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까이꺼~! ①발단

작성일
2020-09-13 06:1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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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까이꺼~! ①발단(發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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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러니까 2020년 9월 5일인가...
10호 태풍 하이선의 소용돌이 중에 화인이 말했다.

화인 : 싸부님, 황사장님이 제주도에 한 번 와 달라는데요?
낭월 : 제주도는 이 시국에 무슨 일로 오라카노?
화인 : 벌써 잊어버리셨어요? 집터를 봐달라고 하셨잖아요.
낭월 : 아참, 그랬었지. 터가 다듬어졌다 카더나?
화인 : 그런가봐요. 가을에 공사 들어갈 예정이라고....
낭월 :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 드려야지. 
화인 : 차를 갖고 갈까요?
낭월 : 차는 뭘, 며칠 놀면 몰라도 시간이 안 되잖아?
화인 : 그럼 비행기로 갈까요?
낭월 : 그래 청주공항에 알아봐라.

이렇게 해서 급하게 잡힌 일정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의 제주도 여행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하러 가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일을 핑계 삼아서 언젠가부터 틈이 나면 한 번 올라가 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한라산 등반을 실행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언젠가는 백두산에서 천지를 보면서였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2017년이군. 그러니까 백두산에 오른 지 3년 만에 한라산에 오를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래서 기꺼이 일을 봐주러 가기로 했다.

마침 태풍은 9월 7일이면 벗어난단다. 더구나 제주도는 남쪽이니 더 빨리 벗어나겠지. 그리고 이번 태풍이 백록담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갔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설렘설렘~! 어쩌면 물이 있는 한라산을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미 마음은 제주도이다.

 

1. 황사장의 인연

황사장과 인연이 된 것은 2014년이었나 보다. 출판업을 하는데 황사장의 처형께서 낭월의 광팬이셨던 모양이다. 그 인연으로 해서 의심이 많은 황사장은 일단 직접 낭월을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감로사에 왔고, 그래서 만나서 이런저런 상담을 했는데, 나름대로 짚이는 바가 있었던지 파주로 초청을 하겠다기에 기꺼이 나들이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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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부탁을 받고 파주로 가는 길에 서울의 출판사 사무실부터 점검에 들어갔다. 화인의 잠재 능력은 현공풍수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묻혀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공부 인연이다. 낭월은 아무리 해도 맘대로 되지 않는 엘로드와의 교감은 믿을만해서 가끔 기술을 발휘한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비공식이다. 인연에 따라서 봐 줄 뿐이고 화인도 엘로드 잡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을 하고 나면 피곤하다는 말을 하니까 낭월도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 참 공평하시기도 하지. 한 가지를 주면 또 한 가지를 가져가는 음양의 이치려니... 낭월은 엘로드와 교감이 되지 않는 까닭에 피곤할 일이 없으니깐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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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복인길지(福人吉地)다. 풍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후복(厚福)한 사람은 아무렇게나 앉아도 생기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곳에 자리하게 되고, 박복(薄福)한 사람은 아무리 명풍수를 불러서 자리를 잡아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참으로 다행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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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상담을 하면서 나름대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던지 자신의 앞으로 계획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대규모 단지를 계획하고 있었고, 그 씨앗이 될 터전을 마련했는데 풍수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꼭 좀 한 번 봐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니까 화인도 거절을 하지 못하고 그러자고 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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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황무지에 건물이 세워졌고, 사업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이 되면서 아마도 풍수의 지기(地氣)와 수기(水氣)에 대한 이치를 믿는 마음이 생겼던 모양이다. 물론 낭월은 안다. 이렇게 부산을 피우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 자리가 생기의 중심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거나, 더 뛰어난 능력자의 고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기술조차도 위대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것도 인연이려니 싶다. 그래서 인연에 따라서 흐름에 맡기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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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부터 확인했다. 7일에는 오전에 비가 오지만 오후부터는 맑음이 8일과 9일로 이어진다는 예보가 반갑다. 9일만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감사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10일에는 흐린다고 해도 괜찮다. 오히려 타임랩스를 찍는 데는 구름이 있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 더 고마울 따름이다.

혹 예보에서 폭우가 온다고 하더라도 취소를 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조바심으로 어플만 못살게 굴고 있는 셈이기는 하다. 중생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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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성판악의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7일에는 입산통제였다. 빨간색이 8일에는 초록으로 바뀌어있으니 그것도 반가운 일이다. 당연히 태풍이 지나갔으니까 성판악으로 오르는 길도 열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이 정도의 상황이면 하늘은 돕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셈이니 고마울 따름이다.

2. 청주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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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이 신명났다. 제주도에 가면 먹어야 할 식당을 미리 다 찾아놨으니 가시자고 하는 곳으로만 가면 된다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 직장에서 휴가의 찬스를 이용하기로 했더란다. 그래서 일행 넷이 9월 8일 점심을 먹고서 느지감치 출발했다.

청주에서 제주까지 가는 비행기 표는 폰으로 배달되었다. 오후 5시 10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이다. 넷이 합해서 왕복 20만 원이란다. 코로나 덕을 본 것인가? 한 사람이 왕복 5만 원이라면 차를 갖고 갈 필요가 더더구나 없게 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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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절반은 하늘에 달렸다. 태풍이 올라가면서 제주도 하늘의 구름도 모두 휩쓸어 갔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맑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백록담을 보고 싶은 희망사항이 현실일 것이라고 자기최면에 들게 하면서 풍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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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서 청주까지는 기껏 1시간 남짓이다. 그럼에도 공항을 이용할 생각은 못 했다. 하긴, 제주도를 갈 적에는 완도에서 배를 타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다. 차를 갖고 가야 마음대로 이동을 하기 좋은 까닭이고, 1주일 정도 머무른다면 차를 빌리는 비용이면 배에 싣는 것이 더 낫다는 계산도 포함이 된다. 그런데 이번 길은 업무용이다. 그러니까 남들처럼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거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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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항은 군사공항이라더니 그런 모양이다. 공군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공항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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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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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하고는 공항으로 들어갔다. 항상 공항이라면 인천공항만 다녀서인지 조용한 시골 풍경이 한가로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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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은 2박 3일이다. 더 머물러도 되지만 호연의 직장에서 주어진 시간이 그만큼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 정도면 터를 봐주고 산에 다녀올 시간은 충분했고 그것이면 목적을 이루는 까닭에 아쉬운 마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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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으니 구석구석 둘러봐야지. 그리고 사진으로 남겨야지 혼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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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노..... 아니 하양이구나. 노랑이었으면 제대로 삼원색에 천지인(天地人)에 더 길조인데 말이다.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괜히 쓸데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흥분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낭월이다. 그러니까 상해공항을 다녀온 지가 언제냐. 참 오랜만에 나들이이니 그럴 만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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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안내표가 행선지는 모두 제주도 뿐이냐. 참 싱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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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는 2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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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인식을 등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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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나쁠 것이 없으면 하는 것이 낫다. 언제든 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다면 그것은 삶을 길게 만들어 주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사간을 절약한 만큼 삶이 늘어나고, 시간을 허비한 만큼 삶의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노느니 염불하고 앉아 있느니 등록해두자. 인천공항에서는 못 봤는데 새로 생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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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표를 하고 대기실에서 더욱 군사공항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카메라가 비행장을 향하는데 눈빛이 날아온다. 생각 없이 찍는 사진에도 국법의 간섭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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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가면 여러 색깔의 비행기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이고, 그것을 찍는 것은 더 큰 재미이건만 청주공항에서는 눈으로만 찍고 카메라로 찍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큼지막하게 써 붙여놨다.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면 된다.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 말라는데 왜 구태여 아쉬움을 남기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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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표시가 안 보였다. 비행기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조정하는데 화인이 팔이 잡아당기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켜 줘서야 보였다. 무엇이든 보려고 하는 것만 보이는 것이 맞다.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고 사진을 지우느라고 부산을 피울 뻔했다. 우야든둥 고맙구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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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시간 낭비이다. 아직도 30분이나 남았는데 둘러봐도 볼 곳이 없고, 어디 가려고 해도 갈 곳도 없다. 여기는 인천공항이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내일 한라산에서 만나게 될 환상적인 풍경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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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공항을 완전히 벗어난 다음에서야 창밖을 보고 바깥 풍경을 찍을 수가 있었다. 이것은 청주 시내의 풍경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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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는 50분의 비행거리란다. 기류가 불안정하다는 말로 물도 한 잔 없다. 주스라도 주려나 했지만 그것도 없었다. 그냥 입 다물고 마스크나 단디 쓰고 앉아만 있으면 된다. 하긴 편도 25,000원이다. 뭘 기대하랴. 그냥 잘 데려다 주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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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리도 남지 않았군. 금방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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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쾌적하다. 그야말로 '비행기 타기 좋은 날'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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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 비행기를 탔으면 최소 2시간 반은 가야 하는데. 그대로 쭉~ 직진으로 날면 타이페이인데... 야시장이 있는데.... 길은 그 길인데 가다가 말겠거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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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이 보인다. 기다려라. 내일이면 백록담에 내 발자국을 남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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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인가? 이번 여행길에서 오름은 제외했다. 체력을 최대한 모아서 한라산 정상에만 둬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럴만한 시간도 없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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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받아서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제주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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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로 이동할 모양이다. 호연이 반긴다. 저것을 타고 내려보고 싶었더란다. 그렇다면 또 소원하나 이뤘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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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들이 계속해서 승객을 실어 나른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던 모양이다. 코로나 시국이여서 더욱 붐비는 제주도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절대 마스크이다. 잠시도 벗을 수가 없고, 벗어서도 안 된다. 안전제일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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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계속 뜨고 내린다. 또 어딘가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사람들을 싣고 들어오는 비행기가 보인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꿈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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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호연네 부부를 찍어줬어야 하는데 깜빡했군. 먼저 내려서 보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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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공덕이다. 사람을 찍어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이유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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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태양을 내일도 볼 수 있기를....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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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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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대략 생각해 보니까 사진 공부를 한답시고 김영갑 선생의 흔적을 찾아서 두모악이며,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백약이오름 등을 찾아서 다녔던 시절이 있었지. 그때가 2010년 경이었나? 그러고 보니까 10년 세월이 지났네..... 그렇게 10년 만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황사장이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