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와 백도② 거문도등대

작성일
2023-04-0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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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와 백도② 거문도 등대 (2023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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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거문도를 다녀온 여행객들의 글을 대략 살펴보면 거문도에서 볼 꺼리는 두 개의 등대와 고도의 거문도역사 유적지라고 했다. 하루 묵을 방을 정해 놓은 다음에 맨처음 실행해야 할 계획은 서둘러서 거문도 등대를 다녀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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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택시를 타고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야 하겠는데요.
주인 : 아, 택시라~ 한 대 밖에 엄쓰~ 여기다 전화 하시쇼~

민박집 주인 아지매가 가르키는 기둥에는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다녀올 수가 있단다.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17분이니까 일몰까지는 얼마가 남았나...... 오랜만에 들여다보는 어플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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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거문도 일몰은 18시 49분이다. 그러면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남았구나. 거문도 등대에서 거문도 일몰을 보면 그림이 될 것 같아서 계획을 세웠다. 실은 오전에 타려고 했던 배가 오후로 바뀌면서 일정에도 변화가 생긴 셈이다. 원래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기도 하니깐.

처음에 타려고 했던 배는 운행을 4월까지 하지 않는다고 하는 바람에 여수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8시 반에 녹동항을 출항해서 10시 경에 거문도에 도착해서 바로 백도유람선으로 타는 여정을 계획했었는데 그것이 어그러졌던 것이다.

물론 평화페리11호를 타면 되기는 하지만 출항이 아침 7시라서 논산에서 그것을 타려면 새벽 3시에는 출발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하루가 너무 고단하지 싶어서 녹동항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그 숙박비도 아까워서 8시 반에 출항하는 퍼스트퀸 호를 타기로 했는데 막상 전화를 해보니까 운항을 쉰다는데 선사가 망한 건지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알 바가 없으나 녹동에서 잠을 자고 7시에 쓰리아일랜드 호를 타느니 오후에 출항하는 여수항의 쾌속선을 이용하는 것으로 했다.

거문도에 도착해서 서두르면 거문도 등대는 다녀올 수가 있겠다는 계산은 이때부터 하게 되었고, 지금 그것을 실행할 순간이 된 것이다. 다만 거문도 등대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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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에 1박2일에서 거문도편을 했는데 여기에서 거문도 등대가 나왔던 것이다. 참 기억력도 놀러 다니는 데서만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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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차량으로 이동할 수가 없는 거문도 등대인지라 촬영장비를 메고 날라야 하는데 게임을 해서 지는 사람이 맡기로 했던 모양이고 여기에서 이수근이 당첨되어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 촬영팀과 같이 짐을 나르던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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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거문도에 대한 관심은 참 오래도 되었구나.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것을 이제야 실행하다니 말이지. 여하튼 택시로 가는데까지 이동한 다음에 걸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간이면 일몰을 보고 나올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을 한 다음에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알고 있는 그 택시가 아니고 검은 색 카니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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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의 문밖이 거문도수협이다. 5분쯤 기다렸나 검은 카니발이 도착했고 그것을 탔다.

낭월 : 거문도 등대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시간이 되겠습니까?
기사 : 쪼까~ 바쁘긴 하것는디.... 가능은 할 꺼요.
낭월 : 대략 걷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기사 : 걸어가는디 30분 잡으면 될꺼요.
낭월 : 그럼 일몰이 7시쯤 되니까 가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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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삼호교 앞에서 멈춘다. 「신호시 진입금지」의 위에 붙은 빨간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다리가 좁아서 교행이 불가능한 고로 한쪽에서 차가 진입하면 반대쪽에서는 기다려야 하는 구조였다. 울릉도에서도 이러한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교통신호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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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가 건너오자 불도 꺼졌다. 이렇게 흐름에 따르면서 길을 가는 것이다. 하루의 시간과 다퉈야 하는 여행객만 혼자서 일몰과 싸울 따름이다.

기사 : 거문도에는 호텔도 있지요.
낭월 : 호텔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요?
기사 : 통일교에서 만든 호텔이구마는. 
낭월 : 아,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납니다. 1성급이라고.
기사 : 맞아요.
낭월 : 운영은 하고 있습니까?
기사 : 아니, 육지 사람들은 호텔 이야기를 하면 모두 운영을 묻습디다.
낭월 : 그렇습니까?
기사 : 왜 그거이 궁금한지 모르겠당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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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교를 건너면 호텔에 대한 안내판이 붙어 있다. 물론 그것도 다음날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목적지가 바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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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에 나와서 호텔을 안내하는 간판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호텔 이름은 거문도섬 호텔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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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묵을 일은 없겠지만 이것도 거문도의 일부이니까 기사님에게 이야기를 들은 김에 이렇게 나마 간단히 소개한다.

 

잠시 후에 길이 끝나는 곳에 도착하고 차는 섰다. 더 갈 곳이 없었다.

낭월 : 얼마 드리면 됩니까?
기사 : 만원 입니다.
낭월 : 나올 적에도 전화 드리면 되겠지요?
기사 : 구경하시고 나와서 전화하시면 여기로 오겠습니다.

그런데 연지님이 이따가 탈 요금까지 미리 준다. 혹시 데리러 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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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위치다. 거문도 목넘어란다. 이름도 참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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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듯 이어진 섬 같은 섬 아닌 등대섬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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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지도를 보니 수월산이구나. 이름 한 번 좋다. 아마도 수월산(水月山)이겠지? 물에 달이 비친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물에 달이 떠오르는 형상이라고 우길 수도 있으려나? 확인해보니 과연 한자를 맞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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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넘어 왼쪽은 동도가 막아주고 있어서 잔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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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벌써 5시 34분이다. 하루 해는 어느덧 석양으로 향하고 있구나. 일몰이 6시 49분이니까 일몰 후 30분까지는 어둡지 않을 테니 시간은 충분하다. 등대에서 30분은 노닥거려도 되겠다는 계산이 대략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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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넘어의 돌 길은 안전하게 잘 다듬어 놨다. 목넘어가 아니라 목너머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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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등대는 1.2km구나. 가깝진 않군. 그래도 지금 둘러보면 내일 일정이 훨씬 수월해 질 것이라는 생각에 옆도 돌아보지 않는 여정이다. 잘 하면 내일 오후 배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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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거문도 등대를 둘러보게 되면 내일 새벽에는 거문도항에서 어선들과 놀고, 아침에는 녹산등대에 다녀와서 아침을 먹고 10시 20분인가? 백도유람선을 타면 2시간 남짓 걸릴게고  1시 40분에 녹동항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면 충분하겠다. 물론 의외의 변수가 없음을 전제로 한다. 또 앞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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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으로 오는 방법도 있었던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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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길은 아니고, 동백 나무 길이다. 예상했던 대로 거문도의 동백은 끝물도 지난 시절이었구나. 그래서 동백 나무만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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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잘 닦아 놨구나. 초입에서 조금 가팔랐지만 그 구간을 지나니까 산책로처럼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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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가파른 복병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비스듬하게 산 허리를 돌아가는 길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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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나마 피어난 한두 송이의 빨간 동백이 나그네를 위로한다. 고맙구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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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나.... 싶을 때쯤 등대 머리가 저만치 보인다. 거의 다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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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다 되어서 거문도 등대에 도착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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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등대라니 어느 달을 말하는 거지? 항상 이달이겠구나. 별 의미없는 표시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3년을 지키고 있으니 그것도 기념이겠다. 2020년 8월 이전에 다녀간 사람은 이것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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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두 개다. 하나는 원래 등대이고 하나는 후에 새로 만든 등대다. 등대라고 하면 어청도 등대가 떠오른다. 가거도 등대도 있었구나. 작년 봄에 놀러 갔던 가거도의 등대는 등탑까지도 올라가 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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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등대가(巨文島燈臺哥)의 비가 나그네를 반긴다. 음..... 제버릇..... 또 발동이다. 가(哥)라는 글자가 낯설어서 말이지 뭘. 물론 이 글자도 노래가인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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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도 되지만 찝찝한 경우가 있잖느냔 말이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글자는 가(歌)가 맞는데 왜 이것을 선택했는지는 글을 쓴 사람만 알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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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있는 모양이구나. 작곡자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지. 그럼 또 노래를 찾아봐야지. 토닥토닥 유튜브 나와라~~!!

거문도 등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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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노래가 있었구나. 자막이 나와서 노래비의 희미한 글자보다 훨씬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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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면 다 한다. 등대에 와서 기쁜 표정을 지으랬더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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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로구나. 국토경계표지판 말이지. 이런 것은 자세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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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해 기준점이었구나. 다른 곳에서는 바위 벼랑 끝의 바닷물이 출렁이는 곳에 있었는데 거문도는 그럴만한 자리가 없어서 등대 옆에 세웠나 싶기도 하다. 하긴 상징이니까. 그래도 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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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판에 정성스럽게 위치를 새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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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봐하니 태극을 상징화 한 것이겠거니 싶다. 백석 흑석으로 조화롭게 만들어 놨으니 어떤 제자가 봤으면 또 음양이라고 호들갑을 떨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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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렇게 이 자리에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이겠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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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이 오래 되어도 무슨 내용을 안내하는지는 보인다. 그럼 되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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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 대한 안내로구나. 그럼 또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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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사연부터 등대의 역사까지 잘 적어놨구나. 1905년이면 120여 년이 되었구나. 남해안의 첫번째 등대라는 것도 자랑할만 하겠다. 뭐든 첫번째는 위대하니까.

2006년도에 새로운 등탑이 세워졌으니 100년만에 새로 지었네. 거문도 등대는 15초구나. 이것은 등대마다 서로 다른 시간대로 구분을 한다고 가거도 등대장에게서 들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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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로 모양없이 지어지기는 했다. 이름이 관백정(觀白亭)인 것으로 봐서 백도를 보는 정자라는 뜻이겠거니 싶다. 여기에서 백도를 바라보면 보인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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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도에 세운 관백정이로구나. 여수지방해운항만청에서 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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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있는 앞으로 바위들은 짧은 섬등반도인냥 상상했다. 내려가는 길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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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바라보니 돌 섬들이 보인다. 아마도 소삼부도 대삼부도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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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소삼부도 대삼부도가 맞네. 그런데 백도가 보이기는 하는 모양이구나. 해무가 없다면 말이지. 명승 제7호인 백도구나. 내일은 유람선으로 한 바퀴 돌아보겠거니. 바다에서는 무엇이라도 확정할 수는 없다. 예정만 있을 뿐이다. 밤 사이에 바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백도가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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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백도는 해무 저편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직선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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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km구나. 오늘 같은 날에 여기에서 백도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구나.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너무 잔잔한 것이 또 이런 때는 유감이로군. 바람이 불어서 해무를 날려버리면 보일 수도 있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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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해는 서해에 떨어지기 30분 전이로구나. 사진 찍기 딱 좋은 시간인데. 화각이 참 아쉽군. 뭐, 그래도 괜찮다. 사진을 찍는 것이 본업은 아니니까. 그냥 주어진 곳에서 즐겁게 놀면 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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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을 찾아서 이리저리 돌다가 관백정 앞 끄트머리에서 그래도 이 정도의 풍경은 담아주는 자리에서 태양과 등대를 같이 담을 수가 있으니 그 또한 다행이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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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백정으로 올라가서 형님 등대랑 같이도 담아보고, 마침 지나가는 어선이 있어서 정중동을 연출해 주니 그것도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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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燈臺地基)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처음에는 여기에 등대를 세웠더라는 말인가? 터로 봐서는 그럴 법도 한데 말이지. 등대가 있으면 되었지 별도로 등대터라고 할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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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 자리에서 파노라마를 찍어볼 생각이 들었다. 풍경은 파노라마지. 다만 위치가 좀 아쉽기는 해도 그런대로 놀아보자. 8장의 사진을 세로로 찍어서 합쳤더니 이렇게 나왔다. 지는 해와 함께 형님 등대, 아우 등대, 등대관리인의 숙소까지 모두 다 담겼으니 그만하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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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문도 등대의 놀이는 여기까지다.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구나. 그만하면 충분히 놀았다. 나중에 또 놀러 올 기회가 된다면 새벽에 와서 일출과 같이 놀아 볼 후일을 예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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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숲을 지나서 왔던 길로 타박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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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산에서 바라보는 전수월산도 어둠 속으로 잠겨 든다. 그러니까 수월산 앞에 있다고 전수월산인가보다. 택시에서 내린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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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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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해 놓고서 잠시 기다리니 데리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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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자연관찰로였구나. 등대로 가는 길의 이름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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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문을 닫는 식당들 사이에서 다행히 문이 열린 곳을 겨우 찾아서 저녁을 먹고는 밤 풍경을 보러 잠시 해변으로 나와봤다. 등대가 깜빡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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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교의 가로등이 예쁘게 밤을 밝히는 것을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오늘의 놀이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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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는 길도 참 고풍스럽다. 역시 거문도 답구나. 100년도 더 된 등대를 보고 와서 또 100년도 더 된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느냔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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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용도실도 있고, 공용 화장실도 있다. 급하면 사용하라는 의미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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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판넬인지 불이 들어왔고 바닥에는 자리를 깔아 놨구나. 그런데 자리를 깔아놓은 곳의 윗쪽 절반만 불이 들어오는 모양인지 아랫쪽은 싸늘하다. 그래서 자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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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따뜻하게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