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까이꺼~! ⑤백록

작성일
2020-09-17 03:19
조회
722

한라산? 까이꺼~! ⑤백록(白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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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53분.

드디어~!
성판악에서 첫걸음을 뗀지 5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드디어 한라산 정상에 도달했다. 1950m랬지....
백두산은 2,750(북한기준)이라니까 그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20201108_062922[인터넷자료: 비주얼백과]


참고삼아서 한국에서 높은 산의 순서를 알아보면 높이의 결과가 어디을 기준으로 측정했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어느 기준이 되었던간에 결과적으로는 높이의 순서는 같을테니까 참고해도 되지 싶다. 백두산과 한라산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다음엔 지리산? 에구~! 그건 또 다음의 이야기일 따름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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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다가 말고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것을 보면서 의아했다. 순서대로 정상을 관람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타임랩스를 찍을 시간이 없다는 말인가? 그런 말은 듣지 못했는데 이 기인~ 줄은 뭐지? 그리고 또 자유롭게 지나가는 사람은 또 뭐지? 그러면서 분위기를 봐하니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 줄이었다. 그래서 일단 먼저 지나쳐 봤다. 알고 보니까 백록담의 인증샷을 찍기 위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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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저마다 소중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실체가 중요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이다. 진실을 두고 거짓에 정신이 필리는 것도 또한 자연의 한 모습이라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돌덩어리는 손가락이고 그 너머에 백록담이 있다고 알려줄 따름이다. 그런데 이 돌과 함께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긴 줄에 서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도 또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적어도 30분 정도는 기다리거나 어쩌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저마다의 생각이란 그런 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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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백록담을 만나러 목재 난간으로 뛰어 올라갔다. 바로 그곳에는..... 언제 내 발로, 그러니까 주현의 발로 백록담에 올라 보겠느냐는 생각만 했었던 그 풍경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래 여기가 백록담이구나. 드디어 왔구나. 견성성불이라고 한다지만 마음자리를 발견한 만큼이나 행복했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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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남겨야 할 것은 인증샷이다. 주현이 고생 많았다. 네 덕에 육안을 통해서 바라보는 또렷한 백록담이구나. 고생했다. 올봄부터 벼르던 일이 이제 이뤄졌으니 경자년의 소원 한 가지는 완벽하게 성취하게 되었다.

'이날 이 시간에 낭월은 주현과 함께 여기 있었다'

됐다. 이제 삼각대를 설치해야지.... 그런데 아직 삼각대가 안 올라왔다. 화인이 짐벌을 들고 촬영하면서 오느라고 호연도 뒤처진 모양이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에는 백록담을 카메라에 담으면 된다. 시간은 황금이 아니고 다이아몬드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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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삼각대를 설치했다. 12-24mm 렌즈로 타임랩스를 찍은 사진이다. 타임랩스라고 해서 별것도 없다. 연속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이어붙이면 움직이는 풍경이 될 따름이다. 삼각대가 도달하기 전에 위치를 찾기 위해서 탐색을 하는데 한 남자가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연속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도 타임랩스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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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안타깝구로.... 그의 카메라는 소니A7R3이 아니었구나. 낭월의 카메라 세 대는 모두 자동으로 타임랩스를 찍어주는 기능이 있다. 조작만 해 놓고 기다리면 되는데 말이다. 주현은 주인을 잘 만나서 편하게 타임랩스를 찍는데 그 남자는 주인을 잘못 만나서 손가락이 고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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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이 기능이다. 배터리만 새것으로 넣어 주면 128기가의 카드에 가득 채워준다. 2시간을 찍으면 대략 2,000장 정도의 사진을 얻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적에는 7초 간격으로 하고, 1시간을 찍을 시간이라면 3초 간격으로 하면 적당한 길이로 타임랩스를 만들 수가 있다. 오늘은 간격을 3초로 설정했다. 많이 찍어서 줄일 수는 있어도. 적게 찍어서 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주 올 수가 있는 곳이라면 이렇게도 해보고 또 저렇게도 해 보겠지만 지금 여기는 한라산 백록담이다. 더구나 가득 고인 물을 보라. 지금은 시간이 주어진 한도 안에서 최대한 많이 담아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1초 간격으로 찍고 싶지만 그것은 타임랩스보다 동영상으로 찍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봐서 3초 간격으로 찍는 것은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계획에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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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벗님도 한라산에 갔었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과 보이는 범위가 다르다면 그것은 렌즈의 차이일 것이다. 이 사진은 12mm의 초광각으로 찍은 사진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면 폰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략 28mm정도의 초점이 된다. 12mm로 찍으면 화면의 범위각은 대략 122도쯤 된다. 28mm로 찍으면 65도의 화각으로 담을 수가 있다고 한다. 수치가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할 뿐 이것을 측정해 보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을 들고 자꾸만 뒤로 가는 이유는 65도의 화각에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담고 싶은 사진에 모든 것이 들어오지 않으면 뒤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뒤로 갈 수가 없다면?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 파노라마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찍어도 사진의 화질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는다. 왜 무겁고 비싼 카메라와 렌즈를 짊어지고 끙끙대면서 산을 오르는지 모르실 벗님이라면 참고가 될 수도 있겠지 싶어서 이렇게 중언부언 적어 놓는다. 더구나 무거운 삼각대까지 왜 갖고 가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대한 설명까지는 생략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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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m가 넓다고 생각하신다면, 이건 또 뭐냐? 하실 수도 있겠다. 이건 10mm로 담은 사진이다. 낭월의 사진 살림에는 180도까지는 담을 수가 있는 연장이 준비되어 있다. '물고기눈의 렌즈'라고 해서 어안(魚眼)렌즈다. 광활한 풍경을 만나면 10mm까지는 자주 사용한다. 어안렌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왜곡 현상이다. 그래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가방에서 잠이나 자라고 놔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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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바위가 많은 것은 삼각대의 높이를 낮게 잡아서이다. 사람들이 하도 달려드는 바람에 서있다가는 밀려서 제대로 된 사진을 얻을 수가 없겠다는 판단이 되어서 어쩔 수가 없이 낮게 잡았다. 다만 12mm에게는 높이 잡도록 했으니 두 대의 카메라는 서로 약간이나마 다른 그림을 남겨 줄 것임을 믿는다.

 

이렇게도 벼르고 별러서 한 번 온 백록담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지를 와보고 나니까 알겠다. 다들 보통 사람들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주현을 포함해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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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바구니에서 화인은 자리를 잡고 카메라 보초를 서고 있다.

"화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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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백록담의 풍경에 푹 빠진 화인을 불렀다. 얼굴이라도 하나 담아주려고 말이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생기가 충만이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낭월도 덩달아 즐겁다. 함께 한다는 행복이란 참으로 소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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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10mm의 화각으로 백록담을 열심히 찍고 있다. 3초 간격으로 사진 한 장씩을 생산해 낸다. 찍은 사진은 대략 40MB이다. 40메가를 연속적으로 담으려면 SD카드가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것으로 꽂아줬다. 최대한이 도대체 얼마나 빠른 것이냐고 하실 벗님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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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속도다. 읽고 쓰기에 대략 1초에 300메가를 처리한다. 그러니까 40메가의 크기로 된 사진을 1초에 7장은 너끈하게 소화한다. 물론 버퍼까지 활용하면 연사는 대략 20장 정도가 가능하다는데 자주 쓰지 않아서 그건 모를 일이다. 처음에 이 카드를 꽂고 사진을 찍으면 잘 모른다. 그러다가 90메가를 처리하는 카드를 꽂아보면 바로 안다. 2 장을 찍고 나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장 중입니다. '

비록 라면을 먹더라도 카드는 빠른 것으로 준비한다. 소니에서는 더 엄청난 녀석을 만들어 냈다. 1400메가를 1초에 저장하는 장치이다. 다만 아직은 이 카메라에 사용하지 못하니까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현재로는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뿐이다. 아마도 내년쯤에 출시하는 카메라에는 그 카드를 사용할 수가 있을 게다.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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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모두 설치한 다음에 한 바퀴 둘러보고는 사슴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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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사슴이나 노루가 물을 먹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실은 카메라 짐을 챙기면서 이미 생각해 뒀던 것이기도 하다. 100-400mm렌즈를 세 번이나 내 놨다가 다시 집어넣은 것은 사슴이 뛰어다니는 것을 105mm렌즈로 담아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슴이 뛰어다닌다면 분명히 무게에 눌려서 이 렌즈를 갖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짊어지고 왔으니 이제 구석구석 탐색을 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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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흠칫 놀랐다. 혹 노루가 웅크리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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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또다시 봐도 노루는 아닌 모양이다. 쩝~! 좋다 말았다. ㅋㅋㅋ

1200px-Fallow_deer_in_field[인터넷자료]


요런 녀석이 껑충거리면서 뛰어다녔으면 얼마나 좋겠느냔 말이지... 그래야 백록담이지. 이름이 백록담인데 사슴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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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말이지. 신선이 흰 사슴을 타고 나타났다잖여. 그러니까 신선은 기대도 하지 않아. 흰 사슴조차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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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에게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이렇게 생긴 녀석들 열 마리만 백록담 언저리에 방목하면 어떻겠소? 그러면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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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찾아봐도 백록은 고사하고 사슴도 노루도, 보이지 않는군. 그래도 산을 내려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찾아야 한다.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나타나는 법이거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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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사슴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한라산 신령님께 마음이 전해졌나 보다. 아싸~!
세 마리네~! 고맙구로~! 자세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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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록(人鹿)이었구나.....
꿩 대신 닭이라는데 인록도 고마울 따름이다.
사람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요. 인록입니다요. ㅋㅋㅋ
그런 게 어딨냐고요? 있습니다요.

다운로드 (1)

이렇게 인랑(人狼)도 있지 않습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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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올라올 적에 헬기가 요란스럽게 다녀가더니만 취재반을 내려놓고 갔던 모양이다. 그들은 특별한 허락을 받았는지 출입 금지인 지역에서 삼각대를 세웠다.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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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낭월도 저들 회사의 직원이고 싶구나. 그래도 고맙다. 아무것도 없어서 1%의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공간을 인록으로 채워주니 말이다. 그래서 조용히 렌즈로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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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백록담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감개무량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백록담의 규모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대상이 없어서 얼마나 큰 담(潭)인지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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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록 세 사람이 등장을 하게 되니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역시~! 망원렌즈를 갖고 오길 잘 했다. 아무렴~! 신의 한 수였어. (쓰담쓰담~ 어깨를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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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점으로 남을 뻔한 것을 사람으로 부활시켰잖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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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점이 되어서는 그 느낌이 덜 살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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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들이 부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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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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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나.....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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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뭣들 하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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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까지는 모르겠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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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도 보이고.... 그 뒤로도 뭐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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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감시카메라.
몰래 돌아다니다가는 딱 걸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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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위쪽으로 난간봉이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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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쪽으로도 오르는 길이 있는 모양이구나.
문득 백두산의 북파에서 동파를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북한에서만 오를 수가 있는 곳이 동파이다.
그래서 멀리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알고 보니 한라산의 서북벽은 훼손이 너무 심해서 봉쇄되었더란다.
개방한지 1~2년 만에 심각하게 훼손이 되어서 막아놓은 길이라니까
아마도 저 길로 오를 기회는 없지 싶다. 나무는 복구가 되지만 암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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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길로 가다가 마주 오는 사람에게 물었다.

낭월 : 이 길은 어디에서 오는 길과 연결되어 있습니까?
남자 : 예, 맞습니다. 그 무슨 사..... 절인데...
낭월 : 아, 관음사인가요?
남자 : 예예, 맞습니다. 관음사에서 오는 길입니다.
낭월 : 고맙습니다.

출입금지란다. 그런데 그 아래의 글이 급관심이다.

(위반시 과태료 부과)

우와~! 그러니까 과태료를 내면 출입할 수도 있다는 말이잖여? 얼만데?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얼마라는 것이 없다. 10만 원이라고 하면 얼른 넘어가서 인록들과 같이 어울려 보려고 했는데 아쉽다. 혹시라도 100만 원이라고 하면 그건 후환이 있지 싶어서였다. 연지님께 혼나기 딱 좋은 비용이걸랑. 그러니까 금액을 써 놓으란 말이다. 금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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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부부가 함께 건강한 몸으로 한라산에 올라서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뭔가 부스러기라도 하나 흘리기를 기대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까마귀까지 있어주니 멋진 그림이 되었다. 연지님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동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 말이다. 요즘 어지럽다고 하는 바람에 숙소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는데 다음에 더 좋아지면 또 마음을 내어  볼까 싶은 생각도 잠시 가졌지만 이내 포기했다. 연지님이야말로 '산은 바라보는 것'임을 철저하게 믿고 계신 까닭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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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인증샷 줄이 길게 늘어서 있구나.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풍경을 스케치할 수가 있는 것도 동행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카메라 옆에 붙어앉아 있어야 하는데 호연과 화인으로 인해서 마음 놓고 돌아다니면서 풍경을 담을 수가 있으니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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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까마귀들.... 손님들이 밥을 먹고 모두 가버리기 전에 뭐라도 하나 얻어먹어야 또 하루를 버틸 수가 있는 까닭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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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얼마나 즐겁고 감격스러우랴.... 뭔가를 이룬다는 것은 이런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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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열심히 맡겨진 일을 수행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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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도 밀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카메라의 흔들림을 지키느라고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화인 : 싸부님 우리는 배가 고파서 김밥을 먹었어요.
낭월 : 그래 잘 했다. 
화인 : 싸부님도 점심 드셔야지요.
낭월 : 개안타. 난 안 먹고 싶다.
화인 : 내려가려면 드셔야 해요~!
낭월 : 아니다. 김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그러나 하산을 하면서 후회했다. 김밥을 못 먹어서가 아니다. 화인의 짐을 덜어 줄 수가 있었는데 김밥을 먹지 않은 바람에 다시 짊어지고 내려가게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이렇게 생각이 짧다. 항상 짧다. 조금만 사려가 깊었더라면 짐도 줄이고 마음도 편했을 텐데 풍경에 취해서 주현의 점심을 굶긴 것도 후회가 되었다.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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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白鹿)이 신선을 따라서 하늘로 가더니
백운(白雲)이 되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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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봐~!
웅장한 뿔하며....
영락없는 백록이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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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백두산에서도 그랬지.
북파에서는 맑은 천지를 만났고,
다음 날, 서파에서는 구름이 가득한 천지를 만났지.
백두산에서는 이틀에 걸쳐서 본 것을
한라산에서는 하루에 그것도 두 시간 내에 다 보여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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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조화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낭월이 주현과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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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객의 블로그를 보니까 딱 이 풍경만 보고 하산했더라면서 아쉬워하는 글을 읽었다. 과연 그랬을 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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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사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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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2시간 내에 보여 줄 수가 있는 것은 다 보여 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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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단다.
우짜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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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재촉할 시간이 30여 분 남았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빠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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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리 지키느라고 애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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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우리도 인증샷 찍어 주세요.
낭월 : 아무렴. 지금이 딱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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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를 찍어주면서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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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줄 서서 찍고 있는데 우리는 그냥 아무 데서나 퍼질러 앉아서 인증샷을 찍어도 되었다. 그냥 즐거우면 된 것이잖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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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40분이다. 그래서 짐을 쌌다. 그만하면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도 되었거니와, 혹시라도 여력이 되면 사라오름까지 들렸다가 가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아직은 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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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하게 펼쳐진 한라산의 자락이 초원처럼 전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4시간 이상을 걸어야만 한다. 마음은 구름을 탄듯하고 몸은 돌에 눌어붙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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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발목을 조심해야 한다. 삐끗하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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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감상하면서 하산하는 여유로움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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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벌을 들고 촬영하던 화인이 포즈를 취한다. 배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갈 수가 없다니. 그래라 기념사진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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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을 즐기면서 그렇게 휴식을 한 다음에 다시 마지막 남은 힘을 두 다리에 쏟아부었다.

불과 100여 m나 내려왔을까? 앞에 한 여인이 발목에 피를 흘리면서 주저앉아 있고 그 옆에는 친구로 보이는 남성이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장면을 만났다. 젊은 사람들인데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이 내게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더욱 경각심을 일깨웠다.

'조심~~!'

달리 방법이 없었다. 조심을 하는 수밖에는. 다리도 풀려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세시 반까지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것이 한라산에서 정해진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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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5분에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다. 관리실에서는 이미 방송을 하고 있었다. 3시 반이 지나면 위험하므로 그때까지는 모두 이 자리를 떠나서 하산해야 한다는 안내였다. 다시 자유시간을 하나 먹고 물도 마시고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모아서 충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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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올라가면서 바라봤던 정상이 다시 보인다. 그러나 아침에 본 그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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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라보는 정상에는 연못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는 정상이었다. 그리고 감동이 추가된 정상이기도 했다. 같은 풍경의 다른 느낌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거니.....

'해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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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오는 길 부지런히 걷는 것 말고는 달리할 것이 없었다. 이제 사진을 찍을 여유도 힘도 없었다. 오직 어둡기 전에 성판악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적뿐이었다. 말하자면, 이제부터는 놀이가 아닌 노동이 되었다는 말이다.

하신 길에 속밭대비소를 만났다. 잠시 쉬면서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낭월의 가방을 호연이 차지하고 내어 놓지 않는다.

낭월 : 내 가방을 와 갖고 있노?
호연 : 이제부터는 사부님 가방은 제 차지입니다.
낭월 : 그기 무슨 소리고?
호연 : 사부님은 아무런 사고도 없이 하산만 하시면 됩니다.
낭월 : 아이다. 힘들기는 마찬가지 아이가 난 내 짐을 지고 간다.
호연 : 이미 충분히 지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지겠습니다.
낭월 : 안 그래도 된다. 괜히 부담을 주지 말거래이~!
호연 : 저는 아직도 힘이 남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괜히 마음을 쓴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도 완강해서 그냥 허락하고 말았다. 나중에 귀가해서 화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뒤에서 앞서가는 낭월을 보니까 이미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더란다. 그러다가 자칫 돌부리라도 걷어차면 넘어질 수도 있겠더라지. 그래서 자빠진 낭월을 업고 가느니 카메라 가방을 떠안기로 했던 모양이다. 나 참..... 그랬구나... 미안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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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말이지만,
마지막 4km는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앉으면 못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쉬지도 않고 내달았다.
그 결과로 5시 44분에 성판악에 도착했다.

06시 50분에 올라갔다가
17시 44분에 내려왔으니
11시간을 걸었구나.
아니 정상에서의 2시간은 빼고 9시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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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하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생각했다.

'낭월이 또 빚을 졌구나.'

자유시간 네 개로 버틴 하루였던 셈이다. 풍경에 취해서 먹지 않았던 김밥이 다시 떠올랐다. 그것만 먹었더라도 가방을 빼앗기지 않았을 텐데.... 아니 그랬을 지도 모르는데.... 다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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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흔들린다. 손에 힘도 빠졌다는 의미인 모양이다. 미소 짓는 호연을 보니 역시 젊음이 좋긴 한 모양이다. 그래도 낭월도 최선을 다했다. 주현이도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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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라산 보살 마하살.
나무 백록담 보살 마하살.
나무 주현 보살 마하살.
나무 호연 보살 마하살.
나무 화인 보살 마하살....

덕분에 오늘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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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차에 앉을 적에는 브레이크가 안 밟히면 어쩌나 싶었어요.
낭월 : 다리가 풀려서 말이지?
화인 : 예, 그런데 또 운전을 하니까 되네요.
낭월 : 호연이랑 화인이 오늘 고생이 많았네.
호연 : 아닙니다. 정말 사부님 덕분에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화인 : 저도 소원 하나 이뤘으니 감사해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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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에서 호연이 찾은 맛집이라고 하면서, 집에서 쉬었던 연지님과 저녁 먹으러 나섰는데 이름도 특이한 고집돌우럭이라는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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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친 하루였지만 마음만은 상쾌하더란다. 그래 마음이 중요하지.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푹 쉬면 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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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이 꿀맛이다. 맛집도 필요 없지만 먹거리에 대해서는 호연에게 일임한다. 언제라도 먹을 만한 집을 찾아내는 신묘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잘자리는 화인.
먹자리는 호연.
놀자리는 낭월.
뒷바라지 연지.
우리는 환상의 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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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긴 하루도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이번에 제주도에 나들이한 목적인 집터를 봐줘야 하겠군. 물론 새벽에 일어나지면 조천의 해변에서 타임랩스를 찍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일 자고 나서 생각할 일이지만 말이다.

한라산 타임랩스-1



한라산 타임랩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