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테라로사 커피

작성일
2020-02-08 05:05
조회
821

[강릉] 테라로사 커피


(여행일: 2020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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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서양의 멋이고
차는 동양의 풍류니라

예전에 어느 기인이 방송에서 한 말이 여운을 남긴다. 낭월은 이 말에 대해서 공감을 하면서 또 하나의 생각을 해 봤다.

커피는 가슴을 데우고
차는 머리를 식히느니라

하나는 데우고, 하나는 식히니 이것이야말로 음양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연인간(戀人間)에는 커피를 마시고, 사제간(師弟間)에는 차를 마신다. 낭월학당에 공부하러 오시는 제자님들께 차를 내어 놓는 까닭이기도 하다. 공부는 머리를 식혀야 지식의 입력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낙산에서 비를 뚫고 찾아간 곳이 바로 커피가게이다. 이렇게 겨울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커피의 향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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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로 가는 앞에는 멋진 노송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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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보호할만 한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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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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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자리한 「테라로사」커피집이다. 아니 '커피집이었다.' 이렇게 운치있는 판자를 모아붙여서 만든 간판이 눈길을 끈다. 주인장의 마음과 교감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집 주인장은 나무를 좋아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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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문구이다. '어서오세요 테라로사 커피입니다.' 잠시 비가 멎은 사이에 이렇게 멋지고 운치있는 공간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라니.... 커피잎과 열매와 꽃을 그려넣었구나. 빛바랜 나무의 세월감과 함께 그윽한 맛에서 커피향이 풍겨나오는 듯하다. 이름에도 뜻이 있겠거니....

테라로사 [이탈리아어]terra rossa
석회암의 풍화 작용으로 생긴 적갈색의 토양인데 지중해 연안 지방에 많다.


아하~! 이탈리아 말이었구나. 무슨 꽃 이름인가 싶었는데 흙의 이름이란다. 이름도 참 특이하군.  적갈색이면 커피의 색을 상징하는 것이겠거니.... 그런데, 커피 산지의 이름도 아닌 흙의 종류로 상호를 삼았다니.... 아마도 그 지역에서 맛이 좋은 커피가 생산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해 본다. 커피의 종류가 아닌, 산지의 흙을 상호로 삼은 주인의 마음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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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테라로사의 주변에는 인공적으로 심은 나무가 눈길을 끈다. '자작나무'이다. 낭월이 이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백두산으로 가는길에서 본 풍경이 인상적이어서이다. 백두산의 '백(白)'과 자작나무의 백색이 잘도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이집 주인도 천지를 가는 길에 본 그 자작나무를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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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이 가면 마음이 머무르고
마음이 머무르면 셔터가 끊기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사진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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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우연이고
둘은 필연이다.

이 집의 주인은 필시 시인일게다. 아니면 시인의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새하얀 벽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하얀 벽과 하얀 나무는 이미 우연의 만남을 넘어선 곳에서 낭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흰색'에 깃든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강박관념이었을 수도 있지 싶다. 누군가에게 호된 누명을 쓰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을게다. 건물의 꾸밈을 보면서 주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다면 '건축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 상상과 현실의 사이가 소설이 탄생하는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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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이탈리아 어로 'TERAROSA'라고 쓴 다음에 한글로 '테라로사'를 표기한 것을 보면 그의 삶에서 이탈리아는 매우 비중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 틀림 없으렸다. 빨간 색의 배경은 커피열매의 잘 익은 색에서 가져왔을 게고, 그 아래의 'TERAROSA entrance'의 짙은 고동색은 볶은 커피의 색에서 가져왔을게다. 그러니까 주인장은 색감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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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를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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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다른 곳에는 굳게 닫힌 문이 있다. 담쟁이덩쿨의 얽긴 그 옆에서도 어김없이 자작나무가 지키고 서 있다. 자작나무.... 그래서 낭월도 '올 봄에는 자작나무를 심어볼까'싶은 생각이 들어서 대림종묘에 검색을 해 봤다. 묘목을 열 그루만 사다 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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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을 했더란다. 나무에 못을 박기 싫어서 테잎으로 붙인 모습이 보인다. 나무의 마음을 헤아리는 주인장의 마음이 보인다. 나무는 못을 싫어하는 까닭이다. 비록 마른 목재일지언정 그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서야 이러한 안내판을 붙여놓았을 리가 없는 까닭이다. 시간이 지나면 접착력이 떨어져서 다시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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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하는 화살표를 따르는 길가에서도 자작나무가 말해 준다. '이 길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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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서 커피향에 이끌려서 찾아오는 방문자들을 맞아줬을 건물을 돌아다 본다. 커피향과 커피맛은 사뭇 다르다. 흡사 두리안향과 두리안맛에 비교된다. 구수한 향과 쓰디쓴 맛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리고 향과 맛은 세포 속으로 스며들면서 합일이 되고 여기에서 도(十)가 이뤄지는 것일게다. 도(道)는 만나야만 하는 까닭이다. 커피향으로 맛을 알 수가 없고, 맛으로 커피향을 표현할 수도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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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서 늘이고, 다시 좁아서 붙인 흔적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벌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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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새로 만든 테라로사이다. 붉은 벽돌건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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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물에서 옛 건물을 바라다 본다. 마치 위인들의 탄생지를 기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옛 것을 중시하고, 뿌리를 생각하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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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이면 커피향으로 가득했을 공간이 비에 젖어서 운치를 보태고 있다. 밤나무가 꽃을 피울 때쯤이면 그 밤꽃향과 커피향이 묘한 조화를 이루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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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일행이 있는 관계로 다음기회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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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에 이끌려서 빗속의 나들이를 한 사람들이 대단하다. 딱히 갈 곳도 없으니 겸사겸사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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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을 쓴 것은 커피의 색에서 가져왔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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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건물 사이로 입구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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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즐거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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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정확하게 가격표를 표시했다. 각자의 입맛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뭘 마실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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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테라로사의 사진에서 보여주는 그 화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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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진 곳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 무언가의 힘이 있었을게다..... 미각(味覺)의 마력이다. 이것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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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시켜놓고, 빵으로 시장끼를 때운다. 이미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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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를 한 순서대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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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빵을 사 먹은 영수증이군. 커피와 빵? 커피와 떡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구색이 있는 모양이다. 떡은 차와 마시고, 빵은 커피와 마시는 것이 제짝이겠군. 음양의 대입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반드시 정확한 필연의 법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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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로 행복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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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을 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가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햇살이 따사로워지면 밖으로 나가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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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이 어떻던교?"
"딱 요렇습디다~!"

빗소리 구성진 가운데 우리의 여행도 막을 내렸다.

상해에서 강원도까지 이렇게 또 즐거운 한 때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