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제30장. 정신(精神)/ 23.영계(靈界)의 화(火)

작성일
2021-11-2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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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제30장. 정신(精神) 


23. 영계(靈界)의 화(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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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잠시 침묵을 즐겼다. 침묵이 깨어지면 또 다른 깨달음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방안에 가득하게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우창이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간지(干支)의 이치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것인지라 그 난해함을 뚫고서 공부하는 것인데, 채운이 묻고자 하는 영계의 이야기는 더구나 논외(論外)로 해야 할 내용이기도 하지. 왜냐면 보이지 않는 것을 마치 눈 앞에 보이는 듯이 말한다면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여서 서로 기탄없이 묻고 답하는 자유로움을 ‘학문적인 유희(遊戱)’라고 생각한다면 또한 헛일 삼아서 거론해 본들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눠 봐도 되겠네. 하하하~!”

우창의 말속에서 어떻게 전달이 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느껴진 채운이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말씀해 주세요. 우리는 이미 스승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더라도 현재의 기준에서 가장 올바른 안내의 말씀일 것임을 믿는 까닭이에요. 호호호~!”

“영계(靈界)를 다른 말로는 귀신(鬼神)의 세계라고도 하지.”

“맞아요. 귀신(鬼神)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서요. 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밝은 존재가 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귀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눈이 있어도 볼 수가 없고, 손이 있어도 만질 수 없고, 코가 있어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으니 어떻게 그 존재를 알아볼 수가 있단 말인가? 하하하~!”

“그렇다면 누군가 그들의 존재를 물으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그야 모른다고 하면 되지 않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당연할 테니 말이지.”

우창의 말투로 봐서 영계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꺼리는 듯한 느낌이 들자 채운이 행여라도 답을 듣지 못할까 염려하여 다시 간청했다.

“스승님, 말씀도 모두 이해가 되어요. 그렇긴 한데 명료하게 인식(認識)은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해지는 말이나 문헌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짐작은 할 수가 있지 않을까요?”

“진리를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짐작으로 확실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란 말인가? 그로 인해서 오류가 생기면 또 그 허물은 어떻게 감당을 하려고?”

“아이, 참. 너무 꼬장꼬장하세요. 그냥 우스갯소리로 말씀을 해 주시면 되잖아요. 우리도 상식(常識)으로 짐작하는 기준을 하나 세우고 싶을 따름이에요. 너무 심각(深刻)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편하게 말씀을 해 주시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군맹평상(群盲評象)이라도 해보자는 말이지 않은가? 어디 물어보기나 하게. 까짓거 코끼리 한 번 더듬어 보지. 하하하~!”

우창이 물을 한 모금 마실 동안에 채운이 물었다.

“스승님, 밝은 것을 천지신명(天地神明)이라고 하잖아요? 신령의 세계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아요. 영혼(靈魂)과 신령(神靈)의 차이는 무엇인지도 궁금하고요. 선신(善神)과 악령(惡靈)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구름처럼 피어올라요. 평소에도 이러한 것이 궁금했는데 오늘 스승님께서 병(丙)과 스승의 가르침에 대해서 자상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것을 들으면서 이것에 대해서도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인간계(人間界)에서도 밝음을 추구(追求)하는 선인(善人)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어둠에서 사는 악인(惡人)도 있듯이, 영계(靈界)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라고 보면 될 것이네. 물론 이것조차도 음양으로 관한다면 선악이라고 하는 것도 옳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네,”

“어떤 신령은 자신만 믿고 따르기를 강요(强要)하고 다른 신은 믿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는데 그것은 어떻게 된 신일까요?”

“그런 신이 있어? 그렇다면 매우 옹졸(擁拙)한 신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러한 신은 없을 것이네, 아마도 인간이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자신들의 뜻을 말한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을 테니 말이지. 만약에 실제로 그러한 신령(神靈)이 있다면 어찌 그러한 존재를 신령이라고 하겠느냔 말이지. 안 그런가?”

“아, 그렇게 되나요? 그래도 그런 신도 있다고 해요.”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봐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네. 실제로 신령이 말을 할까?”

“그야 신령이 직접 말을 할 수가 없을 테니까 자신을 대신해서 영매자(靈媒者)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말이네. 그 영매자가 진실로 신의 말을 전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이 있어서 신령의 뜻과는 무관하게 영매자의 입을 빌려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말을 했다고 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지. 그야말로 신성모독(神聖冒瀆)의 죄를 범하는 꼴이 되었겠지.”

“그렇다면 신령(神靈)의 제자들이 신의 뜻을 위장해서 그런 말을 하는데도 신은 가만히 있는 걸까요? 그런 신도 신인가요?”

이야기를 듣던 채운이 분개한 듯이 말하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오호~! 채운이 상당히 강경하구나. 하하하~!”

“괜히 생각하다가 보니까 속에서 용광로가 끓어오르네요.”

“그러면 또 한 번 깨달음을 이루겠네. 하하하~!”

“채운이 너무 과격한 말씀을 드렸나 봐요? 그럼 어떻게 말하는 것이 타당하겠어요?”

“이성적(理性的)인 사람과 감정적(感情的)인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마음대로 추구하는데 그것이 자신에게만 이롭고 남에게는 해롭거나 고통을 주는 것이라면 그를 일러서 악인이라고 이름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겠네요. 다만 이성적이라고 하더라도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냉철(冷徹)한 악인도 있을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그것도 모두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겠네요. 그냥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 악인으로 하고, 이익을 주면 선인으로 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겠어요. 호호호~!”

“그렇겠군. 그것이 가장 타당하겠네. 하하하~!”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인간계와 마찬가지로 신령도 그렇다는 말씀이잖아요? 선신(善神)도 있고, 악신(惡神)도 있다는 것도 음양의 이치에는 부합이 되는 것으로 봐야겠죠?”

“당연하지. 때로는 악신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기도 하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으로 요지경(瑤池鏡)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하하~!”

“채운이 문득 드는 생각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부합되면 선신이라고 하고 위배가 되면 악신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 다시 생각해 볼까? 신계(神界)의 구조를 우리가 손바닥을 보듯이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

“정말 볼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들여다보고 싶기는 해요. 다만 아무리 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요.”

“전오식(前五識)만으로 외부와 교감(交感)한다면 도저히 불가능하겠지.”

“예? 전오식이 뭐죠?”

“아, 처음 듣는 말인가? 외연(外緣)을 인식(認識)하는 전단계(全段階)에 다섯 가지가 있다는 뜻인데 간단하다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에서 의(意)를 제외한 다섯 가지의 경계로 인식하는 것이라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을 안식(眼識)이라고 한다는 뜻인가요? 귀로 듣고 느끼는 것을 이식(耳識)이라고 하고요? 나머지도 이와 같은가요?”

“맞아. 그리고 의식(意識)은 조금 달라서 육식(六識)이라고 한다네. 그러니까 사람을 제외하고는 영계(靈界)와 소통을 할 수단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네. 다만 의식은 영계와 소통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그것조차도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가능한 사람도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네. 그것을 일러서 영매자(靈媒者)라고 하기도 하고 무당(巫堂)이라고 하기도 한다네. 물론 신통자(神通者)라고 할 수도 있겠지.”

“잘 알겠어요. 그러니까 사람이 인식(認識)하거나 하지 않거나 관계없이 그 세계는 존재한다는 것이잖아요?”

“맞아. 하늘에 태양이 있듯이 영계(靈界)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을 깜빡이던 채운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영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세상을 떠났을 적에 영계가 없다면 어떻게 해요?”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전오식이 느끼는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살다가 숨을 거뒀는데 전혀 새로운 세상이 전개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황당(荒唐)하지 않겠는가? 하하하~!”

“와~! 정말이네요. 그렇다면 영계도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로군요. 호호호~!”

“그리고 천간(天干)에는 병(丙)이 있고, 성자(聖者)들은 영계가 있다고 했으니까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 해롭지 않을 것이지 않을까?”

“아니, 공자님은 영계에 대해서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런가? 그런 분이 그렇게도 제의(祭儀)에 관심을 뒀을까? 공자님도 또한 우리와 같은 관점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일단 영계는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어요. 영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호호호~!”

채운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우창의 말을 기다렸다. 우창이 대중을 둘러보자 모두가 채운의 마음과 같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선 신령(神靈)의 범위를 생각해 볼까? 누구나 숨을 거두면 신이 되는지? 아니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자들이 신령인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겠지?”

“그건 양계(陽界)와 음계(陰界)가 서로 음양의 이치로 존재한다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현상계(現象界)에도 천차만별(千差萬別)의 생명체들이 존재하듯이 영계도 또한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해야 합리적이지 않겠어요?”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지? 누구나 자신이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상상력(想像力)도 발휘하는 것이니까 말이네.”

“그렇다면 영계에도 최상(最上)의 자리에 있는 신령(神靈)이 있을 것이고, 그 아래로 순서에 의해서 조직이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어요.”

“인간계에서는 태양이 가장 밝듯이 영계에는 옥황상제가 가장 밝은 것으로 정해도 될까?”

“그러면 되겠네요.”

“다만, 그것은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영계(靈界)라네. 불교(佛敎)에서 말하는 영계는 33천(天)의 세계가 있다고 하니까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여하튼 간에 참으로 밝은 신령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

“우리는 간지를 통해서 영계를 보게 되는 셈이니까 가장 밝은 신명은 병화(丙火)라고 봐야 하겠죠. 호호호~!”

“오호~! 멋진 말이군. 인간의 영혼은 경(庚)이고 영계의 신령은 병(丙)이라고 하면 되겠네. 그렇다면 인간은 신을 두려워한단 말은 성립이 될까?”

“당연하죠~! 못된 짓을 하면 옆에서 그렇게 말하잖아요. ‘하늘이 내려다보시고 있는데 나쁜 짓을 하느냐?’라고 말이죠.”

“맞아. 그렇다면 하급(下級)한 영혼은 제외하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신령은 분명히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라고 보면 되겠으니 오행의 이치에 완전하게 부합이 되는 것으로 보는 것에는 이견(異見)이 없겠지?”

“이견이라뇨. 매우 적절(適切)한 걸요. 호호호~!”

“그렇다면 영계는 모두 병화일까? 아니면 그중에서도 정화는 없을까?”

“아하~! 맞다. 그 세계도 당연히 화(火)가 존재한다면 병신(丙神)과 정신(丁神)이 존재해야 하겠네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분류가 될까요?”

“정신(丁神)은 인간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안내하는 것이니까 조상신(祖上神)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 그렇다면 선신(善神)이네요?”

“맞아. 선신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잘 되면 자신이 잘해서 그렇다고 하고, 잘 안 되면 조상이 돕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까요?”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이기심(利己心)에서 나온 말이겠지. 어느 조상이 자손이 못 되도록 하겠느냔 말이지. 생전에 자식을 위해서 한 것을 보면 사후에도 무엇을 할 것인지 짐작을 할 수가 있지 않을까?”

“맞아요. 항상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남을 탓하는 버릇이 조상에게까지 화가 미치는 거네요. 영계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어요. 호호호~!”

채운은 자신이 알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개되자 기뻐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인지(認知)하든 하지 못하든 간에 인간의 정신인 경(庚)은 정(丁)의 도가니에서 담금질하여 새로운 정신으로 변화하듯이 영계에서도 정화(丁火)와 교감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생령(生靈)과도 교감이 되어야 하겠지? 그래서 영감이 뛰어난 사람은 어렵지 않게 영계와 교감을 하게 된다네.”

“만약에 선신(善神)은 정(丁)이라고 한다면 악신(惡神)은 병(丙)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신이 악신일까요?”

채운이 이렇게 묻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악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하하하~!”

“그럼요?”

“세상의 모든 일을 이분법(二分法)으로 속단(速斷)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네. 실로 음양은 선악(善惡)이라고 말하지만, 의미를 생각해 보면 선불선(善不善)으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은 까닭이라네.”

“예? 그건 처음 듣는 말인데요? 선하거나 선하지 않은 것으로 나눠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아마도 그것이 맞지 않을까 싶단 말이네. 하하하~!”

“그렇다면 악(惡)과 불선(不善)의 차이는 뭘까요?”

“만약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는 보는 사람마다 폭행(暴行)하고 악담(惡談)과 저주(詛呪)를 한다면 이 사람은 악인(惡人)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선인(不善人)이라고 해야 할까?”

“그야 매우 못된 사람이네요. 당연히 악인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게 봐야겠지?”

“당연하죠. 그런 사람이 꼭 있어요. 그러니까 영계에서도 악신이 존재한다고 봐야 하겠네요. 그렇죠?”

“아마도 그렇겠지. 다만 악인(惡人)이라고 하듯이 악신(惡神)이라고도 하지만 흉신(凶神)이라는 말도 사용한다네 인간도 흉인(凶人)이라고 할 수 있겠지?”

“글자만 다를 뿐이지 뜻은 같은데요.”

“또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세. 그 사람은 주변에서 누군가 도움을 요청해도 무관심하고, 남들은 밥을 먹거나 혹은 굶거나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간다면 이 사람은 악인일까?”

“비록 선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인이라고도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남을 해코지해야 악인인데 그러한 행위는 하지 않았으니까요.”

“맞아. 아마도 대부분은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러한 마음을 갖지 않을까?”

“맞아요. 남의 일에 잘못 끼어들었다가 괜히 봉변을 당하느니 차리라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때도 많아요. 호호호~!”

“자, 이러한 사람이 바로 불선인(不善人)이라네. 마찬가지로 신계에서도 그러한 신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럴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그런 신은 어떤 신일까요?”

“옥황상제(玉皇上帝)나 염라대왕(閻羅大王)이나 문수보살(文殊菩薩)과 같은 이들처럼 절정(絶頂)의 신령(神靈)들이 이에 해당한다네.”

“스승님의 말씀은 다 믿겠지만 그 말씀은 이해가 잘되지 않아요. 누구나 어려운 일을 당하면 보우(保佑)해 달라고 기도하는 대상들이잖아요?”

“그럴 것이네. 하하하~!”

“아니, 그럴 것이 아니라 설명을 해 달라는 말씀이에요.”

“사람 중에서 선악에 치우치지 않은 사람, 혹은 무관심한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마도 도인(道人)이거나 바보가 아닐까요?”

“정확히 맞는 말을 했네. 도인은 선불선(善不善)에 마음이 없다고 해도 될까?”

“아니죠. 마음이 없다고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어야 비로소 도인이라고 할 수가 있지 않겠어요?”

“맞아. 인간조차도 그러하다면 영계에서는 어떨까? 그곳에서도 당연히 선악에 관심이 없는 신령들이 고수(高手)가 아닐까? 하하하~!”

“와~!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왠지 고개를 끄덕여야만 할 되겠어요. 조리(條理)가 정연(井然)한 논리(論理)잖아요.”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다행이군. 그렇다면 가령 절정(絶頂)의 고수(高手)에 해당하는 옥황상제(玉皇上帝)는 선악의 관념이 있을까?”

“없겠네요. 그렇게 단언해도 되겠어요. 왜냐면 인간조차도 공부가 깊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나면 선악에 대해서 벗어나서 해탈하게 되는데 하물며 옥황상제겠어요?”

“그렇다면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음.... 그것은.....”

“왜? 아무리 생각해도 관세음보살은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선신으로 생각이 되어서인가?”

“맞아요~! 관세음보살은 인간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보살이잖아요?”

“그렇다면 병신(丙神)일까? 아니면 정신(丁神)일까?”

“그야 당연히 정신(丁神)이겠네요. 인간을 이롭게 하는 신령이니까요. 오죽하면 천수천안(千手千眼)이겠어요. 그래서 제자도 절에 가면 관세음보살님께 공부가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도 하는걸요. 호호호~!”

“오호~! 그러면 관세음보살께서 답을 하시던가?”

“답이 어디 있어요. 그냥 마음이나마 편하게 자신의 희망사항(希望事項)을 염원(念願)할 따름이죠. 그런데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이러한 것이 모두 헛된 일이라는 뜻이잖아요?”

“어허~! 무엇이 그리 급한가? 이러한 거대담론(巨大談論)은 수천 년의 세월을 두고 이어져 왔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네. 하하하~!”

“그렇죠? 제자가 좀 조급증이 있나 봐요. 호호호~!”

“아무리 서둘러 봐야 정답은 얻을 수가 없으니까 사유(思惟)나 즐기자는 말이네. 누가 여기에 대해서 정답을 내놓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알았어요.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인간들의 관념(觀念)에 있는 최고의 신령은 선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맞아.”

“그렇다면 그들은 왜 존재할까요?”

“뭐라고? 하하하하~!”

“아니, 제자가 말씀을 잘못 드렸나요?”

“그렇잖고. 하하하~!”

“설명해 주세요. 왜 틀린 말이죠?”

“그것은 마치 ‘앞산은 왜 존재할까요?’라고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네. 앞산이 자신은 산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이나 노루와 토끼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그건..... 그렇네요.”

“또, 도인은 왜 존재하느냐고 묻는 것과도 무엇이 달라?”

“제자가 또 이분법의 짧은 생각으로 말씀을 드렸네요. 존재하는 것은 존재라는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어요.”

“마치 농부나 상인이 낮에 태양 아래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그 밝음의 원천은 태양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래도 태양신에게도 기도하잖아요? 일광보살(日光菩薩)이라고도 하고요. 그런가 하면 달에도 기도하죠. 달을 보고 기도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맞아. 기도하는 것은 인간이고, 기도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는 것은 일월성신(日月星辰)이니까. 하하하~!”

“아하~! 그렇군요. 이제야 왜 병신(丙神)은 불선(不善)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스승님의 말씀대로라면 아무리 기도하고 염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씀인 거죠?”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둘러치나 메치나 같은 뜻인걸요.”

“어허~!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니까 그러네. 하하하~!”

“그럼요?”

“이제 보니까 채운의 마음이 무척이나 급하시구나. 하하하~!”

“그렇지 않고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비록 스승님의 말씀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왜냐면 고인들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 달리 생각하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까운 곳에 계시는 스승님의 생각을 전해 듣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니까요. 호호호~!”

채운의 궁금함이 다른 제자들의 궁금함일 것으로 생각한 우창이 이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한 바를 설명하려고 다시 한번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다른 제자들도 잠시 침묵으로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