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견광① 고생대를 찾아서

작성일
2023-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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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견광(地質見光)① 고생대(古生代)를 찾아서


(2023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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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地質)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고는 못하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파고 들어서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었던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뒷산을 바라보면서 '계룡산은 화강암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것이 전부인 셈이니 말이다.

무엇이든 그 일이 시작되는 것에는 계기(契機)가 있기 마련이다. 지질공부를 해봐야 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백도(白島)에서 였다.

'결국은 암석을 보러 왔던 것이었구나....'

백도를 본다는 것은 암석을 보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 순간에 깨달았다. 제주도의 해안과 주상절리를 보면서 '참 묘하게 생겼다.'로 시작해서 '마그마가 식으면서 육각형의 기둥이 생긴 것이었구나'가 전부인 상식에 갑자기 찬물 한 바가지가 쫙~ 뿌려졌다.

백령도의 두무진을 보면서 '바위들이 묘하게 생겼구나 그런데 물범은 어디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수면을 두리번거렸던 시절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뒤를 이어서 '맨틀 포획암'을 알고 나서였다. 그 순간부터 '이거 대충 해서 될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검색을 하고 책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낭월의 모든 궁리는 책으로 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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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암석(巖石)과 광물(鑛物)과 보석(寶石)에 대한 구분조차도 알지 못했으니 초등학생을 위한 책부터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래서 겨우 이해하게 되었다. 암석이 기반이 되어서 변화하면서 동일한 성분이 모이게 되면 그것이 광물이고, 광물 중에서 예쁘게 자란 것을 보석이라고 한다는 정도의 매우 기초적인 개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낭월의 관심사는 광물도 보석도 아닌 암석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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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대전에 있는 것도 다행이었고, 여기에서 지질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은 더욱 다행이었다. 첫 걸음은 전기검사를 한다고 휴관이라서 실패하고 재 걸음에서 비로소 둘러볼 수가 있었고, 여기에서 발행한 책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또 주문하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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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을 공부하는데는 노두(露頭)를 의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먼저 나온 150선보다 뒤에 나온 160선을 주문했다. 160선이면 150선을 보완했을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첫 장을 펼치면서 착오였음을 바로 깨달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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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150선도 주문하게 되었다. 어차피 모두 다 있어야 지질여행에 안내가 될 것임을 바로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열댓 권의  책이 모여지면서 대략 어슴프레하게나마 지질에 대해서 개념이 잡혔다. 2023년의 4월 한 달은 그렇게 지질의 독서로 채웠다. 그 사이에 지질망치도 샀다. 물론 당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지만 그것이 있어야 할 것같은 겉멋이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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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지질 관련 책을 보면 항상 사진 속에는 100원짜리 동전이나 이 망치가 보였기 때문에 필수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외에도 소소한 용품들이 배달되었다. 이렇게 책을 들여다 보다가 갈증이 점점 심해질 무렵에 고생대 지질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정선, 태백이었다. 그래 책만 봐서 될 일은 아니지 싶어서 여정을 잡았다. 이름하여

「태백정선 지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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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세웠더니 화인이 일정표를 보고는 묻는다.

화인 : 싸부님!
낭월 : 그래.
화인 : 웬 지질탐사예요?
낭월 : 책만 보다가 실물이 궁금해서 가볼란다.
화인 : 마침 우리도 시간이 나니까 같이 가요.
낭월 : 어쩌면 지독하게 재미 없을 낀데.....?
화인 : 저도 암석을 좋아하거든요~!
낭월 : 그렇다면 나야 좋지. 그러자.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호연(화인신랑)이 천기를 누설하는 바람에 4인의 여행단은 13인의 여행단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긴, 세상 만물은 바뀌고 변하는 법이니까. 바위가 흙이 되고 다시 흙은 바위가 되는 이치와 무엇이 다르랴(지질학자 다 되었군. ㅋㅋㅋ) 싶어서 동행하기로 했다. 달리 피할 방법도 없다. 그들(연지님의 동생들과 그 동생들의 남편들)은 낭월이 짜 놓은 일정표를 무척이나 신뢰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뭔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곳이 어딘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간다면 나도 간다는 식이다. 그야말로 '묻지마 동행'이랄까?

그 중에서도 다행인 것은 그들의 일정은 5일부터 시간이 된다는 것이었고, 하루 일찍 잡은 일정으로 풍우(風雨)가 정선 땅으로 올라오기 전에 하루 정도는 조용히 탐사를 할 수가 있겠다는 점이었다.

대략 5월 4일의 첫날에 둘러본 사진을 보정하면서 이번 여행기의 제목을 「고생대 지질탐사」로 하겠다는 생각을 바꿨다. 탐사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그냥 관광(觀光)에도 끼지 못하고 겨우 견광(見光)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여행기가 될 것임을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생각하다가.....

「지질견광(地質見光」

이라고 붙여놓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관광 급이 되려면 적어도 망치를 들고 암석 조각이라도 두어 번 두드려 봤어야 하는데 그냥 스쳐지나 가면서 풍경을 바라봤을 뿐으니 이것을 놓고서 관(觀)자를 쓴다는 것은 낯 부끄러운 일이었고 차라리  마음 편하게 '빛만 보고 왔노라'는 의미로 견광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준비는 끝났다. 다음은 하늘이 돕기 만을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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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의 세벽 예보에는 거대한 비구름이 제주도를 접수하고 목포에 상륙하고 있었다. 저  구름이 정선과 태백에 오려면 하루는 걸릴 게다. 그러니까 4일 하루를 미리 당겨서 출발하기로 한 일정은 그야말로 하늘이 베푼 최소한의 적선이었던 셈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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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사가 보여주는 유럽중기의 예보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마도 비가 크게 오기는 할 모양이다. 내일(5일) 출발할 일행들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들은 집을 나설 것이고, 박가이드는 그들을 끌고 다녀야 한다는 것만이 분명할 따름이다. 그래서 오늘 일정에서 화암동굴은 뺐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배가 쏟아지면 모두 동굴로 끌고 가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궁리를 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옛날 인류들도 비가 오면 동굴로 피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세월이 흘러서 인공지능이 출현했어도 자연 앞에서는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인류(人類)라는 것을 생각해 봤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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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팔경에서 광대곡(廣大谷)은 걷는 길이 많아서 제외했다. 그리고 화암동굴(畵巖洞窟)도 내일 나설 일행을 위해서 양보했다. 하긴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오늘 하루에 둘러볼 여정은 이미 충분하다. 비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서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슴 안쪽에서 밀물처럼 밀려 든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나그네의 제일원칙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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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에서 첫 목적지인 몰운대(沒雲臺)까지는 252.5km이고 예정 소요시간은 3시간 43분이었다. 중간에 아침을 먹어야 하니까 8시에 도착할 예정이라면 아무리 늦어도 새벽 4시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 좀 힘든 하루가 될 조짐이다. 그래도 집을 떠난다는 것이 즐겁고, 고생대의 지질을 만나게 되어서 더 즐거운 여행길이다.

 

20230512_211441[『한국의 지질공원』에서]


한국에서 지질공원으로 보호를 하는 지역은 위의 지도에서 나타난 대로이다. 그 중에서도 고생대의 표본이라고 정평이 났다는 곳으로 마음이 쏠렸다. 그곳은 영월, 평창, 정선, 태백이 자리하고 있는 강원도 남부지역이었다. 우선은 여기를 시작으로 해서 청송과 나머지 지역도 천천히 둘러 볼 요량이다.

이렇게 해서 방향을 잡고서  길을 나서게 된 정선 태백의 지질 여행이 되었고 우리는 무사히 순탄한 여정이 되기를 여행신께 기도하면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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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는 남제천까지다. 이제부터는 국도를 달려야 하는데 시간은 06시 53분이구나. 7시에 아침을 먹고 열심히 간다면 얼마나 남았는지도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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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까지는 좀 바쁘겠다만 그래도 9시 전에는 도착할 수가 있지 싶다. 그렇게만 되어도 나쁘지 않지. 우선 '식사담당'이 아닌 '식당담당 호연'이 검색한 곳으로 갔다. 역할분담이 확실하다. 여행지담당은 낭월, 숙소담당은 화인 그리고 중요한 식당담당은 호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편션을 잡아도 토를 달 수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화인이 찾는 숙소는 그 주변에서는 항상 최선이기 때문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의 평가를 참고해서 찾는 곳이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이지만 실로 낭월은 여기에 대해서는 별반 흥미가 없다. 에너지만 채워주면 된다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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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밥도 체인점이 있었구나. 뜨끈한 국밥으로 오전의 에너지를 채우고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밖의 풍경을 보다가 챗지피티에게 고생대에 대해서 물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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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끄덕끄덕.

그런 정도의 질문에는 크게 틀리지 않은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양호하구나. 가끔은 황당한 헛소리도 제법 잘 해서 '참말로 카나 부로 카나'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질문을 잘 했는지 그럴싸~ 하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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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은 여름인데 이곳은 봄 풍경이 이제야 한창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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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진 밭에는 비닐을 씌우는 농부들의 풍경도 이채롭다. 강원도에서나 봄직한 경사진 밭에서 일하는 풍경이라니. 자갈반 흙반의 밭에서 무엇을 심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사도로 봐서 허리는 덜 아프지 싶다. 아마도 옥수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물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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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을 보니 정선군에 들어왔구나. 반갑다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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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화암면은 15km가 남았구나. 몰운대는 조금 더 가깝겠지. 지도 상으로 봐서 아래쪽에서부터 훑어서 올라갈 것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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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입구도 지나치는구나. 한자가 재미있다. 독산(禿山)이라니 말이다. 대머리 독(禿)이다. 민둥과 대머리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뭐 달리 적당한 한자기 없기는 하군. 그래 이해가 된다. 그나저나 아직도 몰운대는 나타나지 않는구나. 시간은 벌써 8시 30분을 지나고 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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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몰운대에 도착했다. 8시 44분이다. 그래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만하기 다행이다. 이제부터 고생대의 지질탐사, 아니라니까. 지질견광을 시작할 참이다.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이런 느낌 참 오랜만이지 싶기도 하다. 거의 한 달 만이구나. 백도를 멀리 바라보는 선상에서 느끼고서 처음이니 말이지. ㅎㅎ

'이게 뭐냐'고? 여행기라고 해 놓고 예고편으로 끝낼 참이냐는 생각이 드셨을 벗님도 계시지 싶다. 낭월에게는 예고편이 아니라 준비한 여정의 내용을 전부 한 편에 욱여 담느라고 나름 고심을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행은 이제부터다. 여하튼 흥이 절로 난다. 누가 봤으면 돌에 미친 녀석이라고 했겠지만 그것은 고마울 따름이다. 무엇인가에 미쳐본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아시는 벗님만의 몫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