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제33장. 감응(感應)/ 3.신묘(神妙)한 지맥봉(地脈棒)

작성일
2022-05-2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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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제33장. 감응(感應) 


3. 신묘(神妙)한 지맥봉(地脈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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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지광의 이야기를 듣고서 너무 집중한 나머지 좀 피로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자 지광도 쉬자고 했다.

“음양의 이치는 너무 몰아치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이거든.”

지광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휴식하자고 했다. 그래서 저마다 자신의 침상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우창도 지광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반드시 전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를 하는 것도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생각했고, 지금은 기감(氣感)을 공부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짐작하고는 지광의 가르침을 잘 받아서 노력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뜨자 이미 사방은 어둠에 빠져들었고 주방에서는 저녁에 먹을 요리를 준비하느라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 나왔다. 냄새를 맡자 갑자기 시장기가 돈 우창이 일어나서 얼굴을 씻고는 객청으로 나갔다. 혹시 뭔가 도와 드릴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였는데 탁자에는 염재와 거산이 한창 대화의 꽃을 피우다가 우창을 보자 인사했다.

“스승님 잘 쉬셨습니까.”

“잘 쉬었네. 젊은 사람들이라 힘이 들지도 않은가 보구나. 여전히 공부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지.”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는 지맥봉에 대한 것이었다. 지기에 따라서 반응하는 이치에 대해서 서로 열띤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우창을 보자 반가워했다. 궁금하던 것에 대해서 우창에게 물어보면 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는 우창도 자석에 이끌리듯이 탁자에 앉았다. 그러자 염재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지맥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지맥봉은 나도 처음 접해 본 것이니 무슨 말을 해줄 수가 있겠나? 더구나 나는 반응조차도 하지 않으니 말이지. 하하하~!”

실은 우창도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니 이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염재의 기대감에 무슨 말이 든 해줘야 하겠다는 책임감과 비슷한 것은 있었다.

“괜찮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쇠와 나무가 지기에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신기한 현상인지 궁금하기가 한량이 없습니다.”

“아, 듣고 보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로군.”

“토(土)는 자신이 토가 되므로 수맥이든 화맥이든 감응을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제자보다도 거산의 의견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산은 지기에 대해 경험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느낌도 잘 파악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겠구나. 아무래도 생각으로만 이해하기보다는 직접 겪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테니까 말이지.”

“그리고 화(火)도 스스로 화맥(火脈)이기 때문에 감지하는 방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의미로 수(水)도 수맥(水脈)이므로 또한 불가능하겠습니다.”

“아하~!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목금(木金)인지라 나뭇가지나 쇠만이 그것을 해결할 수가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참으로 총명한 거산이로군. 하하~!”

우창의 칭찬에 거산도 공수하고 말했다.

“갑자기 너무 많은 것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다 보니 감당하기 힘들어서 가슴이 터질 지경입니다. 그동안 답답하게 지냈던 나날들은 이러한 공부를 시키려는 작용이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 거듭 감사드립니다.”

“감사할 것이 뭐 있겠나? 인연에 따라서 만나고 또 배울 따름인 것을 말이지. 그냥 오늘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노력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면 되는 것이겠지? 나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말이네.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 있던 염재가 다시 물었다.

“눈으로 수맥이나 화맥을 볼 수가 있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만, 그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봐서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스승님의 회중시계(懷中時計)가 오주괘(五柱卦)를 더욱 깊이 통찰할 수가 있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 그렇군. 저마다 자기의 분야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서는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단계가 있다고 봐야겠군. 그러다가 형님의 수준이 되면 비로소 도구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듯이 말이네.”

“정말 멋진 말씀이십니다. 그러니까 초보자는 무엇인지를 아예 몰라서 도구를 쓰지 못하고, 중급자는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 더욱 깊어지고, 고급자는 도구조차도 필요가 없어지는 단계가 있다고 보면 적당하겠습니까?”

“염재가 정리를 잘하셨네. 모든 그렇게 보면 될 것으로 생각이 되는군.”

우창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염재가 다시 말했다.

“어쩌면 천하를 유랑하는 검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엔 검을 쓸 줄 몰라서 필요가 없지만 무술을 좀 익히고 내공도 어느 정도 쌓이게 되면 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칼도 필요 없어지는 단계가 있겠습니다. 그러한 수준이 되면 막대기나 손가락으로도 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줄 수가 있을 테니 칼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은 단계라고 하겠습니다.”

“맞는 말이네 그럼에도 강호인(江湖人)들은 왜 그렇게도 명검(名劍) 한 자루에 목숨을 걸고 찾는 것일까?”

“아마도 절정의 고수가 아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모두 그만그만한 수준에서 승패(勝敗)는 칼 한 자루에 달려있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맞아, 틀림없는 말이로군. 그러니까 지금 기감(氣感)의 초보 셋이서 무기를 쓸 궁리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농담하면서 웃자 두 사람도 같이 웃었다. 과연 그런 꼴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자 거산이 말했다.

“그건 스승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어? 갑자기 무슨 말인가?”

“기감의 초보자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실로 초보자가 아니란 말인가?”

“이미 중급자라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왜냐면 초급과 중급의 차이는 시간으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수준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정사부(鄭師父)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절정의 고수를 옆에 모시고 있으니 초급의 수준은 밥 한 끼를 먹을 시간이면 뛰어넘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거산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제 단번에 기감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연 듣고 보니까 우창도 체험한 것을 보면 왠지 초급은 넘은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듣고 보니까 거산의 말도 일리가 있네. 그렇다면 연장을 통해서 수준의 향상을 꾀해도 된다는 말이지 않은가?”

“당연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이러한 경지를 어서 자유롭게 누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까닭인가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지광이 걸어오면서 말했다.

“아니, 왜들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했더니 여전히 공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나 보군. 그래 무슨 이야기들을 나눴나?”

지광이 이렇게 말하면서 찻잔을 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거산이 뜨거운 차호(茶壺)를 갖고 와서 가득 따랐다. 지광이 차를 후후 불어서 마시고는 대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어떤가, 오늘 저녁에 기감을 배우러 가볼까?”

그러자 세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예~!”

지광은 잠을 잔다고 들어갔지만 실은 공부에 한참 열이 오른 세 사람을 위해서 공부할 자리를 찾아보고 왔다. 멀지 않은 곳에 바위산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암자(庵子)의 기운이 무척이나 강렬해서 공부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것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기감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니 더욱 기뻤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준비한 음식들이 나왔다. 든든하게 먹은 네 사람은 지광의 지시에 따라서 해시초(亥時初:21시)가 되자, 밖으로 나왔다. 사방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여름의 긴긴 해도 술시가 지나면서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염재가 마차를 준비하려고 말을 꺼내오자 거산도 같이 거들어서 순식간에 출발할 채비가 갖춰졌다.

“어디로 말을 몰면 되겠습니까?”

염재가 지광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광이 방향을 알려 줬다.

“거산은 통인사(通印寺)를 알고 있지? 그곳으로 가면 되네.”

그러자 거산이 답했다.

“통인사라면 잘 알고 있습니다. 안에서 편히 계시면 얼른 모시겠습니다.”

통인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략 반 시진(時辰) 정도를 달리자 바로 통인사 입구의 표시가 나타났고, 다시 1리를 더 가자 하마비(下馬碑)가 보였다. 마차는 여기까지만 이용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네 사람은 적막에 잠긴 산의 중턱의 통인사의 산문을 지나서 지광을 따라서 대웅전의 뒤로 돌아서 올라갔다. 한적한 절 뒤쪽의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어두웠지만 마침 닭이 밝아서 주변의 풍경은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정 사부님께서 여기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거산은 영문을 모르고 통인사까지 따라왔으나 지광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익숙하게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감탄하면서 물었다.

“실은 아까 잠시 와서 둘러봤다네. 아우님이 쉬고 있을 시간에 멀리서 바라보고는 여기에 공부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와보고 선택했지. 하하하~!”

고요한 절간에서 남자 넷이서 오가면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순찰 승이 소리가 나는 곳을 찾다가 일행을 발견하고는 다가와서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아니, 이 늦은 시간에 여기에서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 말에 지광이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스님, 우리는 기감을 수련하는 도가(道家)의 수행자들입니다. 통인사의 기운이 매우 뛰어나서 오늘 저녁에는 여기에서 교감(交感)을 누리려고 찾아왔는데 혹 괜찮으시면 스님도 같이 참관하셔도 좋습니다. 하하~!”

지광이 스스럼없이 초대하자 순찰을 돌고 있던 화상도 기감에 대한 관심이 컸던지 이내 반기면서 말했다.

“아니, 생각지도 못한 진객(珍客)들이 찾아주셨군요. 환영합니다. 더구나 함께 공부하기를 청해 주시니 오늘 일진이 무척이나 좋은 것이 확실합니다. 고맙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참관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든든한 울타리까지 마련이 되자 지광이 준비한 것을 품에서 꺼냈다. 그것은 버드나무 가지였다. 하나씩 나눠주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다섯 개였다. 마치 순찰하는 화상을 위해서 마련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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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지광의 혜안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심 놀랐으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지광이 나눠주는 대로 막대기를 받자 지광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자신을 따라서 손에 잡으라는 뜻이었다. 전에 말을 했던 아(丫)자 형태로 된 것과 복(卜)자 형태로 된 것도 있었다. 아(丫)자의 형태로 생긴 것이 구하기 쉽지 않아서 비슷한 것으로 마련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하나씩 나눠준 다음에 지광이 말했다.

“형태가 약간 달라도 기능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네. 이제부터 나를 따라서 그대로 하면 되네.”

모두 지광을 향해서 한 줄로 서서 같은 자세를 취했다. 화상도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자연스럽게 한 무리가 된 것처럼 움직였다.

“자, 모두 잘 잡으셨네. 이제 내가 말하는 대로 마음으로 따라서 해보도록 하세. 스님도 제자들에게 하는 말대로 따라서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화상도 이내 무슨 뜻인지 알고는 그대로 따랐다. 스님께는 말을 공대(恭待)해야 하지만 제자들에게 하듯이 말할 테니 그리 알고 따라주시면 된다는 의미 정도는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화상도 그렇게 맹한 사람이 아니었다.

“우선 팔에 적당한 힘을 줘서 잡으면 되네. 지맥봉을 통해서 수맥과 화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지맥봉과 교감하는 것인데, 내가 말하는 대로 지맥봉에게 마음속으로 부탁하면 되네.”

지광이 이렇게 말하면서 둘러보자 모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지광이 다시 말했다.

“올라가라~!”

이 말이 들리자 모두 그 말을 마음속으로 따라 하면서 지맥봉의 끝을 바라봤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자 지광이 다시 말했다.

“내려가라~!”

이번에도 지광의 말소리가 고요한 산사의 뒷산에 병풍처럼 둘러있는 암벽(巖壁)에 부딪혀서 메아리를 남겼으나 아무에게도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지광이 말했다.

“아, 너무 긴장들을 하셨군. 마음의 긴장을 풀고 지맥봉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되네. 마음으로 지맥봉의 끝을 움직이려고 하니까 지맥봉이 반발하는 것이라네. 마치 어린아이가 실컷 놀다가 겨우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어머니께서 공부는 안 하느냐고 하면 반발심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하하하~!”

지광이 느릿한 어조로 이렇게 거듭 설명하자 다들 잘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지맥봉을 내가 조정하려는 듯이 생각했던 것을 바꿔서 대등(對等)한 관계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지광의 음성이 들렸다

“올라가라~!”

그러자 바로 반응이 온 사람은 화상과 거산이었다. 거산은 이미 기감에 대해서 체험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하겟는데 화상의 빠른 반응은 지광도 의외였다. 그러자 지광이 화상에게 물었다.

“화상은 어떤 수행을 하고 계십니까?”

“다른 공부는 하지 않고 옴마니반메훔 주문만 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은 이미 암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기를 느끼는 단계시군요?”

“아, 그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그래서 기감을 공부하신다고 말하기에 관심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듣지도 못했고 당연히 본 적도 없었습니다. 버들가지에게 ‘너와 나는 평등하다’는 생각만을 했을 따름인데 마치 살아있는 동물처럼 반응을 보이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화상은 약한 흥분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광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구령을 붙여서 말했다.

“내려가라~!”

세 사람의 지맥봉은 저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었으나 분명히 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정도였으나, 어쩐 일인지 우창이 들고 있는 지맥봉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것을 본 지광이 우창에게 말했다.

“아우님은 이쪽으로 와서 서시게. 자 다시~!”

우창은 지광이 잡아준 자리에서 다시 서서 무심으로 버드나무의 끝을 바라봤다. 마음으로 버드나무의 가지와 소통하고 교감을 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해서 우창의 머릿속에서 울려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지광의 음성이 또 들렸다.

“올라가라~!”

그러자 우창이 들고 있는 버드나무 가지가 그 말을 듣기라도 했다는 듯이 번쩍하고 치켜 올라갔다. 우창이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와~! 형님. 보셨습니까? 여기에도 반응이 왔습니다. 신기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외치자 다들 우창의 지맥봉을 보면서 웃었다. 모두 잘 되고 혼자만 안 되다가 그나마 되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표정을 짓자 우창도 머쓱해졌다. 그래서 다시 집중했다. 지광의 외침이 이어졌다.

“위로 올라가라~!”

“아래로 내려가라~!”

“똑바로 수평을 유지하라~!”

지광의 말에 따라서 네 사람의 손에 들린 버들가지는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움직이는 것이 누가 봐도 신기했지만 아무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이미 그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탓이었다. 우창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바라보았고, 그러니까 버드나무의 끝은 더 잘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 차례를 외치던 지광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다들 잘하고 계시는군. 그만하면 지맥봉과의 소통은 이뤄졌다고 봐도 되겠네. 이제부터는 걸음을 옮기면서 지켜보도록 하세. 대열은 횡대(橫隊)로 서도록 하고 이쪽에서 저쪽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면 되네.”

네 사람은 지광이 알려준 방향대로 천천히 걸었다. 그러자 막대의 끝도 걸음에 따라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그리고 또 가만히 수평을 이루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세 번을 왕복한 다음에야 지광이 설명했다.

“봉의 끝이 올라가는 것은 화기(火氣)가 솟구친다는 의미이고, 끝이 내려가는 것은 수기(水氣)가 잡아당긴다는 뜻이라네. 물론 화기가 솟구치는 지점은 화맥(火脈)이 되고, 수기가 당기는 곳은 수맥(水脈)이 흐른다고 생각하면 된다네. 그 중간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부분은 수맥과 지맥이 교차하는 부분이어서 중화(中和)가 되었다고 이해하면 된다네.”

그러자 우창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중화지역이라면 가장 좋은 곳이라는 의미입니까?”

우창의 말에 지광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아, 무슨 말인가 했네. 하하하~!”

“우제가 엉뚱한 질문을 드렸나 봅니다.”

“오행의 이치는 균형(均衡)과 조화(調和)를 중시하게 되니까 중화(中和)에 대해서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겠네. 내가 얼른 알아듣지 못했던 것은 풍수가의 관점에서 아우님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네. 왜냐면 풍수지리에서는 좋은 땅과 나쁜 땅에 비중을 둘 뿐이고 중간의 지역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까닭이라네. 하하하~!”

“아, 그러니까 명학(命學)과 지학(地學)의 관점이 애초에 다른 것이었단 말씀이지요?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마치 약(藥)은 효력이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그 중간의 효력이라면 먹어야 할 의미가 없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맞아! 아우님의 비유는 천하제일임이 분명하군. 하하하~!”

지광의 말에 미소를 지은 우창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지맥봉은 누구에게나 작용만 한다면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이지요? 올라가면 화맥이고 내려가면 지맥인 것으로 말이지요?”

우창이 이렇게 묻자, 지광이 그렇다고 말을 하려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머리를 한 번 흔들고는 말을 꺼냈다.

“정말 아우님이 매우 중요한 질문을 했네. 실로 대부분은 그렇게 작용하는 것이 맞네. 그런데 유독 어느 고수는 지맥봉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봤던 적이 있었지. 아무리 바로잡으려고 해도 되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일이 있었네. 그러니까 간혹은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네. 하하하~!”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러한 것에서도 개인의 차이가 있다니 말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버드나무 가지이거나 강철로 된 지맥봉이거나 열심히 연마하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지맥의 상황은 읽어서 활용하면 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네. 다급할 때는 그것도 매우 유용할 것이네. 이제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을 알려주겠네.”

“오호, 기대됩니다. 또 무엇을 알려 주시려고 하십니까?”

“화맥이든 수맥이든 있으면 그 흐르는 범위의 폭(幅)을 알아내는 방법이라네. 물론 이것도 교감이 되어야만 가능하지만 이미 교감을 터득했으니까 어렵지 않게 할 수가 있지 싶네.”

우창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지광의 말에 정신을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다.