐고? 너무 어려워서이다. ㅋㅋㅋ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시거나, 능력이 되시면 글자는 분명히 보이니 나름대로 해석해서 낭월에게 메일로 보내 주시면 번역자의 이름을 넣어서 첨부할 요량이다. 때론 요렇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작전도 필요한 것임을 ㅋㅋㅋ

유건봉이라는 사람이 장백산 부근의 관리로 임명되어서 각종 설화를 모아서 설화집도 만들었다고 하니까 무척이나 산을 사랑한 사람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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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폭포를 중심으로 한 주변의 풍경은 자못 외계의 어느 별과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 오른쪽으로 흐끄무레하게 보이는 것은? 잘 보이지 않으면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줌으로 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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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디에서 본 듯 한 그림....

맞다~! 1박2일에서 봤나 보다. 터널로 만들어진 길을 올라가면.... 그 위에는 발을 손을 담글 수가 있는 천지가 나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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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저 길을 올라가면 천지가 나왔었는데.... 그럼 내친 김에 올라 가봐?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공사하는 것도 그 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겠군.

사실, 처음에는 홍박사가 이러한 계획을 세웠었다.

박사 : 북파에 갔다가 폭포로 갈 거예요.
낭월 : 그래? 감이 안 잡히니까 계속 하셔 봐.
박사 : 장백폭포에서 올라가면 천지예요.
낭월 : 천지는 북파에서 보는 것이 아니었나?
박사 : 북파에서는 바라보기만 하잖아요.
낭월 : 그럼?
박사 : 폭포 위로 올라가면 손을 담글 수가 있어요.
낭월 : 그래? 그럼 가봐야지.
박사 : 예정은 그렇지만, 길이 막히는 수가 있어요.
낭월 : 그렇다면 길이 열려 있길 바래야 겠군.
박사 : 입구에서 물어보면 알 수가 있어요.
낭월 : 만약에 길이 열려 있으면?
박사 : 그러면 산신제는 천지의 물가에서 지낼 거예요.
낭월 : 오호~! 그거 좋다~!
박사 : 그러나 막혀 있으면 그냥 북파에서 지내야죠.
낭월 : 알았어.

이미, 벗님은 북파에서 산제를 지내는 장면을 보셨으니 그 연유를 이제 하나 더 추가하여 명료하게 이해가 되실 게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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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이다.

모델이 멋지니 아무렇게 찍어도 작품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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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더 다가가고 싶지만 울타리가 쳐져있고, 관리자가 눈알을 부라리고 서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그냥 바라보면서 렌즈의 능력에만 의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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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을 폭포라도 다른 느낌으로 담고 싶은 것은 사진가의 마음이다. 그래서 셔터의 속도를 늦춰보기도 하고 당겨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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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도 놀고, 조렇게도 논다. 홍박사는 계속 같이 동행을 해서 요긴하게 보조를 해 줬다. 특히 구경이 맞지 않는 ND필터를 렌즈 앞에 대고 잡고 있으라고 할 적에는 너무너무 고마웠다. 혼자였더라면 아무래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폭포에 빛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빛이 떨어지지 않는 것인지 계곡의 그림자로 인해서 그늘이 빨리 내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 낮이었더라면 조금은 빛이 더 많았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여하튼 이렇게 실컷 놀고는 다시 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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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는 조선 옷을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 비록 중국인이라도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옷을 입고 사진찍는 것은 재미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한복(韓服)이지만, 그들에게는 조선족의 민속복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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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고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역시 우리 옷은 예쁜 맵시가 자랑이라고 할만 하겠다. 그리고 치파오를 보는 것보다도 훨씬 정겨운 것은 정서의 코드로 인해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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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그만 가게가 하나 있고, 특이한 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것은 벽색(碧色)의 돌이었다. 진짜로 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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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 양반에게 물었더니 천지에서 나온 천연의 돌이란다. 탄규석(碳硅石)이라고 써 놨지만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반짝이는 오묘한 색감에 빨려들어간다. 낭월은 유난히 돌을 보면 매료되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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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건 반드시 사야해~! 절대로~! 꼭~!!

열심히 흥정해서 깎아놓고 홍박사가 손을 내민다. 지갑을 내어 놓으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갑을...... 지갑을.... 오호~! 지갑을..... 안 갖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울고 싶었다. 홍박사도 지갑은 화인에게 일괄로 맡겨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어쩌면 닮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돈을 지니지 않는 것까지 닮았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ㅋㅋ

문득 아까 서둘러 내려간 화인이 원망스럽고, 다시 돌아가서 돈을 얻어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겠고.... 그야말로 표정은 담담한 척 하면서도 마음은 동동동~!

다시 그 순간 떠오른 고인의 말씀.

변소를 갈 적에도
엽전 세 닢은 챙길 것.

정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한 화장실을 가면서도 돈을 챙겨갖고 가라는 말씀인데 장백폭포 앞에서 그 생각을 떠올리게 되다니 에구~! 퍽퍽~!

뭐 달리 방법이 없다. 다음에 다시 장백폭포를 찾을 때까지 탄규석인지 뭔지 다 팔리지 않기를 바라기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입구든 어디든 기념품 가게가 있으면 삿삿이 뒤졌지만 그 후로는 절대로 그 돌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인연이 이번에는 닿지 않았던 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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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석양을 받은 취룡천의 색은 더욱 영롱했다. 아쉬움은 잊고 다시 황홀한 색감에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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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의 작용인 듯 싶었다.  그렇게 황홀한 빛에 취해서 놀면서 내려오니 어느덧 입구이다. 그리고 산은 돌과 물과 나무로 이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구조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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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둥치를 다듬어서 놔뒀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기묘하다. 분명히 아래로 뻗었어야 할 뿌리가 옆으로만 자란 것은 그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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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지독한 나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 신기함을 넘어서 놀라울 지경이다. 여하튼 나무는 물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살아갈 수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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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생사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이렇게 자랐을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인간의 삶과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떠올려 본다. 힘들고 어렵고 곤경에 처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승리를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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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그늘에 자리를 깔고 편히 휴식을 취한 연지님은 비로소 생기가 돌았다. 폭포까지 동행을 못해서 아쉬웠지만 홍박사의 지극한 정성으로 기운이 되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렇게 해서 북파의 여행은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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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 가서 다시 우리의 차를 탔다는 것은 생략해도 되지 싶어서 폭포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 한다. 그리고 다음은 동북호(東北虎)라고 그들이 말하는 백두산 호랑이~! 백두산에 왔으니 호랑이 한 마리 잡으러 호랑이 굴로 가야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