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추억(2013)⑥ 안평고보

작성일
2022-04-24 21:13
조회
626

여행의추억(2013. 7. 17.)⑥ 안평고보(安平古堡)


d20220418-249

대남의 공자묘를 참배하고는 바로 이웃에 있는 천후궁(天后宮)을 구경하러 걸음을 옮겼다. 시간은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잠시 둘러보고 가는 것으로 정했다.

go20220423-91

이름의 뒤에 ○○궁(宮)이 붙어있으면 도교사원이고, ○○사(寺)가 붙어있으면 불교사원이다. 다만 겉으로 봐서 그렇다는 의미이다. 그 속으로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도불교(道佛敎)라고 해도 될 법한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런 것을 구분하는 것도 분별심이지 싶기도 하다.

20220424_194852

천후궁은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 기도하는 곳이었구나. 느낌으로는 해수관음(海水觀音)의 중국판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해수관세음보살도 해상용왕과 함께 바다를 평정하는 신으로 받들어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수관음은 낙산사나 보문사처럼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만 봐도 대략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이름이 천후궁이니까 천상성모가 계신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관음보살을 어머니로 생각하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지 싶기도 하다.

go20220423-80

나이가 천 살이신가 보다. 정문 위에 써 붙인 것을 봐서 탄생 1천년을 봉축한다는 것이 보여서이다.

go20220423-81

화려한 모습이다. 맨 왼쪽의 기둥에 써진 주련이 보인다.

강호랑정연연추수무파(江湖浪靜煙然秋水無波)

강과 호수의 풍랑이 연기처럼 흩어지고 고요해져서
가을 물처럼 파도가 일어나지 않기를~!

항해의 신이라는 의미를 이렇게 주련을 읽어봐도 알겠군. 이번엔 호연에게 점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go20220423-82

낭월 : 이 물건의 이름을 몰라서 그냥 득괘패라고 내가 지었지.
호연 : 그건 뭐하는 것입니까? 첨 봅니다.
낭월 : 점괘를 얻기 전에 신명께 허락을 구하는 것이지.
호연 :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낭월 : 이것을 던져서 도가 세 번 나오면 점괘를 허락하는 것이라네.
호연 : 도라고 하시면, 윳놀이 할 적에 던지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낭월 : 맞아.
호연 : 윳은 원래 네 개로 하는 것이 아닙니까?
낭월 : 그렇지. 그러니까 반드시 앞과 뒤가 나와야 한다는 거야.
호연 : 그럼 배쪽이 나오면 윳이고 등쪽이 나오면 모가 됩니까?
낭월 : 옳지, 잘 이해하셨군. 물론 음양론으로 말을 하는게 원칙이지.
호연 : 아, 알겠습니다. 양만 나오거나 음만 나오면 안 되는거죠?
낭월 : 그래, 이렇게 세 번을 연거퍼 도가 나오면 점대를 뽑는 거야.
호연 : 두 번 나오고 윳이나 모가 나오면 어떻게 됩니까?
낭월 : 그럼 다시 처음부터 하는 거지 뭐. 
호연 :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낭월 : 어떤 사람은 일년을 던져도 세번을 연달아 나오지 않기도 한다더군.
호연 : 정말입니까? 해 보겠습니다.

20220424_200457

그렇게 해서 던지고 또 던졌다. 아무래도 오늘 점심을 못 먹지 싶어서 방법만 알려주고 대북에 가면 용산사에서 해보는 것으로 하고 마무리를 해야 했다. ㅎㅎㅎ

go20220423-83

열심히 했는데도 윳이나 모만 나오고 도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으로 해야 하는 순서를 알려줬다.

낭월 : 그렇게 해서 도개걸윳모기 있잖아?
호연 : 예, 그건 잘 압니다.
낭월 : 그래? 그렇다면 도가 왜 도인지도 알겠네?
호연 : 그야 윤판에서 한 단계만 가는 것이 아닙니까?
낭월 : 옳지, 그러니까 이름이 왜 도냔 말이지.
호연 : 그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낭월 :  도는 삼음일양(三陰一陽)이잖아? 그래서 도(道)지.
호연 :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참말입니까?
낭월 : 참말은 무슨~ 웃자고 하는 말이지.
호연 : 진짜인 줄 알고 지인에게 써먹으려고 했잖습니까.

go20220423-85

점괘를 허락해 주셔서 고맙다고 절부터 하고서 말이지.

go20220423-84

시키는 대로 또 절을 열심히 했다. 대만의 사원에서는 한국처럼 바닥에 절하는 것이 아니라 절판에 대고서 손만 짚고 머리를 숙이면 된다. 만고 편하다.

go20220423-86

이렇게 해서 100개의 점대에서 하나를 뽑으면 되는 것이다. 손이 바들바들 떨고 있다. ㅋㅋㅋ

go20220423-87

그렇게 해서 뽑은 대막대에 숫자를 보고서 아래의 통에 쓰인 글자에 따라서 설합식으로 된 것을 당기면 속에 점괘가 해석된 종이쪽지가 있다. 그것을 해석하면 점괘가 풀이되는 것이다.

DSC06649-2

물론 내용은 한문으로 되어 있으므로 잘 읽어야 한다. ㅎㅎ

go20220423-88

대만에 오가면서 이것을 응용해서 삼명쇼핑몰에 백수점대를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면서 천후궁 참배를 마쳤다. 기왕 뽑은 점괘이니 풀이나 찾아볼까?

DSC06650-2

호연이 뽑은 것은 제십수(第十首)구나. 어디..... 잘 나와야 할텐데..... 수리수리~~

20220424_202113

해답은 낭월이 풀이해서 삼명에서 제작한 백수점단을 보면 된다. 10수라.....

20220424_202129

어허~! 이럴 수가. 下下(하하)가 나왔구나. 우짜노. 덕행이 높은 염백우가 장티푸스에 걸려서 고생하는 이야기로구나. 그렇다면 푹 쉬어야 하는 걸로. ㅋㅋㅋㅋ 그렇다면 화인이 뽑은 제이십이수(第二十二首)는? 이것은 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두구두구~~~~

20220424_202142

우와~! 上吉(상길)이란다. 이태백이 당명황을 만난다니 최고로 좋은 괘라서 그냥 길(吉)이 아니라 상길이었던 모양이다. 하나라도 좋아서 다행이다. ㅋㅋㅋ

go20220423-90

저마다 소원을 담은 나무패가 주렁주렁 걸려있고...

go20220423-89

한쪽에는 2013년도의 띠별로 보는 운세도 적혀있구나. 글자가 보이시는 벗님은 각자 2013년도의 운수를 찾아서 읽어보셔도 되겠다. 이미 지난 이야기이기는 하다만. ㅎㅎ

그렇게 잠시 천후궁을 둘러보고는 식당을 찾았다.

go20220423-93

굴튀김과 볶음밥인가 보다. 더운 날에는 맥주 한 잔을 곁들여서 즐기면 좋지. 대만에서는 맥주를 비주(啤酒)라고 한다. 우리는 맥주(麥酒)라고 하니까 같은 한자권에서 당연히 그렇게 부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것은 또 어디에서 나온 소식인지가 궁금해서 알아보니까 비주의 비(啤)는 비어(beer)의 의성어였다. 그러니까 '비어주'인데 영어를 그대로 한자로 옮겨서 비주가 된 것이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것이 참 많다. 커피를 가베(咖啡)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가베의 발음이 '카페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미스터 션사인에서 가배라고 해서 웃었다. 그렇게 읽으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지.ㅎㅎㅎ

d20220418-243

다음에 가볼 곳은 안평고보(安平古堡)다. 입장권이 50원이구나. 대략 2천원이다.

d20220418-242

안평고보는 대만을 장악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머물던 고성이라지. 그러니까 정성공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는 대만에서 네덜란드인들을 내쫓고서 다시 돌려받기 전까지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었고 그 역사의 현장이었다.

d20220418-244

안평고보의 조감도가 상세하다.

d20220418-245

열란차성박물관(熱蘭遮城博物館)이 있어서 둘러봤다. 열란이 뭐지? 차성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그럼 또 찾아보면 된다.

열란차성(熱蘭遮城)은 질란디아 고성을 말한다니까 열란차는 질란디아의 음역이라고 보면 되겠다. 1662년에 정성공이 보루를 함락하면서 이곳은 안평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곳의 이름이 안평고보인 모양이고, 네덜란드령이었을 때 남겨진 오래된 성벽 유적, 질란디아 요새 박물관과 일제시대에 세워진 흰색의 전망대를 만나 볼 수 있단다.

d20220418-248

설명서가 있으면 읽어봐야지. 어디..... 대략 살펴보니,

17세기 이전에는 문명세계에서 모르고 있었다가 유럽의 해양주권국가들이 항해하는 길에서 동아시아 해역을 통해서 해상무역을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네덜란드가 1624년도에 당시의 대만 이름인 복이마사(福爾摩沙)를 점령하고 성을 쌓았고 그 성이 바로 질란디아인데 38년간 통치했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이 무역을 발전시키게 되었기 때문에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다가 명조와 일본시대와 남양시대를 거치면서 무역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네덜란드와 동인도 회사들의 무역 집산지의 중심이 되었으니 국제무대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복이마사는 서양인들이 대만섬을 그렇게 불렀다는데 영어로는 포모사, 혹은 포르모사(Formosa)이고 그것을 한자로 적으니까 복이마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포모사는 보물섬의 뜻으로 보도(寶島)라고 번역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상호에서도 그렇게 표시한 것이 보여서 대략 짐작만 해 본다.

qhehwhdvy

대만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 시계점의 상호가 보도종표공사이다. 종표(鐘錶)는 시계를 말한다.

d20220418-246

당시에 사용했던 지도도 전시되어 있었다.

d20220418-247

그러니까 그들은 이러한 배를 타고 대만에 왔었던 모양이군.

d20220418-249

이 모형은 당시의 네덜란드에서 세웠던 질란디아 고성의 원형을 복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깃발이 네덜란드로군. ㅎㅎ

d20220418-250

포르모사에 대한 이야기로구나. 이렇게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다가 정성공이 고성을 빼앗고 패퇴시킴으로 해서 대만의 영웅이 되었던가 싶다.

d20220418-251

17세기는 하치시기(荷治時期)이니, 네덜란드를 한자로 하란이라고 하는 것에서 이렇게 표기가 되었다. 그 다음은 명정시기(明鄭時期)이니까 명나라 시대에 정성공이 대만을 통치했다는 말이겠고, 18~19세기에는 청조시기(淸朝時期)로 청나라에서 관리하였는데 일본에게 중국이 망하면서 일치시대(日治時期)를 맞이했다. 이 무렵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정시대를 보냈겠거니 싶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중국에서 모택동과 써워서 패한 장개석이 대만으로 도망쳐서 세운 것이 민국시기(民國時期)가 되어서 현재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대만은 항상 외침으로 인해서 외부인들의 식민지처럼 되어있었던 것이고 실로 같은 중국사람이라고 하지만 대룩인과 대만인의 관계는 흡사 미국인과 인디언의 관계와 비슷했다는 말도 있었다. 무시당하고 착취당하면서 살아온 본성인(本城人:대만인)들이다 보니까 오히려 일제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는 말도 들었었다. 그래서 친일의 정도가 상당히 강하다고도 한다. 이러한 연대표를 보면서 또 고개를 끄덕인다.

d20220418-254

허물어져 가는 성벽에 서 있는 표식비는 뭔가.....?

d20220418-253

대만성잔적(臺灣城殘跡)

원래 대만성라고도 했던 모양이다. 폐허가 된 흔적으로 일급고적(一級古跡)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뜻인가 보다

d20220418-258

폐성이로구나..... 성벽만 남아서 그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d20220418-260

이런 흔적을 보니까 비로소 대만의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d20220418-259

안평고적에 대한 사적기인데 언제 한가하면 또 읽어보거나 그냥 기념으로 보관만 하는 것으로 해도 되지 싶다. ㅋㅋㅋ

d20220418-261

화인이 목마르다고 망고 아이스크림을 사온다. 고맙구로.

d20220418-262

시원하게 목을 축이면서 잠시 쉬었다가 슬슬 움직였다. 그만하면 잘 둘러봤지 싶고 시간도 이제 돌아가야 오늘 대북까지 들어가게 생겨서다.

d20220418-266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운전을 더욱 조심해서 하라는 경고려니 하고 한 장 남겼다.

d20220418-269

다시 고웅이다. 차를 빌렸던 곳으로 가서 반납을 하고는 고웅역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이렇게 해서 남쪽 여행은 마무리가 된 셈이로구나. 아쉽지만 또 다음 기회에 나들이 하는 것으로 하고서 이만.

d20220418-270

고철(高鐵:고속철)을 타려고 표를 샀다.

d20220418-271

좋았던 시절이로구나. 대북에서 일을 보고 귀국한 이야기는 더 하지 않아도 되지 싶어서 여행의 추억도 여기까지면 충분하지 싶다.

또 가보고 싶은 향수 같은 것이 어려있는 여행이었다. 언젠가 여유롭게 또 대만남부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볼까 싶기도 하다. 꿈이라도 꿔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