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어 먹기

작성일
2013-01-1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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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어 먹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얼마 전에 연지님께서 두부를 만들어 주겠다면서 휴롬이라는 믹서기를 구입했더군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 준 두부를 먹어보니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한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두부를 만들어서 식구들 먹일 생각을 한 것이지요. 항상 이렇습니다. 한 마음이 일어나면 반드시 일을 저지르고 만다는..... 하하~
 
  우선 마음을 일으키고 나니까 생각을 해야 할 것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담으로 천천히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소개도 할 겸, 연구삼아서 글을 써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완성인 채로 시작을 합니다. 이야기 삼아서 읽어보시다가 한 마음이 동하시면 따라서 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두부에 대한 추억 

  누구나 추억은 있게 마련입니다만 낭월도 두부에 대한 추억이 두어 도막 있기에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의 추억은 '두부집 아들'로써의 추억입니다. 5~6세의 어린 시절은 경남 창원군에서 보냈습니다만 면 소재지에서 두부를 만들어서 판매했던 두부제조업을 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이른 새벽이면 두부를 끓이는 커다란 솥에 김이 오르는 두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항상 천연두유를 마시면서 자랐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아침에 주부들이 따끈한 두부를 사다가 아침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려니까 새벽에 만들어야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두유, 순두부, 모두부를 많이 먹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만 기억에 남아있는 조각은 커다란 솥입니다. 그것을 뒤집어서 쓴다면 영국의 탐험대장의 모자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상하게 생긴 솥이었습니다. 그 후로 어디에서도 그렇게 생긴 솥을 보지 못했네요.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었는지도 가끔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려서 들은 말로는 조푸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비지짜자 조푸짜자'라는 곡조를 읊조리면서 모여앉아서 정강이로 상대방과 놀이를 했던 것도 문득 들기도 하네요. 그래서 무슨 뜻인가 싶어서 찾아보니까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조푸, 조피, 조포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한자로 쓴 것으로는 조포(造泡)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려서의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던가요? 이렇게 두부를 먹으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두부에 대한 집착이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일반적인 가정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의 두부를 만나게 되었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은 두부집 아들로 불러줬습니다. 하하~
 
 
  이번에는 여나믄 살이 되었을 상황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님의 경제환경에 대한 오류(곗돈을 때여서 망함)로 인해서 야밤도주를 하여 도착한 곳은 충남의 산설고 물설은 안면도 창기리의 바닷가였습니다. 산을 불법으로 개간하여 콩을 심은 까닭에 자연스럽게 두부를 만들 궁리를 하셨을 것으로 짐작을 해 봅니다. 처음에는 동네의 염전에서 간수를 얻어다가 맷돌을 구해서 두부를 해 주셨는데 나중에는 바닷물로 두부를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그렇게 해서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은 고스란히 기억장치에 입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후로 여간해서는 맛있는 두부를 만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까닭이 바닷물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또 한 참이 지난 다음이었겠습니다만 여하튼 이렇게 질긴 그것도 아주~ 질긴 두부에 대한 인연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이야기의 시작머리를 삼습니다.
 
 
2. 맷돌을 구입할 궁리의 실현
 
  휴롬으로 두부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솔깃했던 것은 별로 맛이 없는 두부로 실망감을 가득 안은 채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왜 맛이 없었는지를 생각하다가 맷돌이 아니라서 그랬을 것이라는 것으로 혐의를 돌리게 되었지요. 콩을 맷돌에 갈면 으깨는 것이지만 휴롬으로 분쇄를 하면 자르는 것이니까 그에 의한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아마도 단백질만 추출하면 되는 것이므로 어쩌면 같을 수도 있겠지만 기분이 다르다고 해야 할런지도 모를 일이기는 합니다. 여하튼 맷돌을 구입하고 싶어졌다는 것이지요.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장수청정마을'에서 곱돌로 만드는 맷돌이 맘에 들었습니다. 가격은 20여만원인데 그 정도의 비용을 지출할 가치는 있어보였습니다. 물론 승락을 받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그것을 사온다면 자신은 절대로 손을 대지 않을 것이지만 너무도 당연스럽게도 자신의 몫이 되어버릴 것이므로 애초에 구입자체를 불허하겠다는 연지님의 반대에 부딧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절대로 시키지 않고 직접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야말로 '한 번 속지 두번 속나~!'였습니다. 전과가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흐~
 
  뭐 그렇지만 다섯 번 정도 찍으면 넘어간다는 것도 깨달은 낭월입니다. 맘을 먹은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도 또한 낭월이니까요. 여하튼 그렇게 줄다리기를 한 끝에 마침내 구입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다만 화인이 생각하기에 직접 물건을 봐야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출발을 해서 현장까지 가서 본 다음에 중국산이 아니라 직접 그 공장에서 깎아서 만든 맷돌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은 맷돌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잘 하는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는 않지만 아무 것이나 준비하지는 않는다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연장에서 기술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낭월이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연장 탓은 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명품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부의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3. 다음에 준비를 할 것은 응고제
 
   두부를 만들려면 콩과 간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웬만한 국민이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콩이야 동네에서 농사 지은 것을 구입해 놨으니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응고제는 고민을 좀 해 봐야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부터 명확하게 해 놔야 할 것 같아서 아침부터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얻은 내용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상식삼아 참고 하셔도 되겠습니다.
 
(1) 두부가 되는 이치
 
  두부가 되는 것은 콩을 갈아서 응고제를 넣으면 콩 속에 포함된 단백질이 엉겨서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 응고제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살펴보면 몇 가지의 알아야 할 이야기가 등장하게 됩니다.
 
(2) 간수-천일염의 소금에서 나온 부산물
 
  천일염에서 흘러나오는 액체가 간수입니다. 간수는 오래 전부터 두부를 만드는 응고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간수에는 염화마그네슘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단백질을 응고시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금은 염화마그네슘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소금을 물에 타서 쓴다고 해도 응고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수와 소금물은 다르고 또 소금물과 바닷물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바닷물 속에는 염화(鹽化)마그네슘이 있지만 소금에는 없거나 미량이 있어서 단백질 응고제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3) 화공약품-석회가루 사건
 
  옛날에 석회가루로 만든 두부가 유통된다고 해서 시끌시끌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뒤져보니 1971년도의 일이었다고 하네요. 석회 속에는 황산칼슘이 있는데 이것이 두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작용을 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응고제로 사용이 되었던 것인가 봅니다. 여하튼 벌써 40년이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군요. 세월도 참.......
 
  황산칼슘도 먹을 수는 있는데 문제는 순도가 떨어지는 공업용을 사용했다는 것인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라고 합니다. 공업용이라면 왠지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데 특히 문제는 경석고(硬石膏)라는 것입니다. 석고라는 글자를 보면 느낌이 오네요. 그래서 한 차례의 소동이 있었지만 그 후로도 두부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의 식품 속에 포함되어서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을 자꾸만 즉폭시키는 것은 수두룩 할 겁니다.
   
 
(4) 화공약품- 염화마그네슘
 
  아마도 휴롬믹서기를 샀을 적에 두부를 해 먹으라고 선물로 끼워 준 것이 이것인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염화마그네슘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글을 쓰다가 연지님에게 남은 것이 있거든 가져와 보라고 했더니 들고 왔습니다. 이렇게 생겼군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은 정답인 것 같습니다. 염화마그네슘이 뭔지 몰랐다면 왜 간수를 주지 않고 화공약품을 줬을까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말이지요. 딱 이렇게 생겼습니다. 얼른 보면 한주소금이 생각나네요. 혹시 한주소금은 잘 있는가 싶어서 찾아보니 훨씬 다양한 상품으로 나오는 모양입니다. 본소금, 장소금, 꽃소금..... 그렇군요. 정제염이라고 했다가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본소금으로 바꿨다고 하는 말도 있습니다.
 
 
여하튼 염화마그네슘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확히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간수와 염화마그네슘의 차이는 같은 것일까요? 또 이것이 궁금해 졌습니다.
 
(5) 간수-어차피 염화마그네슘
 
  이해를 하고 보니까 간수나 염화마그네슘이나 같은 것이라는 정도는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간수로 두부를 만들면 고소하고 이걸로 만들면 고소한 맛이 없는 것일까요? 단순히 기분이 그래서라고 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차이가 있는 것이라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던 중에 서해안의 갯펄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되면 혼합물이 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 차이는 염화나트륨과 천일염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천일염의 주성분이 염화나트륨이지만 분명히 그것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간수와 염화마그네슘이 다르다면 화학적인 분석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도 포함이 되어서 작용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내친 김에 마그네슘 결핍증:

기분이 밝지 못하다.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나빠진다.
만사 할 의욕이 나지 않고 기분이 우울해진다.
어깨가 굳어지고 견비통이 생긴다. 
깜빡거리는 기억력의 상실이 잘 생긴다.
눈꺼풀이 씰룩거린다.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생긴다. 맥박에 부정맥 현상이 생긴다.
근육통이 잘 생긴다. 
수족의 근육에 힘이 빠진다. 
집중력이 저하된다.
천연의 염화마그네슘은 서해의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서 나온다.
 
또, 내친 김에 마그네슘의 종류:
 
(가) 글루콘산마그네슘(Magnesium Gluconate)
(나) 산화마그네슘(Magnesium Oxide)
(다) 수산화마그네슘(Magnesium Hydroxide)
(라) 염화마그네슘(Magnesium Chloride)
(마) 탄산마그네슘(Magnesium Carbonate)
(바) 황산마그네슘(Magnesium Sulphate)
(사) 제이인산마그네슘(Magnesium Phosphate, Dibasic)
(아) 제삼인산마그네슘(Magnesium Phosphate, Tribasic)

 
한 번 더 내친 김에 마그네슘이 많은 식품:
 
 
마그네슘은 엽록소(chlorophyll)의 구성성분이므로 녹색엽채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견과류, 두류 및 곡류 식품에도 풍부하다. 그러나 곡류 중의 마그네슘은 도정과정 중 80~96%가 손실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식사에서는 마그네슘이 흔히 결핍되지는 않으나 정제된 식품이나 가공식품에의 의존도가 높은 경우 마그네슘 섭취량이 낮아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이들 식품의 추출물 또는 다음의 합성원료를 첨가한 가공식품과 마그네슘 보충용 식품도 좋은 급원식품이다.

 
(6) 바닷물-그것도 서해안의 바닷물
 
  천일염은 서해안에서 나오고 그 천일염에서 간수가 나오니 결국 소금과 간수의 고향은 서해안의 바닷물이라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다만 농도로 본다면 간수가 훨씬 진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자연적인 것은 바닷물이겠고 말이지요. 그래서 바닷물에 대해서 관심이 가게 되어 있습니다. 갯펄에서 온갖 미생물과 광물질들이 범벅이 된 채로 흘러다니는 바닷물은 그래서 두부를 만드는 응고제로 제1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7) 바닷물의 주요 성분
 

바닷물에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염화마그네슘이 들어있는지가 또 궁금해진 낭월이 자료를 찾았습니다. 대략 비슷한 자료가 나오는데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닷물 1kg에 포함된 성분표


산소-86%
수소-11%
염소-1.9%
나트륨-1.1%
마그네슘-0.1%
황-0.1%
칼슘-0.04%
 
  그 외에도 다양한 성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두부를 만드는 주요성분인 마그네슘이 1g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콩 약 2kg를 두부로 만드는데 바닷물이 약 2kg이 들어가므로 마그네슘은 2g정도 들어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휴롬을 사면서 끼워준 염화마그네슘 7g 한 봉지면 7~8kg의 콩으로 두부를 할 분량이 되는 셈이네요.
 
  아하~! 이제서야 연지님이 설명서대로 했다는 두부가 왜 그렇게 맛이 없었는지를 알겠네요. 휴롬에 따라온 설명서를 보니까 생콩 200g에 한 포(7g)를 넣으라고 해 놨으니 당연하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즉 염화마그네슘이 너무 다량으로 투입이 되었다고 봐야 하겠네요. 그래서 설명서대로 해서 안 되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바닷물은 대략 이 정도 들어갔을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8) 바닷물의 환경-오염되진 않았을까....
 
  왜 오염이 되지 않았겠어요. 이 지구상에 오염되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조금은 찝찝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벌써 금휘가 그 생각을 했는지 말을 하더군요. 오염되었다는데 먹어도 괜찮을 것인지 말이지요. 그래서 또 생각에 들어갔습니다. 과거의  추억으로 인해서 오염된 두부를 가족에게 먹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내린 결론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항구 주변에서 뜬 물만 아니라면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봐도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도 바닷물을 끌어다가 만듭니다. 그러니까 간수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바닷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점에 생각이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특히 다행스러운 것은 염전에서 농약을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를 일으켰던 방송도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간수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믿어도 될만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맷돌을 사가지고 오다가 서천으로 갔습니다. 응고제로 바닷물을 길어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다만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은 관계로 인해서 서천에서 플라스틱 말통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여기에다가 물을 담아 올 요량이지요.
 
  마침 바닷가에는 거센 파도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파도로 인해서 물은 흙탕물이 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그냥 왔느냐고요? 그럴리가요. 낭월은 잘 알거든요. 이 뻘은 가라않히면 맑아진다는 것을 말이지요. 어차피 서해안의 물은 이렇습니다. 풍랑이 일면 꾸정~하다가 잔잔해지면 다시 분리가 되는 과정의 무수한 반복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도 최대한 멀리 가서 길어야 하겠기에 지도상으로 육지에서 떨어져 보이는 위치로 찾아갔습니다.
 
  
   여하튼 두부응고제 즉 바닷물을 한 통 길어왔습니다. 그리고 콩을 2kg정도 물에 불렸지요. 흰콩입니다. 이제 저녁에 두부를 할 참입니다.
 
 
 
 
 
 
 

4. 콩을 맷돌에 갈기 

  제법 통통해진 콩은 약 20여 시간 불린 것입니다. 이제 맷돌질을 해야 할 참이네요.
 
 
 
  맷돌이 작아서 돌리기는 쉬운데 홈이 깊어서인지 곱게 갈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콩을 조금씩 넣으면서 하면 좀 더 곱게 갈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다음에 콩국수를 해 먹을 적에 다시 실험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
 
 
  맷돌로 가는데는 약 20~30분 걸린 것 같습니다. 두 아이들에게 시켰더니 재미가 있는지 열심히 하네요. 흐흐~ 다만 곱게 가는 것에 대한 방법은 좀 더 궁리를 해 봐야 하겠습니다.
 
 
5. 콩물 짜기
 
  저녁에 에어로빅을 나간 연지님이 귀가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콩물을 짜려면 자루도 있어야 하고 또 옆에서 거들어줘야 하는데 이것은 아이들과 하기가 좀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릇도 그때그때 챙겨야 할 것도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살림살이의 도사가 있어야 맘이 편할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자루가 문제였습니다. 삼베자루로 해야 하는데 너무 촘촘한 광목자루로 해 놓으니까 콩물이 나가지 않아서 두 배로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적당한 자루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뭐든 처음에 하는 것은 다 그렇지요 뭐.
 
 
 
 
 
 
  혹시라도, 끓이지 않고 짜는 이유가 궁금하시다는 벗님이 계신다면 이미 뭔가를 알고 계신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원래 경상도에서는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안면도식으로 이북사람들이 하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생콩물을 짜는 방법을 알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좋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짜느라고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비지가 문제인데, 만약 비지를 띄워보려면 찜통으로 찌면 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하튼 뻑뻑하면 잘 짜지지 않으므로 물을 넣어가면서 주물러서 최대한 단백질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거르고 남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지네요. 역시 아이들을 시켰더니 마구마구 집어넣고 돌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비지는 맛이 있겠다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연지님께 야단 맞을까봐서 말이지요. 믹서기에 갈았다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원천봉쇄한 것이지요. 자칫하면 맷돌을 괜히 샀다고 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하하~
 
 
  일차적으로 끓이기 전에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왜 경남에서는 두부를 조포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거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인데 거품이 많이 나오네요.
 
  그리고 콩국수를 해 먹을 요량이라면 이 상태에서 삶은 국수에 붓기만 하면 끝입니다. 아참, 아직은 생콩물이라는 것을 깜빡했네요. 그러니까 콩국수를 할 때에는 짠 물을 끓여서 식히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고소한 콩국을 먹기 위해서는 맷돌질을 할 적에나 콩물을 짤 적에 물을 조금 넣어야 한다는 것은 알아놔야 할 부분입니다.
 
 
6. 끓이기
 
  이제는 끓이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물을 다소 넉넉하게 부은 것은 바닷물의 염분을 희석하여 행여라도 예전에 한 번 해 먹다가 짠 두부를 먹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바닷물의 분량에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저울까지 동원시킨 것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슬슬 저어주면 됩니다.
 
 
  연지님은 그 사이에 바닷물을 냄비에 올려놓네요. 이것도 끓여야 마음이 놓인다는 마음인가 싶어서 가만 뒀습니다. 그리고 온갖 플랑크톤이 있을 것이므로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젓다가 보면 또 거품이 생깁니다. 한 번 정도는 걷어줘도 좋겠네요. 여하튼 끓어오르면 정신이 없으니까 미리 걷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약 30분 가까이 저었지 싶습니다.  다만 이것은 화력에 따라서 다를 것이므로 특별한 의미는 없겠습니다. 여하튼 끓어오를 적에는 동작이 빨라야 합니다. 찬 물을 준비하고 있다가 끼얹어 줘야만 넘쳐서 주변이 엉망으로 지저분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끓어오르고 나면 비로소 불을 끕니다. 그리고 다음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7. 두유로 퍼 먹기
 
  만약에 두유를 마시고 싶다면 응고제를 넣기 전에 퍼내야 합니다. 그리고 두유가 목적이었다면 두부를 짜면서 물을 적게 부어야 하겠지요?
 
 
  금휘가 맛을 보겠다고 해서 한 그릇 펐습니다. 그리고 물을 많이 부은 것에 대해서 조금은 찔렸지만 다음에는 더 맛있는 두유를 만들어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런대로 담백하니 먹을만 하다고 하네요. 소금을 약간 넣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맹탕이니까요. 물론 그것은 각자의 기호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8. 응고제 투입-바닷물 끼얹기
 
  불을 끈 다음에 준비한 바닷물을 조금씩 끼얹으면서 살살 저어주면 되는데 이번에는 휘휘 젓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로 쓸어 모으듯이 젓습니다. 그러면서 두부가 엉기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농사를 잘 지었다는 만족감으로 보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 잠시 뚜껑을 덮어둡니다. 3~5분 정도? 그래서 잠시입니다. 그렇게 잠시 뒀다가 열어보면 잘 엉켜있는 것을 만나게 됩니다. 흐뭇하지요.
 
  
  이제는 퍼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만약에 순두부를 좋아하신다면 군침이 돌 수도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자연산이네요. 잘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양념장을 살짝 끼얹어서 퍼먹으면 되겠습니다.
 
 
  모두 이렇게 먹었습니다. 맛이 좋았다고 하는 말씀은 드리나마나겠습니다. 두 그릇씩 먹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분은 눌렀는데 대략 800g정도 되네요.
 
 
  두부가 생긴 모양이 왜 이렇느냐고요? 그러니까요. 쪼매~ 민망하네요. 그래도 뭐 먹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요? 장사하러 나갈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9. 마무리
 
  이렇게 해서 두부를 해 먹었습니다. 콩 두어 되 담가서 즐겁게 놀이삼아 만든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적당히 성근 자루와 모두부를 굳힐 틀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못쓰는 설합이라도 찾아서 구멍뚫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따라서 하시면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어 드실 수 있지 싶습니다만 참으로 일없는 사람이나 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하~
 
  항상 즐겁고 건강하신 오늘이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월 17일~18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