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운명이 변할 수도 있다

작성일
2007-09-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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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혀 엉뚱한 관점에서 관찰을 해볼 수도 있겠다. 앞에서 생각을 해봤듯이, 어떤 영혼이 운명에 개입을 할 수도 있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영혼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서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1) 흉운일 경우


우선 운이 나쁜 경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보통 운이 나쁘다고 하면 그러한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거의 대부분이 잘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좋은 것은 맞지 않아도 나쁜 것은 잘 맞는다’는 말도 생겨났을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이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1) 흉운을 거부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운이 나쁘니까 주의를 하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그 말이 기분이 나빠서는 자신은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을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 부류가 여기에 속한다. 이렇게 되면 길게 말을 할 필요도 없다. 그대로 고생을 하게 버려두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멋대로 한다고 하는 사람은 운명의 영향권에 그대로 포착이 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백발백중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운에서 예측을 한 것 보다도 더욱 불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것이 바로 이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생각을 해볼 참이다. 실제로 자신의 운이 나쁘다고 해주면 괜히 객기를 부리고 남용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무리를 하다가는 예상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빚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그야말로 오만으로 인해서 자신의 운명을 더욱 악화시켜버린 결과가 되겠지만, 기왕에 나쁘다고 말을 했으므로 명리연구가에게 혐의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다만 학자만 속으로 생각을 할 뿐이다.


‘나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마도 과욕을 부렸던가 보구만...’


실제로 여기에 어우리는 사람이 생각난다. 이미 4년 정도를 지켜보고 있는데, 예측을 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모습이 오히려 애처로울 지경이다. 사주를 살펴보자.







時 日 月 年

庚 丁 乙 癸

戌 酉 丑 未

59 49 39 29 19 09

己 庚 辛 壬 癸 甲

未 申 酉 戌 亥 子



이 사주의 주인공은 남자이다. 乙亥年(1995)에 찾아와서 상담을 의뢰하는데, 운세가 여영 말이 아니었다. 당시 나이는 53세이고, 대운은 庚申 대운의 경금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사주의 구조를 본다면, 丑月의 丁火가 매우 신약한 상황이어서 月干의 印星을 용신으로 삼고, 살아야 할 구조인데, 경금 대운을 만났으니, 용신 乙木이 제 정신이 아닐 것이고, 그렇게 되어서 하던 일이 엉망진창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떻게 인연이 되었던지, 당시 서니암으로 낭월이를 찾아 왔는데, 운세가 불량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대안으로 목이 용신이므로 산신기도(山神祈禱)를 하라고 코치했다.

그랬더니 21일간 지극하게 기도를 했다고 하면서 다음에 다시 찾아왔다. 그러면서 뭔가 장사를 해야 하겠는데, 하면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기에, 조그만하게(약 2~3천만원 정도) 시작을 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기도를 해서 어려운 일을 풀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빼지 않았다. 운세가 불량할 경우에도 지극하게 기도를 하면 밥은 굶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동안 잊어버렸다.

그후 약 3개월 후에 다시 부부가 찾아왔다. 장사를 시작했는데, 스님만 믿으니까 마음을 좀 써 달라는 당부를 하러 왔다고 한다. 어떻게 했느냐니까 3억을 들여서 암소한마리 식의 고기집을 차렸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무슨 돈으로 했느냐니까 이상하게도 이사람 저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주고 해서 내친 김에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이다.

자신의 운세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렇게 무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팔자가 뭔지도 모르고, 기도를 했더니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생기자 혼자 생각에 ‘이거 스님한테 매달리면 뭔가 일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도 기가 막혀서 어떻게 운이 나쁘다고 했는데, 일을 벌렸느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 참으로 염려가 되는 지경이 되어버리는 것이 세상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일인 모양이지만, 이 경우에는 참으로 황당한 상황이었다. 남들이 돈을 대어 주기에 그냥 벌려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과거에 망해먹은 것에 대한 손해복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않된다는 어떤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말이 길어지므로 이 정도에서 줄이겠지만, 계속해서 丙子年, 丁丑年을 보내면서 죽을 고생을 했다는 것만 말씀을 드려야 하겠다. 실은 엇그제 들렸다. 정축년에는 죽을 고생을 했는데, 戊寅年에는 좀 숨이라도 쉴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면서 은근히 희망이 있겠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정축년 보다는 노루꼬리 만큼이지만 희망이 있다고 용기를 주었더니 하는 말이,


“그러면 살겠습니다. 처음에 일을 벌려놓고서 스님을 찾아갔을 적에, 첩첩산중인데 어떻게 넘어가려고 일을 시작했느냐고 하는데, 참으로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힘이 들면서도 스스로 일을 벌린 탓이라고 하는 마음으로 많이 참회를 했는데, 말씀만 들어도 희망이 생기네요.”


라고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과연 운명의 암시를 거스르고 자신의 희망대로 하는 것은 아마도 운명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팔자에 고생하고 시달리라는 암시가 있으니까 그러게 재물을 탐해서는 지독한 빚 독촉과 인간관계에서의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당시의 낭월이 조언을 받아 들여서 조그마하게나마 식당을 차리고 노력을 했더라면 그렇게 심신이 지칠 정도는 아니었을 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어차피 조언을 해봐야 듣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과 고통을 받으면서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면서 운명의 암시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겪게 되는 고통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수두록하다. 그리도 대개는 돈은 다 까먹고 나서야 비로소 당부의 말을 소흘히 여긴 탓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그런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런 풍경을 늘상 접하게 되자, 과연 카운셀링이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일러주나 안일러주나 어차피 자신의 운명대로 겪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듣는 사람도 의외로 많이 있다. 그런 분을을 보면서 비로소 상담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2) 흉운을 받아들이는 사람


이런 사람은 근신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쁜 암시가 있다고 하면, 항상 주의를 하고, 기도하는 것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하튼 최선을 다해서 그 작용으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차라리 눈물겨울 지경이다. 이렇게 노력을 하는 사람은 흉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래가 흉운이라는 것도 실상 알고보면 욕심이 발동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운이라고 보면 충분하다. 물론 불가항력으로 어쩔수 없는 경우도 있다. 교통사고라던지 상대방의 배반으로 인한 고소고발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근신해야 할 운에서 무리를 하게 된 연유가 아마도 90% 이상일 것이다. 이로 인해서 받는 손실은 결국 흉운으로 연결이 되는 것일 뿐이다. 노력으로 안되는 것도 있어야 정상이다. 뭐든지 노력으로 가능하다면 또한 명리학은 필요가 없는 학문이 된다.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보는게 좋을 것이고, 또 그러는 와중에서 미리 대비를 한 것으로 인해서 손실이 적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한 결론이기도 하다.

흔히 비유를 들 경우에는 일기예보를 응용하게 된다. 집을 나가기 전에 일기예보를 믿고서 우산을 챙긴 사람과 무시하고서 그냥 나간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우산을 챙긴 사람이나, 그냥 나간 사람이나 비를 맞는 것은 같다. 그런데 상황이 다르다. 우산이라도 있는 사람은 감기에 걸릴 확율은 적어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인해서 믿지 않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에 100%라고 한다면 누구던지 우산을 챙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보다 정밀하게 명리학을 연구해서 오보(誤報)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명리학자의 몫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듯이 자평명리학에 의뢰를 할 정도만 된다면, 적어도 문어발 식으로 기업확장에 애를 쓰다가는 함께 자멸(自滅)해버리는 현상은 피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어도 믿지 않고서 ‘하면 된다’는 것만 믿고서 일을 벌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