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주문진항

작성일
2020-01-29 05:40
조회
861

[강릉] 주문진항(注文津港)


(202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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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게 바빴던 어제는 어제의 일일 뿐이다. 새벽 4시에 논산에서 인천공항까지 가서 상해 푸동공항에 도착하고 가이드 만나서 여행을 취소하고 다시 오후에 인천공항으로 되돌아 온 다음에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던 일행은 난데없는 주문진을 외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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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길이 아닌데....? 서울 도심을 통과해서 양양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부담이어서 영동고속도로를 탔는데....카카오맵앱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군..... 이런 때만 '네이버지도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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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네어버맵이 똑똑해 졌나? 여러 개의 노선을 보여주고 선택하라네. 아무렴 그래야지. 시간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 길로 강릉의 주문진항에 도착했다는 경로만 필요할 따름이다. 그렇게 해서 주문진에서 가방을 풀었다. 말하자면 항저우에서 풀었어야 할 가방이 주문진에서 풀린 셈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동서횡단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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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7일 전에는 취소하자는 낭월의 말에 찬성과 반대가 반반이더니, 막상 상해에서 그 살벌한 공포스럽기조차 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던지 돌아가자는 말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환영을 받았으니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한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주문진에 도착한 것은 새벽 0시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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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공항에서 사온 천지남(天之藍)을 땄다. 저녁을 겸해서 수면주로 한 모금씩 마시고는 고단하고 바빴던 하루를 마친 것만으로도 모두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상해공항도 폐쇄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었을게다.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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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에서 새벽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나왔던 것은 타임랩스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포구에서 밝아오는 풍경을 타임랩스로 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들기 전에 주문으로 외웠던 것은 일찍 잠이 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자명종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적인 깨어남이 좋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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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일출시간을 가늠했다. 1월 25일은 07시 34분이 주문진의 일출시간이란다. 그러니까 늦어도 6시 반에 일어날 수 있으면 풍경은 담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던 것이다. 물론 일기예보는 믿지 않는다. 당연히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보였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 시간이 되어봐야만 알 수가 있는 까닭이다.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체험하고 깨달은 것이니까 믿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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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반에 잠이 깼다. 약간 부족한 잠은 외상으로 해 놓고 살금살금 일어났다. 같은 방에 곤히 잠들어 있는 화인네 부부와 연지님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카메라 짐을 챙긴 다음에 밖으로 나갔는데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던지 바닥은 번들거렸고, 항구는 조용하기만했다. 이미 어제 예보에서 동해안은 풍랑주의보가 내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절반의 실망이 주어졌다. 새벽에 항해박명시간부터 고기잡이를 떠나는 배들을 타임랩스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청도에서 본 후로는 모처럼의 바다풍경을 담을 수가 있는 기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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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만 계획을 할 뿐이다. 허락은 하늘이 하는 것이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다. 거부하면 잠이나 더 자는 것이고, 수용하면 이렇게 경자년(庚子年)의 정월 초하루 새벽을 동해바다와 함께 맞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홀로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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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텔이 주변에서 제법 높은 건물이라서 옥상으로 올라가 봤지만 얼른 되돌아 내려왔다. 사진을 찍을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구를 서성이면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타임랩스를 찍기 위해서 간격촬영으로 설정한 다음에는 두리번거리면서 주변 풍경을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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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가 넘어가면서 점점 밝아왔지만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하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허용한계임을 얼른 눈치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은 남기 마련이다. 조금만 더, 다시 조금만 더, 하면서 30분을 훌쩍 보냈다. 그러나 초하루의 태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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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아침,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간간히 차를 돌리는 모양 뿐.... 아마도 주문진항의 일출이라도 보려고 부지런히 나왔던 여행객들이려니 싶었다. '다 틀렸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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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에서 해경들이 움직이더니 해양경찰 요트로 이동한다.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무슨 그림이라도 나오려나.... 주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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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풍랑주의보이니 밖으로는 나가지 못할텐데.... 겨우 오른쪽의 포구에 가서 무슨 일을 봤는지 이내 되돌아 온다. 그게 전부이다. 그래서 낭월도 카메라 짐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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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오대산 자락에 하얗게 쌓인 눈이 겨울풍경에 일조를 한다. 고맙구로. 그렇지만 그림이 되기에는 너무 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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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돌아가면 낭월이 아니지. 주문진등대가 있는 새뜰마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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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지역이라고 초록색으로 표시를 한 모양이다. 뭔가 있지 싶어서 올라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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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이 중요하다. 안내지도에 빗방울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도 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풍경이다. 또 아는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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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지점이 달라지니 보이는 풍경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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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서 바라볼 적에는 이어져 있던 방파제와 등대도 여기에서 바라보니 따로 떨어져 있었다는 것도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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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는 하얗고 조그만 등대가 보인다. 오늘의 새벽나들이는 저 등대까지 둘러보는 것으로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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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등대와 새뜰마을에 대한 이력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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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최초에 등대를 세웠던 곳이라.... 성황당? 그렇지 이런 곳을 찾아봐야 하는 거야. 그 동안 줄잡아서 20번도 더 왔을 주문진이었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으니 부여 부소산의 궁녀사(宮女祠)를 본 것 만큼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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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이 주도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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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가꿔놓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주문진의 풍경도 감상했다. 이젠 성황당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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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부터 봐야지. 성황당(城隍堂)이다. 여인의 슬픈 사연은 여기에도 잠자고 있었구나. 내용은 흡사 밀양의 아랑전설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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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그마한 언덕에도 서려있는 역사는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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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규모가 자못 우람하다. 이런 곳에 이런 사당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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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붓끝에서 나온 청룡과 황룡이 감싸고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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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의 염원이 서려있는 듯한 모습이다. 문은 잠겨있어서 안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밖의 풍경으로도 중요하게 관리가 되는 곳이라는 짐작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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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지키고 있구나. 위풍당당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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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하는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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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당은 진이를 위한 곳이고, 성황당은 그 아래에 있었다. 바로 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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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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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지신(城隍之神)이라고 쓴 것인가 싶다. 누군가 소주도 한 잔 올렸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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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주문진등대로 가는 길이다. 골목골목.... 이런 골목을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곳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도 실례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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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옛스런 골목길이었다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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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하얗게 칠한 것도 무슨 까닭이 있지 싶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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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산자락에 덮인 눈과 잘 어울리는 마을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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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등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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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초인가? 꽃이 피었다가 시들어서 떨어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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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 쌓인 삶의 피로가 그대로 녹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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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동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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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에서는 궁예가 떠오르더니.... 여기에서는 동백이가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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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 동안은 동백꽃을 보면 공효진이 떠오르지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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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1길은 차량이 다닐 수가 있는 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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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등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능은 상실한 채로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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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100년이 넘으면 전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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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앞의 인어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손에 든 횃불에 태양불을 당겨 줬다. 낭월이 할 수 있는 일이래야 고작 이 정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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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서 바라보는 해변의 파도가 거세게 다가와서 부서지곤 한다. 풍랑주의보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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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누군가의 헛걸음을 방지할 수가 있다면 그것도 다행이다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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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디 순한 백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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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빨거리고 돌아 다니는 흑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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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묵은 발리모텔이다.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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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묵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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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국에 밥 말아서 추위를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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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에 2만원이다. 요즘은 많이 안 잡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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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님들은 반주도 한 잔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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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공항 이야기를 안주 삼아서.
빠져 나오길 잘 했다는 무용담을 곁들여서...
오늘은 어디에서 뭘 할 것인지를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