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여행⑦ 신사(神社)

작성일
2017-03-2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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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

큐슈여행⑦ 신사(神社)를 찾아서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살펴봐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신사였다. 일본인들의 종교라고 할 수가 있는 신사는 방송을 통해서 본 것으로는 야스쿠니 신사 밖에 없었다. 그것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담은 영상이기 때문에 진실성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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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순수한 일본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의지하고 소원을 비는 곳으로 존재하는 신사에 대해서 살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처에서 만나게 된 신사의 풍경에서 과연 일본인과 신사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들려 본 신사는 네 군데 였는데 저마다 특징이 있어 보여서 소개하기로 한다. 산골의 초라한 신사부터 유명한 신사까지 골고루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1. 너무 소박한 곡천신사(谷川神社)

탕평온천의 화목면(花木綿) 료칸에 짐을 풀고 온천의 맛을 본 다음에 바람쐬러 나왔다가 골목길에서 만난 신사였다. 신사의 이름을 봐하니 탕평온천의 지형과 흡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짜기에 마련된 온천지형이어서였다. 그래서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서둘러서 일단 궁금해진 곡천신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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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로 오르는 길가에 핀 백매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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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도 잘 닦아놓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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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가 있음을 안내하는 팻말을 따라서 서둘러 걸었다. 왜냐하면 이미 시간이 여섯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어서였고, 여섯 시에 저녁을 준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잠시 바람쐬러 나왔는데 꾸물대다가 밥 먹을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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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올라가니 도로가 나타나고 그 위로 신사를 표시하는 일주석이 나타났다. 현판을 보니 곡천신사가 분명하다. 그런데 계단을 보니 잠시 망설여 진다. 시간이 좀 걸리지 싶어서였다. 그러나 이왕 내친 걸음이니 그냥 올라가 보기로 했다. 시간보다 공간이 우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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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흔적이 길에 묻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어려움이 있을 적마다 여기에 찾아와서 갈구하고 발원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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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타난 신사의 본전이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산 속의, 숲 속의 신사는 음산한 기운까지 감도는 듯 했다. 하도 어두워서 보정을 좀 밝게 했다. 도대체 본전에는 어떤 존재가 자리를 잡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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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어떤 신상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문이 닫혀 있어서 그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는데, 시간이 늦지 않았다면 마루 위로 올라가서 문을 열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는 생각과, 음산한 분위기에서 뭔가 튀어 나올 것도 같은 섬찟함이 살짝 배어나오면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이제 시작인데 뭐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들려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길을 잃고 방황했다는 이야기는 온천 편에서 언급을 했거니와 지금 생각해 보면 절이라도 하고 내려 갔더라면 길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무례죄를? ㅋㅋㅋㅋ

이러한 모습에서 순수한 마을 사람들의 신사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신사 중에서는 가장 조촐한, 그래서 허접해 보이기조차 한 시골마을의 신사부터 만나보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의 신사 방문이다. 관리인도 없었던, 그래서 그야말로 시골의 서낭당이 생각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2. 나가사키에서 만난 팔판신사(八坂神社)

팔판신사는 나가사키의 산 기슭에 있었다. 신사의 이름은 그냥 한자대로 적는다. 일본어로 찾아서 적기가 불편해서이니 양해 바란다. 유후인에서 본 곡천신사와는 전혀 다른 도심의 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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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팔판신사라서 혹 이에 대한 자료라도 있으려나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까, 팔판신사가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이로 미뤄서 보건대, 일본에는 팔판신사파가 있지 않겠느냐는 짐작을 해 본다. 종교의 단체들 처럼 말이지. 조계종 천태종 하듯이 팔판신사종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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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야 하겠군.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아니면 유명한 관광신사가 아니어서인지 조용했다. 우리 일행만 찾아 온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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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짐작컨대 일반적인 규모를 갖춘 신사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단정함을 풍기는 산사였다. 사찰로 치면 천왕문에 해당하지 싶은 현관의 대들보에는 여지없이 짚으로 꼰 새끼와 신사를 나타내는 듯한 백지의 구조물이 걸려 있었다.

'음.... 새끼를 보니 귀신이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로군. '

그야 당연하지. 금줄을 띄워놨으니까. 라고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뭐냐고? 왼새끼줄~!

"왼새끼줄? 그게 뭔데?"

새끼에도 음양이 있다는 것을 말해드려야 겠군. 사람을 위해서 쓰는 새끼줄은 오른새끼이다. 이것은 활동적인 것을 의미하고 보통 시골에서 사용하던 일상의 새끼줄은 모두 오른새끼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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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금줄로 쓰이는 새끼줄은 이렇게 생겼다. 새끼줄의 방향이 신사의 새끼줄 방향과 같다는 것을 주의깊게 바라보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금줄을 띄울 적에 사용하는 새끼줄은 왼새끼줄에 고추를 끼워서 매단다. 그렇다면 오른새끼줄, 혹은 바른새끼줄은 어떻게 꼬이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 싶다. 그렇다면 또 자료를 보여 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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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른새끼줄이다. 오른새끼줄이라고 해도 같은 말이다. 뭐가 다른지 이제 확연히 이해가 되셨을 것이다. 이건 참고로 기계로 꼰 새끼줄이다. 그렇다면 손으로 꼰 것을 보여 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모쪼록 그래야만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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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오른새끼줄이다. 이제 신사의 새끼줄과 비교가 되지 싶다. 그리고 왼새끼줄은 귀신들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도 참고로 알아 둔다. 말하자면, 잡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적에나, 잡귀를 잡아 가둘 적에 묶는 것과 같은 용도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그야 당연히 일본의 신사도 조선, 혹은 고려, 혹은 백제에서 건너간 것이 아니겠느냐는 심증을 품어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전인수로 공자와 복희가 모두 배달민족이라고 할 마음은 없지만, 이러한 것은 뭔가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되어서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도 보이느냐고 생각하실 벗님도 두 분 정도는 계시지 싶다. 물론 알면 보인다. 그래서 많이 알아야 한다. 모르면 그냥 지나치고, 알면 모든 것들이 말을 걸어 온다. 자연이, 사물이, 사람이 그렇게 무언의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이치는 쬐끔, 눈치를 챘기에 혹시라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없는지를 수시로 살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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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있다. 절에서 이러한 풍경을 만나면 떠먹으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럼 안 된다. 그냥 손만 씻어야 하는 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목이 마르다면 먹는다고 해서 금방 배탈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 용도가 음용수가 아니라 세수수(洗手水)라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기도를 할 적에 물로 입을 헹구는 것도 하는데, 신사를 참배할 적에도 그렇게 하라는 방식이 있는 것을 보면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강요된 신사참배법이 민가에 젖어들어서 습관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둬도 되지 싶다.

이것은 마치 이슬람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발을 씻는 것과 비교가 될만 하겠다. 그런데 손을 씻는 것은 절집에서도 전해지기는 한다. 댓돌 옆에 대야를 놓고 맑은 물을 담아 놓으면 공양하기 전에도 손을 씻고 들어가고 화장실 다녀 오다가도 손을 씻고 들어간다. 뭔가 그것이 확대되어서 이렇게 신사를 참배하는 사람은 손을 씻도록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상상의 연결 고리를 찾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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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는 기도하는 방법을 적어 놨다. 참고로 신사를 참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내문을 근거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손을 씻고 입을 헹군다.
2. 정면에서 반절을 한다.
3. 깊이 허리를 숙여서 온절을 한다.
4. 손뼉을 두 번 친다.
5. 다시 허리를 깊이 숙여서 온절을 한다.
6. 반절로 마무리 한다.


대략 이런 식으로 안내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절마다 풍습이 다르듯이 신사마다 방법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도 되지 싶다. 여하튼 적혀 있는 방법대로 연지님에게 시켰더니 시킨다고 또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한다. 아마도 복을 받을 것이다. ㅎㅎ

참,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와 혼동하지는 말자. 자발로 경의를 표하는 것은 억지로 존경을 강요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그런 과거로 인해서 신사에 가더라도 절대로 머리를 숙이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아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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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놓고는, 닫힌 문을 열었다. 왜냐? 아, 곡천신사에서도 문을 못 열어 봤는데 여기에서도 문이 닫혔으니까 열어서 그 속을 봐야만 하겠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의 신사 신전이므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잽싸게 셔터를 눌렀다.

왜냐하면, 괜히 찜찜한 구석이 있어서였다. 기회는 왔을 적에 잡아야지 지나간 다음에 잡으려고 해 봐야. 대머리 밖에 없으므로 잡히지 않는다. 얼마나 멋진 비유인지. 가끔 감탄을 한다.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고 뒤에는 털이 없다는 기회의 신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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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바로 이거야. 이렇게 생긴 것이 신(神)이었구나... 신이 계시는 곳이 신사인 거고, 그렇다면 그 본전에 앉아 있는 양반이 신인 것은 당연할 터이다. 그런데..... 요게 뭐꼬? 금박인 것으로 보이는데.... 종이를 썰어서 늘어뜨린.....? 참 희안하게도 생겼네....

이건, 생각 밖으로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어서 저윽이 놀라움이 생겼다. 종이를 오려서 봉하는 것은 무속인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 신사와 무속이라.... 아무래도 뭔가 연결점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할지....? 곰곰 생각해 보다가 신장대가 생각났다. 낭월이 그래도 전생에 일본에서 살았을 거라는 추정을 하고 있는 인물인데 뭔가 싸라기 만큼의 영감은 남아 있을 거라고 봐서 생각이 나는대로 검색을 해 봤지만 네이버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점심 먹으면서 금휘에게 이름이나 좀 알아보라고 하고 한 숨 자고 났더니 이름을 알았다고 알려 준다.

「어폐(御幣」란다. 일본 말로는 '고헤이'라고 읽는 다는 군. 그러면서 만드는 방법까지도 찾아서 링크를 보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인을 들볶았다. 그대로 한 번 만들어 보라고. 그래서 시키면 뭐든지 잘 하는 화인이 한 참을 꼽짝거리면서 머리를 두드려 대더니 뭔가 비슷해 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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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만큼이나 호기심이 많은 누군가는 그것을 또 그림으로 그려서 블로그에 올려 뒀던 모양이다. 여하튼 천하에는 궁금이도 많고, 식신들도 많은 기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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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다 된 것 같아요. 비슷하죠~!!"

그래 인정이다. 비슷하네. 어디다 세워봐야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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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일본 신사의 신이 강림하는 신의(神衣)가 완성 되었네. 이렇게 해서 직접 고헤이(御幣)도 만들어 봤으니 신사 공부는 잘 되는 셈이로군. 막상 이렇게 고헤이를 만들어 놓고 보니 더욱 낭월의 의심 구름이 본능적으로 뭉클뭉클 피어 오른다.

네이버로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검색을 해 보자. 御幣를 넣고 검색을 했더란 말이다. 그랬더니, 짜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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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뚸억~~!! 하니, 신장대라고 답이 나와 있더란 말이다. 참으로 사소한 것에 즐거워 하는 낭월이다. 그런데 실제로 낭월이 떠올린 것은 이것의 이름이 신장대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지. 뭐할라고 거짓말을 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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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헤이 옆에 언제나 세워져 있는 이것을 보면서 신장대를 떠올렸던 것이다. 혹 무속인이 굿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그렇게 낯설지는 않는 물건일 수도 있겠다. 무녀가 이것을 손에 들고 흔들면서 호령을 하는 장면을 봤다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검색을 했더니 신장대가 나왔다. 낭월이 찾던 신장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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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이다. 뭐 약간의 칼질을 한 모양은 다르지만 이러한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을 보통 신장대라고 하고 주인격인 장군 신을 받을 적에 사용하는 인간과 영계의 통로가 되는 도구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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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다른 모양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신사에 있는 그 신장대가 한국의 무속에서 사용하는 신장대와 너무 흡사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래서 신사에서 저 물건을 봤을 적에 신장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슷한 것을 찾아 봤던 것인데, 이제 고헤이를 찾아보니 오히려 그것이 이름하여 신장대 였다니. 이치는 같은 궤도를 빙빙 도는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은 더욱 확고해 졌다. '한국의 무당이 일본에 가서 신이 되었다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요량이다. 실제로 신이 되었는지는 모를지라도, 최소한 신을 부를 수가 있는 능력자로 살아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겠다는 점은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아울러서 그 옆에 북면의 그림은 뭐지? 낭월학당을 나들이 하시는 벗님은 알아보지 싶은데, 아무리 달리 보려고 해도 삼태극의 변형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노랑 색이 검정색으로 바뀌었다는 것만 감안한다면 변형된 삼태극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그런데~!

밖에서 난리가 났다. 큰 소리로 떠드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즉각적으로 낭월의 일본말 번역기가 돌아갔다. 위기에 봉착하면 안 들리는 일본 말은 물론이고, 천국의 말도 들리게 되는 법이다. ㅎㅎㅎ

주인 : 이봐요~! 거기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낭월 : 예? 그렇습니까? 참배하려고 들어 왔습니다마는...

주인 : 안 됩니다. 어서 나오세요. 원 세상에~!

낭월 : 사진을 좀 찍어도 안 되겠습니까?

주인 : 어서 안 나오고 뭐하십니까? 빨리 나오세요~!

아, 아깝다....

그 주인의 표정을 한 장 찍었어야 하는데..... 뭐라고 불러야 하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관리를 하는 것으로 봐서 주인이라고 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사람은 무지막지해 보이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찍은 사진은 모두 지워야 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맘을 놓고 최대한 미안한 자세로 말했다.

낭월 : 아이고~ 몰랐습니다. 

주인 :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을 모르셨구나.

낭월 : 그럼요~! 알고서야 들어갔겠습니까?

주인 : 그럼 됐어요.

낭월 : 정말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낭월에겐 고헤이의 사진이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인해서 그 틈을 타고 들어갔던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그 주인도 자신의 사무실인지 방인지로 들어갔다. 일단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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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또 붉은 기둥을 잔뜩 세운 풍경이 들어왔다. 맞아, 이것은 영상으로도 봤던 것 같군. 뭐라고 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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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인 도하대명신... 느낌으로는  여인의 신인가 싶기는 하지만 그것을 물어 볼 주인은 사라지고 없으니 그냥 지나치자... 이렇게 팔판신사를 둘러보면서 소동도 피웠지만 재미있는 수확을 얻었다. 그리고 문이 닫힌 신당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런데 신당 안에 의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 기도를 할 적에는 당연히 들어가도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관광객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모양이고, 정식으로 불공과 같은 의식을 신청하고 돈을 내면 직접 행사를 해 주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3. 새벽에 방문한 하카타의 구시다 신사(櫛田神社)

하카타(博多)는 옛날의 도시 이름이라고 했다. 후에 후쿠오카(福岡)에 흡수되었다고도 한다. 그래서 역의 이름과 항구의 이름만 남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문득 논산에 흡수된 강경과 같은 신세라는 생각을 해 봤다.

그런데.... 구시다의 앞 글자가 초면이군. 절? 안 나오는데...? 그래서 다시 검색을 해 본 결과 즐(櫛)이라는 글자란다. 글자를 복사해서 아래한글에 넣고 한자 키를 누르면 된다.  머리를 빗는 빗을 의미한다니 아마도 빗을 만드는 신사였던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특이한 글자를 이름으로 사용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절을 가보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 났는데, 주섬주섬 준비를 하다가 보니까 포켓와이파이가 없다. 아차~! 엊저녁에 아이들이 갖고 간 모양이다. 그것이 없으면 낯선 타지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있는데 우짜노.....

부득이 카톡으로 전화를 걸었다. 세놈 중에 한 놈은 받겠지.... 둘째 경덕이가 받는다. 그래도 잠귀가 좀 밝았던 모양이다. 문 앞으로 갈테니까 와이파이 하나 달라고 해 놓고 가방과 삼각대를 짊어지고 문 앞에 가니까 열고 내어 준다. 그것이면 천군만마 부럽지 않다. 특히 구글지도 어플 하나면 된다. 물론 여차하면 동시통역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보자, 여기에서 얼마나 떨어졌나.....? 호텔 로비에서 가야 할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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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분이라.... 뭐 얼마 안 되는 군. 그렇게 지도의 안내에 따라서 어둠 속의 길을 걸었다. 다섯 시가 채 되지 않은 도시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알아 둘 것이 있었다. 네비처럼 방향따라서 움직이는 방법은 비추이다. 그것을 사용하니까 사거리에서 빙빙 돌아가는 바람에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했더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냥 이 화면을 갖고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오류를 줄이고 안전하게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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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플이 알려주는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나서는 바로 제거하고 기본지도를 이용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20여분 걸리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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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빙빙 돌아서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생소한 곳에서 모처럼 길을 찾는 즐거움도 없진 않았다. 이렇게 찾아 온 신사는 이미 부지런한 사람이 마당을 쓸고 있었다. 도관이라면 도사라고 하겠고, 절이라면 스님이라고 하겠는데, 신사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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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빈약한 삼각대이지만 그것을 의지해서 장노출로 전경을 담았다. 이미 신사 내부에는 불을 환하게 밝혔다. 도심의 신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봐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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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소, 황소가 입구에 떡 하니 누워있다. 아니, 앉아 있다. 이것도 무슨 사연이 있지 싶은데 왜 하필이면 소가 여기를 지키고 있지? 한국 같으면 호랑이나 사자가 있기 마련인데 참 소박하기도 하다. 소의 뿔을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그것도 왠지 억지로 꿰어 맞춘 것 같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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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치면 천왕문쯤 되는 곳에다가 다시 삼각대를 놓고 이번에는 20초로 맞춰서 한 장 찍었다. 새벽 분위기가 매우 맘에 든다. 여명의 푸르스름한 색감은 환상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보통 이런 시간의 분위기를 매직아워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생각에 동의 한다.

아이들이 이러한 새벽의 느낌을 알았으면 좋으련만, 뭐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인연이 되면 알아볼 수도 있으려니 싶다. 다행히 나가사키에서 새벽의 이러한 모습을 본 경덕과 청원에게는 약간의 감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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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참배하는 법을 써 놓았군. 대동소이 한데 종을 울리는 것이 추가 되었군. 그러니까 길게 늘어뜨린 밧줄에 매달린 종을 울리란 말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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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어김없이 고헤이와 종이 대가 모셔져 있다. 그러니까 주인이 기도하는 손님의 공수를 받아서 액난은 풀어버리고 길복은 받아들여서 소원을 이뤄주는 것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게 할 수가 있겠다.

기둥에 코가 큰 얼굴도 신전을 지키는 호법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이제 어느사이에 익숙해진 신사를 둘러보고는 옆 문으로 나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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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가 넘어가자 어느사이에 날이 훤하게 밝아 온다. 그래도 아직은 빛이 부족해서 30초로 놓고 탑처럼 보이는 구조물을 찍었다. 왼쪽 위에 나뭇가지에 얹힌 하얀 달이 운치를 더한다.

구주조일방송과 하카타기원산립진흥회에서 기부를 한 것인 모양이다. 아마도 들게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행사를 할 적에 거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떠메고 행진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조각물도 있고 해서 좀 더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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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랫쪽에 있는 조형물은 인간인 모양인데, 꾸미고 있는 도구가 자못 흥미롭다. 낫, 톱, 갈퀴, 창, 칼 등을 잔뜩 짊어지고 염주는 몸에 걸고 차린 폼새가 관운장과 맞짱을 떠도 될 양으로 위풍이 당당하다. 그리고 틀림없이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게다가 신겨 있군.

경도오조교지상(京都五條橋之上)이란다. 지명으로는 경도를 말하는 모양인데, 그 곳에 있는 오조교의 위라는 이야기인가? 근데, 이번에 큐슈를 돌아다니면서 문득 경도는 한 번 가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 오랜 수도이니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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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인물은 여인이다. 역시 그 앞에 놓인 연장꾸러미는 같군. 그렇다면 농사일도 하고 나무도 베고 하는 생활의 모습을 담은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게다를 보니까 요즘 여인들이 신는 힐의 원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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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으로 돌아가보니까 여기에서도 주연현도하신사(注連懸稻荷神社)라고 쓴 신사가 있다. 그러고 보니까 팔판신사에서 본 것도 신사의 본전 옆이었는데 여기에서는 뒤편이로군. 뭔가 연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검색~!

不動神社 ( 푸도진자 ) - 불의 신
藥師神社 ( 야쿠시진자 ) - 약의 신 

三寶荒神 ( 산포코진 ) - 부엌의 신
稻荷神社 ( 이나리진자 ) - 추수의 신
七福神社 ( 시치후쿠진자 ) - 7가지 복의 신
濡髮大明神 ( 누레가미다이묘진자 ) - 사랑의 신
淡島神社 ( 아와시마진자 ) - 여성들의 질병을 치유해 주는 신
万地蔵尊 ( 요로주지조손 ) - 아이들과 여행자를 보호해 주는 신



아하~! 이렇게 된 거였구나. 그래서 절에 가면, 지장전, 나한전, 약사전, 관음전 하듯이 여기 저기에 전각들이 모셔져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도하신사는 추수의 신이란 말이지... 벼도(稻)이니까 그렇다고 하겠는데, 연하(荷)가 있는 것을 보면, 벼와 함께 연뿌리도 키웠던 모양인가?

도하신사의 특징은 붉은 기둥을 연달아서 붙여 세우는 도리이(鳥居)가 있는 것이 특징인가 보다. 팔판신사의 도하신사 그랬는데 여기에서도 도하신사에는 도리이가 서 있어서이다. 그러고 보니까 도하신사는 같은데 그 앞에 붙는 이름이 다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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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을 말하는데, 왜 이름이 새가 산다[鳥居]는 뜻인지는 모르겠군. 그랬더니 도리이의 조(鳥)는 솟대에서 나온 것이라는 그럴싸 한 이야기가 나온다. 솟대는새가 사는[居] 곳이다. 오호~! 신라의 솟대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도리이가 되었다는 말이었구나. 캐면 캘수록 나오는 연결점이 자못 흥미롭다.

그러니까 도리이는 홍살문과 솟대의 결합이라고 보면 되겠네. 영판 생긴 것도 홍살문이잖여.뭔가 그럴싸 한 분위기는 제대로 신사의 느낌을 살려준다고 해도 되겠다. 이렇게 즐전신사를 다 둘러보고 다시 입구로 나섰다.

문득 자신의 모습을 인증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또 뭐람. 그럼 뭐 찍으면 되지. 그래서 황소랑 한 장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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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은근히.... '머리가 좋아질 수 있다면 뿔이 다 닳도록 만져 주마...'라고 기원했다. 천성이 하도 둔하니까 소머리의 지혜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ㅎㅎ

그럭저럭 즐전신사에서 한 시간 가량 놀았나 보다. 이 신사는 그야말로 소박한 주민들이 기원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크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있을 것은 다 있는 그런 모습으로 생각이 되었다. 여행객의 상식으로는 이 정도라도 충분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4. 거대한 규모의 다자이후(太宰府) 천만궁(天滿宮)

낭월은 자꾸 태재부라고 하고, 금휘는 다자이후라고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한자가 눈에 들어오니까 자꾸만 일본어는 잊어버리게 되는 부작용이 따른다. 그리고 언제 또 써먹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구태여 다자이후라고 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겠어서 이렇게 기록에나마 제대로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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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후는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도중에 있는 곳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큐슈에서 큰 규모의 신사인 텐만구(天滿宮)라고 해서 금휘가 일정에 포함시켰단다. 기특하군. 천만궁이라.... 하늘에 가득한 궁? 알고 보니까 천만궁은 일본 전역에 널려 있는 방대한 세력의 신파(神派)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되지 싶다.

이름도 신사가 아니라 궁이라고 하니 자못 위세가 있어 보인다. 물론 대만에서는 궁(宮)이라고 하는 도관이 또 수두룩해서 이름만으로 본다면 동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신사에 대한 마지막 소개로 텐만구를 선택한 것도 규모가 가장 커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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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궁이라고 하자. 그게 입에 더 잘 붙는다. ㅋㅋ 천만궁으로 참배하러 오는 사람,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뒤섞여서 북적인다. 비로소 관광지 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풍경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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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부의 천만궁 돌기둥이 위엄을 갖추고 서 있는 입구이다. 천만궁에 대해서 자료를 조사해 보면 적지 않은 정보에 놀라울 지경이다 대략 요약해 보면 이렇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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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후텐만구(滿)는 일본 헤이안 시대 문인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곳이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텐만구는 일본 곳곳에 있지만
다자이후텐만구가 가장 유명하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묘가 안치된 자리에
얼마 뒤인 919년 다자이후텐만구가 창건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합격이나 학업 성취를 기원하는 많은 이들이
합격 부적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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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관원도진(眞)이라는 학자를 기리는 신사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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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입구를 표시하는 석물은 이제 익숙해졌다고 해도 되지 싶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국에서도 신사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해방이 되고 모두 없어진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신사는 특정인물을 신으로 모셔다는 것이 재미있군.

스라와가노 미치자네

학문의 신이라는 관원도진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렇게 죽어서 신이 되었을까? 이것은 마치 관우나 제갈량이 죽어서도 신으로 대접받는 것과 같다고 하겠고, 무속인들이 최영 장군을 신장으로 받드는 것과도 서로 통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신의 뿌리는 인간이라는 단순 공식도 성립이 되지 싶다.

=====[위키백과의 자료]==============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 


조와 12년 음력 6월 25일(845년 8월 1일) 출생
엔기(延喜) 3년 음력 2월 25일(903년 3월 26일)사망
그는 헤이안 시대의 귀족이자 학자, 한시인(漢詩人), 정치가이다. 
산기(参議) 스가와라노 고레요시(菅原是善)의 셋째 아들이다.
관위는 종2위 우대신(右大臣)이며,
사후 정1위 태정대신(太政大臣)에 추증되었다. 
스가와라노 미치마사스가와라노 도신이라고도 한다.


충신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우다 천황에게 중용되어
간표의 치(寛平の治)라 불리는 정치적 안정기를 이끈 한 사람으로서, 
다이고(醍醐)의 치세에서는 우대신까지 올랐다.
하지만 좌대신 후지와라노 도키히라(藤原時平)의 참소로
죄를 얻어 다자이곤노소치(大宰権帥)직으로 좌천되고 그곳에서 사망했다.
사후에 잇따라 발생한 천재지변으로 조정은 그가 원령이 되어
저주를 내린 것으로 인식하고,
덴만 덴진(天滿天神)으로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현재는 학문의 신으로서 받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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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백과의 자료]==================== 




헤이안시대[]의 학자이며 시인,
정치가인 스가와라미치자네[]를 신으로 모신다.
903년 생애를 마친 스가와라의 유해를 소달구지에 싣고 가던 중
소가 엎드려 움직이지 않게 되자, 그 자리에 유해를 매장하였다.
905년 유해를 매장한 자리에 사당을 세우고,
919년 사전(殿)을 건립하였다.
현재 교토()의 기타노텐만구[]와 함께
전국 덴만구[]의 총본사이다.
스가와라는 학문의 신, 지성()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해마다 전국에서 700만 명 정도의 참배자가 방문하고 있다.


다자이후텐만구 [太宰府天満宮(태재부천만궁)]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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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 천만궁은 관원도진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서야 왜 소 한 마리가 입구에 누워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설명 되는 구나. 그 소는 보통 소가 아니라 관원도진의 시신을 모시고 가던 소였다는 것이로군. 그 자리에서 누워서 안 일어나게 되자 그 자리에 유해를 모시고 천만궁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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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부의 천만궁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소이다. 쓰다듬으면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시신을 모시고 온 인연으로 아직까지도 동상으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소도 어떤 짐을 싣느냐에 따라서 대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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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뿔을 쓰다듬고 몸을 어루 만진다. 공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리라고 생각이 된다. 좋은 대학이 인생의 격을 높이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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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없이 많이 붙은 기원의 패에는 이렇게 온통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구구절절 서려있음을 알 수가 있었는데, 유난히 천만궁이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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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매화가 피었다. 그 유명하다는 6000그루의 매화가 이제 피어나고 있는 계절에 이 자리에 올 수가 있었던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이 나들이를 한 모양인지, 매화 꽃과 하도 잘 어울려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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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진을 찍어주기 하는데 낭월이 좀 숫기가 있었다면 둘이 서라고 하고 찍어 주고는 겸해서 한 장 찍자고 했으면 모델을 삼을 수도 있었을 뻔 했는데.... 그럴 마음도 있었는데,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만 이렇게나마 담았다. 바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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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또 연못이다.

낭월의 연못사랑은 언제나 끝이 나려나.... 반월교가 놓인 연못 위를 건너서 본전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문득 안양사의 돌다리가 생각난다. 연못 위의 돌다리... 땅 위의 돌다리.... 뭔가 제 몫을 잃고서 외롭게 누워있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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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을 건너니 또 하나의 사당이 있다.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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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대명신(志加大明神)이군. 본전으로 가는 도중에 이러한 신전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것은 각기 나름대로 생전에 한 몫을 한 사람들의 영혼을 모신 곳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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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교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관광객과 참배객이 어우러져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도 하는 사람은 기도하고, 구경하는 사람은 구경하고, 또 사진 찍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다. 언뜻 보면 어지러이 두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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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악 피기 시작한 꽃들이다. 범위가 넓어서 어느 구석에 누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도 다 알기 어렵다고 생각해도 되지 싶다. 한가롭게 며칠 두고 구경하면 모를까 잠시 들려서 살피보는 시간으로는 이것이 최선이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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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돌기둥이 나타난다. 그리고 저만치 보이는 것은 본전으로 들어가는 경계에 있는 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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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이에는 천만궁이라고 편액이 붙어 있군. 역시, 천만궁이다. 이제부터 천만궁의 영역이라는 뜻인가 싶기도 하다. 이 것을 경계로 밖과 안으로 나뉘진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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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기준으로, 천왕문 저쪽으로 본전이 어렴풋이 나타난다. 여기 저기에는 석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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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만궁에서 일을 보는 사람들은 이러한 제복을 공통적으로 입고 있다. 도포와 치마인 것으로도 보이는데, 빨강 치마와 하얀 저고리가 인상적이다. 마치 건물의 붉은 색과 고헤이의 하얀 색을 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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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에서 본전을 바라본다. 이때에 기둥은 프레임이 된다. 별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사진의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가끔 활용하는 방법이다. 붉은 기둥의 모습이 앞의 여인 치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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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바라보니 어김없이 그 자리에도 커다란 등이 걸려 있다. 이것은 구시다 신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구조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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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핀 전경과 천만궁이라.....

계절을 제대로 잡았다는 것에서 또 행복감이 물밀듯이 밀려 온다. 매화 나무에 햇살이 들었으면 더 예뻤겠지만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예쁘다. 잠시 그 모습에 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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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기다리자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드러난다. 그와 함께 진분홍의 매화도 빛을 토한다. 그러니까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는 말은 항상 유효하단 말이지. 예쁜 그림에 감사하고, 오늘 날씨에 감사하고, 이 자리에 서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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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궁의 손 씻는 물통은 거대하다. 맑은 물이 철철 넘치는 것만 봐도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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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손을 씻는 것을 보니 참배를 하고 기원을 하려나 보다. 그리고 수각의 바닥에는 거북이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도 아무도 동전을 던지진 않은 모양이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는데 이상한 일일쎄.... ㅎㅎㅎ

카니 카지, 사람을 중에 절반은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도처에서 시글벅적한 한국 관광객들의 소리가 넘쳐 난다. 조용한 일본인들과 달리 시끌시끌해서 활기가 넘친다. 기분이 좋으니 더 목소리가 커지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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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의 천장에는 주의사항이 4개 언어로 적혀 있다. 필시 한국인들 중에는 절에 가본 사람이라면 입을 대고 마셨을 상상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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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궁의 증명사진이다. 증명사진은 모름지기 반듯하게 찍어야 한다. 그래서 특별히 신경써서 찍는 편인데도 왕왕 살짝 기울어진다. 그래서 혹시 모르는 예방 장치로 여백을 좀 남겨 놓는다. 살짝 기울어 져도 라이트룸에서 바로 잡을 수가 있는데 여백이 없으면 중요한 얼굴이 잘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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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머리에 꽃을 꽂고 장식물을 예쁘게 치장한 기모노 여인이 적당한 자리에 서 있어서 카메라에 담았다. 가방까지 세트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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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얼굴 샷이다. 증명사진보다 조금 더 다가간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느 정도 내부의 모습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하튼 항상 느끼는 거지만, 소니A7R2는 참 좋은 카메라이다. 웬만한 것은 살려 내니 말이다. 4월 중으로 다음 기종이 나올 모양인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새로 나올 카메라에서 기대가 되는 것은 연사의 성능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6샷 정도 날리면 느려지는데 이것을 15샷 정도까지만 감당해 준다면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적에 매우 좋은 기회를 얻을 수가 있을 것 같아서이다.

"차르르르르르르르르륵~!"

이랬으면 좋겠단 말이다. 지금은 '차르르~르~르윽~!'하고 멈추기 때문에 다 좋은데 그 점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뭐, 속도로만 따진다면 그런 카메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에 익은 소니 카메라가 그냥 좋아서 다른 걸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 병이라면 병이다. 그야말로 '소빠~!' ㅋㅋㅋ

그나저나 신전의 얼굴 샷을 보니 황금으로 단장을 한 폼이 위엄을 갖춘 단청을 보는 것 같아서 웅장하다. 이렇게 같은 건물이라도 멀리서 보는 것과, 몇 걸음 다가가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항상 컴퓨터에 사진을 옮겨 놓은 다음에 후회를 한다.

그래서 이제는 비록 욕을 먹을 망정 들이대는 편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카메라가 부셔질 지도 몰라.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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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전이다. 천만궁의 본전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의식을 진행하는지 제관이 대를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주문을 외우는 모습이 포착 되었다. 그래서 사진 복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기회가 딱딱 주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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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지. 암만~!

분위기를 포착해서 샷~!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무당 방울이잖아? 이거 왜 갈수록 한국의 무속인과 자꾸만 겹치는 것인지 모르겠군. 둘 사이에 얼마나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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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도 영판 박수 무당이다. 에구~! 실례를 한 걸까? 다만 배경이 있으니까 일본의 신사인가 보다 하지, 그냥 허공 벌판에서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박수라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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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이 댔다. 그랬더니 이 박수어른께서 팔을 가위표로 들이댄다. 그것은 분명히 낭월을 향해서 하는 액션이었다. 들이대고 찍지 말란 말이겠지. 그 순간에 셔터를 눌렀는데, 사진이 남지 않았다. 아마도 기에 눌려서 카메라가 흔들렸던가 싶기도 하다. 나가사키의 팔판산사에서 놓친 샷이 아까워서 이번엔 반드시 담으려고 했는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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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지 말라는 것을 자꾸 하면 그것도 미안한 노릇이니 중앙의 고헤이나 찍자. 금으로 도금을 했는지 우아하다. 그리고 역시 어김없이 그 앞에는 신장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 일본 사람은 고헤이를 신장대라고 한댔지..... 자꾸 헷갈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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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앙에....

거울이 하나 박혀 있잖아? 이건 또 뭐지? 업경대(業鏡臺)? 다시 자료를 조사... 뒤적뒤적... 아니지, 뒤적뒤적은 사전을 뒤지는 소리잖아.... 클릭클릭.... 아 나왔다. 이러한 상징물은 신의 몸(神體)란다. 거울, 구슬, 검, 방울 등등 신사에 따라서 다양한 물건으로 신의 몸을 삼는다는 이야기로군. 겸해서 거울의 이름은 팔지경(八咫鏡)이라다.

그렇구나. 거울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을 반사시키므로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보습이라고 한다면, 신(神)의 글자에서 보일시(示)가 갖는 의미와 일맥 상통하겠구먼.  어쩌면 너 자신을 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는 낭월식 해석을 하고는 뒷 모습을 보러 본전 후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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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패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간간히 한글로 된 것도 보인다. 한국의 신들만으로는 소원이 이뤄지지 않았던지 일본 신까지도 동원을 하려고 하나 싶기도 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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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옆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곳이 있었다. 필요한 만큼을 구할수가 있는데, 벽에 붙이는 나뭇조각을 말하는가 싶기도 하다. 인간사 희망사항은 다 담을 수가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인연도 만나야 겠고, 마음에 원하는 것도 이뤄야 겠고, 건강장수도 해야 겠고, 막힌 운도 열어야 겠고, 합격도 해야 겠고, 장사도 잘 되어야 하겠고......

개인적으로는 5천엔이란다. 그 정도는 지불해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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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정유년의 구성(九星)에 대한 길흉을 안내해 놨다. 물론 그러면서 액운을 방지하려면 물어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 본다. 불행을 말 할 적에는 그에 대한 해결책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유난히도 구성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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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뒤로 보이는 거대한 오동나무는 1천 년이 되었다고 하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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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본전 뒤로는 이렇게 다소 초라해 보이는 사당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일까? 상대적으로 초리해 보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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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돌아와서 다시 박수 아저씨 원 샷~!

그리고는 냅다 튀는 거다. 그런데 앞에 조아리고 있는 두 남녀는 무슨 소원이 그리 간절하길래 저리도 머리를 조아리고 있을까? 아마도 자식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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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편의 마지막 사진으로 이걸 골랐다.

원하는 것이 많은 사람과,
아무 것도 원할 것이 없는 사람...

원하는 사람은 안에 있고,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밖에 있다.

낭월은 또 그것을 바라보면서,
이또한 음양의 이치려니.....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