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해 푸동공항

작성일
2020-01-27 19:21
조회
971

[중국] 상해공항(上海空港)까지만 여행.


(2020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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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상해와 항주로 여행 일정을 잡은 것은 3개월 전쯤이었다. 그 사이에 어디에서 어떤 풍경과 유물을 보게 될 것인지를 조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은 소풍 날을 받아놓은 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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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진살림도 제대로 챙겼다. 행여라도 사진놀이를 하는 도중에 아쉬움이 있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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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가방에 붙일 이름표도 일정표와 함께 날아왔다. 단체비자도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날짜만 기다리면 되는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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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줏어 담았더니 11kg가 넘는 군. 그만하면 충분하지 싶다. 혹시나 몰라서 ND필터도 두 개 챙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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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주일을 남겨놓고 심상치 않은 뉴스가 도배를 한다. 우한폐렴이 전 지구를 휩쓸고 지나갈 기세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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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도 더욱 무서운 뉴스로 이어진다. 출발일은 24일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행들에게 여행을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통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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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분위기 파악이 되신 모양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번 계획은 취소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낭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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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에 대한 약관도 살펴봤다. 일정 7일을 앞두고서는 30%의 위약금을 제하고 환불을 받게 된다는 표준약관이 보인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게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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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이렇게 취소하는 공지를 올렸다. 아무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가야 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운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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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발하는 맴버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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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싼 것이 아깝다는 말로 포문을 연 종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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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까지 가자는 쪽으로 가세를 하니까 다시 생각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우한으로 가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지레겁을 먹고 허둥대는 것도 과잉대응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낭월은 여행이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는 것이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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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종적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예정대로 출발준비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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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4일 새벽 3시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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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꾸려놓은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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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떠나시는 것을 전송하고 자겠다고 출발을 재촉하고 있다. 연지님은 행여 빠트린 것이 없는가 싶어서 다시 뒤돌아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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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짐을 싣고는 출발을 했다. 새벽 04시이다. 공항까지는 3시간 잡았다. 9시 비행기라고 했으니 그 정도면 늦지는 않으리라는 계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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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인데도 귀향하는 차량의 행열이 뒤를 잇고 있는 하행선을 보면서 우리는 여유롭게 인천공항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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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포도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기로 했는데 마침 생각지도 못한 곳에 곰탕집이 있어서 든든하게 아침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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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챙겨 먹고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차량은 단기주차를 이용하기로 했단다. 그냥 무허가업체에 맡기면 불안하다면서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에 예약을 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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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주차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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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원의 안내에 따라서 주차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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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내리고 차를 맡겼다. 그리고는 홀가분하게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 순간까지도 낭월은 과연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생각이 교차되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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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뉴스를 보면서도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은 혼자라면 절대로 실행하지 않았을 일이다. 다만 일행이 있으므로 인해서 마음대로 결정을 할 수가 없으니 그냥 끌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으랴...'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으면서도 여전히 마음 속에서의 판단은 명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흐름에 따르기로 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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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우한이 폐쇄되었다는 보도까지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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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낭월의 마음이었다. 공감100배이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일행이 원하면 동행해야 하는 것이 팀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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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단다. 기왕에 놀러 가는 것이니 즐겁게 가는 것이 중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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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여행은 자동으로 표를 뽑은 다음에 수속을 하란다. 우리 가이드는 중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인천공항에서는 우리끼리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팀들과 동행이면 여행사와 공항에서 만났겠지만 12명 전부가 가족인 까닭에 여행사에서 나와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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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이 뒤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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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부치고 수속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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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큰 몫을 한 조카는 사스가 창궐할 때에 북경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덤덤하게 동행을 한 셈이다. 마스크는 철저하게 챙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면서 불안해 하는 이모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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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공항이 폐쇄되면서 출발정보에서도 깨끗하게 빠졌군. 어디에서도 우한으로 가는 항공편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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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세관을 통과했다. 이제는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앞으로만 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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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비행기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침의 인천공항은 언제나처럼 분주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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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행기는 최종적으로 09시 05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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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준비는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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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올랐다. 안내판에서는 상하이까지 갈 것이라고 목적지를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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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은 10%도 채워지지 않았다. 아마도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고 모두 여행을 취소한 까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이렇게 한가로운 모습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본 적이 없어서 무척 낯설었다. 다시 고개를 드는 상념...

'이대로 가는 것이 과연 잘 하는 것일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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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거나 말거나 비행기는 제주도 상공을 지나서 상해로 접어든다. 순항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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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상해의 푸동공항이다. 모두 긴장한 채로 마스크에 의지하고 짐을 찾았다. 그리고는 가이드와 만나기 위해서 출국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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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항 밖으로 나오는 일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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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유심칩도 바꿔끼웠다. 이런 것은 화인이 잘도 해 준다. 상해와 항주를 돌아다니면서 사용해야 할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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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이드를 만났다. 왕씨였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는 차로 모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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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준비한 우리 일행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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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밖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연지님이 가이드에게 물었다.

연지 : 우산을 꺼내야 하나요? 가방 안에 들어있는데....
왕씨 :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별로 걸을 곳도 없으니까요.
연지 : 왜요? 
왕씨 : 모두 입장이 통제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화인 : 예? 그럼 어디를 보러 가나요?
왕씨 : 별로 볼 곳도 없습니다. 청대의 옛거리는 볼 수 있습니다.
화인 : 그럼 청대의 옛거리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셈인가요?
왕씨 : 오늘 아침에 갑자기 여행사로 연락이 왔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화인 : 그래요? 그럼 미리 연락을 해 주셨어야 하잖아요?
왕씨 : 연락을 하려고 보니까 이미 비행기를 타고 있을 시간이어서....
화인 : 그럼 호텔에서 잠만 자다가 가야 한단 말인가요?
왕씨 : 지금으로써는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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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이 폐쇄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상해까지 그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화인이 의논한다.

화인 : 싸부님 어떡하는게 좋을까요?
낭월 : 호신술이 뭐꼬?

화인 : 호신술이요? 태권도잖아요?
낭월 : 아니다.
화인 : 그럼요?
낭월 : 위험한 곳에 안 가는 기다.
화인 : 말 되네요. 근데 위험한 곳에 왔잖아요?
낭월 : 위험한 곳에서 호신술은 뭐꼬?
화인 : 빨리 떠나는 건가요?
낭월 : 바로 돌아가자.
화인 : 그게 낫겠죠?
낭월 : 말인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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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측 여행사 대표와 전화를 하고는 화인에게 바꿔준다. 그는 화인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느라고 급급하다. 물론 이해는 된다. 그러나 우리 입장은 이해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이해를 한다는 말을 내비쳤다가는 환불소동에 휘말릴까봐 조심하는 눈치가 보이자 화인도 답답했는지 바로 낭월에게 폰을 넘긴다. 그래서 받았다. 중후한 대응이 필요했던 모양이라고 짐작하면서....

낭월 : 수고 많으십니다.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당황스럽겠네요.
사장 : 우선 호텔로 들어가셔서 볼 수 있는 것부터 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낭월 : 상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사장 : 외이탄은 볼 수 있습니다.
낭월 : 그러니까 강변에서 동방명주 탑을 보라는 거네요?
사장 : .... 지금은 어쩔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낭월 : 황푸강의 유람선은요?
사장 : 그것도 폐쇄되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모두 폐쇄입니다.
낭월 : 송성가무쇼도 불가능하네요?

사장 : 그렇게 되었습니다.
낭월 : 그럼 길거리만 다니다가 가야 합니까?
사장 : 지금으로는 그것이 유일합니다.
낭월 : 우리는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사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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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이드 왕씨가 회사 사장과 통화를 하는 소리를 듣던 성희와 화인이 이야기를 나눈다.

성희 : 이모, 지금 말하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귀국비행기는 40만원 내야 한다잖아요?
화인 : 그니깐, 다시 귀국하는데도 절차가 복잡하다는 말이네.

통화를 끝낸 가이드가 화인과 성희의 이야기를 듣고서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하는 중국어를 다 알아 들었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화인이 다시 중국측 사장과 통화를 했지만 자신의 입장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전화를 끊으라고 했다.

낭월 : 우선 전화 끊어라. 그 사람은 다른 답이 없는 모양이다.
화인 : 그럼 어떻게 할까요?
낭월 : 일단 한국측에 연락해서 환불해 달라고 하고 우리는 바로 돌아가자.
화인 : 비행기가 있을까요?
낭월 :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단 귀국한다는 말을 하는 거니깐.
화인 : 그럼 뭐라고 하죠?
낭월 : 여행이 계속되기 불가능하므로 전액 환불해 달라고 하면 되지 뭘.
화인 : 예, 알았어요. 그렇게 말 할께요.

한국측 여행사와 연락을 한 다음에 항공비용은 우리가 부담을 하고 그 나머지는 환불을 약속받고서 이야기를 끝냈다. 원래 환불하면 60만원이 위약금인데, 비행기요금이 50만원이라고 하니까 그래도 10만원 벌은 셈인가? 그렇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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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왕씨의 심성이 착했다. 책임감도 있었다. 끝까지 챙겨주는 모습에서 그도 또한 이 난리통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가이드를 쉬고 몸조심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왕씨 : 지금 바로 표를 구매하면 40만원이라고 합니다.
화인 : 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시간을 변경하는 거예요.
왕씨 : 그것은 여기에서 이야기할 수 없고 한국측에 문의해야 하겠네요.
화인 : 매표원은 뭐라고 하는 거죠?
왕씨 : 구입한 표가 할인권일 수도 있고, 해서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린다네요.
화인 : 이해가 되네요. 그럼 한국측에 연락을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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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상해에 여행 왔으니깐 기념사진 한 장~!!"

둘러 메고 온 삼각대를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린 분명히 상해공항에 왔었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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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이야기는 진척이 있었다. 아시아나에서 1회에 한해서 비행예약을 바꿔주는 제도가 있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오늘 오후 비행기로 바꿔달라고 해서 오후 4시 비행기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행 모두가 '여행을 포기하고 그냥 되돌아 간다'고 하는데도 조금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을 하지 말자고 한 사람이나, 그냥 가자고 한 사람이나 내심으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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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스크를 높이 들어요~~!!"

낭월이 외쳤고 모두는 그렇게 따랐다. 마스크로 시작된 여행이 마스크로 마무리 된 셈이니 오늘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마스크랄 밖에.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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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느니 염불한다'고, 개찰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이러고 놀았다. 말하자면 '노숙자 놀이'인 셈이다. 모두 같이 눕자고 했는데 그것은 모두 거부해서 낭월 혼자서만 대표로 놀았다. 그런데, 순간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큰 금빛나는 쥐가 다가와서는 타라고 했다. 얼떨결에 탔더니 순식간에 서호로 달려서는 어느 정자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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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쥐에서 내렸더니 정자에서 한 선비가 손짓을 한다. 나도 모르게 정자로 성큼성큼 다가갔더니 소동파였다. 마주 앉은 여인은 필시 서시겠군.

동파 : 어서 오시게 박선생. 먼 걸음 하셨구먼.
낭월 : 그렇잖아도 못 뵙고 가나 했는데 반갑습니다.
동파 : 우리 동갑네야 말 편하게 하셔. 나도 64세거든.
낭월 : 그랬나? 세상을 그 만큼 살면서 일도 참 많이 하셨네 그려.
동파 : 생전에 서호를 만들었더니 사후에는 이렇게 한가롭구먼.
낭월 : 하물며 아름다운 미인과 풍광을 즐기시는 사후 풍경이 좋으시네.
동파 : 어차피 우리가 몸으로 만날 인연은 아닌데 잘 오셨네.
낭월 : 금쥐는 그대가 보냈는가?
동파 : 물론이지.
낭월 : 이렇게 고마울 데가 하하하~!
동파 : 하필 그 녀석의 후손들로 인해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안타까워서 말이지.
낭월 : 우한폐렴 말인가? 다 보고 있으셨구나.
동파 : 은근히 기다렸는데 그냥 가는 것이 아쉬워서 차 한 잔 드시라고.
낭월 :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었으니 이미 항저우에 왔던 것과 진배 없네.
동파 : 자, 서호용정이네 한 잔 드시게~!

서시가 미소를 머금고 따라 주는 짙은 녹차의 향이 정자를 감돌았다. 막 찻잔을 들어서 맛을 보려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짐 부치래요~!"

연지님의 목소리에 화들짝 깼다. 꿈같지 않은 꿈을 꿨나보다. 그 순간에 무슨 꿈을 꿨느냐고? 꿈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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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꿈 해몽을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사람이 있었더란다. 명성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던 모양이다. 왕이 그 사깃꾼을 불렀다. 꿈은 꿈일 뿐인데 꿈을 해몽해서 먹고 살고 민심을 어지럽히는 놈은 마땅히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가 불려 왔다. 죄인의 신분이 아니고 참고인의 신분이긴 했다.

임금님 : 그대가 장해몽인가?
해몽가 : 헛된 이름만 그렇게 얻었습니다. 대왕폐하!
임금님 : 실은 내가 낮잠을 자다가 꿈을 얻었는데 해몽을 해 주려나?
해몽가 :  감히 꿈의 내용을 듣잡겠나이다.
임금님 : 산책하다가 하늘을 보고 있는데 기왓장이 하나 떨어지더란 말이지.
해몽가 : 예, 그 다음엔 어찌 되었나이까?
임금님 : 그 기왓장이 파랑새로 변해서 포로록~ 날아갔네.
해몽가 : 그게 전부이옵니까?
임금님 : 새를 보고 있다가 꿈을 깼네. 이게 무슨 꿈인가?
해몽가 : 오늘 해 전에 내궁에서 궁녀간에 다툼이 일어나겠사옵니다.
임금님 : 오호~! 그래서?
해몽가 : 안타깝게도 궁녀 한 사람이 저승으로 떠납니다.
임금님 : 저런, 그럼 해가 질 때까지만 우리 지켜 보세나.
해몽가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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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오늘 중으로 일이 생긴단 말이지. 궁녀가 죽어나간다는 말이지. 옳커니 꿈이라도 허망하지만 그나마도 지금 잠깐 생각으로 지어냈으니 그게 맞을 턱이 있나. 요놈 오늘 임자 만난 줄 알아야지. 다시는 해몽이 어떻고 꿈이 어떻고를 말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테다. 흐흐흐~~!

그럭저럭 평온하게 시간이 흘러갔고 별일없이 하루가 마무리 되는 가싶었던 신시(申時)가 되자 갑자기 내궁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왕이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무슨 일인지 빨리 고하라고 호통을 쳤다. 그랬더니 과연 해몽가의 말대로 궁녀끼리 비녀를 갖고 다투다가 한 궁녀가 벽에 머리를 부딪쳐서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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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왕이 다시 장해몽을 불렀다. 이제나 저제나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해몽가는 갑자기 왕이 부른다는 전갈을 받고 다시 왕 앞으로 불려 나왔다.

임금님 : 그대의 해몽이 기기 막히는 군. 그대의 말대로 되었네.
해몽가 : 황송하옵니다. 대왕폐하....
임금님 : 그런데 말이네.....
해몽가 : 예, 폐하~!
임금님 : 실은 그게 꿈이 아니고 그냥 문득 생각한 거였네.
해몽가 : 아... 예... 그러하시옵니까.
임금님 : 뭐야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답하는 그 폼새는...?
해몽가 : 왜, 꾸지도 않은 꿈을 말하고 결과가 그리 되었느냔 말씀이시옵니까?
임금님 : 이 까닭을 말해 봐라.
해몽가 : 대왕폐하께 감히 여쭈옵니다.
임금님 : 그래라.
해몽가 : 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옵니까?
임금님 : 그야 잠이 들었을 적에 나타나는 헛된 것이잖은가?
해몽가 : 틀린 말씀이 아니시옵니다. 그러나.....
임금님 : 그러나? 라니, 또 뭔가?
해몽가 : 실은 한 생각이 혼미하면 그것이 꿈이옵니다.
임금님 : 그럼 그 순간에 내 생각이 혼미했더란 말인가?
해몽가 : 없는 생각을 하면 그것을 일러서 혼미라 하옵니다.
임금님 : 그러니까 생각조차도 꿈이란 말인가?
해몽가 : 물론이옵니다. 부디 혼미하지 않으신 성군이 되실 것이옵니다.
임금님 : 내가 졌다. 그대는 진정 해몽가임을 인정하노라~!
해몽가 : 황공하옵니다. 이만 물러가옵니다.

그러니 그 썰렁한 상해의 푸동공항에서 잠시 누워서 서호에서 소동파과 서시랑 함께 차를 비록 마시지는 못했지만 함께 만났다는 꿈을 꿨다고 한들 어찌 아니라고 하겠느냔 말이지. 그야말로 낭월이 잠시 혼미했었다는 이야기란 말이다. 그렇다면 해몽을 해 봐야지. 장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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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이게 무슨 꿈입니까?
해몽 : 머지 않아서 쥐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온단 말이네.
낭월 : 그래요? 쥐들이야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지겠지요?
해몽 : 그야 난 모르네. 꿈만 풀이할 뿐.
낭월 : 다시 온다는 건....?
해몽 : 차를 마시지 못했잖은가?
낭월 : 맞아요! 차도 사봉용정이었는데...  
해몽 : 그러니까 잠잠해지면 다시 서호를 찾게 될 것이네.
낭월 : 아, 그러고 싶습니다. 
해몽 : 그리고 서호의 차루에서 사봉용정을 따라주는 미인을 만날 것이네.
낭월 : 그렇다면 길....몽....?
해몽 : 아마도? 잘 가시게. (휘리릭~~)

문득 수속하는 곳을 바라보니 「금서하세(金鼠賀歲)」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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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저게 뭐라고 쓴거냐?
화인 : 금... 그 다음은....?
낭월 : 서(鼠).
화인 : 그럼 하세(賀歲)?
낭월 : 무슨 뜻이고?
화인 : 황금쥐의 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낭월 : 황금 쥐면 박쥐 아니냐?

화인 : 그렇네요. 황금박쥐..... 
낭월 : 뭐 생각나는 거 없어?
화인 : 경자년인데 왜 황금이래요?
낭월 : 이나저나 금쥐잖여?
화인 : 아항, 그래서 금이니까 황금이네요.
낭월 : 그니깐!
화인 : 근데 박쥐는 왜요?
낭월 :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나왔다카더노?
화인 : 야생박쥐요? 아하~~!!
낭월 : 고인들의 혜안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화인 : 이미, 경자(庚子)년에 쥐로 인해서 대소동이 날 것을 알았나요?
낭월 : 이렇게 신년 벽두부터 세계가 쥐의 공포에 사로잡혔잖여?
화인 : 아무리 그래서 그럴려고요.....
낭월 : 개그를 다큐로 받는다더니만.... 하하하~!

그렇게 금쥐와 박쥐사이에서 수다를 떠는 사이에 개표시간이 되었던 모양이다. 모두는 표를 받고 짐을 보내고 다시 홀가분한 여행자의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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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55분 비행기로 귀국한다. 야호~~!!!!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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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씨 : 자칫 소홀하기 쉬운 건데요. 이렇게 여권을 들면 됩니다.
화인 : 아하, 표를 분실할 수도 있겠네요.
왕씨 : 가끔은 그러한 일도 생기니까요.
화인 : 오늘 수고 많으셨고 고마웠어요.
왕씨 : 아닙니다. 잘 모시지 못해서 오히려 죄송합니다.
낭월 : 다음에 또 봅시다.
왕씨 : 다음에 오시면 잘 모시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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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둘러서 세관을 통과하고서야 시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을 축이기 위해서 맥주도 사고,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서 만두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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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와서 중국요리를 먹으니 맛있다지. 다행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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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맛있는 공항음식으로 배를 채우고는 모두 만족스럽게 쇼핑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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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써먹으려고 웹으로 등록한 어플도 사용해봐야지. 그것으로 미리 입금한 것을 탈탈 털어서 몇 가지의 제품을 구입했다. 그러니까 상해공항에 와서 쇼핑하고 돌아가는 셈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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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음대로 쇼핑을 마치고는 모두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낭월은 과일도 먹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좀 비싸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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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요 녀석의 쥬스를 사먹기로 했다. 좀 비싸기는 해도 원래 그런 것이 여행이지 뭘. 이름은 뭐긴, 오렌지지 중국어로는 등자(橙), 이것으로 즙을 짜면 등즙(橙), 중국어로는 청쯔(chéngzhī)이다. 세 잔을 사서 나눠마셨다. 달콤했다. 신 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미국 오렌지와는 좀 다른 외양과 맛이었다. 새로운 과일을 먹어 본 걸로 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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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 직원은 오렌지쥬스 주문이 싫지 않을까요?
낭월 : 그럴리가 있나, 밥값 하게 생겼다고 좋아하겠지.
화인 : 사장님 마인드네요?
낭월 : 사장은 무신, 그게 당연하잖여?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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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근데 알아보니까 발렛파킹을 한 차는 시간이 되어야 찾는다네요.
낭월 : 그래? 그것도 가서 알아보렴.
화인 : 차를 26일에 찾는다고 했는데요....
낭월 : 무슨 수가 있겠지.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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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되어 간다. 어서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싶으면서도 지금은 벗고 싶지 않은 묘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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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올랐다. 아랍에서 날아 온 비행기가 낯설어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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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상해공항은 분명히 다녀 간다. 비록 박쥐인지 경자인지 모를 녀석때문에 일정이 망가지긴 했지만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이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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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해는 저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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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잘도 날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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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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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자칫했으면 상해 공항에서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아찔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위험한 상황을 빠져 나와서야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낭월이 느리긴 참 느린 것이 틀림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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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차량은 출고가 된단다. 당일에는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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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짐을 실었다. 그리고는 다시 출발했다. 아침 07시에 도착해서 저녁 7시 반에 빠져나가니 12시간의 공항과 비행기 여행이었다고 정리하면 되지 싶다. 이렇게 해서 한바탕의 상해와 항주 여행은 끝을 맺었다.

서시도 서호도 호설암도.... 모두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