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 제44장. 소요원(逍遙園)
21. 여명장(女命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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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름이 아예 여인을 위한 장(章)이라는 뜻이네?”
아침을 먹고서 모두 서둘러서 탁자에 둘러앉기를 기다려서 기현주가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책을 펴들고는 우창에게 물었다. 우창도 그런 기현주가 곱지 않을 까닭이 없어서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누님. 따로 여명(女命)을 위한 장을 뒀다는 것은 남녀가 모두 오행의 이치로 감명(鑑命)을 하는 것은 같으나 특히 여인에게는 이러한 것을 유념하고 살펴보라는 정도의 의미일 것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맞아, 남정네는 밖에서 생계(生計)와 주업(主業)을 위해서 동분서주(東奔西走)하지만, 아낙네는 집안에서 아이를 양육(養育)하고 음식(飮食)을 만들어서 내조(內助)하는 것으로 일을 삼게 되니까 다른 점은 분명히 있잖아?”
“맞습니다. 다만 여명이라고 하더라도 밖에서 활동하는 누님의 경우에는 또 달리 해석하면 될 것입니다. 어디 내용을 살펴보시겠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기현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명장(女命章)」읽고서 풀이했다.
논부논자요안상(論夫論子要安詳)
기정평화부도창(氣靜平和婦道章)
삼기이덕허호화(三奇二德虛好話)
함지역마반추상(咸池驛馬半推詳)
‘지아비를 논하고 자식을 논하면 안정되고 편안하기를 요하니
기운이 조용하고 화평(和平)하면 아내의 도가 갖춰지느니라
삼기(三奇)와 이덕(二德)은 우스갯소리일 뿐이고
함지(咸池)와 역마(驛馬)는 반쯤 살펴봐도 되리라’
다 읽고 풀이한 기현주가 우창에게 물었다.
“동생, 이렇게 풀이하면 되는 거야? 여자는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여필종부(女必從夫)의 부도(婦道)를 지켜야 좋은 팔자라는 뜻인데 맞아?”
“아마도 그렇게 풀이하는 것이 맞지 싶습니다.”
“뜻은 대략 이해가 되는데 안상(安詳)은 편안하고 자상하다는 의미잖아? 그러니까 남편에게는 편안하도록 보살피고 자녀에게는 자상하게 가르치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지?”
“맞습니다. 잘 풀이하셨습니다. 하하~!”
“그건 어렵지 않구나. 다음은 ‘기운(氣運)이 정숙(靜肅)하다’는 뜻인데 이건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얼른 이해가 안 되네? 설명을 부탁해.”
“누님도 다 알고 계시는 내용입니다. 팔자에 충극(沖剋)이 많으면 남녀 공이 그 성품이 어떻겠습니까?”
“그야 정신없이 산만하고 두서가 없으면 매사에 반발할 수도 있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바로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요.”
“반대라고 하면, 간지(干支)의 흐름이 유장(悠長)하고 막힘이 없으면 사려(思慮)가 깊고 조급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야?”
“맞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까 어려운 것은 없구나. 그와 같다면 어찌 여인만 그렇겠어? 남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하는 말은 조리(條理)가 정연(整然)할 것이고, 누가 들어도 수긍하는 말을 할 테니 말이야.”
“그래서 특별히 여명장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가장(家長)인 부군(夫君)을 따르고 순종(順從)한다는 의미를 첨부해서 약간 강조한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건 나도 이해되었어. 다음의 구절은 뭐지? 삼기(三奇)라니? 기문(奇門)에서 말하는 을병정(乙丙丁)을 말하는 건가?”
“잘 알고 계십니다. 을병정(乙丙丁)은 천상삼기(天上三奇)이고, 갑무경(甲戊庚)은 지상삼기(地上三奇)이며, 신임계(辛壬癸)는 인간삼기(人間三奇)라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삼기(三奇)가 나란히 있으면 귀인(貴人)이 되는 호명(好命)이라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좋다는 말인데 왜 웃기는 소리라고 코웃음을 치는 거지? 이덕(二德)은 천덕(天德)과 월덕(月德)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다. 특히 자미두수(紫微斗數)에서 이덕(二德)을 겸비하면 흉화위길(凶化爲吉)이어서 귀한 명이 된다고 하며, 인자(仁慈)하고 지혜롭고 온순(溫純)하여 수양(修養)이 깊다고 해석하는 길신(吉神)이기도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게 좋은 뜻을 갖고 있는데 왜 그러한 것이 모두 허망(虛妄)한 말이라고 하는 거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잖아?”
기현주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우창에게 묻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누님의 생각에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내 생각에는 여인에게 이러한 조짐이 있다면 팔자가 좋다고 하고 귀명(貴命)이라고 했었다는 말이지? 그런데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니까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논리는 오행(五行)의 중화(中和)에서 본다면 헛된 논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잘 짚으셨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어떤 구조를 일러서 천덕과 월덕이라고 하는 건지나 알려 줘봐. 뭘 말하는지는 알아둬야 하잖아?”
“아, 우창도 잘은 모릅니다만, 대략 생각나는 것은 인월(寅月)에 태어난 사람이 명중(命中)에 정(丁)이 있으면 천덕(天德)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까 하늘에서부터 덕을 갖고 태어났다는 말입니다. 묘월(卯月)의 신(申), 진월(辰月)의 임(壬), 사월(巳月)의 신(辛), 오월(午月)의 해(亥), 미월(未月)의 갑(甲), 신월(申月)의 계(癸), 유월(酉月)의 인(寅), 술월(戌月)의 병(丙), 해월(亥月)의 을(乙), 자월(子月)의 사(巳), 축월(丑月)의 경(庚)이 모두 천덕을 타고난 것이라고 하게 됩니다.”
우창의 설명을 듣고 있던 기현주가 잠시 생각하고는 아깝다는 듯이 말했다.
“저런! 난 자월(子月)이니 사화(巳火)가 천덕인데 해당이 없네? 쯧쯧~!”
“안타깝게 되셨습니다.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며 웃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말했다.
“어머, 자원은 사월(巳月)에 신사(辛巳)월이니 이것이 천덕이라고 하나 봐요. 맞죠? 호호~!”
“어쩐지, 그러니까 자원은 이렇게 멋진 스승님과 동행하면서 공부하는 것이지 뭐야. 원래 천덕을 타고 나서 그렇단 말이었구나. 부러워라. 호호호~!”
기현주가 자원을 부러워하면서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정색하고 말했다.
“누님도 참 어쩌면 자원과 같으십니까? 허언(虛言)이라고 이렇게 써놨는데도 그것이 아쉽다는 말씀이나 하시고 말입니다. 하하하~!”
“아니, 막상 필요가 없는 줄은 알아도 좋은 것이 팔자에 있다는데 기분이 나쁠 까닭이 없으니까. 호호~!”
“언니 말씀이 맞아요. 당연히 좋은 것이 있다는데 좋죠. 호호호~!”
자원이 말하는 것을 듣고 기현주가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월덕(月德)이라도 있는지 모르니까 그건 어떻게 대입하는 건지 알려 줘봐.”
기현주의 말에 우창은 생각이 떠올려 보고는 말했다.
“월덕(月德)은 쉽습니다. 인오술(寅午戌)월이면 병(丙)이고, 신자진(申子辰)월이면 임(壬)이고, 사유축(巳酉丑)월이면 경(庚)이며, 해묘미(亥卯未)월이면 갑(甲)이 이에 해당하니까요. 누님에게는 월덕도 없으십니까?”
우창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기현주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어머나! 월덕이 있네, 있어~! 나는 임자(壬子)월이니까 신자진월에 임수가 있는 셈이잖아? 맞지?”
“맞습니다. 축하합니다. 하하하~!”
“천덕은 없어도 월덕이 있으니 그나마도 얼마나 다행이야. 호호호~!”
진심으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을 보고 모두 함께 웃었다. 잠시 후에 기현주가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옛말에 ‘빈 활도 안 맞느니만 못하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짝이구나. 좋다는 말이 있는 것은 나도 있었으면 좋겠고, 나쁘다는 말이 있는 것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정말 아무런 작용도 없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오행의 생극을 벗어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그래도 이치에 타당한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적어도 이러한 글은 경도 선생은 몰라도 첨족(添足) 선생의 수준은 된다고 하겠습니다. 하하~!”
“첨족은 또 뭐지? 사족(蛇足) 선생하고 다른 거야?”
“사족 선생과 첨족 선생은 사촌지간입니다. 하하하~!”
“뭐야? 난 또 대단한 사람인 줄로 알았잖아. 호호호~!”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은 앵무새와 같은지라 또 다른 말씀도 해본 것입니다. 사족이든 첨족이든 쓸데없는 것이기는 마찬가지니까요. 모두가 오행의 이치로 본다고 했는데 괜히 군소리를 붙였으니 말이지요.”
“그건 그래. 동생의 말을 잘 이해했어. 그렇다면 마지막 구절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함지(咸池)가 뭔지는 아시지요?”
“알지, 도화살(桃花殺)의 다른 호칭이잖아?”
“누님은 도화살이 없으십니까?”
“어? 도화살? 그건 어떻게 되지?”
“아니, 그것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내가 아는 도화살은 신자진(申子辰)년 생은 유(酉), 인오술(寅午戌)년 생은 묘(卯), 사유축(巳酉丑)년 생은 오(午), 해묘미(亥卯未)년 생은 자(子)를 말하는데 이것이 같은 것인지 몰라서 물었지.”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도화살의 이야기를 좀 더 파고 들어가 보면 도삽도화(倒揷桃花), 곤랑도화(滾浪桃花)도 있고, 원외도화(園外桃花)도 있습니다만 별 의미가 없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하하~!”
“아니, 그건 나도 처음 듣는 이름들이네. 도화에 대해서만 공부해도 석달 열흘을 해야 하겠구나. 호호~!”
“그렇습니다. 누님. 팔자에 도화(桃花)가 있으면 이성(異性)에게 좋은 감정을 받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색정(色情)으로 인해서 고통을 당한다고도 하지요.”
“그러니까 내 팔자에는 이러한 것이 없겠구나. 이렇게 혼자서 학문이나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야.”
“누님은 정축(丁丑)생이니까 오(午)가 도화인데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다행이네요. 하하하~!”
“그런데 참고할 만하다는 뜻이잖아? 그러니까 허언(虛言)이라는 정도는 아니란 말이지?”
“누님. 우창이 늘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오행의 이치를 벗어나면 모두 던져버린다고 말이지요. 이러한 것도 결국은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첨족 선생이 앞 구절에서는 그래도 그럴싸하다 싶었더니 바로 여기에서 본색이 드러나고 말았으니 자칫하면 인족(蚓足) 선생으로 강등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하~!”
“아, 그랬지? 자꾸 깜빡깜빡하고 잊어버리게 된단 말이야. 그런데 행성이는 왜 안 보이지? 아직도 자나?”
기현주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대신 답했다.
“아마도 어제 먼 길을 오느라고 힘들었었던가 봐요. 푹 쉬게 둬도 되지 싶어요. 앞으로 공부할 날도 많을 텐데 말이죠. 호호호~!”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귀중한 이야기가 물처럼 흘러가는데 잠만 자고 있다면 얼마나 아깝냔 말이야. 이것도 노파심이겠지만도. 호호~!”
“가만히 내버려 둬도 때가 되면 다 하게 될 거예요.”
“참, 자원은 도화살이 없어?”
“모르죠. 싸부가 그딴 것은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셔서 모르고 있었는데 살펴봐 주세요. 호호~!”
“그러니까 자원은 경자(庚子)생이니까 유(酉)가 도화인데, 없구나.”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누님, 일설(一說)에는 연지(年支)와 일지(日支)를 같이 참작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누님이 묘일(卯日)이고 보면 자(子)가 도화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세상에 나가면 모두가 누님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테니 말이지요. 하하~!”
“어? 그런 말도 들어봤던 것 같아. 그러니까 나도 도화가 있기는 하네? 예전에는 염문(艶聞)이나 한번 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야. 호호호~!”
“다행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염문도 파다하게 펼쳐 볼 수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하하~!”
“쳇! 그래 다 소용없는 말이라고 해 놨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겠고, 다음에 나오는 역마(驛馬)에 대해서도 의미는 생각해 봐야겠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기현주가 이렇게 묻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역마와 도화는 백살(百殺)의 대표격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거론되었을 뿐입니다. 이 말은 이 외의 모든 신살(神殺)도 이와 같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반추상(半推詳)’으로 인해서 그래도 다른 신살보다는 적중이 높게 된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가 있으니 이것은 오할(五割)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 모든 신살을 거론하느니 모두가 알고 있을 만한 도화와 역마를 말한 것이었구나. 그건 또 생각지 못했어. 반추상이라는 말은 절반은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완전히 허황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도 보이는데 어때?”
“그러니까 말입니다. 반이 맞으면 반은 맞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두 갈래의 길에서 한 사람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를 점치는 것과 무슨 다름이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오할의 의미가 뭐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잖아. 절반은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절반은 틀렸다는 것도 된다는 생각은 왜 못했지?”
“그야 누님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심성의 소유자인 까닭입니다. 부정적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면 그럼 틀린 것이 아니냐고 할 텐데 말입니다. 하하~!”
“그럼 내가 멍청하다는 말이잖아?”
“멍청해서가 아니라 문자(文字)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셔서입니다. 그러니까 첨족 선생의 의도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것을 노린 것일 테니 말이지요.”
“그런가? 첨족선생은 왜 그런 의도를 갖게 되었을까?”
“간단합니다. 경도 선생은 ‘오행의 균형과 조화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사마외도(邪魔外道)’라고 확언(確言)했으니 감히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못하고 그래도 도화와 역마가 있다고 생각하고 적용해 보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확증이 있으니까 있다고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눈치를 봐야 하니까 반추상이라고 어물쩡 넘어간 것으로 봐도 될 것입니다.”
우창의 말에 기현주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어물쩡하게 넘어간 것이라고? 정말 듣고 보니 그럴싸한걸.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하면 될 것을 말이야. 호호호~!”
“왜 그렇게 어물쩡하고 넘어가겠습니까? 만약에 도화녀(桃花女)의 팔할(八割)이 도화의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렇게 말했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떤 작용을 두고서 생각해 봤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가령 마을의 한 여인이 이웃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말이지요.”
“옳지! 그 여인의 팔자에 도화살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겠구나. 그렇지?”
“맞습니다. 그런데 또 도화살이 있는 다른 여인에게 그 정황이 떠올라서 확신을 갖고서 말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현숙(賢淑)한 여인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면 그래도 임상한 것이 억울해서 더러 맞기도 하더라는 정도의 말은 하고 싶었던 것으로 봅니다. 하하~!”
“아하~! 그래서 반추상이라고? 정말 기가 막힌 해석이구나. 호호호~!”
기현주가 재미있다는 듯이 배꼽을 잡으며 웃자, 자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언니의 열정적인 연구심은 자원도 감탄했어요. 도화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면, 역마도 마찬가지로 보면 될 것은 당연하겠어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학자가 역마에 대해서도 말을 많이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이것은 싸부가 답을 해주셔야 할까요?”
“역마(驛馬)는 사람이 떠돌아다닌다는 의미가 있으니까 그렇다네.”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맞아, 그래서 역마도 반추상이잖겠어? 하하하~!”
우창의 말에 자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죠. 역마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로 설명해 주면 좋을까요? 반발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에게야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자신이 역마만큼은 반드시 작용한다고 믿고 있는데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서 혼란에 빠진 사람은 어떻게든 설명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야 무엇이 어렵겠어? 역마살에 해당하는 구조는 알고 있지?”
“알죠. 연지(年支)의 삼합(三合)의 첫 글자를 충하는 것이 월일시(月日時)에 있으면 역마라고 해요. 또 일지(日支)도 같이 참작해서 보는 것은 도화를 대입하는 것과 같다고 알고 있어요.”
“잘 알고 있구나. 연지나 일지에 신자진(申子辰)이 있다면 첫 자를 충하는 것은 인(寅)이 되는 것이니까 다른 곳에 인목(寅木)이 있으면 그것이 역마라고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 여기부터 이야기하면 되겠구나.”
“맞아요. 궁금해요. 알아봐야 쓸데없는 줄은 알아도 왜 쓸데없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답을 명쾌하게 해주고 싶기도 하거든요. 호호~!”
“만약에 일지에 신(申)이 있고 월지나 시지에 인(寅)이 있다면 이것은 역마가 틀림없지?”
“당연하죠. 역마봉충(驛馬逢沖)이니 천리마(千里馬)네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기현주가 물었다.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천리마라면 그만큼 잘 달란다는 뜻이잖아?”
“맞아요. 하루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동남서북으로 분주하게 돌아다닌다는 말이니까요. 호호~!”
“오호! 그런 뜻이었구나. 그건 언뜻 듣기에는 그럴싸하잖아?”
기현주가 우창을 보면서 말하자 우창이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중심이 견고하지 않은 사람은 이런 말을 듣고서도 솔깃하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당연히 그럴 것 같아.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해 줄 거야? 나부터 설득해 줘봐.”
“가령 일지에 진(辰)이 있어도 역시 인목(寅木)을 보면 또한 역마가 됩니다. 왜냐면 신자진의 어떤 글자라도 있으면 역마가 되니까 말이지요.”
“맞아! 그건 나도 알겠어. 그래서?”
“달리 설명할 필요는 없으나 진이 인을 만났을 적에는 역마라고 하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단 말이지요. 단지 목극토(木剋土)로 일지의 진토가 허약해질 따름으로만 보이는 까닭입니다.”
“아하! 알겠다. 그러니까 인신충의 역마는 제대로 작용하고 다른 역마는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되잖아?”
“그것은 역마가 아니라도 이미 분주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 그렇기도 하네? 그래서 있으나 마나 하다는 의미였던 거야?”
“자원이 그렇게 묻는 사람에게 이렇게 설명해 주는 것도 시간이 하염없이 아까울 따름이지요.”
그러자 자원이 우창에게 말했다.
“싸부의 말을 그 사람이 알아들을까요? 그게 걱정이에요.”
“알아듣고 말고는 자원이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지. 어차피 세상 사람을 모두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 괜한 것에 힘을 소비하지 말고 오히려 그 기운으로 오행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에 쓰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 유익하지 않을까 싶어.”
“말씀은 맞는 말인데요.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렇다면 오행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지. 제자를 하나 만났다면 그것도 작은 인연이 아닐 테니 말이네. 하하~!”
“싸부도 참 얼렁뚱땅 달아나시기에요? 호호~!”
자원이 눈을 곱게 흘기면서 웃자 듣고 있던 기현주가 말했다.
“동생이 말하는 것을 듣고서 정리해 보면 결국은 오행의 균형과 흐름이 어떠냐에 따라서 모두 결정이 된다고 하면 여명(女命)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첨족이니 사족이니 한 거였구나. 그렇지?”
“누님이 이제 이해하셨습니다. 여명장이라고 해서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잘 아셨으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그래도 적천수에 들어있는 대목이니까 한 번 살펴볼 따름이지요. 하하하~!”
“정말 이제야 이해가 되었어. 그렇다면 앞으로 나오는 내용들조차도 이렇게 기본적인 이치를 벗어나는 것은 대충 살펴봐도 된다는 말이잖아?”
“그렇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야 궁금하지 않으실 테니 그 정도의 마음으로 살펴본다면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밖에서 소호(小胡)의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모두 이목이 밖으로 향했다.
“아니, 어디에서 오신 어르신인지 성명을 알려주시면 주인마님께 전해 올리도록 한다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시면 어떡합니까?”
“이놈아! 내 발로 들어가겠다는데 무슨 말이 그리도 많으냐~! 비켜라!”
들어보니 아무래도 무뢰한이 난입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모두 기현주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기현주가 벌떡 일어나서는 밖으로 나가서 조용히 말했다.
“어느 고인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을 찾아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슨 일이신지 말씀이나 여쭙겠습니다. 분부가 있으시면 말씀하시지요. 소요원의 주인입니다.”
우창이 그 사람을 봐하니, 중년의 남자로 손에는 부채를 들고 있었는데 대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제(鐵製)로 된 부채였다. 그것을 봐서 무림의 인물인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용모에서 풍기는 모습은 살기가 서려 있는 표정에서 소름이 쫙 끼칠 정도였다. 기현주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려고 모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