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여행⑥ 나가사키

작성일
2017-03-22 18:08
조회
1232

큐슈여행⑥ 나가사키(長崎)의 풍경 스케치


 

흐름에 따라서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벗님은 나가사키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실랑가? 아마도 대부분은 짬뽕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빨간 국물이 아닌 하얀 색에 얼큰하게 매운 나가사키짬뽕은 일반 짬뽕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애호가들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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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낭월은 나가사끼짬뽕이든, 이대로짬뽕이든, 왕가네짬뽕이든, 춘천막국수든 가리지 않는다. 면만 넣어 준다면 뭐든지 좋다는 말이다. 도삭면이든, 파스타든, 모밀국수든, 소바든 가리지 않는다는 말도 해야 하겠다. 이렇게 국수를 생각하다가 보니 배가 고파지는 군..... 언제 먹어도 맛좋은 국수. ㅋㅋㅋ

항상 그렇듯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현장에서 체험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처음에 나가사키를 선택한 이유가 뭔지를 금휘에게 물었다.

낭월 : 나가사키는 왜? 짬뽕 먹을라고?

금휘 : 물론 그것도 메뉴 안에 포함되어 있어요.

낭월 : 그렇다면 또 다른 것이 있었나 보네?

금휘 : 당연하죠~!

낭월 : 뭘 보려고?

금휘 : 구라바 가든도 보구요.

낭월 : 가든이면 꽃이라도 많을랑가?

금휘 : 그래서 엄마 좋아하실 것 같아서 잡았는데 날씨가 좀 추워서 모르겠어요.

낭월 : 그리고?

금휘 : 나가사키 야경이 볼만 하대요. 이건 아버지를 위해서예요.

낭월 : 오호~! 사진 찍으라고? 고마운걸.

금휘 : 그냥 나가사키 야경이 아니라네요.

낭월 : 그럼?

금휘 : 세계 3대 아름다운 야경에 들어간다고 해요.

낭월 : 그렇다면 풍경이 그럴싸 한 모양인 걸.

금휘 : 아마도 좋아하실 거라고 봐요. 호호~!

낭월 : 3대라면 나머지 2대는 뭐라카더노?

금휘 : 이탈리아의 나폴리랑 홍콩이라네요.

낭월 : 그래? 홍콩은 가 봤으니까, 나가시키 야경을 보면, 나폴리만 남네?

금휘 : 그렇지만 2대, 3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낭월 : 오호,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그럼 뭐가 소용인겨?

금휘 : 그냥 아름다운 밤의 도시 풍경이라고만 생각하면 되죠.

낭월 : 하는 말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여물어 가는 구먼. 하하~!

금휘 : 삿포로의 하코다테(箱館)에 가면 또 그곳이 세계 3대 야경이라고 한다잖아요.

낭월 : 하긴 그렇군. 여하튼 3대에 목숨을 걸지 말고, 그냥 볼만 한갑다 하면 되지.

금휘 : 맞아요. 그래서 하늘이 돕기만 바라면 되겠어요.

낭월 : 하늘은 또 왜?

금휘 :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면 야경이고 뭐고 되겠어요?

낭월 : 정말이네. 하늘에 기도하지 뭐. 하하~!

이렇게 너스레를 떨면서 나가사키에 들어왔고, 우선 배가 고파서 짬뽕부터 찾아서 먹었는데, 화교들이 만들어 놓은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만날 수가 있었지만, 먹는 이야기는 생략한다. ㅋㅋㅋㅋ

문제는 구라바 정원이었다. 어느 사이에 시간이 저녁 5시를 향해서 치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장 시간도 걱정이고, 왜냐하면 저마다 정보가 달라서이다. 어디에는 다섯시라고 하고, 또 어디에는 여섯시라고 하니 계절에 따른 차이인지는 몰라도 통일되지 않은 정보는 여행객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1. 구라바 엔(Glover Garden)

어쨌든, 구라바엔에 가보기로 했다. 일본의 이름이 아니라 유럽의 이름인 모양이다.  영어로는 글로버라고 읽어야 할 모양인데, 그것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니까 구라바가 된 모양인가 싶기도하다. 전망이 좀 좋아 보이는 높이에 자리잡고 있는 유럽식 건축물로 채워진 정원이었다는 정보를 참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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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도착하니까 환영문구가 반겨 준다. 그런데 성의가 좀 없다.

「어서 오세요. 구라바 엔에」가 뭐꼬 말이다.

이 기왕 한글로 한 줄 넣을 요량이면,

「구라바엔에 오심을 환영합니다」정도는 써놔야 하는 거 아녀? 입구에서 성의없는 정원 관리자의 마음이 보여서 웃었다. 물론 이 웃음은 고소(苦笑)이다. 쓴 웃음. ㅋㅋㅋ

여기 뿐만이 아니다. 한글로 표시해서 편리를 도모하는 것은 좋지만, 어순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일본어랑 어순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그런지도 모르겠군. 말하자면, '웰컴 투 코리아'를 '어서 오세요 코리아에'라고 번역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아니, 한국 사람도 한둘이 아닐 게고, 일본이 남미나 북유럽에 있는 곳도 아닌데, 조금만 신경쓰면 멋진 안내문으로 성의가 보일 텐데 오히려 유노하라 역에 써놓은 안내문이 더 정감이 간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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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안 하려고 시모노세키에서 사진을 보면서 그냥 넘어 갔는데,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슬그머니..... 거시기 해서 거시가 한다. 정말~! 해도 너무 하잖아? 서양 사람에게 한글을 가르친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잖여? 도대체 이게 무슨 심뽀냐구~! 터키나, 하다 못해 태국에서 이러한 문구를 봤더라도 그러려니... 할 참이다.

초등학생 한국인에게만 물어봤어도 이렇게 하지는 않겠는데, 누군가 그것을 아직도 알려주지 않았나? 아니면 그냥 우기는 건가? 아베처럼? 이러한 것에서 일본인의 서양숭배 사상과 한국멸시 사상을 엿볼 수가 있는 것 같아서 씁쓸했더란 말이다.

아..... 연기가 가슴에서 스믈스믈 피어오른다. 이러면 안 되지. 도를 닦는다는 사람이 소인배들의 심술을 보고서 마음이 움직이면 헛 공부 한 겨. 흠흠흠~~~!! 이렇게 쓰면서 속으로 나름 알고 있는 욕을 다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게다. 심하게 써놓은 글을 고치기 전에 미리 읽으신 한 분의 벗님만 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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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높은 곳에 지어진 건물이다. 여기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 놔서 편안하게 도달을 할 수가 있으니 이런 것은 잘 해 놨다고 해야 하겠다. 일본에 와서 보니까 여행객의 마음이 어떤지를 새삼 느끼겠다. 일본 사람에게는 이 정원이 이국적이라서 새로울지 몰라도 낭월에게는 일본에서 일본 같지 않은 것을 보게 되었다는... 뭐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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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이 있었구나. 그런데 연꽃이 없어도 연못인가? 그냥 잉어만 있으니 잉어못이라고 할까? 근데 또 그렇게 이름을 붙여 보니까 뭔가 어색하네.... 에라 모리게따~! 그냥 연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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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니까 한 서양 여인이 잉어랑 소통을 하려는지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장면이 들어온다. 아마도 그녀는 잉어를 무지하게 좋아하였던 모양이다. 저마다 자신만의 사연을 한 보따리씩 안고 다니니까 그 사연은 또 어떨지 몰라도 뭔가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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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것은 메가미오(女神)대교겠군.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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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큼지막한....

아니, 상당히 큰.....

그게 아니라, 억수로 큰~!!

배가 한 척 정박해 있는 것이 보인다. 음.... 봐하니 크루즈선이로군. 사람도 제법 싣고 다니겠는 걸. 사실 이렇게 큰 배는 첨 본다. 그래서 렌즈 중에서 가장 긴 렌즈인 24-240으로 최대한 당겨서 살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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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앞에는 높지막하게 선장실이 마련되어 있군. 그야말로 위풍이 당당하네. 뭐라고 써 놓은겨....? 밀레니엄? 그러니까 이 배의 이름은 밀레니엄이란 말이로군. 일단 배가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는 정원의 구경은 뒷전이 되었다. 온통 배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언젠간 반드시 저 배를 타고 세계 유람을 하고 말꺼야~!'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찬찬히 둘러, 아니 살펴 봤다. 거대한 아파트가 물위로 움직이는 것 같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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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가운데 도막이다. 그나마 잘 보이는 곳에서 촬영을 했는데 전부 다 들어오지 않아서 나눠본다. 보자..... 구조선 위로 5층이로군. 층마다 커텐을 쳐 놓은 걸 보면 객실인가 보군. 요트인지 보트인지 그 아래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뱃전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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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는 사람들이 더 많네. 그와 동시에 풍악이 울려 퍼진다. 관악대가 합주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그것을 관람하고 있는 모양이군. 배를 타고 놀러 댕기는사람은 쪼~매~ 부럽다. 얼마나 편안하게 세상 구경을 하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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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할 적에는 입장료도 꽤 비싸다고 생각되었는데, 전망 좋은 곳에서 멋진 배를 구경하고 났더니 그런 생각이하나도 안 들었다. 그래서 사람 맘은 요물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ㅋㅋㅋ

내친 김에 조사 들어간다.밀레니엄 호는 도대체 어떤 배인가를 알아보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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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더 있었네. '셀러브리티 밀레니엄'호라는 군. 특별히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얻었는데 크게 저장했다. 맘이 내키시면 확대해서 보시라는 의미이다. 그나저나 갑자기 크루즈 선에 대해서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 이 밀레니엄 호는 얼마나 큰 배인겨?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

2006년에 컨디나스 트래블러에 선정된 대형 크루즈 순위


1위 컨스텔레이션호 91,000톤 (셀러브리티 크루즈)


2위 밀레니엄호 91,000톤 (셀러브리티 크루즈)


3위 서미트호 91,000톤 (셀러브리티 크루즈)


4위 인피티니호 91,000톤 (셀러브리티 크루즈)


5위 셀레나데호 90.090톤(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6위 익스플러로호 138,000톤 로얄 캐리비리안 크루즈)


7위 갤럭시호 77,713톤 (셀러브리티 크루즈)


8위 네비게이터호 138,000톤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9위 머큐리호 77,713톤 (셀러브리티 크루즈)


10위 레디앙스호 90,090톤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

순위를 보니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크루즈 호가 밀레니엄이었단 말이군. 물론 2006년 기준이라고 하는 전제는 붙여야 하겠지만 말이지. 그럴만도 하겠는데, 그렇다면 더 큰 컨스텔레이션 호는 도대체 얼마나 크다는 겨....? 근데, 1,2,3,4등의 크기가 모두 같다는 거잖여? 그것도 참 희한하군. 하긴, 무게 기준이니까 크기는 좀 다를 수도 있겠지.... 중요한 것은 최선 정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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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봐라. 2017년도 크루즈 선의 정황이다. 10년의 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 잘 어울리겠다. 23만톤의 심포니 호가 등장했으니 두배? 밀레니엄보다 배나 더 큰 초호화 유람선이 등장했으니 '옛날 기록은 저리가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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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호는 미국의 로열캐러비안크루즈 사에서 만든 6성급 시설을 갖춘 배이고, 길이는 300m가까이 되는 초호화 유람선이란다. 그야말로 바다 위의 호텔이란 말인가 보다. 여하튼 운이 좋아서 멋진 유람선을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배는 저녁에 빠져나가서 다음 날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풍악을 울리고 놀 적에 알아 봤다.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는 출항하는 것을 연지님이 방송에서 봤다고 했는데, 사실이었던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데 막상 그것을 타고 유람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ㅎㅎㅎ

 

2. 이나사야마(稻佐山) 전망대

저녁을 먹고는 그 유명하다는 나가사키의 야경을 보러 전망대로 올라갔다. 차로 올라가면 되는데, 입구에서 주차 카드를 뽑아야 한다. 차는 유료이고 전망대는 무료인 까닭이다. 그렇게 해서 전망대에 올라가니 사람들도 제법 올라서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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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보니 이미 저녁 8시 44분이다. 야경도 초저녁에 하늘에 푸른 빛이 남아 있을 적에 찍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다. 그렇지만 형편에 따라서는 뭐 늦어도 상관은 없다. 주차장에 도착하니까 방송국의 송신탑이 자리를 지키고 나그네를 반겨 준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NHK'소유인지 건물에 세 글자가 박혀 있군. 그리고 왼쪽에 있는 것은 아마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인가 싶다. 여러 이름들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것을 보러 온 것은 아니다. 어서 전망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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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3층 건물의 옥상이 전망대이다. 오른쪽의 계단길로 올라가도 되고, 중심부의 건물에도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통로를 이용해도 된다. 어디로 가더라도 결국 도착하는 곳은 전망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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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2mm 어안렌즈를 장착하고 스케치를 했다. 그렇게 해 보니까 너무 광활해서 오히려 아경의 느낌이 축소된 것으로 보여서 적합한 렌즈가 아니란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6-35 렌즈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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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정도면 적당하군. 16mm로 잡아 보니 화각이 적당해 보인다. 다만 더 좁게 잡아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이미 밤이 깊어져서 푸른 기가 완전히 사라져서 암흑으로 변한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런데 너무 장노출로 했나? 30초로 찍었더니 빛이 많아 보여서이다. 그래서 빛을 좀 적게 담기위해서 10초로 조정하고 다시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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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같은 전경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야경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낭월의 나름 깨친 야경 사진 찍는 방법을 공개한다.

1. 삼각대(최대한 튼튼한 놈) 필수.

2. 광각렌즈(14mm ~ 24mm) 필수.

3. 셔터는 2초 후에 눌리는 옵션(손으로 눌러서 생기는 흔들림 방지)을 사용.

4. 손떨림방지가 된 소니7AR2의 경우에는 반드시 손떨방을 꺼야 함.

5. 조리개를 F/10이상 조여야 함.

특히 4번을 지키지 못하고 왕왕 까먹어서 버린 사진이 꽤 된다. 왜냐하면 손으로 찍을 적에 흔들림을 방지하게 만든 기능이, 삼각대에 얹어 놓으면 이번에는 카메라가 떨리지 않으니가 지가 떨고 있는 기가 막힌 현실이 있음이다. ㅋㅋㅋ

그런데, 위의 사진은 조리개를 F/4로 활짝 열고 찍었다. 이렇게 되면 선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장은 모른다. 그냥 셔터 누르고 작은 뒷창으로 확인하게 되는 까닭에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컴퓨터로 열어보고서야 그것을 알았을 적에는 이미 배가 떠난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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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리개를 F/16으로 조이고, 대신 30초로 시간을 늘인 다음에 다시 한 컷 담았다. 화각을 27mm로 했더니 주변을 줄이고, 중심부에 집중하는 효과가 생겼다고 우긴다. ㅋㅋㅋ

오홋~! 동산월출(東山月出)이다. 늦게 등장을 한 사진가를 위로라도 하려는 듯이 두둥실 달이 떠오르니 그것은 달님의 선물이다. 역시 낭월(朗月)이 괜히 낭월이 아니다. 이름값을 밤이 되어서야 알아 본다는 말도 안 되는 너스레이다.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각대는 여전히 약하다. 여행에서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가벼운 휴대용으로 챙겼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쉬움이 많다. 다만 무게와 기능의 사이에서 늘 타협점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 사진놀이의 숙명이니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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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삼각대는 큰 것이고, 왼쪽 삼각대는 작은 것이다. 국내에서 여행을 한다면, 무조건 큰 것을 드렁크에 싣는다. 다만,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는 문제가 앞장을 서게 되면 부득이 작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작은 녀석은 1.27kg인데, 큰 녀석은 3.11kg이다. 그래봐야 2kg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생각한다면..... 여하튼 좀 짊어지고 다녀 보면 그런 말을 쉽게 못 할 것이라는 것에 500원 건다. ㅋㅋㅋ

이번 여행에서도 이것을 가져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장시간(적어도 20초나 30초)의 노출을 사용할 야경과 같은 기회가 있을 적에는 너무도 많이 생각나는 녀석인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위로가 되는 것은 이것조차도 챙기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생각이 뒤를 따르는 까닭이다.

야경 사진은 같은 풍경이니 많이 본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고 보고, 이 정도의 소개를 마치고 하산했다. 물론 호텔이 도좌산 중턱에 있어서 이내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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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오니 아직도 안마사가 연지님에게 기운을 팍팍 불어넣고 있었다. 60분 짜리 마사지를 부탁했더니 열심히도 해 주고 있어서 가만히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방해하지 않았다. 사실은 말이 되었으면 뭔가 수다를 떨었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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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둘러서 잠을 잔 것은, 바로 다음 날 새벽의 풍경을 담기 위한 계획으로 인해서였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니까, 청원이도 따라서 일어나고 경덕이도 새벽 풍경을 보고 싶다고 해서 남자들만 셋이 숙소를 나섰다.

조리개는 16으로 조이고, 화각은 24mm로 해서 한 장 찍었더니 비로소 맘에 드는 그림이 나왔다. 특히 붉게 물드는 새벽하늘의 모습과 아직은 꺼지지 않은 불빛의 조화가 하늘과 땅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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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잘도 흘러가는 것은 찍는데 30초, 처리하는데 30초가 걸리니 사진 한 장 찍는데 최소 1분이 걸리는 까닭이다. 다시 새벽의 싸늘한 공기가 부담스럽기는 해도, 사진으로 보답을 해 주니 즐거움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도 새벽에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의 즐거움이다.

더욱 고마운 것은 경덕이도 이러한 새벽의 풍경을 처음 접하고는 참 보기 좋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워낙, 컴퓨터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야행성이라서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체질인지라 새벽에 하늘을 볼 일은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처음으로 이러한 여명(黎明)을 접했을 것이니까 나름 느낌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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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풍경이 변한다. 불과 몇 분이 경과하지 않았는데도 사뭇 다른 느낌의 나가사키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 시간이 빛어내는 마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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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해가 솟아오르려나 보다. 동녘에 서광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빛으로 인해서만은 아닐 텐데 도심의 불빛들이 순식간에 다 죽어버렸다. 어쩌면 이럴수가 있냔 말이지. 이렇게 급변하는 것이 새벽의 풍경임을 느끼면서 변화에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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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솟아 올라서 마을을 비춘다. 이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서서히 살림살이를 거둬야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하는 말로, '해 뜨기 전 30분, 해진 뒤 30분'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조리개를 최대로 조여도 빛은 부담스럽게 렌즈를 파고 들어오기 때문에 슬슬 짐을 싸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상으로 군함도가 보인다고 경덕이가 하는 말이 생각났다. 전망대 주변을 보다가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것이 군함도라고 하는 안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그쪽 방향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군함도라고 추정되는 섬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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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제법 멀어서인지, 240mm로 최대한 당겨봐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이것이 낭월의 연장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인 셈이다. 집에 두고 온 150-600이 순간 떠올랐지만 그것은 집에 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안 되면 집에 가서 라이트룸의 신세를 질 요량으로 최대한 흔들리지나 않도록 담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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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내공이 한계에 다다르면 다음으로는 크롭신공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라이트룸에서 불러 온 다음에 잘라내는 것이다. 물론 화질 손상이야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윤곽이나마 조금 더 크게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가끔 해 보는 짓이다. ㅋㅋㅋ

이 정도로 키워 놓으니까 그래도 대략 짐작은 할 수가 있겠다. 한국의 징용자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석탄을 캐던 곳이고, 나가사키에 원폭이터지고 나자, 그것을 수습하러 내 보냈다는 곳이다. 배를 타고 가보려고 전날 저녁에 알아 보니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고 해서 포기 했는데, 전망대에서 윤곽이나마 볼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잖아도, 군함도를 영화로 만들어서 7월 중에 개봉한다는 정보가 있는 것을 보면, 그 영화를 보면서 나라를 잃은 영혼들의 서러움을 위로할 수도 있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나가사키의 야경(夜景)과 효경(曉景)을 다 볼 수가 있었으니 그것도 행운이다.

왜냐하면 하늘이 돕지 않으면 이러한 것도 불가능하고, 행여 삼각대가 고장이라도 나면 그것도 불가능한 것인데 모든 것이 최선을 다 해 줬으니 그래서 고마운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는 건강에 대해서 더욱 감사함은 더 말을 할 나위도 없고.

 

3. 원자폭탄 자료관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두 발이었다는 것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낭월도 잘 몰랐다. 두 발이라고 하는 말은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졌다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가사키에도 폭탄 한 발이 떨어졌다는 것을 비로소 정확하게 알게 되었으니 무엇이라도 현장에서 직접 보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기도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히로시마에 갔더라면 그곳에서 둘러 봤겠지만 여기는 나가사키이다. 그래서 여기에 마련된 자료관을 둘러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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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관은 평화공원 부근이라고 해서 평화공원으로 목적지를 잡고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저 멀리 오늘 새벽에 놀았던 전망대가 보여서 차 안에서 한 장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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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공원에는 인물상이 있다. 한 손은 하늘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고 또 한 손은 평화를 의미하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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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물 상의 양 옆에는 탑이 있고 그 안에는 색종이로 접은 학이 가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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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이학은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자료관에서도 많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눈길을 끄는데 평화를 의미하든, 원폭의 비극을 의미하든 간에 우선 색감이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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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상의 바닥에는 물이 있어서 반영도 담아 봤다. 무엇이 실상이고 무엇이 허상인지를 생각해 보고 싶었던 마음도 없지 않았다. 사실, 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 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 해야 할 것인지가 난해한 낭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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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읽지는 못해도 대략 한자를 섞어 놔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짐작은 가능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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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념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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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한글로도 풀이를 해 놓은 안내문이 있어서 읽어 볼 수는 있겠다. 특히 '산과 같은 성철'은 한자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외외여산적성철(巍巍如山的聖哲)
높고 높은 산과 같은 성스러운 밝은 이들


이렇게 써 놓은 한문을 한글로 풀이한 것인데, 이게 무슨 말인고? 참 기가 막힌 일은 도처에서 한글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나마도 다행인 것은 구글의 번역기보다도 못한 번역이지만 그나마도 무슨 말인지 대충이나마 알아 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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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누구라도 모골이 송연할 것이다. 우리 일행도 그 처참함에 대해서 잠시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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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소녀가 남겼다는 메모를 가운데 두고 기념 촬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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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로 써놔서 내용은 모르겠지만 풀이를 한 것을 컨닝해 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어딘가에 한글로 풀이가 된 것이 있었지 싶은데 사진은 찍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이 너무 말랐으나 마실 물이 없었다.

물을 찾아서 마시려고 보니 기름이 떠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목이 말라서 그냥 그 물을 마셨다.

이러한 뜻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당시 나가사키에 있었던 한국의 징용자나 중국의 징용자들도 모두 원폭으로 수분이 증발해 버려서 목이 말라 죽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참으로, 참으로 참혹한 장면을 상상만으로는 모두 이해를 한다는 것은 어렵지 싶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평화공원 옆에 있다던 원폭자료관은 한 참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도 한참 걸렸는데, 여하튼 찾아가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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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찾아오는데 너무 힘을 뺐다. 그래서 잠시 쉬는 일행 들.

저 안에 들어가서 보게 된 것들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사진을 소개하는 것은 생략하거니와 뚱뚱보에 대해서는 소개를 해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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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랑 색의 폭탄이 바로 원자탄이다.

원래 히로시마에 한 발을 떨어트렸는데 그래도 항복을 하지 않자, 3일 후에 다시 나가사키에 한 발을 더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허겁지겁 항복을 했다는데 그 위력에 모두가 놀랐을 것은 당연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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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모습을 이해할 수가 있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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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폭탄이 이렇게 예쁜 색으로 만들었나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사실은 좀 달랐다. 다만 모양은 같았던 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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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 떨어졌다는 원자탄의 실물 사진이다. 별명은 꼬마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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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탄으로이름이 뚱뚱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형상은 전시된 것과 같다고 봐도 되겠는데, 덩치로 봐서 뚱보가 더 용량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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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보는 플루토늄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전문적인 것은 몰라도 될 것 같아서 설명은 생략한다. 중요한 것은 그 크기가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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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 하다는 것이다.

부디 지구상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나가사키를 둘러 보면서 여러 감회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