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⑥ 이기대

작성일
2017-04-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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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東海南部線)⑥ 이기대(二妓臺)와 감천마을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그에 걸맞게 놀면 되는 것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냥 푹 쉬면 되는 것도 자유여행의 특권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전날의 강행으로 인한 반성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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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를 거쳐서 감천(甘川)마을까지 한나절 돌아본 흔적은 모아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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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앞 건물의 벽을 두드린다. 그것을 보면서 머릿 속은 이미 일출의 풍경에 젖어들지만 그냥 커피 한 잔으로 그 마음을 달랜다. 무리했다가 탈이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과유불급이다. 자중.... 자중.....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서 정리하여 출발을 하게 되니 또 다시 상쾌한 하루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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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가 현수막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퍽~ 웃는다. 내용은 알겠는데.... 이걸 누구 보라고 게시했는지가 궁금하다. 중문으로 쓰던가, 오가는 시민들이 보고서 공분하라는 뜻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우리는 이런 것도 한다는 전시회인가 싶기도 해서....

9시가 되어서 출발했으니 사진가의 시간으로는 이미 피크에 달했다고 해야 하겠다. 11시부터 3시까지는 수영장에서 헤엄치고 노는 시간이라고 피터슨이 말을 했는데, 그 말에 대해서 공감을 하게 된 것은 빛의 맛을 알고 난 다음부터였다.

다만, 빛이 아무리 불러내도 때론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면 시간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새벽에도 바빠지고 저녁에도 바빠지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빛을 얻기 위해서이다. 낮에 찍은 사진은 식은 밥 같고, 한낮의 땡볕에 찍은 사진은  식은 밥을 데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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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에 도착했다. 10분이나 걸렸나.... 여하튼 이름만으로 봐서는 참 묘한 느낌이다. '기생이 두 사람이 있는 대'라니. 그러나 정작 설명을 보니 헛바람이 나는 것 같다. 혹시라도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나 싶어서 해설사 어르신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큰 도움은 안 되었지만 적어도 그 분의 존재감은 살려드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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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모른다는 이야기가 솔직하기는 하겠지만 기왕이면 없는 전설도 만들어서 그럴싸 하게 해 놓을 일이지. 아무래도 논개버젼 부산판인가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한국의 기생들은 왜 그렇게도 나라를 위해서 자기를 버렸을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막상 와서 보니까 이기대는 하나의 건물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대(臺)는 돈대인데 이렇게 넓은 지역이 모두 이기대라고 하니 이름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야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부산 사람들은 복 받은 것 같다. 이렇게 도심에 있으면서 절해고도와 같은 느낌으로 된 공원을 누릴 수가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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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mm로는 광안대교를 포함한 해운대가 다 들어오지 않아서 14mm를 끼웠다. 그 바람에 왼쪽의 공사중인 고층 건물은 살짝 휘었지만 그것도 괜찮다. 저 멀리 엇저녁에 놀았던 황령산도 보이고. 해운대의 풍경도 시원스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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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산책로처럼 만들어진 길을 거니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가볍게 집을 나설 수가 있는 것도 좋다. 여행객이야 약간의 카메라 살림이 있어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폰 하나 들고 나선 사람들을 보니 산책로 치고는 최상급이라는 것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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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책임지는 뿌리가 여기에 이렇게 자리하고 있었다. 다리의 중량과 규모로 봐서 그것을 지탱하기에는 좀 빈약해 보이는 느낌도 있었다. 홀로 와이어로만 힘을 지탱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서 그 정도로 견디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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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풍경에 협조하는 낚시꾼의 모습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그렇게 부지런히 오늘의 농사를 위해서 낚싯대를 던지고 거두기를 반복하는 것도 무심으로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좋다. 물론 줄을 당길 적에 수확물도 같이 딸려 나오면 좋으련만 번번히 허탕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좀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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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요하던 해변이 시끌시끌해 진다. 여고 수학여행단인가 싶은 일행이 들이닥친 모양이다. 그렇지만 심심하던 사진에 생동감을 채울 수가 있으니 또한 환영할 일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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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생기발랄한 청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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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하는 소녀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나그네의 마음까지도 즐겁게 만드는 효과가 있나 보다. 이것도 사진 복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델을 청하지 않아도 적절한 때에 모델이 나타나 주니 말이다. 그래서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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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건너 편의 해운대가 따라 다닌다. 그건 조금 지루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지루할 때쯤에서 쉬어 갈 곳이 나타난다. 그래서 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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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는 휴식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음료도 팔고, 광장에서는 놀이도 하면서 쉬어갈 수가 있는 곳이었고, 입구로 돌아갈 수가 있는 길도 있었다. 그게 6번의 위치였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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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더우니 시원하게 목도 축이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서로는 헤어졌다. 연지님은 차로 가서 오륙도 입구로 가고, 내친 김에 낭월은 좀 더 가보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대부분은 여기까지만 와서는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분위기 같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의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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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는 잠시 야생화에 눈길을 주면 된다. 배암딸기의 꽃이 샛노랗게 피었군. 이건 접사로 담아야지. 부랴부랴 90mm마크로를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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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잎이 예쁘게 가지런하군. 꽃은 노랑꽃인데 열매는 빨갛다.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일까 싶은 생각도 짐짓 해 보면서.... 아마도.... 땅의 기운을 받은 꽃은 노랑색이었다가, 태양의 기운을 받은 열매는 빨갛게 되는 것이라고.... 그것은 오행의 이치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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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없음. 로무(路无)..... 적어도 4개 국어로 표시가 되어 있는 안내판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무로(無路)일 것 같아서 사전을 찾아보니 사전에도 로무로 나온다. 제대로 표시했다는 것을 인정~! ㅋㅋㅋ

길이 없으면 안 가면 된다. 그래서 오륙도까지 돌아가려던 생각을 바꿔서 순환도로로 나가서 차를 타기로 했다. 어제 무리한 효과가 슬슬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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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입구에서 해설사의 말대로 이게 깔딱길인가? 여하튼 볼 것은 없고 걸을 것만 있는 길을 걷는 것은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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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루하지 말라고 예쁜 새가 같이 놀아준다. 또한 감사한 일이다. 딱따구리인가? 앞을 안 보여줘서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면 된다. 사실 앞을 보여줬어도 새의 이름은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름을 알았다면 이 정도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알아 볼 수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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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전망대에는 휴식을 취하는 아주머니들과 오붓한 가정의 나들이가 정겹다. 바닥에는 바람에 흩날린 벗꽃의 잎들이 꽃비를 뿌린 양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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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기대의 풍경이다. 가족들도 놀러 오고, 친구들과도 놀러 오고, 그렇게 잠시 지나는 길에 휴식을 취하고 풍경을 즐기면서 노니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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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안타깝게도 이미 여기에서도 제선충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는 흔적들이 보여서이다. 그나마 나머지를 건져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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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니 집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났을까? 폰으로 열심히 문자를 두드리는 모습에서도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블로그에 꽃을 올리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이기대를 둘러보다가 데리러 온 연지님을 만나서 오륙도 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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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가 어딘가 했더니 여기였구나. 부산을 그렇게 다녔어도 오륙도를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때가 되니 만나는 구나. 여기까지는 동해남부선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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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뭐가 있나 하고 들어가 봤는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휘~ 둘러 보고는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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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으니 스카이워크도 안 가볼 수가 없지. 정선의 병방치가 생각나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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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두말에 스카이워크를 만들었다는 안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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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연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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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라서 더 맘 편하게 담는다. 얼굴을 마주 대하면 민망하잖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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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에서는 12mm 어안이 최고다. 짧은 거리도 엄청 멀게 만들어 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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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샷을 찍어도 된다. 바다는 동그랗게 만들어 준다. 바다가 동그란 것이 어디 있느냐고 누군가 따진다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 원래 지구는 둥그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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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샷이다.

동해남부선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의 기념사진은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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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사실 별로이다. 처음에 만들었을 적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사실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전망대의 확장판 정도로만 생각하면 실망할 일은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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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걷는다는 말은 좀 무색하더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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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륙도는 설명을 봐도 잘 모르겠다. 그냥 두 개의 돌섬만 보여서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설명은 설명이고 이름은 이름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으로 정리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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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이륙도라고 해야 하는거 아녀? 하긴 동쪽에서 보면 다섯이고, 서쪽에서 보면 여섯이라서 오륙도라고 한댔지.... 북쪽에서 보고 붙인 이름이 아닌 모양이니 그걸로 따질 것은 아닌 모양이다.

밀물에는 육도이고, 썰물에는 오도라서 오륙도라고 하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이라는 이야기도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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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여섯개라는 뜻인가? 방패섬과 솔섬은 붙어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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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렇게 놓고 보니까 비로소 오륙도가 오륙도 같아 보이는 군. 참고로 이 사진은 http://blog.naver.com/seagrant/20173973131에서 가져왔다. 해양보호구역 오륙도 블로그이다. 이 설명에 의하면, 방패섬과 솔섬이 하나로도 보이고 둘로도 보인다고 하니까 그게 맞는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동해남부선은 마무리 짓고, 살짝 벗어났지만 어차피 부산일 수밖에 없는 감천마을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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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로 나오니까 감천마을의 표식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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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글씨로 써놔서 얼른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알아볼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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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들이다. 중국인들이 특히나 많았다. 사드 이후로 중국 여행객이 확 줄었다는데 감천마을에는 그렇지도 않은지 아니면, 홍콩이나 대만에서 온 여행객들인지 바글바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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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이정표 삼아서 쩍어보는 버스 승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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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도 물론 기념사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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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막국수를 먹기로 하고 자리를 잡은 다음에, 준비하는 사이에 골목으로 나갔더니 사진으로만 많이, 그것도 익숙하게 봤던 감천마을이 나타난다. 사진을 찍어보니 앞의 건물 옥상이 걸린다. 그래서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말을 건네 봤다.

낭월 : 선생님, 옥상에 가서 사진을 찍었으면 딱 좋겠는데 말이지요.
주인 :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너도나도 다 와서 일이 안 됩니다.
낭월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뭐 더 할 말이 없었다. 지붕에는 아마도 방수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구경하는 사람이야 한가롭지만 돈을 들여서 공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귀찮을 뿐만 아니라 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데 점심을 먹고 길을 따라서 조금 내려가 보니까 얼마든지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가 있었다. 괜히 구차한 소리를 해서 말만 낭비했군.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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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각도로도 찍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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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각도로도 담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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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런 화각으로도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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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겨서도 찍어보면서 재미있는 마을의 그림을 즐기면 된다. 물론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벽화나 길거리 그림도 보면서 즐기면 좋겠지만 이제 귀로를 염려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감천마을을 조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다음에 차분하게 마을 구경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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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들릴 곳이 있어서 거제도로 향했다. 가거대교인지 거가대교인지를 타기로 하고 방향을 잡았는데 휴게소가 있어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부산에서 보면 가거대교이고, 거제도에서 보면 거가대교일테니 둘 다 맞을 것이다. 여하튼 휴게소의 구조물이 재미있어서 한 컷 담는다. 원은 자연이고, 두 사람은 음양이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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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걸 몰랐구나. 해저터널은 통영에만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거제도 가는 길에도 있었다는 것은 미쳐 몰랐다. 통행을 해 보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관문해저터널을 보면서 한국에는 해저터널이 없다고 한 것 같은데 이것을 봤으니 이제 그것은 취소해야 할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동해남부선의 이야기는 끝을 맺거니와, 이번의 여행에서도 아직은 버틸만 한 체력도 확인했고, 이런저런 견문들은 또 언젠가 생각의 단서를 끌어내는 씨앗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